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적 인간: 잘 알지 못해도 괜찮은 국내 미술관 여행

미술적 인간: 잘 알지 못해도 괜찮은 국내 미술관 여행

$18.00
저자

문하연

저자:문하연
간호학을전공하고대학병원에서간호사로일했다.그림에대한이끌림으로미술을감상하며관련서적을탐독하기시작했고,예술의전당인문아카데미에서미술과예술을공부했다.2018년과2025년,두차례에걸쳐《오마이뉴스》‘올해의뉴스게릴라상’을수상했다.창작오페라〈아파트〉에작사로참여해세종문화회관에서초연했으며,네이버플레이리스트드라마극본공모에미니시리즈가당선되어드라마와시나리오를집필하고있다.이밖에도소설,에세이,대본등다양한분야의글쓰기를이어가는중이다.저서로《다락방미술관》,《소풍을빌려드립니다》,《다락방클래식》,《명랑한중년,웃긴데왜찡하지?》,《미술적인간》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우리나라미술관중에서어디가가장좋아요?

부소갤러리┃잠깐만,나저그림다시한번보고올게

이상원미술관┃파괴될수있지만,패배하지않는다

박수근미술관┃천국이가까운줄알았는데멀어,멀어

구하우스미술관┃예술은소유하는것이아니라공유하는것

석파정서울미술관┃나는잘지내고있습니다

제주현대미술관┃엄마좋아하는그림실컷봐서행복했어?

본태박물관┃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

삼탄아트마인┃오늘도무사히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빈센트반고흐,절망에서역작을그리다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카라바조,죄를덮은천재성

국립중앙박물관┃시대에는시대에맞는예술을,예술에는자유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예,저는까치그리는사람입니다

이응노미술관┃한국근현대여성미술가들

서울시립미술관┃이런마당에내가어찌향기나는백합을그릴수있었겠느냐?

환기미술관┃환기블루

알천미술관┃기이한것은아름답다

이우환공간┃이우환과류이치사카모토

호암미술관┃천원짜리지폐에새겨진정선의그림

리움미술관┃인간은무엇인가?

뮤지엄산┃청춘은시기가아닌마음가짐

에필로그┃나도혼자있으니혼잣말이나왔다

출판사 서평

계절따라,마음따라떠나는‘국내감성미술관큐레이션’

《미술적인간》은벽에걸린그림을바라보는일차원적인관람기를넘어미술관의건축미와그것을둘러싼계절의풍경,독특한아우라를감각적인필치로담아낸다.저자는미술관을단순히작품을수장하고전시하는건물이아니라,지친현대인들이잠시숨을고르고자기자신과조용히독대할수있는‘지상의쉼터’로재해석한다.이처럼저자가안내하는전국각지의미술관지도를따라가다보면,미술관관람이더이상어렵고특별한문화행사가아니라주말에가벼운마음으로떠날수있는‘근사한여행’이자‘나를다시만나는시간’임을깨닫게된다.

거장들의숨겨진인간미와지독하도록아름다운삶의서사

《미술적인간》이지닌가장강력한매력은화려한명성뒤에숨겨진화가들의지극히인간적인서사를저자의삶과자연스럽게연결하는데있다.본문에서는화가들을신격화하거나거창한미학적수사로포장하지않는다.대신그들이겪어내야했던지독한가난,고독,질병,그리고시대의폭력을다루며,그럼에도끝내붓을놓지않았던예술가들의삶을우리와다르지않은한인간의이야기로들려준다.나아가아마추어화가의그림앞에서가난했던옛날을떠올리던부친,함께제주를여행한아들,벗어나고싶었으면서도그리웠던엄마처럼저자자신의삶도그림곁에나란히놓아둔다.저자는말한다.작품감상은정답을찾아가는과정이아니라타인의삶을이해하고,그이야기에비추어자신의지난시간을돌아보는일이라고.옛그림이오늘의우리에게걸어오는이야기들을가만히들어보자.

완벽하지않아서아름다운,우리모두는‘미술적인간’이다

완벽한사람은없다.완벽하지않기에어쩌면완전할수있다.미술에대한지식이없어도미술관을향해발걸음을옮기는설렘,창밖의계절과나무를바라보는여유,그리고수많은그림중유독내마음을흔드는소박한그림한점을찾아내는기쁨이면충분하다.감상에는정해진답도,반드시갖춰야할지식도없기때문이다.쓸쓸한풍경화에서자신의지난삶을떠올리고,낯선작품앞에서오래잊고있던사람을생각하는순간,우리는이미지식의틀을깨고나온가장솔직하고아름다운‘미술적인간’이다.일상의무게에짓눌려마음의휴식이절실한이들에게,그리고예술을통해삶의의미를재발견하고싶은모든이들에게《미술적인간》은조금특별한또하나의작품이되어줄것이다.

책속에서

“아빤,이그림이좋아요?”내가물었다.부친은“응.좋아.옛날생각이나서.옛날엔다들이렇게가난하게살았거든.”나는한걸음뒤에서부친의그림감상이끝나기를조용히기다렸다.관계자두분이내곁으로왔다.난두분께우리아버지가저그림을가장좋아하신다고말했다.한분이왜그그림이좋은지내게물었고,그순간난구부정한어깨의부친이두손을모으고쓸쓸하기짝이없는얼굴로쓸쓸하기짝이없는그림을지긋이바라보는걸발견하고말았다.느닷없이목이멨다.내목상태를알리없는부친이나대신답했다.
-p.15

우리가미술관에가는이유는뭘까?어떤사람은영감을얻기위함이겠고,어떤사람은예술가의삶과작품을통해위로를받고,또누군가는아름다움을관람하는것자체로행복을느끼기때문일것이다.미술관에자주가면서아쉬울때가있다.고가의작품이기에조심해야하는건당연하지만,지나치게엄숙한분위기로관람객을통제하거나편안하게감상할수있는의자조차없는경우가그렇다.위안과감동을얻으러왔다가이런사소한불편감으로인해마음이상하기도하는데,여기전혀그럴위험이없는‘집같은’미술관이있다.더구나이곳의작품규모는그야말로역대급이다.
-p.41

속이편치않은내게아들은“엄마좋아하는그림실컷봐서행복했어?”라고묻는다.이거혹시돌려까긴가?싶어잠시혼란이왔지만,그러기엔아들의표정이해맑았다.내가〈한땀!한땀!〉에정신이팔려있을동안혼자두시간기다리느라저도지루하고힘들었을텐데,내마음을먼저살피다니.만일그가좋아하는게임하느라내가혼자카페에서두시간이나기다렸다면어땠을까?(엄마금쪽이난동예상)나도게임하면서행복했냐고진심으로물을수있을까?어쩌면이런그림을다시볼수없는것처럼아들과의여행도다시올수없는시간인데.그러니내가해야할말은타박과빈정의언어가아닌늦어서미안하단말이었다.
-p.74

왼쪽그림은두사람이한창연인이었던시절,실레가그린노이칠의모습으로회색망토를두른그녀가사랑스러운미소를짓고있다.실레는중산층집안의에디트와결혼했으나얼마후에디트는임신한몸으로당시유럽을휩쓸었던스페인독감에걸려사망하고,3일후실레역시같은병으로눈을감는다.1918년,오스트리아는클림트,에곤실레,콜로만모저,오토바그너라는빈의모더니즘을이끌었던거장네명을한꺼번에잃었지만,그간그들의노력으로빈을예술의주변부에서다시금중심부로옮겨놓는데성공했다.
-p.131

〈나무와새〉는그의시그니처(까치와나무,아이와마을,해와달과같은)가모두들어간작품으로1958년뉴욕월드하우스갤러리에서열린〈한국현대회화전〉에전시된작품이다.그의그림에등장하는까치는작가자신의분신으로읽히는데,이에대한일화가있다.1977년,그가양산통도사경봉스님에게법명을받을때스님은그에게“뭘하느냐?”라고물었고,그는“까치그리는사람입니다”라고답했다.스님은“쾌하다”라며그에게‘비공거사’와‘까치작鵲’을두번붙인‘작작鵲鵲’이라는법명을지어줬다.자기자신을그림그리는사람이아닌‘까치를잘그리는사람’이라고콕집어표현했다는점은흥미롭다.또작작鵲鵲은까치의울음소리‘깍깍’을떠올리게해이또한재밌다.
-p.140

절필을선언했지만,뼛속까지화가인그가어찌그림을그리지않을수있겠는가?1995년호암미술관에서그의대대적인회고전이열렸고,유례를찾아보기힘든인파가몰려들었다.한달새8만명이넘는관람객이다녀갔고폐막식날엔너무많은사람으로인해산소부족이발생했고,한사람이쓰러지는일까지벌어졌다(다행히금방깨어났다).전시와동시에그는《천경자화집》과수필집《탱고가흐르는황혼》을출간했다.당시71세였던천경자는고령임에도그림과문학을오가며왕성한창작활동을했으며,명실상부대한민국예술계의가장핫한셀럽중하나로입지를굳혔다.
-p.161

‘실험적이고혁신적인’에방점을찍고전시를둘러보면그의작품을이해하는데다소도움이될것이다.일단그의작품은영상이나설치작품이많은데,완성작이아니다.전시장안에서계속변화하고진화한다.영상작품의경우전시장곳곳에설치해놓은센서에의해관람객의몸짓,음성등전시장의환경이감지되고,감지된정보들은설치된영상에실시간으로영향을끼치며영상들을미묘하게변화시킨다.말하자면일정한세계를만들어놓고외부에서습득된정보를최첨단기술을통해다시그세계로집어넣는방식을취하는것이다.
-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