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조건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

문장의 조건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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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글쓰기의 유일한 목적에 관하여
‘효율’과 ‘대량생산’의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속성(速成)의 방법론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글쓰기 영역에서도 그 시간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글쓰기의 바깥에 놓인, 그러나 부단히 글쓰기 안으로 스며드는 그 시간의 가치를 조명해 본 기획은,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문학사의 거점이 되는 철학자와 문인들이 글을 대하는 태도는 곧 삶의 태도이기도 했다. 하여 직접적으로 수사(修辭)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도리어 삶으로부터 괴리된 ‘글로 머문’ 생각과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는 경계했다. 그렇듯 ‘쓴다’를 ‘산다’의 관점에서 살피는, 우리가 그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철학자와 문인들이 지녔던 글쓰기 철학에 관한 기획이다.

“삶이 개인적이지 않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글쓰기는 제 안에 목적을 갖지 않는다. 글쓰기의 유일한 목적은 삶이다. 글쓰기가 이끌어내는 조합을 통해 삶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다.”
- 질 들뢰즈

개개인의 삶은 각자가 겪어온 시간의 결을 지니고 있지만, 그 차이를 통분하는 요소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정 지분의 보편성을 지니는 구조 안에서, 개인의 삶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개인적이지 않다. 식자들은 그 통분적 요소들을 인문학적 보편성이라고 부르며, 들뢰즈의 어록은 그 인문적 공감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이다. 글쓰기는 그에 따른 결과이다. 출간의 루트가 다양해지고 문턱도 많이 낮아진 시절, 그러나 오늘날 글쓰기를 가르쳐 준다는 책과 강의들이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역사 속의 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이미 문체이며 콘텐츠라는 이야기를 건네는데 말이다. 따라서 글감을 고민하는 순간보다, 글감이 될 만한 순간들을 가득 체험할 수 있는 생활체계가 앞서야 하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소설가로서 살고자 한다면, 소설처럼 살아야 하는 것. 고독과 소외, 타락과 방황, 후회와 참회, 일탈과 이상이 갈마드는 전 생애가 하나의 천칙이다.
저자

민이언

“왜글을쓰는가에대한,그이유가내게선선명하지않다.언젠가부터쓰고있었다는사실과언제까지나쓸것같다는믿음말고는,정작글로써내지못하는,내가쓰는이유.”
니체를사랑하는한문학도,프루스트를좋아하는문학도,글쓰는편집장.저서로는《밤에읽는소심한철학책》,《불안과함께살아지다》,《그로부터20년후》,《순수꼰대비판》,《어린왕자,우리가잃어버린이야기》,《우리시대의역설》,《붉은노을》,《시카고플랜:위대한고전》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오류를경유하는문장

Ⅰ.쓴다.고로존재한다.

존재론적글쓰기/소설가의고래사냥/삶의진정성/철학자와예술가/매일같이쓰기/글쓰기의어려움/앎과모름의역설/자존감과자괴감사이/어제와오늘,그리고내일/작가로서,편집장으로서/변별과특화,혹은특별/바보의문체/일곱살에게셰익스피어/좋은작가란?/단어로그린그림/음악과문학/필자와독자의입장/문학과철학/관점의문제/회상으로의환상/글쓰기의단계/유려와장황사이/비목적적글쓰기/아직쓰여지지않은책/무책임한비유/음악과시적언어/묘비명과잠언/글쓰기와사유/문체에관하여/철학의문체/철학의문제/쓰기의존재론/우리모두여기에

Ⅱ.언어의바깥에서

체험적인문/작가로서의경험/인생의우연성/현실과초현실/소설처럼산다/꿀벌의비유/데카르트와세르반테스/무명작가의시대/천재의조건/언어의밀도/그들각자의노하우/천재의노력/작가와독자/저자와작가의차이/작가의유토피아/피로쓴글/꼰대와거장의차이/생각없는독서/책의기능성/독서의폐해/헤세의독서/보통의언어/글을대하는태도/젊은시인에게/창작의비결/바깥의사유/문학의기능/철회의글쓰기/삶과스토리텔링/이해와소유/체험과고뇌/절망속에서피는/뜻밖의여정

에필로그글쓰기의유일한목적

출판사 서평

기술의문제가아니라관점의문제이다!
나는왜글을쓰며살아가고있을까?글을쓰면서살아가는인생이지만,실상진지하게질문을던져본적은없었던것같다.저런걸쓰고싶다는열망과이런걸써야한다는의무사이에서잊혀진질문이었을까?글에관한열망을지니고있는타인의원고를기획하는입장이되다보니,그들의대답으로부터내스스로에게다시질문을던지기시작했다.다행히도어찌됐건,나는그대답을이미삶으로살아가고있는중이긴하다.그러나그대답이라는것이글로표현할수있을정도로선명하진않으며,글쓰기그자체에관한것만은아닌것같다.글을쓰는일자체에대해서보단글과맺고있는삶의스토리텔링에관한,그총체성으로서얼버무릴수밖에없는성격이다.
때문에이렇게쓰는글이반듯한형식이고,저렇게쓰는글은비문이라는식의이야기를적은원고는아니다.글쓰기의관건은기술의문제가아니라관점의문제라던프루스트의말로대신할수있을까?무엇을보고있는가,어디까지볼수있는가의문제는,당신이살아가고있는삶의속성과당신이가닿을수있는세계의범주를대변하기도하다.다시말해책과자판의범주너머의생활체계전반이글쓰기의함수라는것.

작가,다른사람들보다글쓰기를어려워하는사람!
어느노시인이삶의끝자락에서내뱉은말이‘시를모르겠다’였듯,실상경력이많은작가들도여전히그런번민과환멸이갈마드는결핍속에서글을쓴다.‘작가는다른사람들보다글쓰기를어려워하는사람’이라던토마스만의정의가그런의미이기도할것이다.실상자신이쓴글을돌아보며만족하는작가들이있다면,그게더못미더운일아닐까?출간의루트가다양해지고문턱도많이낮아진시절,오늘날글쓰기를가르쳐준다는책과강의들이도대체무엇을가르치고있는것일까?역사속의많은철학자와문인들은삶을대하는태도부터가이미문체이며콘텐츠라는이야기를건네는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