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 (강동완 시집)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 (강동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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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는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양식이므로 시를 읽는 사람들은 싫든 좋든 시를 읽고 정서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읽은 사람의 정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들도 많다. 잘못 쓴 나쁜 시들이 그렇다. 강동완의 시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심하게 요동치게 한다. 누구라도 강동완 시인의 의연한 태도, 그러니까슬픔과 고통을 천천히 그리고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은 숙연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당분간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 것 같다. 그리고 그 힘으로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할 것 같다. 이것이 강동완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이고 또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이므로 그는 정말로 영원히 아플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폭력적인 세상에서 그가 조금 덜 상처받기를 바란다. 슬픔과 고통의 기억들을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슬픔과 고통을 벗어난 곳에 또다른 시의 세상이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도 강동완 시인은 그만의 순수하고 따뜻한 눈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이다.
- 한명희(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강동완

제주출생
제주작가회의회원
2017년『시와세계』등단
제주신인문학상수상

목차

시인의말

1부고래들은커다란눈으로사랑을노래한다
유령통닭집  12
구름위에구름  13
외로움은광부의삽처럼번들거리네  16
미역엄마  18
숨소리 20
전갈의노래  22
당근으로살기  23
햄릿의숲  26
인형의눈물  28
우아한미술관  30
풍선껌 32

2부직박구리가따뜻한햇살을품다
달려라치타  36
산타클로스죽이기  37
킹콩이누군가에게건네는아름다운말들  39
잘있니,빨강머리앤  41
한아이에게던진죽은자장가  43
나는그속에서계속자라나고있는중이다  45
도마뱀의결혼식  47
익지않은고구마  49
파스의힘  50
빛속으로달려가는검은구두  51
은하수헤어클럽  53
요구르트의반란  55

3부길가에핀목련향기는엄마냄새
노르웨이에서봅시다  58
코카콜라향기나는하루  60
도깨비가준오리털파카  61
눈동자속으로들어온오로라  63
아침에는캔커피를, 65
따뜻한뇌  67
유리구두  69
붉은눈을가진남자 71
안개의강  73
나의책속에는책갈피가없다  75
나무들이자라나는배꼽  77
탱고를추는메텔과철이  79
고양이에게도자작나무처럼나이테가있을까  81
불타는토마토이야기  83
따뜻한별85
가그린법칙  87

4부첫사랑앵무새가마침내나에게말을걸다
귓속에웅크린새혹은중이염  90
빛속에서,벙어리피터팬  92
기린의몸에서흘러나온노을  94
사과를깎으며  98
부다페스트의낭만 100
안데스산맥의전설 102
상어 104
사랑을장독대에담고 106
사과와다시빌헬름텔에대하여 108
검은울음 110
내영혼속에앉은나비 112
노을의눈물 114
혈관속을날아다니는새 116
빛나는슬리퍼 118
붉은풍선 120

해설시로세상을치유하려는사람|한명희 124

출판사 서평

시로세상을치유하려는사람
한명희(시인.강원대교수)
1.카시오페아세번째별에서온사람
사랑하는장미꽃을소행성B-612에남겨둔채지구별로왔을때어린왕자는얼마나막막했을까?어린왕자가소행성B-612에서어떤삶을살다어떻게지구로왔는지그리고지구에서는무슨경험들을하다자신의행성으로돌아갔을지잠시소설속어린왕자의삶을떠올려보자.보아뱀과바오밥나무와노을을바라볼수있는의자그림도함께떠올려보자.여기카시오페아자리세번째별에서지구로온남자가있다.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보다는더크지만결코어른이될수없는한사람이있다.이남자의별명은피터팬.지구에서의이름은강동완이다.그는왜지구로왔는가,아니올수밖에없었는가.어떤사연으로지구인이되어서시집『외로움은광부의삽처럼번들거리네』를내놓게된것인가.
너내그거아니난다른별에서왔어카시오페아자리세번째별에서왔지이별은죽은사람들의영혼으로만들어진별이야너희별에서사람이죽으면영혼이이별로온단다아름답고빛보다빠른운석을타고왔지우리별에는거대한폭포가있고공룡들이살아폭포옆에는짙은꽃향기나는백합꽃밭이아름답게펼쳐져있어꽃속에는팅커벨이라는아주자그만요정이살지나에게는죽어가는생명을살리는아주강력한힘이있어시들어버린꽃을만지면꽃이짙은향기를뿜으며다시아름답게피어나고가느다란줄기를쓰다듬으면노란열매가맺히지너희별에죽음에
너무기울어진가여운영혼들의차가운손을따뜻하게할거야이런나에게도어느누구에게도말할수없는상처가있어지구의따뜻한햇살과깨끗한물을마시면상처가나아진대팅커벨요정이말해줬어그리고난너희별태평양깊은해저속에사는인어공주를만나러왔어난어릴적부
터인어공주를사랑했거든이번에어떻게든인어공주의마음을얻어갈거야아,참내가지구에올때우리별의성물인마술나무를가져왔거든이마술나무를사하라사막에심을거야그러면사막이깊고신선한공기가흐르는아름다운숲으로될거야나무아래짙은그늘이만들어지면너희들의지친영혼을그늘속에잠시쉬게하렴어쨌든우리별과너희들의지구가좀더가까워졌으면해서로가서로에게따뜻한손이되어주는이거대하고차가운우주속에서서로의불안한눈빛이하나가되어또다른태양으로다시태어나길
-「따뜻한별」

시「따뜻한별」은동화적상상력으로가득차있다.다른별에서사하라사막으로온‘나’는생택쥐베리의『어린왕자』를,“팅커벨이라는작은요정”은『피터팬』를떠올리게한다.아마도“깊은해저속에사는인어공주”는안데르센의동화에나오는목소리를잃어버린인어공주일것이다.굳이고전이되어버린동화에서많은것을차용했다고해서가아니더라도이시는“공룡”이라든가“마술나무”의이미지가등장한다는점,별과별이서로따뜻한손이되어주는화해로운결말을유도한다는점에서도동화적이다.
강동완시인의시세계를살펴보면서이시에우선주목하는이유는카시오페아자리세번째별에사는어린왕자가지니고있는깊은사연-누구에게도말할수없는상처를이시가보여주기때문이다.이상처가그를지구별로오게했기때문이고,이상처때문에그는지구에서시인이되었기때문이다.그가살던카시오페아자리세번째별은지구에서죽은사람들의영혼이가는곳이다.그별은폭포와공룡,그리고꽃밭이펼쳐져있는곳이고마술나무가있는곳이다.이런특별한별에서그는특별한능력을발휘했었다.죽어가는생명을살릴수있었던것이다.시들어버
린꽃도그의손길이닿으면다시피어나고열매까지도맺히게할수있었다.그러나몹시안타깝게도,죽음에기울어진영혼들을가엾게여기는마음으로생명을되살릴수있는이따뜻한사람이정작자신의상처만은어쩌지못했던모양이다.그가지구로올수밖에없었던것은그가지닌특별한능력으로도,카시오페아세번째별에사는마술나무로도그의상처를치유할수없었기때문이다.상처가얼마나깊은것이기에자신의별을떠나다른별에까지와야만했던것일까?어떤상처이기에지구의따뜻한햇살과깨끗한물만이그의상처를낫게할수있는것일까?지구인
인우리가생각지못했던지구의능력이놀랍다기보다는생명의치유능력으로도고칠수없는그의상처가안타깝다.
위에서그가자신의상처를치유하기위해지구에왔다고했지만이것은반만맞는말이다.그는자신만을생각하기에는너무도따뜻한사람이다.지구에온후그는우선어릴적부터사랑했던인어공주를찾아가인어공주의마음을얻을것이다.그리고사하라사막에마술나무를심어아름다운숲을만들것이다.그리고지친영혼들을불러들여숲의나무그늘에서쉬게할것이다.그리고종국에는자신의별과지구두별이서로에게따뜻한별이되도록할것이다.
강동완시인의시쓰기는자신의상처를치유하고또자신의시를통해서다른사람들에게나무그늘을만들어주는과정이라고볼수있다.아픔을겪어본사람특유의시선으로아픈사람을달래주려는시도가그의시쓰기이다.그의시집은그가세상에내미는따뜻한손인셈이다.많은경우,시인들의시쓰기는자신의상처를치료하는과정이된다.의식적이건무의식적이건상처를치유하기위해시를쓰고또쓰는것이다.강동완시인은누구보다이것을선명하게자각하고시를쓰는시인이라고생각된다.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자신의시가다른사람의상처를치유할
수있기를바란다.시를통해세상이치유될수있다고믿는다는점에서그를어린아이같다고해도좋을까?그가동화적인세상을꿈꾼다고해도좋을까?소행성B-612에서“어린왕자”가사하라사막으로왔을때,그는기다란망토를두르고장화를신은채한손에는칼을들고있었다.마치중세의기사와도같은모습이었다.강동완시인이카시오페아세번째별에서사하라로왔을때그는“피터팬”의영혼을입고온듯하다.모습은어른의모습일지몰라도그의내면에는“피터팬”의마음이깃들어있는듯하다.앞에서인용한시「따뜻한별」에서화자에게지구에가면상처를치료할수있을거라고알려준존재가요정“팅커벨”이었음을기억할때그가피터팬과친연성을갖는것은당연한일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