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 방송국 PD의 살아 있는 인문학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 방송국 PD의 살아 있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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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장의 경험을 담은 생활밀착형 성찰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인문학의 향연!
“수만 권의 책을 읽어도 그가 실천하지 않은 지성이라면 그것은 윤편의 말처럼 활자가 찍혀 있는 찌꺼기에 불과하다. 예수와 부처가 성인으로 받들어지는 이유는 이들이 다독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긴 실천가이기 때문이며, 루터가 종교개혁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성경』을 읽고 또 읽고 그 말씀에 따라 실천으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 이것이 책을 읽는 진정한 의미이자 목적이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인문학이 정말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글로 머문 생각’들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책을 많이 읽었어도 은근히 말 안 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지식은 곧 지혜는 아니라는, 그 진부하고 식상한 말도 행위로 옮겨졌을 때나 증명 가능한 일. 그전까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방송 매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온 저자는 스스로를 ‘기록하는 자’라고 표현한다. 그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종이의 흰 공간을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기억을 남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또한, 무언가를 기억하는 동시에 ‘기억됨’을 전제로 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이고, 무엇보다 맨얼굴의 자신과 마주할 용기까지도 필요한 일종의 모험이라고 말한다. 글을 쓰는 행위가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현학적 지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잇대고 덧대며 다시 기억을 남긴다.

생각과 이론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도 그 세상을 직접 겪어보면서 가능해지는 것. 행위도 해 버릇해야, 그 행위의 양이 늘어 간다. 행위는 그 ‘기억의 약속’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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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천기

저자:박천기

서울대학교에서스페인중남미문학을전공했고한양대학교에서언론정보학석사과정을수료했다.1994년KBS에프로듀서로입사해교양,정보,다큐멘터리,음악등다양한장르의라디오프로그램을제작해왔다.

주요프로그램으로는<생방송오늘>,<가로수를누비며>,<이본의볼륨을높여요>,<엄정화의가요광장>,<음악편지>,<내일은푸른하늘>,<말트고마음트고>등이있으며,다큐멘터리<꿈을그리는소리,자장가>,<장애를바라보는세가지시선>,<소리로보는세상>등의작품으로PD대상실험정신상,한국방송대상,NewYorkRadioFestival금상등을수상했다.

PD연합회정책실장,KBS국제방송국장,라디오편성기획국장,아시아방송연맹(ABU)프로그램부위원장을역임했으며,저서로는『크게라디오를켜고』(공저,2016)가있다.

목차

프롤로그_인간의마음을가진당신에게

01사람의거리,사람의거:리
경계의거리가무너지는순간
우리그냥‘아는사이’
타인의고통은나의기쁨
지루함혹은권태에대한살뜰한고찰
‘논공행상’에도원칙은있다
인간의폭력성과거리감

02당신은인간의마음을가지고있습니까?
체육선생님의반지
가짜근본주의,그리고과잉열정
어느젊은검사의죽음과모욕감
통증은평등한가
대학살의신
자신에게도진실을말하지않는인간이란

03욕망,잠들지않는
폭포처럼내뱉은밥알은욕망의발산이아니다
자위를위한변명
내욕망은내욕망이아니라고?
대웅전단청(丹靑)뒤에숨겨진탐욕의그늘
욕(辱)은또다른욕(慾)이다

04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인간니체를위한변명
체게바라,별이없는꿈은잊혀진꿈이다
‘나또한용서치않으리라’-시대와불화했던작가,루쉰
공자(孔子),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당신의‘라디오스타’는누구입니까?

05인생의의미를묻는당신에게
삶을변화시키는독서
철학하는인간
의미는무의미하다
현대미술과벌거벗은임금님
허상이지만너무리얼해

06역사의승자를누가심판하는가?
동상이몽(同床異夢),동상(銅像)수난사
서울의봄,그리고산티아고의봄
‘그들’이온이후
베트남은두번울지않는다
정치검찰과검찰정치
역사의승자를누가심판하는가

07무엇을믿을것인가?
잃어버린천국을찾아서
신앙은인간의조건인가
불가지론혹은무신론
인간의확증편향성,그리고‘믿기로결정한사람들’
한국의샤머니즘-해원(解怨)과신명(神命)의문화

08황혼이깃드는시간
내나이쉰살에는
나이듦,그쓸쓸함에관하여
나라야마부시코와현대판고려장
‘자유죽음’은자유로운가
늘떨고있는자는‘선택’앞에서있는사람이다
우리안에서조금씩자라는죽음

에필로그_‘글을쓴다’는것,그리고‘기억된다’는것의의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PD가전하는거침없는다큐멘터리인문!

키에르케고르의실존철학은,공허하고도지루한관념놀음에대한반동으로시작된행위적사유이다.관념의절정으로피어난헤겔철학에던진그의혹평하나,“그것은굶주린사람에게요리책을읽어주는것과마찬가지이다.”

文이란한자는원시부족들이몸에새기던문신에서유래가되었다.인간이살을맞대고있는모든곳에서모든순간에새겨지는삶의모든이야기가인문(人文)이다.세계적인석학들의경제이론보다도재래시장상인들의하루속에더구체적이고공감적인보편성이자리하고있지는않을까?저자는지식의언어그자체보단,그것이전제해야하는‘인간의마음’에포커스를맞춘‘인문’에대해말하고있다.

책속에서

다가서면멀어지고,멀어지면다시다가서는인간사회의밀당과는조금다른의미지만,거리의‘재설정’과‘리셋’은인간이나동물모두에게생존이라는극한의상황과도맞닿아있다.그런의미에서‘적절한거리’는‘적절한균형’과동의어다.-p23

삶이힘들때시장을한번가보라는이야기를많이듣는다.왜하필시장일까?북적이는시장통은삶의생존본능이꿈틀거리는상징적인곳이다.여기저기서살겠다고,단돈백원이라도더받고단돈십원이라도더깎겠다고흥정하며질펀한삶의희로애락이넘쳐나는곳,그곳이바로시장이다.그래서사람들은시장이아니라‘시장바닥’이란속칭을더즐겨사용한다.그야말로‘바닥을치는’이런곳에가면꺼져가는삶의욕망도다시살아난다.-p31

오늘날우리는안방에서도게임을즐기듯타국에서벌어지는전쟁을실시간으로‘감상’할수있다.현장에서벌어지는아비규환의고통과비극은우리귀에,우리시선에‘살아서’도달하지않는다.재난재해뉴스의시청률은일반뉴스보다시청률이높다.타국에서벌어지는전쟁,대형산불이나지진,해일이나폭우등각종자연재해로인한대규모인명피해의발생은사람들을TV앞으로끌어모으는힘을가진다.부정적인힘이지만,미디어입장에서는꽤괜찮은사업소재다.“피가흐르면앞쪽에실어라”라는말은싸구려저널리즘만의모토가아니다.현대미디어의잔인하지만부인할수없는속성이자생존전략이다.-p36

매일같은일을무한반복해야하는천형(天刑)을받은시시포스가불행한이유는어제와다름없는오늘,오늘과다름없는내일이있기때문이다.만약에시시포스에게오늘은파란공을,내일은노란공을들어올리라고했다면아마도덜불행해했을지도모른다.다시말해서시시포스의불행은돌을들어올리는힘든노동에있는것이아니라견딜수없는지루함에있다는말이다.그렇다면,시시포스는불행의근원인지루함을달래기위해,즉‘변화’를위해내일은오늘보다더무거운돌을들어올릴의사가있는걸까?러셀은“그렇다”라고답하고파스칼은한걸음더나아가이러한결정이또다른불행을낳는다고경고한다.물론정답은시시포스자신만이알고있겠지만말이다.-p45

원폭투하의최종결정은백악관의오벌오피스에서이뤄졌고,킬링필드의대규모학살결정은폴포트의책상위에서였다.그들은안전하고안락한사무실에서,자신의옷깃에피한방울튀기지않을정도의‘안전한거리’를유지하며역사에남을대규모살육을결정했다.전자는“더큰희생을막기위해서”,후자는“이상사회건설을위해서”라는명분이걸려있었다.하지만어떤경우이건간에이러한심리적,물리적거리감은타인에고통을주는행위에대해서느끼는죄책감을감소시키는경향이있는것은분명해보인다.-p62

니체를이해하려면,니체라는인간존재의‘원액’을마셔야한다.하지만잘못하면심각한손상을입을수있다.그래서혹자는원액이아닌희석을원하지만,불가피하게왜곡이뒤따른다.하이데거는자신의철학적틀안에서니체를‘소비’했고질들뢰즈는지나친호의에매몰돼니체가버린오물을‘세탁’하기에급급했다.누구도니체의생각을객관적으로읽어냈다고말할수없는이유다.-p145

그러나“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고외친부처는그지독한고독마저도실존하는개인이짊어질몫이라말한다.이런의미에서는부처는극강(極强)의실존주의자다.부처에게는의미가있던자리도,의미가떠난빈자리도,아니애초에찾아야할의미자체도모두무(無)다.결국인생이무의미한것은인생의의미를찾기때문이아닌가.-p200

키숀은현대예술이저지르는최대의죄악은관객을무시하거나심지어경멸하는것이라고말한다.그리고현대예술계가가하는전세계적인겁주기와테러의무거운짐은평범한관객들의빈약한어깨위에놓여있다고말한다.벌거벗은임금님이거리를행진할때,환호하는자들은이미진실을알고있다.다만그진실을말할용기가부족할뿐이다.-p210

그렇다면,재로돌아간호킹은천국이아닌어디로갔을까?만유인력을통해놀라운신의존재를확인한뉴턴과생명의기원을통해천지창조의비밀을알아버린다윈사이에누워있는호킹은또어떤생각을하고있을까?어쩌면호킹은이런종류의질문에화를내면다시물을것이다.“이봐,질문자체가틀렸네.애초에없는곳을어찌갈수있겠나?”라고말이다.호킹의생각이옳다면,그는영원한‘없음’의세계에잠들었을것이다.‘잃어버린천국’은다시살아있는자의몫이다.-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