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듬음을통해초록으로물드는삶
4부로구성된이수필집은마음에사계의이미지를그려넣고,책을덮는순간그모든밑그림에싱그러운초록색을덧입힌다.한겹한겹시간차를두고덧입혀지는붓질은,시간을담아낸여러층위의시선으로초록을보듬어주는것이다.이와동시에각자의인생여정을지나고있는독자가자신의인생시점에의시선을이야기에투영해보면서작가의여정을자신의여정옆에나란히두어보듬음을경험할수있도록한다.
이러한사계의이미지는단순히인생시계에따른비유라기보다는,각계절이주는느낌과1부부터4부까지에그려진각각의그림과중첩된다.1부에서는「개암사소풍길」과「참아름다운풍경」으로동심의시선을담아내고,「첫걸음」에서는새로운싹이움트는느낌을준다.
2부에서는일상을이루는것들이모두생명력을부여받고손을흔들며인사하는듯하다.「아따!반갑소」,「골인을위하여」에서는음식등우리주변의사물이,「봄바람맛」,「합창의매력」에서는우리가놓여있는상황의의미가,「앗,이럴수가」,「특별한생일파티」,「동행자」에서는우리곁의사람들이각자성심을담은인사로온기를나눈다.이모두가초록을보듬는시간인것이다.
3부에서는여름동안찬란한잎이되어주었던초록을거두게되는상황을받아들이고,새로이움트는초록을보듬는과정이전개된다.즉새로운환경에서새로운창문을열어가는장면으로전환된다.「꿈장학생」으로서문학이라는양탄자를타고날아보는꿈을,그리고캠퍼스를누비며초록바람이불어들어올수있는창문의크기를키워가는모습이다.
4부에서는사뿐히내려소복이쌓인눈처럼,문학과함께한여정이가져다준열매를알뜰히쌓아내비친다.이는1부의「참아름다운풍경」및4부의「나의봄하늘」과연결되며초록을보듬는궤적이순환한다는것을암시한다.
이렇듯이책에담긴이야기들은초록을보듬는행위를통해,초록으로물들어가는작가의삶을보여준다.초록바람이되어준것은작가의삶에다가온여러존재일테지만,그초록바람이불어오도록창문을열고바람을온마음으로받아들이며색을입힌것은작가자신일것이다.
1,2부의이야기가작가주변의다양한색깔의사물과사람을초록빛으로받아들인것이라면3,4부이야기는좀더확장된세계로나아가고있음을알수있다.작가는새로운환경에서뿌리를내리게된문학을매개로더넓은초록세상을마주하고있는것이다.더충만하게깊어진사유를담아낸3,4부이야기들은작가가꿈꾸는초록빛세상을향하여꾸준히발걸음을옮기고있다는것을보여준다.
내가어릴때엄마나이를물을때면“엄마는언제나서른아홉살이야.”라고하던엄마,나이의숫자를접어밀어두고한편한편기록해둔글속에서초등학생,중고등학생,대학생으로있었던나는이제,어느새엄마가늘이야기하던‘서른아홉살’이저만치보이는구간에다가서있다.「폭풍우가지나간숲」과「그피아노가있던자리」를함께응시하던길목을지나와지금나의초록조각들을맞추어나가고있는것이다.
나의성장과정이엄마에게초록빛깔로보듬어졌다는것을읽어내며나또한나의여러기억조각에초록빛을덧입히고보듬을수있었다.마흔다섯편의글로응축된시간을단숨에읽어내며세월의속도를체감하였지만이것이지나간시간에대한아쉬움이나회한으로연결되지는않는다.그시간이어떻게나의마음창문을열었고초록빛을여러겹으로색칠하여단단한마음밭을만들었는지충분히투영되어읽혔기때문이다.
창문을활짝열고나에게초록이되어주는존재들을새로이마주하고보듬어서로가서로의푸르름으로다정히품어주는모습을상상해본다.이러한보듬음이우리의삶을,그리고우리가서있는공간을초록으로물들이기를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