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면 사회 : ‘잠’으로 읽는 한국 사회, 불면의 사회학

무수면 사회 : ‘잠’으로 읽는 한국 사회, 불면의 사회학

$22.00
저자

김찬호

저자:김찬호
사회학자이자문화인류학자.성공회대학교교육대학원교수로,사회학을전공하고일본에서마을만들기현장연구로박사논문을썼다.현재대학에서문화사회학과교육학을가르치고있으며,다문화사회,노년의삶,자녀양육,마을공동체등여러주제로강의와글쓰기를진행하고있다.또한서울시립청소년직업센터부센터장을역임했다.저서로는『모멸감』,『고통을다스리는민주주의』,『대면비대면외면』외다수가있으며,역서로는『완벽한부모가놓친것들』,『비통한자들을위한정치학』등이있다.
오랜시간불면을직접겪으며,잠이개인의건강문제뿐아니라한사회의구조와삶의모습을드러내는중요한요소임을절실히느꼈다.왜우리는더풍요로워졌는데도편안히잠들지못하는지,왜우리의밤은점점짧아지는지에대한사유를『무수면사회』에담았다.불면이지배하는이시대를사회적맥락으로살펴보고,그안에서점점불안해지는사람들의마음을함께들여다보며,과연어떤삶이좋은삶인지묻고자한다.

목차

들어가는글불면이내게건네온질문
프롤로그안녕히주무셨습니까?

1장우리는왜잠을잃었을까
잠을빼앗긴사회
잠을잔다vs잠이든다
눈을감는다는것
졸음의미덕,낮잠의미학
전철에서의꿀잠이말해주는것
권력자의밤은어떤빛깔일까

2장때때로잠은평등하지않다
24/7의모던타임스와수면불평등
한강의기적과사라진밤들
심야배송은지속가능한가?
전쟁의트라우마그리고악몽
난민은어디에몸을눕히는가
당신의침실을보여주세요

3장불면과화해하면또다른밤이온다
마음위에무엇을올려놓을까?
후회와자책으로이불킥할때
모멸감에시달리며뒤척일때
잠들기전에는내려놓는다
숨결이잠결이될수있도록
불면증과함께살아가기

4장잃어버린밤을회복하는기술
어린왕자가하루마흔세번석양을본까닭
저녁에삶이담기려면
태초에밤이있었다
잃어버린밤을찾아서
창의성이반짝이는시간으로
아침이눈을뜰때

5장잠을돌려주는사회를향해
아이들의등교시간을늦추자
산모에게잠을허하라
어른에게도자장가가필요하다
돌봄의마음,연민의힘
잠들어있을때드러나는것들
사랑과우정이수면제다

출판사 서평

“잠을줄여야성공한다!”
압축성장의신화는어떻게우리의밤을빼앗았나

“잠이오냐?”라는말에는한국사회가잠을바라봐온오래된태도가압축돼있다.할일이남았는데잠을자도되느냐는질책,잠자는시간을줄이는것을성실함과의지의증거로여기는문화다.『무수면사회』는오늘날의불면을스마트폰과카페인에서만찾지않고,한국사회가성장해온시간속으로거슬러올라간다.

책에는100여년전일본오사카방적공장에서밤잠을빼앗긴채일했던조선인소녀노동자들의노동요가등장한다.이후한국은초고속산업화과정에서장시간노동과야근을성장의동력으로삼았고,직장인들은긴통근시간을감수했으며,청소년들은‘4시간자면붙고5시간자면떨어진다’는‘사당오락’의경쟁논리속에서잠을줄였다.저자는한국이경제적풍요를이루는동안시간의가난,즉‘타임푸어’가일상화되었다고지적한다.2016년OECD통계수치를바탕으로한국인의평균수면시간이회원국평균보다31분짧았다는사실도설명한다.

그리고그역사는오늘날의심야배송으로이어진다.밤10시부터오전6시까지누군가는물류센터에서상품을분류하고,누군가는도로를달린다.맞벌이가정과1인가구에는더없이편리한서비스지만,그편의를가능하게하는야간노동자의수면과건강은어디에놓여있을까.저자는새벽배송을단순히찬성하거나반대하는대신,소비자의편익과노동자의건강,기업의효율과사회적비용사이에존재하는‘보이지않는경계’를묻는다.“새벽은상품이도착하는시간이기도하지만,누군가에게는절실한잠과회복의시간”이라는문제의식이이책의사회학적시선을가장선명하게보여준다.

잠의본질부터수면친화적삶까지
가장사적인잠의가장사회학적인얼굴

『무수면사회』는잠의본질에서출발해,불면을만들어내는사회적조건과마음의구조를차례로따라간다.1장에서는잠이인간에게어떤의미를갖는지살피며,한국사회의수면부족문화를되짚는다.2장에서는자본주의와수면불평등,심야노동,전쟁과난민의밤을통해잠을둘러싼사회적조건을분석한다.하루는누구에게나24시간이지만,밤은누구에게나똑같이주어지지않는다.사회경제적지위가낮을수록장시간노동과불안정한일자리,소음과빛공해등열악한주거조건에노출되기쉽고,여성은일과육아의이중부담으로잠을잃는다.저자는이러한현실을‘수면불평등’의문제로읽는다.잠을개인의건강관리차원에서만바라보면보이지않던계급과노동,정치,젠더등의격차가밤이되면선명하게드러난다.

이어3장에서는밤마다되살아나는후회와자책,모멸감과불안의메커니즘을살피고,‘예정된걱정시간’같은인지행동치료의방법과호흡·이완등을소개한다.4장에서는저녁과밤,아침이지닌감각과의미를되짚으며잃어버린하루의리듬을회복하는방법을살핀다.마지막5장에서는등교시간,산모의수면,돌봄,연민,사랑과우정등을통해수면친화적사회의조건을제안한다.특히한국청소년의밤은입시경쟁과떼어놓고보기어렵다.책에따르면한국청소년의평균수면시간은약5시간32분에서6시간수준이며,고등학생의약47퍼센트가하루6시간미만을잔다.반대로등교시간을늦춘사례에서는수업집중도와정서안정이개선되고지각이줄어드는변화가보고되었다.개인에게“일찍자라”고말하기전에학교와사회가실제로잠잘시간을허락하고있는지부터물어야한다는것이다.산모의수면역시개인의육아능력만으로설명할수없다.밤낮없이깨어나는신생아를돌보면서도회복할시간을보장받지못하고,핵가족화와관계망의약화로돌봄을혼자떠안는산모가늘었다.결국“누가잘수있는가”라는질문은“누가안전하고보호받는가”라는질문과맞닿는다.

잠을빼앗고,다시잠을판다
‘무수면사회’에서우리는어떻게다시밤을되찾을것인가

또하나흥미로운지점은수면이거대한산업이된역설이다.실제로세계수면관련의료·산업시장이750억달러,국내시장역시3조원을넘어섰으며,수면클리닉,수면제와건강기능식품,침구,각종슬립테크가빠르게성장하는추세다.저자는이를두고자본주의가한편에서는사람들을더오래깨어있도록압박하면서,다른한편에서는빼앗긴잠을다시상품으로판매한다고지적한다.

그러나『무수면사회』가개인의책임을사회탓으로돌리지는않는다.저자는자신의불면경험을솔직하게꺼내놓으며,사회의구조와개인의마음이만나는지점을함께들여다본다.4장에서는하루를무한히연장하는24시간사회에서사라져가는저녁과밤의감각을복원하고,좋은잠은잠자리에눕는순간이아니라아침부터준비된다는사실을이야기한다.

그래서이책이독자에게건네는질문은“오늘몇시간을잤는가”가아니다.왜쉬는동안에도불안한지,나의하루에는낮과밤을가르는경계가있는지,내가누리는편리함이누군가의밤을희생시키고있지않은지,서로가안심하고잠들기위해어떤관계와사회가필요한지를돌아본다.결국저자가말하는수면친화적사회란모두가똑같이일찍잠드는사회가아니라,각자의몸이요구하는휴식과회복이존중받는사회다.『무수면사회』는우리가어떤속도로일하고소비하며경쟁하고돌볼것인지그리고어떤삶이‘좋은삶’인지묻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