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가틀렸다-우리는왜직업의미래를자꾸잘못예측하는가
2013년옥스퍼드대학은향후20년안에미국일자리의47%가자동화로사라질것이라예측했다.10년이지난지금,그예측은빗나갔다.사라진다던직업중상당수가살아남았고,누구도예측하지못한직업들이새로생겨났다.예측은왜잘못되었는가?
저자는그답을1만년에걸친‘일의역사’속에서찾는다.우리가직업의미래를예측할때보는것은그일을부르는이름,사용하는도구,일하는장소등직업의‘겉모습’이다.그러나그겉모습아래에는시대가바뀌어도변하지않는‘일의본질’이흐르고있다.이름과형태에시선을두는한,우리는변화의본질을놓치게된다.
직업(Occupation)과일(Work)
직업(occupation)은일의외피이고,일(work)은그안에흐르는인간행위의본질이다.대장장이는사라졌다.그러나단단한금속을다루어인간이쓸수있는도구로빚어내는일은,오늘날반도체공정엔지니어와3D프린팅장인의손에서계속되고있다.집배원이손편지를나르던시대는저물었다.그러나메시지를빠르고정확하게전하는일은,택배기사와디지털플랫폼알고리즘의일로이어졌다.직업이라는외피는시대의기술과제도에따라끊임없이갈아입혀지지만,그안에서인간이해온일은그대로남아있다.
직업과일의구분이책전체를가로지른다.그리고이구분에익숙해질때,독자는자신의일에대한새로운시야를얻게된다.“내직업이살아남을것인가”라는질문은“내가하는일의본질은무엇인가”라는더근본적인질문으로바뀐다.
생존·역할·정체성-일의세층위
저자는일의본질을세층위로나누어분석한다.
첫째,생존이다.모든일의가장기본적인차원이다.사람은우선자기자신과자기가족을먹여살리기위해일한다.1만년전농부가곡식을길러자기식구를부양했고,중세길드의장인이도구를만들어가족을먹였으며,오늘의택배기사가새벽부터짐을나르며생계를잇는다.시대와직업이아무리바뀌어도이차원은사라지지않는다.
둘째,역할이다.일은한사람에게사회안의자리를부여한다.농부는공동체의식량을책임지는자리였고,의사는죽음에서사람을구하는자리였으며,기자는권력을감시하는자리였다.직업은단순한밥벌이를넘어서한인간이공동체안에서차지하는위치이자,다른이들이그에게기대하는책임이다.
셋째,정체성이다.인간은자신이하는일을통해자기자신이누구인지를발견한다.“나는무엇을하는사람인가”라는질문은곧“나는누구인가”라는질문과맞닿는다.일이단순한노동이아니라삶의의미와직결되는까닭이여기에있다.
이세층위는어느직업에서나동시에작동한다.다만시대와직업에따라어떤층위가더두드러질뿐이다.책은스물네개의직업을따라가며각시대가어떤층위를강조했고,기술의변화가그균형을어떻게흔들었는지를짚어낸다.
1만년,24개의직업-일의강을따라가는여정
책은1만년전초승달지대의농부에서시작해서대장장이·상인·군인·종교인·점쟁이·의사·법률가·교사·선원·집배원·운전기사·청소부·매춘부·이발사·요리사·재봉사·배우·장의사·작가·기자·통역사·금융인을거쳐부동산중개인에서끝난다.
각챕터는그직업이처음등장한시점의한장면으로시작한다.초승달지대의첫농부,철을두드리던히타이트의대장장이,실크로드의상인,….독자는한직업이어떻게태어나고,어떻게변형되고,어떻게사라지거나살아남았는지를시간의흐름을따라읽게된다.
영화속한장면으로만나는직업의본질
열두개챕터에는영화속의장면이들어온다.〈인터스텔라〉의농부,〈라이언일병구하기〉의군인,〈패치아담스〉의의사,〈죽은시인의사회〉의교사,〈일포스티노〉의우편배달부,〈라따뚜이〉의요리사,〈그녀〉의작가,〈모두가대통령의사람들〉의기자,〈더울프오브월스트리트〉의증권브로커….
영화속한장면이들어오는순간,책속의글이갑자기손에잡히게된다.영화는책이말하려는일의본질을가장압축적으로보여주는시각적자료다.
미래의직업,그러나일은익숙하다
에필로그에서저자는향후10~20년안에등장할새로운직업10가지를꼽는다.AI협업전문가,AI윤리감사관,기후리스크설계사,공동체디자이너,디지털유산관리사,감정노동전문가,바이오윤리중재자,AI트레이너,사이버보안분석가,AI설계자.
그러나저자는이새로운직업들의일이본질적으로1만년전부터이어져온일과같다고본다.AI윤리감사관이하는일은본질적으로기자가권력을감시하는일과같고,기후리스크설계사가하는일은농부가자연의변화를읽는일과같다.AI설계자가하는일은청동기시대의대장장이가도구를빚어낸일과같다.직업의이름은새롭지만,그안에서인간이하는일은본질적으로같다.
역사를통해도달하는결론
1만년일의역사는,기술이일을양극화한다는사실,그러면서도인간적인것은끝까지남는다는사실,그리고직업은바뀌어도일은사라지지않는다는것을보여준다.
저자는이책을통해,인간은일을통해살아남고,자리를얻고,끝내자기자신이된다.AI가인간의일을대신할수는있어도,인간의삶자체를대신할수는없다고말한다.
기술의진보가눈부실수록우리가주목해야할것은기계의능력이아니라,오직인간만이채울수있는자리다.무언가를만들고,서로를돌보고,세상과관계맺으며의미를부여하는한,미래는두려움의무대가아니라기술이대신할수없는인간의가치를증명하는자리가될것이다.
이사실을이해할때,우리는AI시대의막연한불안에서벗어나변화의한복판에서자기자리를찾을수있다.이책은미래예측서가아니다.그러나역설적이게도,미래를가장잘준비하게하는책이다.왜냐하면미래의일도결국1만년동안흘러온일의강위에놓여있기때문이다.
이책을권하는독자
-인류문명의큰흐름을직업이라는창을통해보고싶은교양독자
-유발하라리의『사피엔스』,데이비드그레이버의『불쉿잡』,리처드세넷의『장인』을흥미롭게읽은독자
-AI시대에자신의직업이어떻게될지막연히불안한직장인
-진로를고민하는청년과자녀의진로를함께고민하는부모
직업과그직업을부르는이름은바뀌어왔고앞으로도바뀔것이다.하지만그이름들속깊은곳에서1만년동안흘러온일의강은,우리가인간으로남아있는한바뀌지도,멈추지도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