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설명하지않고,소리뒤의이야기를찾는다
이책은곡의형식이나연주기법을앞세우는입문서가아니다.저자는고전음악을'역사의후손이자시대의산물','삶의은유이자영혼의고백'으로바라본다.음악을이해하려면작곡가의생애뿐아니라그가살았던시대의정치와사회,철학과문학까지함께살펴야한다는관점이다.
그래서책의무대는음악회장에머물지않는다.스페인내전과프랑스혁명,러시아혁명과스탈린체제,두차례세계대전과나치의광기,세기말빈의유대인사회까지이어진다.음악은시대의소음과억압속에서탄생한개인의고백이되고,문학은악보에적히지않은의미를발견하는통로가된다.
바흐에서베토벤까지,'강'과'광장'으로나아가는음악
제1장「베토벤의강」은바흐,하이든,모차르트를거쳐베토벤으로흐르는고전음악의계보를살핀다.헤밍웨이의『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를통해바흐〈골드베르크변주곡〉의처음과끝을읽고,칼세이건의『코스모스』와바흐〈평균율클라비어곡집〉에서우주의질서와조화를발견한다.디킨스의『두도시이야기』는하이든의마지막교향곡〈런던〉과만나고,움베르토에코의『장미의이름』은모차르트후기교향곡의비극과희극을비춘다.
제2장「베토벤의광장」은음악이개인의밀실을벗어나시대와인간을향하는순간을다룬다.『호밀밭의파수꾼』은〈에로이카〉의이상과연결되고,카뮈의『시지프신화』는교향곡제5번의투쟁의지를해석하는열쇠가된다.『그리스인조르바』와교향곡제7번은춤과도취를,토마스만의『파우스트박사』와교향곡제9번은절망끝의환희를,『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과마지막현악4중주는무거움과가벼움의역설을묻는다.
슈베르트ㆍ브람스ㆍ차이콥스키,불완전한존재를위한위로
제3장「베토벤의밀실」은베토벤이후의낭만주의음악이개인의내면으로깊이들어가는과정을보여준다.슈베르트의〈미완성교향곡〉은『위대한개츠비』의좌절된꿈과만나고,슈베르트피아노소나타는『해변의카프카』와『롤리타』를통해가벼움ㆍ불완전함ㆍ연주의진실을묻는다.슈만의광기와낭만은『모비딕』의바다에,멘델스존의선율은루카치의『소설의이론』에이어진다.
브람스교향곡제1번을다룬대목에서책은위대한이상에도달하지못한채살아가는평범한사람들에게시선을돌린다.베토벤의음악이닿기어려운피안의진리라면,브람스의음악은우리가발딛고사는차안의진실이라는것이다.도스토옙스키의『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과차이콥스키의〈비창〉,헉슬리의『멋진신세계』와드보르자크교향곡제9번은러시아의심연과신세계의이상ㆍ불안을함께들려준다.
바그너에서시벨리우스까지,시대의소음위로들려오는음악
제4장「베토벤의바다」는근현대의격랑속에서음악이어떻게권력ㆍ전체주의ㆍ소외ㆍ진보와맞섰는지를따라간다.마르케스의『백년의고독』은바그너〈니벨룽의반지〉와독일역사의굴욕과욕망을비춘다.최인훈의『광장』과브루크너교향곡제7번은절대음악과표제음악의경계를묻고,카프카의『성』과말러교향곡제5번은이방인의고독을무대위로불러낸다.
괴테의『파우스트』는말러교향곡제8번의구원과연결되고,오웰의『1984』는쇼스타코비치교향곡제5번에봉인된목소리를읽는열쇠가된다.엘리어트의『황무지』와스트라빈스키〈봄의제전〉은문명아래숨은야만과원시성을드러낸다.마지막으로흐라발의『너무시끄러운고독』과시벨리우스교향곡제7번은진보의이름아래밀려난고독한영혼을응시한다.
24개의질문과추천음반이만드는입체적인감상지도
각글은문학작품과음악작품의기본정보,시대적배경,작가와작곡가의생애,작품을둘러싼논쟁을한흐름으로엮는다.장말미에는저자가선정한추천음반과연주해설을붙였다.같은곡이지휘자와연주자에따라어떻게달라지는지비교하며들을수있도록돕는다.
책의네장은'강광장밀실바다'라는공간의은유로이어진다.음악의계보가강처럼흐르고,베토벤의음악이광장으로나아가며,낭만주의음악은개인의밀실로들어간다.근현대음악은역사의거대한바다와마주한다.이흐름을따라가다보면클래식은작곡가와작품명을외우는지식이아니라,인간과시대를이해하는하나의이야기로다가온다.
음악을듣던귀로문학을읽고,문학을읽던눈으로음악을듣다
『문학이음악이되는순간』이제안하는감상법은간단하다.먼저질문을읽고,문학의이야기를따라가며,음악을듣는것이다.가사가없는고전음악은정답을주기보다의미를찾게한다.독자는저자의해석을유일한결론으로받아들이는대신,자신의경험과기억으로또다른이야기를만들어갈수있다.
책을덮고나면음악이조금은다르게들릴것이다.오래들어온곡에서처음보는풍경을발견하고,책장에묵혀둔소설을다시꺼내게될지도모른다.읽으니들리고,들으니보이는순간.이책은클래식과문학사이에놓인문을열어주는고품격인문음악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