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전화 09 엄마에게 가는 길 12 같은 공간 다른 공기 15 응급 중환자실에서 만난 엄마 17 중환자실 문이 닫히고 20 내 생일 23 우리는 기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26 코로나라는 벽 29 결국 전원에 대한 희망도 가져보지 못했다 32
2부.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시간
엄마라는 사람 39 엄마의 음식 43 엄마의 냄새 46 엄마의 번호 48 구급차 소리 50 세상 어디에나 엄마가 있었다 52 병원을 올려다보던 시간 54 계절은 바뀌는데 56 엄마를 깨우기 위한 작은 기적들 58 돌아오지 못하는 몸, 놓지 못하는 마음 61 엄마를 가장 오래 사랑했고 필요로 했던 사람 65 엄마가 없는 집 68
3부. 엄마를 보내는 계절
새벽 3시 40분 74 차가운 엄마 앞에서 79 영정사진 앞에서 83 엄마를 보내는 준비 86 영정사진을 품고 서 있던 아이 89 엄마를 산에 두고 오던 날 92 내 이름 아시죠? 95 엄마를 두고 온 뒤 98
4부.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엄마를 찾아다니던 시간 102 꽃이 자라는 만큼 105 엄마 없는 첫 추석 107 엄마의 첫 제사 110 엄마가 보내준 바다 113 만남이라는 이름 116 엄마를 정리한다는 것 120 엄마가 없는 생일 125 엄마와 목욕탕 128 엄마는 아빠를 돌려보냈다. 132
5부. 엄마가 남겨둔 것들
단감 137 엄마의 여름 신발 140 유리병 속 엄마 143 엄마의 반지 148 엄마의 목소리 파일 152 로드뷰 속 엄마 155 엄마 이름이 적힌 장우산 158 엄마의 수첩 160
6부. 엄마가 남긴 사람들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165 큰딸은 늘 먼저 어른이 된다 171 가장 가까운 딸 176 내가 만나지 못한 언니 181 그날 이후, 나는 185 장나무 195
작은언니가 먼저 병원으로 달려갔고, 그나마 근처에서 가장 큰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구급차 침대에 누운 채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고 계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머리가 핑 돌았다. 이대로 서 있으면 정말 쓰러질 것 같았다. 나는 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털썩 주저앉았다. 차가운 변기 뚜껑의 감촉이 느껴졌지만 그마저도 현실 같지 않았다. ‘아니겠지.’ ‘엄마인데.’ ‘우리 엄마인데.’ ‘금방 괜찮아지시겠지.’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뒤엉켜 지나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너무 큰 충격은 사람을 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만든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엄마가 쓰러졌다는 말. 그 한 문장만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엄마가 계셨던 시간과 엄마가 쓰러진 이후의 시간으로 나뉘어 버렸다. - 그날의 전화 - 중에서
결국 가족들은 엄마의 물건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별장 옆, 엄마가 매일 드나들던 공간에서 우리는 엄마의 옷과 물건들을 태웠다. 불길이 올라가고,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나는 연기를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연기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 연기를 따라 엄마에게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울었다. 그 시간 내내 내 머릿속에는 엄마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모든 옷을 보낼 수는 없었다. 유독 엄마가 입었을 때 내가 좋아했던 옷이 있었다. 엄마에게 참 잘 어울리던 옷. 그 옷만은 끝내 태우지 못했다. 나는 그 옷을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내 방 한쪽 옷걸이에 걸어 두었다. 매일 바라봤다. 매일 만져 봤다. 그리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날에는 그 옷을 안았다. 엄마를 안을 수 없으니까. 엄마의 품이 그리우니까. 옷이라도 안고 싶었다. 그 시절의 나는 엄마를 보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 엄마가 없는 집 - 중에서
엄마는 늘 반갑게 대답했고, 우리는 단감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누다가도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곤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평범한 대화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이제는 단감을 봐도 전화를 걸 사람이 없다. 단감을 먹어 줄 엄마도 없고, “응, 먹었지.” 하고 대답해 줄 엄마도 없다. 신호음 너머로 들려오던 엄마 목소리도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단감은 과일이 아니라 그리움이 되었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엄마를 데려오는 존재.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함보다 먼저 보고 싶은 마음이 차오르는 존재. 어쩌면 사람은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꽃으로 남고, 어떤 사람은 노래로 남고, 우리 엄마는 단감으로도 남았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엄마를 만난다. 마트 진열대 앞에서, 주황빛 단감 한 알 속에서, 그리고 단감을 보면 가장 먼저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내 마음속에서... - 단감 - 중에서
엄마가 머무르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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