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잎은 가라앉지 않는다 (한음 시집)

찻잎은 가라앉지 않는다 (한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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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독에서 시작해 사랑의 찬란함과 붕괴를 지나, 세계와의 충돌 끝에 공존의 태도로 나아가는 한 청춘의 성장 기록.
《찻잎은 가라앉지 않는다》는 네 개의 장을 통해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통과하려는 한음의 의지를 그려낸다.
낯선 타국에서의 고독, 연애의 상실과 자각, 경쟁사회 안에서 흔들리는 청년의 윤리, 그리고 마침내 대결이 아닌 공존을 선택하는 성숙의 시선까지.
이 시집은 묻는다. “세상이 이렇더라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대답 대신 담담하게 보여준다, 뒤집힌 물결 속에서도 끝내 떠오르는 찻잎처럼.
저자

한음

본명오신영.
필명한음은‘한을읊다’,
혹은‘하나된목소리’를뜻한다.
대학을나와직장에다니고있지만,여전히잘모른다.
감정도,세상도,사람도,자연도.
그래서쓴다.계속해서쓰고읊는다.
새벽의침묵속에서사랑하는이름들을떠올리며,
그들과함께.

목차

시인의말
용정차밭을거닐며곱씹는나의시,「찻잎은가라앉지않는다」


Ⅰ.호우시절(好雨時節)
이별
동주와나
낙엽이낙엽에게
정장의무게
종루연가(鐘樓戀歌)

가을비(秋雨)
돌은
찻잎은가라앉지않는다
낙엽의위로
성벽위의야상곡
어머니
12월31일
신정(新正)
1월에내리는뿌리
바오지역에서
월아천(月牙泉)
내가살지않는시안(西安)

추야우중(秋夜雨中)


Ⅱ.그겨울의끝
정류장
Yellow
시련
끝나지않는영화
94년生,경성풍의사랑시
헤어진다음날
봄날은가고
-나의친구에게
제3인간
제자리걸음
결국문이닫히고
그후로
고백
안녕
백일홍지는날에
절해고도의노래
풍등
오늘의날씨맑음
인간의몸속
어느날회식
키스
겨울나무행진곡

연애시,길위의사랑노래
사랑노래,그길의끝에서


Ⅲ.굳세어라,청춘이여
나에게쓰는편지
변명(變命)
뺨맞기1분전
간극
멜랑콜리
녹턴(Nocturn)
그날밤
어느날갑자기
어느날효창공원에서
묵념,8분15초
비오는밤-엄마걱정
면접
시차
광인일기-어떤청년의절망
#Repost마케팅은이렇게하는겁니다
지하철에서의충고
겨울저편의거울1
겨울저편의거울2
자유
취.업.시.대.
그대에게
용기(勇氣)에대한각서

절망의끝에서피는꽃


Ⅳ.끝나지않은이야기
두자아의대면
사랑이있는곳
어느지도자의후손들을위한제언
산타는죽지않는다
강남블루스
고덕블루스
Deal
자각
여기가B612는아닐테죠
숙제에대하여
어머니의사진
거북이달린다
오늘도독실한가톨릭신자이자아마추어시인xx이는
자화상
√의감옥에서
3월
굿모닝-생존과낭만사이
축제-나의친구에게
스피치콘테스트
Swing
삼호궁전여행기
화양연화(花樣年華)
청춘

그래도강은흐른다


맺음말
발문

출판사 서평

가라앉지않는마음을위하여-시집《찻잎은가라앉지않는다》의시세계


※들어가며:이시집을읽는다는것

한음시집《찻잎은가라앉지않는다》를펼치면,독자여러분들은네개의챕터를만나게된다.각챕터는서로다른풍경과정서를가지고있지만,이것은따로따로흩어진조각이아니라한개인의성장서사를자연스럽게연결하고있다.고독에서출발해,사랑의붕괴를지나세계와의충돌을겪고,다시세계와공존하면서삶전체를조망하기까지.독자는네개의챕터를각각하나의작은시집처럼읽으면서,동시에그것들이어떻게한음이라는시적자아의성장드라마로이어지는지들여다보게되는것이다.

I.호우시절(好雨時節)

“고독의자장(磁場)안에서태어난시적자아의기원”
첫장을이루는모든시편은중국이라는낯선땅에서서로다른풍경을다루면서도결국하나의질문으로수렴한다.
“나는누구이며,왜시를쓰는가?”
〈이별〉에서시작된거부할수없는(그러나이또한자기선택의결과인)‘끌려가는자아’,〈정장의무게〉에서드러나는‘첫직장생활의무게에허덕이는청춘’,녹록지않은직장에서〈종루연가〉라는순간적탈출과다짐,그리고〈산〉,〈돌은〉,〈가을비〉,〈낙엽의위로〉,〈월아천〉등자연을다룬시편에서보이는자기내부의통찰과고독으로부터의극복의지는모두이질문을향한서로다른답변이다.
“아름다운배경이되는거다,끝과시작을반복하는/세상모든것들에대한순응과반항의경계에서/넘어지더라도무너지지는않는미소를/나여기흘려마르지않는샘물되게한다”(〈월아천〉中)
이장의작품들은성벽위를걷는고독,겨울날어머니를그리는마음,바오지역의플랫폼같은‘외부세계’의장면들을빌려한음의내부풍경을비추는거울이된다.외로움은한음의기원이고타국에서의시간은자아를가다듬는모루이며,자유로운개인에서조직의부품이되어가며쓸모를평가받는청년의씁쓸함은시적감각을정제시키는뜨거운용광로다.이첫장의중심기둥은분명하다.
“버티되,무너지지않는존재.”
그정점이바로표제시〈찻잎은가라앉지않는다〉이다.세찬물결,폭풍,잔의혼탁함속에서도푸른빛으로버티는찻잎은,한음이이후모든장에서보여주는미학의씨앗이다.2장,3장,4장을관통하는핵심원리가바로여기서처음완성된다.Ⅰ장은아직어둡고흔들리지만이미‘빛의기미’를지닌장이다.감정의혼탁과청춘의상처를지나며,시적자아한음은첫번째근육:버팀의근육을얻는다.

Ⅱ.그겨울의끝

“사랑의붕괴와회복을통해자아의심연을직면하는장”
두번째장은네개의장중정서적밀도가가장높은구간이다.모든시가각자의방식으로하나의방향을향한다.사랑의붕괴→감정의파편화→자기발견.여기서‘사랑’은단순한로맨스의대상이아니다.사랑이라는관념을정립하고사랑하는행위의주체인자신의정체를깨뜨려보는유리창에가깝다.〈헤어진다음날〉,〈백일홍지는날에〉,〈풍등〉,〈오늘의날씨맑음〉등은애틋함·상실·기억의잔향을다루지만,이별의표면을넘어한음의감정구조를해부하는과정에가깝다.
설렘의두근거림이번지던순간에서출발(〈Yellow〉)해,따스한햇살과음악,장난기어린농담속에서당신이라는걸작을진지하게창조하는한음의사랑은삶을환하게비추는경험으로그려진다(〈94년生,경성풍의사랑시〉).그러나오랜시간일련의사건들을겪으면서관계에균열이생기고,서로가처한환경과삶의제약으로인해그균열이커지면서이별로끝이난다.
타인과완전히같을수없고,그래서타인과함께할수없다는사실이조용하고강력하게감정의표면을갈라놓는다.사랑이무너진자리에남은것은상대의부재가아니라자기자신의적나라한고립된감정이다(〈절해고도의노래〉).그러나한음은이별의상태를치기어린감정으로두지않는다.사랑을잃은사람이아니라,사랑을통해‘자기자신을만들어낸사람’의이야기를한다.
“그대가아무것도아닌나를빛내고키워준것처럼/텅빈모래벌판에서,쇳물같은울음으로/나는마침내강철로된배를띄울겁니다”(〈절해고도의노래〉中)
이문장은타인을사랑하기때문에그의떠나감(의선택)을존중하고,또상실을자신의성장으로바꾸려는데에서나오는진정성이다.이장의모든시는결국한지점으로모인다.사랑은끝났지만,그끝이시인을데려간곳은완전한소멸이아니라새로운시작의문턱이다.Ⅱ장은한음이‘감정의나락’을지나며두번째근육:자기인식의근육을얻는장이다.이별이끝이아니라‘성찰의출발점’임을스스로증명한다.

Ⅲ.굳세어라,청춘이여

“개인의고통에서사회적감각으로확장되는청춘의각성기”
세번째장은더이상개인의내면과감정에만머물지않는다.여기에는자아의윤리,사회적시선,청춘의정치학이들어선다.한음의시적자아는이장에서비로소‘내마음’이아니라‘내가서있는세계’를바라보기시작한다.
〈나에게쓰는편지〉에서의자기처벌,〈변명〉이보여주는순종·불순종의역설,〈간극〉의사회적거리와오해의문제,〈멜랑콜리〉와〈녹턴〉의인간·사회·욕망에대한비판적시선과불완전한자신에대한고백,〈광인일기〉의자기무력감과존재적회의,그리고산문〈절망의끝에서피는꽃〉의자기고백과깨달음,나아가앞으로의삶에대한다짐까지.
이장은개인의상처를넘어청춘전체의우울,시대의부조리,관계의어려움,사회의폭력성을응시한다.그가운데,〈면접〉은이장의정서를가장집약적으로보여주는시다.
“똑같은흑백의건반인데/제각각다른목소리들을내고/그래서가장아름답고도슬픈이야기/선택을하는면접관도,선택을받는우리도/그누구의잘못도없어원망은하늘을향한다”(〈면접〉中)
면접이라는하나의사건속에‘젊은세대가어떻게평가받고,어떻게자신을포장하며,또어떻게소진되어가는지’가고스란히담겨있다.그러나이응시는단순한비판이아니다.이장의시들은조용하지만끈질기게묻는다.
“세상이이렇더라도,나는어떻게살아야하는가?”
한음은이장에서비로소‘개인의아픔(Ⅰ·Ⅱ)’→‘사회적책임과감각(Ⅲ)’으로이동한다.즉,슬픔과상처만을이야기하던화자에서자기를둘러싼세계를정직하게바라보는시인으로확장된다.Ⅲ장은한음이세번째근육:세계와맞서는근육을얻는장이다.고통을사회적언어로바꾸고,개인의슬픔을시대의윤리로번역해낸다.

Ⅳ.끝나지않은이야기

“대결의윤리에서공존의윤리로넘어가는전환의시기”
네번째장에서한음의시적자아는더이상세계와충돌하거나자기결함을심판하지않는다.이제그는삶의여러단면을한발떨어진자리에서바라보며,‘어떻게살아야하는가’의물음에서‘이렇게살아갈수있겠다’는태도로조용히이동한다.
〈두자아의대면〉은흔들리던과거의자아와성찰적현재가마주서는순간을보여주며,〈강남블루스〉,〈고덕블루스〉,〈Deal〉은도시·자본·청년의소모성을비난하기보다하나의현실로받아들이는시선을애틋한방식으로드러낸다.또한〈자각〉,〈어머니의사진〉에서는시간의흐름과신체의변화가더이상상실이아니라삶의일부로수용된다.
무엇보다중요한변화는타인을이해하고수용하는방식이다.3장에서화자는타인을비판하면서도이해하고변화시켜야한다는의무감과죄의식,윤리적강박에시달렸다면,4장에서는‘존중하고경청하며적절한일정한거리를유지하는태도’,즉공존의사랑으로이해한다.이는타자를있는그대로인정하는동시에자기자신도받아들이는성숙의징표다.
이장의중심에는〈청춘〉이있다.청춘이란흔들리지않는시절이아니라흔들림을끌어안고서다시걸어나가려는의지그자체이다.그리고산문〈그래도강은흐른다〉는코로나19팬데믹시기를거치는와중에세계의모순과자기내부의결함을충분히경험한뒤비로소도달하는조용한확신이다.
“날아올라라,추락할게없는마지막자존심으로/수놓아라,밤하늘에무수한별들을/그리고걸어가자,우리에게몰아칠모든것들을향해!”(〈청춘〉中)
Ⅳ장은한음이네번째근육:삶을끌어안는근육을얻는장이다.대결이아닌공존,정답이아닌흐름속에자리를잡으며그는마침내‘흔들리는자아’에서‘흐르는자아’로나아간다.

※나오며:“가라앉지않음의문학:찻잎의미학,청춘의윤리학”

이처럼《찻잎은가라앉지않는다》는네개의장을통해한음이라는한인간이어떻게성장하는가를보여주는서사적시집이다.
Ⅰ장은고독을견디는법을배우는계절,Ⅱ장은감정의심연을직면하는시간,Ⅲ장은세계와의충돌속에서윤리를찾는여정,Ⅳ장은삶전체를다시꿰어의미화하는성숙의문턱이다.그리고이모든과정을관통하는문장은결국하나다.
“그러나찻잎은가라앉지않는다.”
삶이흔들려도,마음이뒤집혀도,관계가무너져도,세상이가혹해도…한음은끝내가라앉지않는다.흔들리고,물결속에서잠기고,때로는바닥에부딪혀도그것이곧새로운빛을품는과정임을믿기때문이다.그래서이시집은고통을미화하지않으면서도고통을시로승화시킨다.
책을덮고나면독자여러분역시자연스럽게느끼게될것이다.삶이란결국,가라앉지않으려애쓰는존재들의끊임없는푸르름이라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