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도,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인간은 사랑을 오해할지 모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각각 사랑의 불완전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모두 진심이었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어딘가 부족하기도 했습니다. 서툴렀던 이들의 과거를 통해 “사랑이라는 것은, 그리고 관계라는 것은 과연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세마포어, 인터럽트, 널 포인터, 오버플로우 그리고 핸드셰이크까지. 이 공학적이고 기술적인 용어를, 그리고 삭막하고 딱딱하기만 한 개념을,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풀어내어 사랑과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작품으로 엮어냈다.
은행나무 길, 밑줄 친 한 문장, 실루엣과 라떼 한 잔. 같은 문장을 시차를 두고 반복하며 그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독자가 스스로 재게 만든다. 시간과 감정과 인물을 사물의 배치만으로 변화시키는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
무지, 오인과 자각. 스물한 살에 받아 든 문장이 십수 년 뒤 남자의 손에서 다시 펼쳐지고, 대학 벤치에서 시작된 시험이 태평양을 건너 물 한 컵으로 끝난다. 훈과 미연의 ‘무지, 오인과 자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사랑이라고 불러왔는지를 되묻게 된다.
책 속에서
말할 때마다 입술이 움직였고, 목소리가 들렸다. 말할 때마다 입술이 움직이고 목소리가 들렸다니… 이 당연한 일이 왜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먼저 그의 목도리를 살짝 잡아당겼다. 그 짧은 당김이 닿는 순간,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소음이 일제히 멎었다.
‘5월의 신부?’ 신부가 많다면 신랑도 그만큼 많을 텐데, ‘5월의 신랑’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생각이 들 때마다 그녀는 피식 웃곤 했다.
사랑받아서가 아니라, 사랑을 계속 ‘증명’해야 겨우 살아남는 것 같아. 이상하지 않아? … 그게 사랑이야?
중요한 건 오늘이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하루, 그걸 잘 살아내는 게 다인 거지. 안 그래?
바의 조명이 모든 걸 드러내지 않듯, 사람들도 전부를 말하지 않는다. 결국, 말하지 않은 것들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니까.
바텐더는 정성스럽게 잔의 안쪽과 바깥쪽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닦아내는 행위는 단순했다. 닦아낼수록 투명해졌다.
if 말고 while : 무지, 오인과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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