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모델K (김태후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워킹모델K (김태후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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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개인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현대인의 자아 상실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새로운 기술들은 수많은 목소리로 우리를 흡수한다. 우리로 하여금 여러 자아를 동시에 가지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수많은 자아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이다. 현대인의 결핍된 자아와 세상과의 불화로 인한 불안 심리를 이야기한다. 얼굴 없는 익명의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현재의 삶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나 자신이 늘 낯설다. 낯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무대의 조명을 켠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나 혼자 서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당당하게 걸어” 가는 “그녀”는 결국 “꽃다발 세례” “가슴에 안”는 “워킹 모델 K”로 실존을 확인시킨다.
- 김미정(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김태후

2020년계간「시와세계」신인상수상
시집:2017년「봄이다시또내게로왔다」「날마다달마다」
(사)한국시인협회회원
전)중앙일보이코노미스트객원기자
현)뉴스문화발행인,뷰티엔패션대표
현)대한민국아름다운문화인대상시상식공동조직위원장
현)월드그랑프리슈프림세계대회총괄조직위원장

목차

시인의말  5

제1부
불편한,편한 12
소낙비와연못  13
블랙홀  14
내말을안하고  16
가로등  17
스크램블 18
떠나간침대 20
휴일오후세시  22
살구나무 24
출근길 26
한강선착장 28
워킹모델K  30
타투  32


제2부
건너가는도시 34
짭짤한 36
알약 38
안개,길이난  39
왁싱해봤습니까? 40
두부 41
석류  42
다림질하는가을  43
단풍을데려왔다 44
목요일에게 45
드라이플라워 46
암사시장에피는 48
그공원  50
산수국 52
천도복숭아 53

제3부
꽃과함께  56
춤을추는장미  58
담쟁이의꿈60
환승  61
오월의중앙공원 62
효창공원  64
모르는사람이다  66
착각  68
저녁을먹고 70
코로나,아코로나  72
치과에서  74
과르네리를켜는여자  76
계단 77
사랑의악기  78
몸부림밖으로  80

제4부
배우놀이 84
생각이움직입니다 85
오늘을가만히읽는다 86
운동장에서는뛰어라  88
그갈대에대하여 90
서있는날개  92
방향  94
출구  96
어디로튈지  97
바람의갓길  98
영화관에서 100
나의하루 102
산 104
삶을끌어안다 106

해설존재를향한희망과치유의언어|김미정 108

출판사 서평

존재를향한희망과치유의언어


김미정(시인,문학평론가)



시집『워킹모델K』는삶에대한깊은성찰과예리한감각적언어의시편들로눈길을끈다.시인은자신만의독특한발성법과목소리를간직한채시를직조하고있다.이과정들은삶의변주이며너와나의세계를넘어서그속에소통을갈망하는현대인들의눈빛으로시집곳곳에심어놓은우리들의모습을발견할수있다.

2020년계간『시와세계』로등단한김태후시인의시적언술은낯익은이미지와낯선이미지를동시에안겨준다.우리는시안에서말할수없는그어떤것을인식하게된다.밀란쿤데라는“시인이글을쓴다는것은‘항상거기있는’그무언가를뒤에숨긴벽에부딪힘을의미한다”고했다.그부딪힘은주체이거나대상의부서짐을발생시킨다.그것은부서지는세계이며파편으로존재하는세계다.부서짐은불완전,상실,파괴,불안의이미지를이끌지만새로운세계의창조로도볼수있다.그럼“그무언가를뒤에숨긴벽”은무엇일까생각하며시집『워킹모델K』를읽는다.가변적이고유동적인현실은내면풍경속자아를바라보게한다.독자들은시안에깊숙이들어가있는견고하고치밀한삶의조직을엿볼수있다.그동안무심히스쳐지나간일상너머의일상,생생한삶의표정을만나는것이다.시인은다양한시적발상을통해익숙한일상을타자화된혼돈의세계로그려내고있다.그것은삶의이면을들추어내어그깊은상처를정면으로응시하는시적태도라할수있다.시의행간에새겨진그사유의흔적을따라가본다.


1.존재의언어

표정이곧다편안해보이는화단엔자전거는언덕을밀고올라간다페달은언덕을굴린다하늘을쳐다보는자전거전조등엔별꽃이피고별꽃에달이피면별빛이되는

달빛을본다한강에다몸푸는

안개품은북한산,저기차바퀴비말을날린다“발빠짐에주의하세요”동작역발들이우르르들이민다급행,승객을태우는열차저쪽은노약자석이쪽은임산부석

선로위승객들
핸드폰을만지작거린다

“아빠,잊지않았지”
-「불편한,편한」전문

시는“자전거”로“언덕을밀고올라”가며시작된다.자전거로언덕을오르는일을생각해본다.다음등장은“안개품은북한산”이다.이제화자는“안개품은북한산을”오른다.다음은“동작역”과“선로위승객들”이나온다.각상황은안착할수없는현실의세계를배후로하고있음을알수있다.

“안개품은북한산,저기차바퀴비말을날린다”라는부분은명징한이미지와함께시선의전도를통한낯설기로문법적매개를거치지않은참신한표현이다.시인은시적대상에자신의삶을용해시켜공감을주는상상력과함께시를이끌어간다.
화자가전하려는것은“발빠짐에주의하세요”라는메시지이다.자전거를타거나험한산을오르는일은우리가전철을타고출퇴근하는일상의삶은다르지않다는것이다.바닥을보이는현실의깊이에서화자는허우적거리며혼란스러울뿐이다.그삶의터전에서“발빠짐에주의”하라는것은삶의회로를이탈하지말라는의미로이해할수있다.“불편한”과“편한”것은양가적감정이다.그것은바라보는방향,곧마음에따라정해진다는것이다.삶의구체성과보편성을자신만의시세계로그려내고있다.시인의시편들은독자가읽는것만으로시인과하나되는느낌이들게해준다.다시말해공감의스펙트럼이넓다고말할수있다.그만큼시인의시선이삶의깊숙이들어와있으면서도삶의아픔과통증을외면하지않은화법을보여주고있다.

드레스가걸어간다그녀의발걸음을내딛으며스피커밖으로음악에맞춰T자형카페트위를걷는다그녀는걷는다

길게접혀있는저무대양쪽으로커튼이붉게비친다그녀는당당하게걸어간다저조명은,

들썩이고있다그녀는걷는다더가뿐하게걸어간다

관객들의박수보다그녀의맵시보다무대가걷는다무대위를가뿐하게

관객들의박수가무대위로날아온다전광판에나온무대가걸어온다그녀의자태가그녀는걷는다무대위를걸어간다

그녀는퇴장한다관객들이일어서서그녀를맞이한다미소를던지면서그녀는되돌아간다

꽃다발세례그녀의가슴에안기는
-「워킹모델K」전문

그녀가있다.그녀는“워킹모델K”다.하지만“관객들의박수보다그녀의맵시보다무대가걷는다”“무대가걸어온다”라는부분에주목해본다.그녀는지금여기존재하는것인가.이시의주인공은그녀가아니고“무대”임을알수있다.지금그녀는없고“워킹모델K”만있다.또한,모든것을움직이게하고조종하는것은“무대”라고화자는말한다.
개인의목소리가사라지고있다.현대인의자아상실의문제를생각해본다.새로운기술들은수많은목소리로우리를흡수한다.우리로하여금여러자아를동시에가지고다양한역할을수행하게한다.수많은자아의가면을쓰고살아가는것이다.현대인의결핍된자아와세상과의불화로인한불안심리를이야기한다.얼굴없는익명의사람들속에살아가는현대인의삶에서‘나는누구인가’라는질문은현재의삶을재조명하고자하는의도로읽을수있다.나자신이늘낯설다.낯선오늘을살아가고있다.하지만우리는다시무대의조명을켠다.인생이라는무대위에나혼자서있다는것을일깨워준다.“당당하게걸어”가는“그녀”는결국“꽃다발세례”“가슴에안”는“워킹모델K”로실존을확인시킨다.
시「워킹모델K」는개인은사라지고거대한무관심과소통불가의세계를하나의서사를통해담담하게그리고있다.삶의진정성을잃고가면을쓴채살아가는우리네삶을되돌아보게하고존재의의미를생각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