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의 첫걸음

긴 여정의 첫걸음

$20.00
저자

이동호

저자:이동호
1955년생
광주서중·일고졸업
조선대학교졸업
공군대위전역
전)현대백화점그룹대표이사부회장

목차

추천의글

1부고향의시간들

긴여정의첫걸음
새끼오리와나
고향의사계절1
고향의사계절2
제삿날의풍경
손주입학식날,작은의자에앉아
들녘에남은아버지의땀방울

2부청춘의풍경들

그렇게도가기싫었던군대
라면
장기판위의젊은날
이발소시다바리
체스판위의허세
현대판문방사우
바둑과함께한세월
어머니의한표
반백년의동행

3부사는이야기들

노래유감
명랑골프의추억
고마운내손가락
대리헐라고요
예상문제
무심결에친뻥의대가
감색양복
독수리5남매
소리없는말
직장과나

4부세상을보는마음

마음의뽀샵
스포일러
스마트폰민폐
디지털유감
교육열,그빛과그림자
내얼굴에박힌별오십개
개를생각하다
지처지기(知妻知己)
행복의설계도
구업(口業)

5부세월이들려준이야기

내마음의감나무
심상(心相)
카파도키아에서
육하원칙
마누법전을읽고
알수없는미래
세월의속도
미련을내려놓는일
두번째화살
삶의겨울을준비하며

출판사 서평

저자는내로라하는대기업에서CEO를역임했다.많은경영인들이회고록에서인생사를부풀리거나성공신화의치적을남기는것이흔한데,이책에서는그런흔적을볼수없다.저자가이루어놓은일이후배들사이에종종감탄을유발하고있건만그저개인으로서의실수와약점,실패를나열하고있을뿐이다.

오직겸손과반성,옆집의친절한아저씨같은소탈함을책의밑바닥에두텁게깔았다.19금영화를몰래보았다가매질을당했던소년시절,대학입시에실패하고군대에가기싫었던청년기,음치라서전전긍긍하던샐러리맨의민낯을그냥툭터놓았다.

그러면서도가족과동료,친구와이웃,다양한인연들에대한따뜻한마음과웃음을그려냈다.60리장터가는길을할머니와걷던소년이어느새인생의여정에서고음에치이면때로는한소절쯤조용히넘어가도괜찮다는다독임을말하고있다.그것은집밥처럼소박하지만든든한위로이기도하다.

마지막으로그는마음의평온을잃는인생의마지막화살만은피하고싶다는조그만욕심을털어놓았다.겨울을받아들이고과함을내려놓았을때우리손은비어있는것이아니라여유로움을갖게된다는깨달음을스치듯전한다.이런마음으로저자는스스로를단련해가고있다.

쉬워보이지만누구나얻을수있는통찰은아니다.
-추천사중에서


책속으로

나는어릴적에어머니와떨어지는것을유난히불안해했다.초등학교에들어갈무렵,우리집이양계장을하고있을때일이다.아직도기억이생생하다.어머니가외출하시려고고운한복으로갈아입기시작할때부터나는벌써조바심이났다.어머니가대문을나서자,나도슬그머니뒤따라나섰다.어머니가“동호야,들어가라.”하시며골목길로접어들면,나는들키지않게가만가만뒤를따라갔다.어머니가인기척을느끼고뒤를돌아보시면나는멈춰섰고,다시걸음을옮기시면또따라갔다.그렇게골목을지나신작로어귀까지가다가기어이혼이나고,찔찔울며되돌아와서아버지에게또혼이났다.

그때는왜그렇게까지어머니와떨어지지못했는지몰랐다.지금돌이켜보면,사람이든동물이든모든어린생명들이가진본능일거라는생각도든다.어머니의뒤를쫓던내모습은,어린시절시골집에서보았던오리새끼들과닮아있었다.병아리들은제각각흩어져마당에서모이를쪼며놀고있는데,오리들은사뭇달랐다.아침에오리집문을열어주면,노란오리새끼들이보이지않는끈에묶인것처럼줄을나란히맞춰어미뒤를따라나왔다.뒤뚱거리는어미를따라집앞논까지한참을걸어가는데,그모습이신기해나도덩달아뒤를따라가곤했다.오리새끼들은늘어미곁을벗어나지않았다.물가로들어설때면더바짝붙어있었다.나중에알았는데,오리는뱀등이나오는위험한물에서살기때문이라고한다.

그러나자연의이치는냉정하다.어리고힘없을때는그렇게부모를찾다가도,제몸집이다자라면말없이훌쩍떠나가버린다.오리새끼들이날갯짓을시작하면더이상어미뒤를따르지않듯이,나역시결혼하고가정이생기니까어머니를점점뒷전으로밀어놓고살았다.그렇게세월이흐르는사이어머니는세상을떠나셨고,어느덧내나이도칠십이넘었다.

엄마품을떠나할아버지집에서잠들어있는손주얼굴이,어머니뒤를따라골목끝까지갔다가멈춰섰던그날의나와겹쳐보인다.
어머니뒤를따르던그아이는이제어머니가남겨준길을혼자걸어가고있다.
---「새끼오리와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