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밀서

정원밀서

$15.00
저자

위난희

저자:위난희
2023년첫시집『나무가하는말,산책할까요』를출간했으며,풀잎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2024년두번째시집『흰구름잎사귀』,2025년그림책『자갈감자』를출간했다.팔마문학회동인으로활동하며,자연의질서를존중하는퍼머컬처농장노루숲을일구며시를쓴다.

목차

시인의말

1부순천만정원

목향장미
오월
순천만정원의꿈
파랑나비
안개꽃
멀구슬나무집에서
백목단
꽃이하는말
옥잠화
겨울정원
슬픔을건너가다
분꽃
정원밀서
물봉선화
한겨울

2부남도자연정원

무등산의눈
섬진강처럼
파도타기
멸치
봄밤
지리산
연두밀
선암매
와온바다
순천아랫장
여자만
오래된냄비
오름에서
고흥들판

3부우주의정원

가원(家園)에서
아프리카춤을추자
푸른고요
이순
탕탕털다
외갓집
선한사람
인생은아름다워
양순희할머니
남파랑길
흔들리는것들의근거
안녕
자전거와윌리를
비비디바비디부

4부네안의정원

토마토마리네이드
벤치를만들며
국수말기
다행이다
잎사귀지는오후
입춘대길
궁금한일
봄비
햄버거단상
환절기
살구나무집
칠월의노래
바람의색
리본
네안의나무

5부흙의정원

장담그는동안
시금치
여름이춤추다
날라리선생
누구에게나시냇물이있다
물총새
지평선
예초작업
파랑꽃상추
쥐이빨옥수수
게걸무
새벽숲은신들이돌아다닌다
얼룩
포도가지를전정하며
출판사서평

출판사 서평

정원은어디에있는가

『정원밀서』는정원의의미를근본부터다시묻는시집이다.위난희시인에게정원은하나의공간으로머물지않는다.정원은사람이가꾸는꽃과나무의한정된장소가아니라,생명이서로를살리며살아가는삶의질서이다.그래서이시집에서정원은순천만국가정원의꽃밭이기도하고,남도의들판과바다이기도하며,사람의마음깊은곳에자리한내면의정원이기도하고,마침내흙으로돌아가는생명의순환이기도하다.

1부순천만정원은꽃과나무가말을걸어오는세계이다.꽃이피는지금은기다림끝에도착한생명의시간을노래하고,「목향장미」,「백목단」,「옥잠화」,「물봉선화」는저마다의꽃이지닌시간과생의아름다움을비춘다.「파랑나비」,「꽃이하는말」,「정원밀서」에서는자연이오래간직해온침묵의언어가시가된다.꽃은감상의대상이아니라인간보다먼저삶의이치를알고있는존재이다.여기에서시인은자연의침묵을읽어내는생명의통역자가된다.

2부남도자연정원은담장을넘어산과강,바다와들판으로확장된다.「섬진강처럼」은순리에따라흐르는존재의시간을,「지리산」은묵묵히제자리를지키는생명의깊이를보여준다.「와온바다」와「여자만」은하루를마감하는풍경을넘어삶을품어주는커다란터전이되고,「순천아랫장」은시장의활기속에서사람의온기를되살린다.「연두밀」과「고흥들판」은평범한일상이가장소중한생명의기록임을일깨운다.남도의풍경은지역적배경을넘어한국인의삶과정서를품은살아있는정원으로다시태어난다.

3부우주의정원에서시인의시선은더욱깊어진다.정원은더이상꽃과나무가자라는공간에머물지않는다.그것은한사람의생애가되고,가족의기억이되며,인간과우주를잇는보이지않는질서가된다.「가원(家園)에서」와「푸른고요」는집과마음을하나의정원으로읽어내고,「선한사람」과「양순희할머니」는평범한삶속에깃든존재의숭고함을보여준다.「흔들리는것들의근거」,「비비디바비디부」,「안녕」은잃어버려서는안될희망을품고우주와인간이서로연결되어있음을들려준다.시인은보이지않는관계의질서를펼쳐보이며독자를더깊은정원으로이끈다.그곳은오래전부터우리삶속에깃들어있던생명의자리이다.

4부네안의정원은자연에서인간의가장깊은내면으로옮겨온다.「토마토마리네이드」에서는음식이단순한요리가아니라관계를숙성시키는시간이되고,「국수말기」에서는한그릇의국수에담긴사랑과기다림,환대가삶의철학으로확장된다.「벤치를만들며」는누군가쉬어갈자리를마련하고다른존재를위해자리를내어주는일이곧정원을만드는일임을소박한언어로전한다.
「입춘대길」,「환절기」,「바람의색」은계절의변화를통해마음의계절을읽어낸다.자연은끊임없이변하고사람은그변화를뒤늦게알아차린다.「리본」,「네안의나무」에이르면정원은마침내인간의내면에뿌리를내린다.밖에서찾던생명의근원이이미우리안에서자라고있었음을깨닫게한다.

5부흙의정원에서모든생명은흙에서시작하여흙으로돌아간다.시인은흙을단순한물질이아니라시간과기억을품은생명의근원으로바라본다.「장담그는동안」에서는발효의시간이곧삶의시간이되고,「파랑꽃상추」,「쥐이빨옥수수」,「게걸무」에이르는토종씨앗의시편들은이시집만의독창성을보여준다.

시인은이름없는먹거리를생명의문화사로읽어낸다.한알의씨앗속에는계절과농부의손길,오래이어온땅의기억이함께저장되어있다.토종씨앗은단순한식물이아니라생명의기억을품은존재이다.

「누구에게나시냇물이있다」는이시집의정신을가장선명하게보여주는작품가운데하나이다.사람마다마음속에는아직흐르지못한물길하나가숨어있다는시인의통찰은자연과인간을하나의생명으로바라보는시선에서비롯된다.물은밖에서흘러오는것이아니라우리안에서깨어난다.결국정원이란밖에조성하는공간이아니라내면의물길을회복하고생명의근원을다시흐르게하는일이다.

「포도가지를전정하며」는덜어냄으로써더풍성해지는삶의역설을보여준다.더좋은열매를위해가지를비워내는자연의지혜는곧삶의지혜가된다.마지막에이르면흙은더이상물질이아니라모든존재가시작되고돌아가는가장깊은고향이된다.

오늘날우리는속도와경쟁속에서생명의리듬을자주잊는다.그러나『정원밀서』는꽃이서두르지않고피듯이,나무가묵묵히계절을견디듯이,흙이말없이존재를품듯이살아가는일이얼마나깊은아름다움인지를들려준다.위난희시인은자연을노래하는데머물지않는다.자연의질서를삶의언어로번역하고,생명의순환을존재의철학으로확장한다.

『정원밀서』는남도서정을오늘의생명감수성으로확장한시집이다.이시집에서정원은꽃을감상하는공간이아니라생명들이서로를살리는삶의질서이며,남도의흙과바람,생활의언어는공존과순환의철학으로새롭게태어난다.위난희시의가장큰특징은명징한서정성과생태적사유의조화에있다.그의시에서정원과숲,들판과바다는단순한자연풍경이아니라생명의질서를드러내는존재이며,생활속의구체적인체험은보편적인생명철학으로확장된다.

위난희시는남도서정의계보를잇되,이를오늘의생명감수성과생태적세계관으로확장한다.정원을하나의공간이아니라삶의질서이자존재의방식으로사유하는그의시는지역성을넘어한국생태시의새로운지평을연다.

그것이바로『정원밀서』가우리에게건네는삶의정원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