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보의그림자속에서
권력은늘자신의기원을숨깁니다.아니,정확히말하자면보여줍니다.그것도아주세심하게.
마치그것이숨겨진것이아닌처음부터그렇게정해진운명인양….
이책은그겹겹이싸인진실을따라가는여행입니다.
세개의침묵
북한현대사에서세명의지도자들은각기다른방식으로침묵했습니다.
김일성은말하면서도침묵했습니다.혁명이란영웅담,민족의태양이란언어로.그목소리가너무크고선명해서그뒤에무엇이있었는지아무도묻지않았습니다.
그리고…그의리더십은과거의영광속에자신을감쌌습니다.
김정일은침묵함으로써말했습니다.잘드러내지않는지도자,결정되지않은결정,알것같으면서도알수없는의도….
그리고…그부재는그자체로권력이되었습니다.
그뒤로김정은이나타났을때,모두의시선은혼란스러웠습니다.
MZ세대의낯선지도자
2011년12월.아직은북한주민에게조차알려지지않았던20대의젊은청년이권력의한가운데섰습니다.
그는분명MZ세대였습니다.혈통은있었으나,경험은없었던애젊은청년.
백지에무언가를그려야했지만,그종이는이미누군가의글씨로가득차있었습니다.할아버지의글씨,아버지의글씨.
그는그위에자신의글씨를올려놓는대신전체텍스트를다시읽었습니다.
그렇게10년후,백두혈통은여전히백두혈통이었지만,그것이말하는의미는이전과달라져있었습니다.
이것이이책의첫번째수수께끼입니다.
불안정성이라는역설
여기서,우리가놓치기쉬운것이있습니다.
완성된리더십은반복만으로도유지됩니다.이미확보된정당성위에서있기때문입니다.
하지만불완전한리더십은끊임없이자신을재구성해야합니다.그과정속에서역설적이게도더욱강한인상을남기게됩니다.
약함이강함이되는순간,그역설의중심에서그의지도력이작동합니다.그중심에서정책은읽기전에먼저이미지로작동하게됩니다.
리더십이존재한다는증거는정책보다보여짐입니다.
공포와희망의교차
가장흥미로운부분은여기입니다.
전통적인독재는두려움으로세상을다스립니다.그래서단순하고설명하기쉽고예측가능합니다.
하지만김정은의리더십은달랐습니다.
그는불안을주면서도희망을주기도합니다.긴장을조성하면서도미래의이미지를배치합니다.
이것은모순이아닙니다.이것은설계입니다.
사람들은불안만으로는오래버티지못합니다.그래서그들에게기다릴이유를줍니다.아직오지않은미래를,언제올지는모르지만분명히올것이라는번영과약속을….
몸짓으로읽는세상
지도자를이해하기위해보통의사람들과정치학자들은언어를읽습니다.정책을,제도를,담론을.
하지만김정은을이해하려면언어너머로나아가야했습니다.
그의걸음걸이는무엇을말하는가?그의침묵은무엇을결단하는가?그의표정은무엇을통제하는가?그의눈물은무엇을숨기는가?
이질문들을따라가다보면,리더십도결국이야기라는것을알게됩니다.
질문의여정
이책을쓰기시작했을때나의질문은단순했습니다.“김정은은어떤리더인가?”
하지만글을쓰면서질문은변했습니다.“리더십은어떻게자기자신을재구성하는가?”
그리고마지막에남은질문은가장어려운것이었습니다.“우리는정말그의리더십을이해할수있을까?”
이책은그질문에대한답을제시하려는시도가아닙니다.오히려그질문속에서함께걷기를청하는것입니다.
현실이소설을능가할때
현실속에서의리더십은때로소설보다더극적입니다.
역사는때로예술보다더정교합니다.
김정은의리더십을읽어내는것은정책과제도의언어만으로는부족합니다.그래서우리에게는다른종류의눈이필요합니다.
침묵이말하는것을읽을수있는눈.행동에가려진그무엇을감지할수있는눈.이미지가만드는현실을꿰뚫을수있는눈.
이책은그러한읽음을시도할뿐입니다.
그들의삶에대하여
수백만의북한주민들은현재의리더와어떻게살아갈까?그것이이책을쓴진짜이유입니다.
북한주민들의삶은단순한피해의기록만은아닙니다.
그들은관계속에서살아갑니다.가족안에서,직장의동료와지역사회속에서.그들은제약속에서도웃고,불안속에서도기대를품으며,체제와의거리를재면서자신들만의방식으로의미를만들어갑니다.
김정은을이해한다는것은그관계의층위들을동시에읽는것입니다.
마지막초대
당신이이책을만났을때,때로는정치학자의언어로,때로는다른무엇의언어로쓰인텍스트를만나게될것입니다.
그것은의도입니다.
왜냐하면,김정은의리더십은단하나의언어로만말해질수없기때문입니다.
그의리더십을이해한다는것은단순하게그것을설명하기보다그언어의그림자속에공존하는복잡한진실들을받아들이는것이기때문입니다.
이책속으로,당신을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