기억의 겹 기록의 곁 (설화에서 일기까지 한 도시의 마음을 읽다)

기억의 겹 기록의 곁 (설화에서 일기까지 한 도시의 마음을 읽다)

$25.00
Description
“기록은 모든 사람의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가야 2천 년의 고도(古都) 김해를 무대로, 깊이 있는 학술적 연구 성과를 시민의 언어로 친근하게 풀어낸 교양 학술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20여 년간 타지에서 연구자의 길을 걷다 고향으로 돌아온 저자는, 지난 8년간 김해시사(市史) 편찬의 한복판에서 도시의 역사를 공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이 책은 2013년 생림면 연구를 시작으로 저자가 학술 논문, 시사 원고, 기획 전시를 위해 집필해 온 일곱 편의 학술적 결과물들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학문적 엄격함과 사실(Fact)에 기반한 맥락을 뼈대로 삼되, 연구실과 현장에서 쌓아 올린 글들을 독자들과 조금 더 가까이 나누고자 일상의 언어로 친밀하게 다듬었다.

책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나열하는 연대기적 방식을 과감히 탈피한다. 아득한 가야의 설화부터 조선 시대의 읍지와 군현지도, 임진왜란 사충신의 기억과 기록, 고문서와 근현대 문서, 그리고 장롱 속 빛바랜 일기와 한국전쟁 전후 보도연맹 희생자들의 구체적인 토지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료를 입체적으로 교차한다. 이를 통해 김해라는 공간에 스며든 ‘기록과 기억의 구조’를 학술적으로 명징하게 규명해 낸다.

저자가 오랜 고민 끝에 길어 올린 핵심 키워드는 ‘겹’과 ‘곁’이다.
지층처럼 겹겹이 쌓여 우리 발밑에 흐르는 역사의 층위를 단일한 줄기로 보지 않으려는 시선이 ‘겹’이라면, 거대한 위인의 역사 뒤편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온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에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연구자로서의 다짐이 바로 ‘곁’이다.
저자

하유식

지역사연구자.1968년경남김해에서태어나부산대학교사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여년간대학강단에서한국사를가르쳤고,2017년부터김해시사편찬연구원으로서고향의어제와오늘을기록하고있다.최근에는읍지,기문,비문,일기등다양한옛기록을바탕으로지역의역사적정체성을새롭게조명하는데힘쓰고있다.
역사는과거에멈춘문장이아니라,지금도우리가함께써내려가는과정이라믿는다.묵묵히삶을일궈온사람들의일상에서역사를발견하고,도시와인간의유대를탐구하며,기록과기억의가치를되새기는작업에깊은관심을두고있다.

목차

|책을펴내며|김해,겹겹이쌓인시간곁에서서
|들어가며|기록되지않은이름을위하여

1부-불교,설화를넘어기록의실체로
1.기원의재구성:기록이빚은첫장
2.고요한전승:김해불교의초기기록
3.기록과기억사이:왕후사와사찰명칭변화
4.파사석탑,바닷길을열고새긴신비의돌
5.장유화상의탄생:비석에새겨진전승과서사의집대성
6.기록은말하고기억은덧붙였다:사실과전승의경계

2부-허왕후도래재조명:기록과기억이겹쳐만든궤적
1.허왕후,역사와상징사이의얼굴
2.허왕후이야기:신화의문을열고역사의길로
3.확정되지않은이름,허왕후출신지의의미
4.도래지찾기:신화의현장에서지도의기록까지
5.도래기록의본질:신중한기억이빚어낸인식

3부-사충신:전투의기록을넘어기억의역사로
1.김해성전투,내륙을지켜낸첫번째선택
2.네명의충신:각자의자리에서피어난하나의의지
3.송빈과충렬사,110년의그리움이세운사당
4.삼충사의탄생:시련을딛고다시불러낸이름들
5.사충단의완성:마침내하나가된네명의의로운이름
6.오늘의사충신,시대를건너는기억

4부-500년을엮다:읍지가만든김해의시간
1.기록의도시:500년읍지의역사를걷다
2.가장오래된기억의뿌리,분성여지승람신증초
3.기록의진화:김해의어제와오늘을잇는통로
4.300년전의소환,기록으로복원한김해풍경
5.도시의살아있는설계도:읍지가남긴마지막질문

5부-길과공간·시간이겹친지도
1.세상을담은땅의기록
2.김해,붓과색으로읽다
3.고지도가기록한땅과이름,삶
4.김해의심장부를보여주는두지도
5.근대김해를담다
6.지도에담긴김해의시간

6부-삶을남기다:김해의기록과기억
1.장롱속잠자던시간,김해의어제를깨우다
2.붓끝으로새긴질서:선비의일상으로본조선의김해
3.억눌린시대의숨쉬는일상,근대의파도를통과한사람들
4.시민이기록한오늘,함께쓴공동체의연대기
5.사라진기억을위한변명:내일을향한기록의선언

7부-땅은기억한다:
연좌제의감시를견디며지켜낸한뙈기의삶
1.무척산자락사촌리,가뭄과압류의세월을견디다
2.땅을준다기에:죽음의올가미
3.혁명같은축제의끝,비극의무덤조차되지못한땅
4.연좌제의그늘:비국민으로살아낸인고의세월
5.홀로남은여성들,통곡을연대로바꾸어낸생애
6.기록되지못한통곡:땅의문서로되살아난엄중한증언

|나오며|기록으로이어지는이땅의시간

출판사 서평

○거대한역사뒤에숨겨진여백,그안에서숨쉬는지역의2천년시간을걷다

모든것이디지털화면위에서빠르게소비되고잊히는시대,20여년간타지에서한국사연구자의길을걷다고향으로돌아와시사(市史)편찬에몸담았던한역사학자가고향김해에바치는첫저서,『기억의겹기록의곁』이출간되었다.

이책은단순히시간순으로과거의사건을나열하는통사(通史)를넘어선다.발길닿는곳마다역사가밟히는도시김해에서,저자는설화와고지도같은거시적사료부터빛바랜일기장과낡은토지대장같은미시적사료까지전방위로파고든다.김해라는공간에축적된‘기록’과‘기억’의장면들을입체적으로교차하며도시의속살을들여다보는새로운형태의지역사서술이다.

저자는이책을관통하는두단어로‘겹’과‘곁’을제시한다.
‘겹’은역사를단일한선으로만보지않고,수많은사람의삶과마음이지층처럼겹겹이쌓여오늘에이르렀다는깊은이해를뜻한다.
‘곁’은역사를먼위인의이야기로만남겨두지않고,우리곁에서살아온평범한사람들의숨결과소박한문서들을따뜻한시선으로바라보겠다는다짐이다.

○7개의부로복원해낸사실과전승의경계,그리고민초들의존엄

책은총7부로구성되어김해의고대부터현대까지의역사를‘기록의방식’이라는독특한렌즈로추적한다.

▷1부·2부[설화와전승의여백]:김해불교의전래설화와허왕후도래전승을재조명한다.조선시대읍지편찬자들이확증할수없는이야기를성급히재단하지않고‘판단유보의여백’으로남겨두었던겸허한태도를통해,역사의공백이어떻게지역사회의상상력과기억을풍요롭게만들었는지살핀다.

▷3부[기억하려는의지]:임진왜란당시김해성전투에서패배했으나주민들의기억속에서끊임없이호명되며마침내도시의정체성으로자리잡은‘사충신(四忠臣)’의역사를다룬다.역사는사건그자체가아니라‘기억하려는의지’에서태어난다는진실을전한다.

▷4부·5부[공간의설계도]:김해의가장오래된읍지인『분성여지승람신증초』를비롯한500년읍지의역사와고지도,근대지도들을분석한다.이는단순한지리정보가아니라,당시사람들이세상을이해하고고을을운영하려했던치열한설계도였음을밝혀낸다.

▷6부·7부[이름없는이들의곁]:이책이궁극적으로닿고자했던곳,바로‘기록되지않은평범한사람들의이름’을향한다.특히7부에서는1950년한국전쟁전후보도연맹사건으로희생된민간인가족들의비극을‘토지소유권문서’라는구체적인자료로추적한다.국가폭력과연좌제의서슬퍼런감시속에서,남겨진이들에게한뙈기의땅은단순한재산이아니라무너진삶을일으켜세우고존엄을지켜내기위한마지막버팀목이었음을감동적으로증언한다.

○“역사는완결된문장이아니라,여전히쓰이고있는문장이다”

저자는자료를모으고글을쓰는동안수많은민간기록물이‘정리’라는이름으로버려지고사라지는현실에가슴아파한다.그러나후회에머물기보다오늘우리의평범한일상을기록하는일이미래의소중한사료가될것임을강조한다.일기한줄,회의록한장,골목길사진한컷이결코사소하지않은이유는,먼훗날후손들이“우리는누구이며,어떤시간을지나여기까지왔는가”를물을때건네줄가장진실한대답이되기때문이다.

암울한시대의끝자락에서도끝내흙을놓지않았던사촌리의들녘과,이름없이사라져간모든평범한이들에게바치는이책은독자들에게묵직한질문을던진다.우리가무심코걷는익숙한거리와골목뒤에얼마나두터운시간의층위와숨결이겹쳐져있는지를.

이책을덮는순간,우리가발을딛고선오늘의공간은단순한배경을넘어우리삶의엄숙한일부로다가올것이다.자신이살아가는지역과공동체의역사,그리고일상의기록이가진위대한힘을믿는모든이들에게일독을권한다.

□추천대상

▷단순한에세이를넘어실증적사료분석과깊이있는인문학적사유를원하는독자
▷고문서,읍지,지도,토지대장등다양한역사적텍스트를읽어내는방법론에관심이있는독자
▷거대사뒤에숨겨진평범한사람들의일상사와생활사에매료되는독자
▷기록의가치와역사학자의따뜻한시선이담긴인문에세이를읽고싶은독자
▷김해라는도시의역사,지리,문헌을제대로파헤친고품격로컬학술교양서를찾는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