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신발 (김서은 시집 | 양장본 Hardcover)

구름 신발 (김서은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김서은 시세계의 색채는 어둡고 황량하고 우울하다. 불완전한 형태로 어긋나있거나, 균열된 부조화를 보여
준다. 따라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급박한 위기의식을 불러들인다. 나와 세계는 대립적 위치에 놓여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선뜻 합치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불편함이 있다. 서먹함이 있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과
비화해적인 관계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외적요소보다 내면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파장이
될 것이다. 충족되지 않는 내적 부재와 결핍, 오래 누적되어온 상처의 편린들이 빚어내는 의식/무의식적
반응이 그것이다.
내 안의 나와 화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세계의 단절을 해소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은 없는 것일까. 이제
시인은 먼저 손을 내밀고 거리를 좁혀가고자 한다. 이것이 ‘슬픔’을 극복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될 것
이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다”는 그 포괄적 의미를 내포한다. “안녕 안으로 스며들고 싶다”, “온몸을 웅크
린 채 매일 안녕을 만나고 안녕을 껴입는 꿈을 꾼다” 등에서 ‘안녕’을 생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
다. “부재중인 안녕”을 찾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비단 김서은 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적용된다. “몸을 열지 않는 이 세상 모든 안녕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곧,
“멀리 있는 당신”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 김성조 문학박사(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김서은

출간작으로『구름신발』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식물성도시
기울어진사과들로12
손13
약속14
그래일요일15
비상구16
이식17
트릭18
식물성도시20
그늘사용법21
슬픔한쪽이펄럭일때22
꽃잎처럼열렸다닫히는가로수길23
니가제일잘나가24
종이물고기25
편의점26
비행금지구역28

제2부슬픔저장소
3월의생일32
가족사진35
구름신발36
역삼동근처37
잠실지나나루역에38
쉼표40
나는당신의아바타가아니다41
근황42
느낌으로시간이깊어지고44
홀로그램45
사설도서관46
순간47
불쑥48
슬픔저장소51
제3부우울염소
우울염소54
마지막메일55
집56
커피볶는아침58
자가격리59
봄밤60
틈보세62
여름이다63
비오는날의아이스아메리카노64
다시지중해65
명랑한비누66
제4부풍납동
또다른팔앞에서서68
모텔첼로70
팬데믹71
구름을끓이는여자72
풍납동.174
풍납동.276
풍납동.377
반지성79
소나기잠80
이사짐센터81
화요일82
공원놀이84
붉은사과한알이86
세상의모든안녕에게87

해설슬픔을건너는구름신발한켤레|김성조90

출판사 서평

슬픔을건너는구름신발한켤레

김성조문학박사(시인,문학평론가)

1.
시인은이야기를품고있는사람이다.아니,이야기를찾아내는사람이다.스쳐지나는작은풍경하나에도마음이움
직인다.오래바라보고오래사유한다.이파리하나하나가안고있는이야기를들어준다.그위에자신의이야기도털
어놓는다.그리하여세상에없는그만의이야기가태어난다.하지만선뜻밖으로꺼내놓지않는다.오히려더깊이,은
밀하게감춰놓는다.그래서언어적행간은모호하고불확실하다.그러면서도내이야기를들어달라고손짓을한다.우
리는그손짓을거절할수없다.시인의이야기속으로첨벙뛰어들어본다.
시집『구름신발』이내장하고있는시적기제는‘슬픔’이다.사물을불러들이는시인의상상력의근저에는슬픔의기
류가깔려있다.몇차례읽기를거듭한끝에이러한내적흐름을감지한다.‘슬픔’은여러색채로변용,상징화되어나
타난다.따라서선뜻체득되지않는형태로구조화되어있기도하다.하지만내적목소리를따라가다보면저만큼,혹
은가까이‘슬픔’을건너고있는시인의옷자락이보인다.낮은발자국소리가들린다.
그러면이러한‘슬픔’의정서는어디에서발현되는것일까.김서은시인의경우,대략두구도로그배경을짚어볼수
있다.먼저,현대적구조가생성하는여러갈등요소와‘벽’으로상징화되는단절의식에서오는슬픔이다.시인은밝고
긍정적인세계보다그이면에은폐되어있는‘어둠’에시선을두고자아와현실을읽는한척도를마련하고자한다.
다음은,주로가족과연계한지난경험적시간에초점을두고그려내는슬픔이다.이는오랜시간성을두고각인되어
온‘슬픔’으로현재까지이어져오는심리적기저가된다.따라서의식/무의식을가로지르는가장집요한형식의슬픔
이라고할수있다.
검은주머니속에서바스락대던
슬픔을꺼내본다
후드득떨어지기전
두눈을감지못한채
어두움속으로뜨거운몸을들이밀면
완전한침묵이되는걸까
콜타르처럼끈적거리는슬픔이자주출몰하는골목
날개를갖지못한새들이무수히매달린
저.어.기
꽃!
-「슬픔저장소」전문
위시편은김서은시세계의특성을집약하는출발시점이된다.이른바‘슬픔’을환기시키는중요한연결고리가되는작
품이다.우선“슬픔저장소”라는제목에서부터그상징적배경을짚어볼수있다.‘저장소’는말그대로무엇인가를담
아두거나보관한다는의미가된다.따라서하나가아니라,다수의개념을부각시키는공간이미지가된다.“검은주머
니속에서바스락대던/슬픔을꺼내본다”에서알수있듯이,‘슬픔’은시인가까이에밀착해있다.또한밖으로노출되
어있지도않다.“검은주머니속”혹은“슬픔저장소”는그상징공간이되는셈이다.
위시편에서‘슬픔’은두축으로나뉘어져있다.“후드득떨어지기전/두눈을감지못한채//어두움속으로뜨거운
몸을들이밀면/완전한침묵이되는걸까”에표상되어있는슬픔과,“날개를갖지못한새들이무수히매달린//저.어.
기//꽃!”이내장하는슬픔이그것이다.“눈을감지못한채”,“어두움속”,“완전한침묵”등에는이별이암시되어있
다.이른바완전한시간의단절즉,죽음의형식이연계되어있다.이어,“날개를갖지못한새들”은그자체로이미
슬픔의하향이미지에닿아있다.“콜타르처럼끈적거리는슬픔이자주출몰하는골목”은‘슬픔’을생성하고확장시키는
지점이된다.
벽속에서칼하나를꺼냈다오랫동안봉인했던마알간슬픔들이묻어있었다찬란했던날들을덮어두고나는비겁하게
뒷걸음질만했다두눈을감고벽을더듬어본다침묵하는나무들잔가지를부러트린채잠에빠져들지못한날들한
방울도수혈받지못했다벽을움켜쥐었던손을가지런히모으고나는햇빛이잘스미도록적당한높이에커튼을열어
두기로했다수시로창틀을넘어오는강물은밤새벽을적시고아침이면살짝뒷모습만보이고사라진다눈동자를긁
히며건너간장미의날들침묵도삭히면곰삭은슬픔되는걸까햇빛반대편으로한쪽어깨를펄럭이며당신은오늘
도두겹세겹의커브를그리며달려오고있다
나비를보는날이있을까
-「슬픔한쪽이펄럭일때」전문
“오랫동안봉인했던마알간슬픔들이묻어있었다”에서우리는다시한번김서은시세계의‘슬픔’을체감한다.여기에
는‘오랫동안’이라는시간적배경과,‘봉인했던’이라는심리적배경이주어진다.이른바‘슬픔’이누적되어온오랜시간
과‘봉인’의현실이함축되어있는것이다.‘나’의‘날들’은“비겁하게뒷걸음질만했다”,“한방울도수혈받지못했다”
등의상황에놓여있다.이는적극적인행위영역으로나아가지도,긴밀한도움을받지도못한결핍과부재의시간을반
영한다.때로,“햇빛이잘스미도록적당한높이에커튼을열어두기로했”지만,이또한“수시로창틀을넘어오는강물
은밤새벽을적시고아침이면살짝뒷모습만보이고사라”져버리는것으로끝난다.
“나비를보는날이있을까”에는결핍과부재의의미배경이담겨있다.‘나비’는상승이미지로자기실현의한영역을
보여준다.하지만“~있을까”에서보여지듯이,스스로의물음속에그가능성에대한막연한부정과회의가드러난다.
이는앞서살펴본“날개를갖지못한새들”(「슬픔저장소」)과긴밀하게접목된다고할수있다.‘나비’와‘날개’는시
인이지향해가고자하는긍정적인세계의상징이될것이다.하지만그영역에닿지못하는,혹은닿지못할것이라는
부정적인인식이지배적으로물들어있다.결국,“침묵도삭히면곰삭은슬픔되는걸까”라는자기침잠의세계로나아
가게된다.부재와결핍,자기침잠의세계는‘슬픔’을집약하는가장원천적인배경이될것이다.이제김서은시세계
의보다구체화된“곰삭은슬픔”속으로들어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