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공자,마르크스와러셀,스테판에셀…….
세기의철학자들이외치는한목소리!
“지금당장‘나와너,우리모두’를위한철학을시작하자!”
■불안과반항의‘중2병’vs.열정과행복의‘철학병’
“북한도무서워침략을주저한다는,호환마마보다더무시무시한‘중2병’!”어른들은자기도모르게고개를절레절레흔들며반은우스갯소리로(반은울화에휩싸여)열다섯살무렵의아이들을으레이렇게부르고,이렇게대한다.하지만아이들을(또는나자신을)중2병이라고쉽게단정짓기전에‘왜아이들은(왜나는)이무렵에고독과불안,자신에대한연민또는허세,세상에대한불만과반항으로가득차게되는걸까?’한번쯤은고민하고이해해보자.
이책의저자김종옥은열다섯살아이들이“내리깐눈은그대로둔채,고개를약간삐딱하게외로꼬면서턱을쳐들기시작하는”이유를들려준다.“수천혹은수백만년동안인류에게이어진질문-‘나는누구인가,나와우주(세상)는어떻게생겨났나,나는이세상을어떻게살아야하나?’-이십대의초반에한꺼번에몰아닥쳐와서문을두드리면,우리는불안한열정에휩싸인다.다만그때는어쩐지홀로앓고있는병같아서누구와도얘기를나누지못하는거다.”그렇다.대체로사춘기가시작될때우리는‘나와내가살고있는이우주(세상)에대한끝없는질문’에빠져버린다.‘철학병’에덜컥걸려버리는거다.어쩌면아이들은거대한질문의바다,철학의바다위에서어디로가야할지모른채표류하는자신을발견하고는그고독과불안을향해반항하는건지도모른다.그리고이책은아이들의그불안한열정이즐겁고도깊이있는생각으로,행복하면서도책임감있는삶으로바뀔수있도록응원한다.아이들의질문과고민이진정어디로향해야하는지,앞으로어떤‘앎과삶’을누려야하는지들려주면서철학병에더심하게걸리길권한다.
“대체생각을뒤집고,파헤치고,깨부수지않고서어떻게청년이될수있다는말이지?철학이란나자신과세상을향해치열하게질문하고행동하고책임지는‘삶’이면서,나와세상에대한‘사랑’이야.그러니지금‘나’만의철학을시작하자.나를가두는경계를뛰어넘어우주의시민이되자.철학적성찰과열정과용기로매순간새로운나를만들자.내가있어행복한나,내가있어행복한세상을만들자!”
우리는할일이많아.나와세상의어디가아픈가도찾아내야하고,무엇이좋은방향인가도알아야하고,역사의수레바퀴를굴릴체력과실력,열정도키워야하고,드높이소리치고멀리가는노래를부를용기도있어야해.세상을보는눈,자기삶을성찰하는이성,아름다운열정을두루갖추고용감히나서야해.느끼는일도,찾는일도,외치고나서는일도모두나의일,너의일,우리의일이야.
-본문중에서
청소년인문교양소설《공자,지하철을타다》,《장자,사기를당하다》등을통해특유의생생하고도깊이있는이야기솜씨를인정받은철학자겸작가김종옥.저자의책에는종이위에인쇄된지루한글이아니라,마치무더운여름날찾은계곡의물소리처럼시원한이야기가가득하다.특히이번《철학의시작》에서는,고대그리스로부터21세기현대까지의수많은철학자의사상,과학자의핵심이론을비롯해아름다운시구,흥미진진한소설속문장,영화의명장면,신문사회면뉴스까지망라하면서그것들이‘나의철학’과어떻게연관되는지명쾌하게들려준다.이제“능란한혀로생각을희롱하고날카로운눈빛으로의식을쪼아대는”김종옥과함께우주시민철학학교의자에앉아‘나와세상’에대한격렬한수다를본격적으로떨어보자.잠깐,우주시민철학학교?대체그게뭐지?
■더이상‘자잘한나’로살기싫다면이제‘우주시민’이되어봐!
“철학적성찰은,우리를단지이세상의다른사람들과전쟁관계에있는도시의성역속시민이아니라,
우주의시민이되도록한다.”
-버트런드러셀
고대그리스의철학자디오게네스가자신을‘우주의시민’이라고표현한이래로생각의자유를옭아매는틀에서벗어나있다고,철학을한다고자부하는많은사람들이자신은우주시민이라고폼을잡았다.우리는철학을시작하게되면안으로는스스로만든틀을부수면서나의내면깊숙이들어가고,바깥으로는내가속한학교,도시,국가,인종을넘어끝없이펼쳐진우주의까마득한시공간으로생각을확장해간다.그래서내가삶의매순간철학을한다면나의영역은나자신과이우주전체가되며,나는우주시민이된다.그러니까우주시민철학학교는이우주시민증을발급받는곳이군!
“나는생각한다.그러므로나는존재한다”는데카르트의명언이나‘호모사피엔스(지혜로운인간)’이라는단어가암시하듯사람은누구나철학자로태어난다.누구나사춘기가시작될무렵어떤날이면자신만의외로움의동굴로들어가,‘나는누구인가,나는어디서왔는가,나는어떻게살아야하나?’같은본질적인질문을선두로하여철학을시작하게된다.그날이오면세상모든것이침묵의바다에서튀어나와철학의바다로몰려든다.철학이란이처럼내존재와,내존재가태어난이우주(세상)에대한질문을끝없이이어가면서스스로에게납득할만한설명을하고싶어하는것이다.
그런데철학은다른학문과는구별되는특성이있다.첫째,철학적질문에는정답이없다.예를들어‘생명이란무엇인가?역사를움직이는힘은무엇인가?’라는질문에대한하나의정답이있을순없잖은가?중요한건질문을던지고세상의지식과상식을발판삼아‘나만의성찰렌즈’로질문의답을스스로찾아나가는과정에있다.둘째,철학은오지랖넓은참견꾼같아서,철학의질문에는한계가없다.모든학문을동원해나와내주변,내우주를알고싶어하기때문이다.
내가이세상을바라보고느끼는동안은이세계,이우주는바로나를둘러싼껍데기일지도모른다.그래서나는나를궁금해하고근심하듯내세상을궁금해하고근심하는거다.때문에우리는내세상안에서살아가는수많은‘나’들에게수많은생명체와생명아닌것들에게친절해야한다.내가태어나지금여기에살고있는이상,나는나와내세계에책임이있다.나와내세상(그리고그안의수많은존재들)을치열하게알아갈것,나와내세상에치열하게발언하고행동할것,그래서내가산만큼내세상을만들것.이게중요하다.마르크스는이런말을하지않았던가?“중요한건세계를해석하는것이아니라세계를바꾸는것이다.”
■내안에수천혹은수백만년의철학이담겨있다고?
재밌는사실은,우리가가지기시작하는철학적질문들,생명과우주에관한이소박한(?)질문들이동서양을막론하고이미이천몇백년전부터똑같이시작되었다는거다.다만지금우리는이천몇백년의세월동안(크게보면수백만년전‘호모속’의원인류부터)인류가쌓아놓은엄청난지식을기반으로철학한다는것이다를뿐이다.우리는그생각들을한발한발딛고‘거인의어깨’위에올라앉아나와내세상을바라보고있다.동서양철학의아침을연철학자들만살펴봐도그어깨의넓이를짐작할수있으리라.
먼저서양철학의시조로는,만물의근원을찾아헤매던자연철학자들,평생‘선(착함)’에몰두했던소크라테스,철학자가다스리는이상사회를꿈꾸던플라톤,모든사물속에서진리를찾았던아리스토텔레스,완전한자유혼의소유자인디오게네스,방탕과탐닉이아닌‘고요한쾌락’을강조한에피쿠로스,캔디처럼참고또참으며신에게순응한스토아학파등이유명하다.
동양에서도서양과비슷한시기에본격적인철학의시대가열렸는데,군자의덕목‘어짊(인)’을설파하면서이천년가까이동양의스승이된공자,인간은본디착한존재라고굳게믿는동시에,정의로운세상을위해서라면혁명도불사하자던맹자,인간은악하고이기적이므로‘예’로써통치해야한다는순자,그보다더나아가오직강력한법으로세상을다스리자는한비자,모든사람을차별없이사랑하자면서전쟁반대를내걸었던묵자,명예나재물에연연하지않았건만천하의이기주의자로몰려버린양주,억지로무엇인가를하려들지말고자연그대로의모습으로살라는‘무위자연’의사상가노자와장자,생각을표현하는도구로서의말에집중한혜시와공손룡등이그시대를대표하는철학자다.
이처럼나에게철학이어떻게시작되었나,인류에게철학이어떻게시작되었나를봤으니,이제는철학의나래를더욱크게펼쳐보자.
■나는우주의일부요전부니라!
철학적사색의시작은우주다.서너살때우주의끝이어디인지알수없어밥도못먹었다는육상산정도는아니지만,보통우리는‘이우주는무엇이고,나는어디에서있나?’로철학을시작하기때문이다.우리자신이,우리세상이무엇에서비롯되었는가를알기위해서다.그렇다면이우주의시작은무엇일까?중국철학의전통에서도,현대과학의우주론(중일부)에서도우리우주는‘없음’에서비롯되었다고생각한다.그‘무’의에너지가일순간‘있음’의에너지로변신해138억년전빅뱅이라는대폭발이일어났고,그이래로이우주에는물질과생명들이탄생하고있다.그런데이런의문이든다.그렇게만들어진우주는질서정연한가뒤죽박죽인가,우주에는진리가있는가,없는가?아주옛날부터사람들은우주를관통하는궁극의진리를찾아왔다.그최고의진리를알면세상의모든진리를알게될거라는기대에서다.이를‘만물의이론’,또는‘최종이론’이라고도부른다.그런데우주를지배하는힘의논리를알아낸다고해서‘나’도저절로설명될까?
그리고《은하수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에나오는초슈퍼컴퓨터‘깊은생각’은‘삶과우주,그리고모든것에대한한가지해답’이어이없게도‘42’라고했지만,이드넓은우주에는의혹과불확실성이가득하지않은가말이다.그렇다면우리는우주를어떻게이해해야할까?러시아출신의과학자프리고진은《혼돈으로부터의질서》라는책에서이런말을한다.“이세계는불확실성으로가득차있는가운데그안에서변화하는질서를스스로만들어가는자기구성의세계다.”이생각대로라면이우주는아주흥미진진한대상일뿐더러매우조심스러운대상이다.모든순간스스로도모르는무엇인가로변하는동시에,그구성에나도참여하기때문이다.아하!그러니까우리는뜨개질을하듯끝이정해지지않는이야기를만들어내는중이다.지금눈앞에있는직사각형의뜨개옷이목도리가될지바지가될지알수없지만,중요한건나의삶이내세계,내우주의자기구성에동참하고있다는사실이다.
■매순간나를넘어서자.그것이나의역사이고곧‘나’다!
“우주의장엄한일에기쁘게책임감을갖고참여하며우주안에서산다.”
-스콧니어링
소크라테스는델포이신전의명언을빌려“너자신을알라”고당부했지만,도대체무엇을가지고나를‘나’라고할수있을까?이런상상을해보자.어느날나에대한모든기억을잊어버리고서있는‘나’와,나의생체에대한모든정보(뇌의기록까지포함해서)를입력해서복제한‘나’.이렇게둘이서있다.자,‘나’는어느쪽에있는걸까?
이답을찾기위해가장먼저알아야할것은,내가태어나기까지일어난어마어마한도약들이다.나를포함하는모든인간은약40억년전하나의유기물덩어리가우연히도그리고고맙게도자기복제를시작하면서탄생했다.진화생물학자리처드도킨스의말처럼생명의목적이단순히‘유전자의전달’인지는모르겠으나우리는40억년전의‘대탄생’이있었기에지금여기에서살아갈수있다.이것이첫번째커다란도약이다.그렇다면우리의생각은어떻게생겨난걸까?어떻게물질인뇌에서의식이생겨나,(다른생물과는달리)나의존재와세상에대해끊임없이질문을던지며철학적사색을멈추지않는걸까?이것이두번째커다란도약이다.어쨌든이렇게우주로들어온나는태어난그순간부터나의삶을차곡차곡쌓아나간다.생명의목적이무엇이든간에,우주안에서유일한존재로서의‘나’를구성해가는것,그것이내삶의의미다.
이제무엇으로나를구성하는지대충알것같다.일단70억개체그누구하고도똑같지않은‘생체로서의나’가있어야한다.그리고내가지나온시간의터널,곧‘삶’이라는이름의내몫의시간이합쳐져야진짜‘나’를만들수있다.둘중무엇하나가빠진다면‘나’를만들수없는것이다.지금이순간까지내가살아온삶을바탕으로모든순간치열한선택을하며삶을꾸려가는것,그게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