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전하는거침없는다큐멘터리인문!
키에르케고르의실존철학은,공허하고도지루한관념놀음에대한반동으로시작된행위적사유이다.관념의절정으로피어난헤겔철학에던진그의혹평하나,“그것은굶주린사람에게요리책을읽어주는것과마찬가지이다.”
文이란한자는원시부족들이몸에새기던문신에서유래가되었다.인간이살을맞대고있는모든곳에서모든순간에새겨지는삶의모든이야기가인문(人文)이다.세계적인석학들의경제이론보다도재래시장상인들의하루속에더구체적이고공감적인보편성이자리하고있지는않을까?저자는지식의언어그자체보단,그것이전제해야하는‘인간의마음’에포커스를맞춘‘인문’에대해말하고있다.
책속에서
다가서면멀어지고,멀어지면다시다가서는인간사회의밀당과는조금다른의미지만,거리의‘재설정’과‘리셋’은인간이나동물모두에게생존이라는극한의상황과도맞닿아있다.그런의미에서‘적절한거리’는‘적절한균형’과동의어다.-p23
삶이힘들때시장을한번가보라는이야기를많이듣는다.왜하필시장일까?북적이는시장통은삶의생존본능이꿈틀거리는상징적인곳이다.여기저기서살겠다고,단돈백원이라도더받고단돈십원이라도더깎겠다고흥정하며질펀한삶의희로애락이넘쳐나는곳,그곳이바로시장이다.그래서사람들은시장이아니라‘시장바닥’이란속칭을더즐겨사용한다.그야말로‘바닥을치는’이런곳에가면꺼져가는삶의욕망도다시살아난다.-p31
오늘날우리는안방에서도게임을즐기듯타국에서벌어지는전쟁을실시간으로‘감상’할수있다.현장에서벌어지는아비규환의고통과비극은우리귀에,우리시선에‘살아서’도달하지않는다.재난재해뉴스의시청률은일반뉴스보다시청률이높다.타국에서벌어지는전쟁,대형산불이나지진,해일이나폭우등각종자연재해로인한대규모인명피해의발생은사람들을TV앞으로끌어모으는힘을가진다.부정적인힘이지만,미디어입장에서는꽤괜찮은사업소재다.“피가흐르면앞쪽에실어라”라는말은싸구려저널리즘만의모토가아니다.현대미디어의잔인하지만부인할수없는속성이자생존전략이다.-p36
매일같은일을무한반복해야하는천형(天刑)을받은시시포스가불행한이유는어제와다름없는오늘,오늘과다름없는내일이있기때문이다.만약에시시포스에게오늘은파란공을,내일은노란공을들어올리라고했다면아마도덜불행해했을지도모른다.다시말해서시시포스의불행은돌을들어올리는힘든노동에있는것이아니라견딜수없는지루함에있다는말이다.그렇다면,시시포스는불행의근원인지루함을달래기위해,즉‘변화’를위해내일은오늘보다더무거운돌을들어올릴의사가있는걸까?러셀은“그렇다”라고답하고파스칼은한걸음더나아가이러한결정이또다른불행을낳는다고경고한다.물론정답은시시포스자신만이알고있겠지만말이다.-p45
원폭투하의최종결정은백악관의오벌오피스에서이뤄졌고,킬링필드의대규모학살결정은폴포트의책상위에서였다.그들은안전하고안락한사무실에서,자신의옷깃에피한방울튀기지않을정도의‘안전한거리’를유지하며역사에남을대규모살육을결정했다.전자는“더큰희생을막기위해서”,후자는“이상사회건설을위해서”라는명분이걸려있었다.하지만어떤경우이건간에이러한심리적,물리적거리감은타인에고통을주는행위에대해서느끼는죄책감을감소시키는경향이있는것은분명해보인다.-p62
니체를이해하려면,니체라는인간존재의‘원액’을마셔야한다.하지만잘못하면심각한손상을입을수있다.그래서혹자는원액이아닌희석을원하지만,불가피하게왜곡이뒤따른다.하이데거는자신의철학적틀안에서니체를‘소비’했고질들뢰즈는지나친호의에매몰돼니체가버린오물을‘세탁’하기에급급했다.누구도니체의생각을객관적으로읽어냈다고말할수없는이유다.-p145
그러나“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고외친부처는그지독한고독마저도실존하는개인이짊어질몫이라말한다.이런의미에서는부처는극강(極强)의실존주의자다.부처에게는의미가있던자리도,의미가떠난빈자리도,아니애초에찾아야할의미자체도모두무(無)다.결국인생이무의미한것은인생의의미를찾기때문이아닌가.-p200
키숀은현대예술이저지르는최대의죄악은관객을무시하거나심지어경멸하는것이라고말한다.그리고현대예술계가가하는전세계적인겁주기와테러의무거운짐은평범한관객들의빈약한어깨위에놓여있다고말한다.벌거벗은임금님이거리를행진할때,환호하는자들은이미진실을알고있다.다만그진실을말할용기가부족할뿐이다.-p210
그렇다면,재로돌아간호킹은천국이아닌어디로갔을까?만유인력을통해놀라운신의존재를확인한뉴턴과생명의기원을통해천지창조의비밀을알아버린다윈사이에누워있는호킹은또어떤생각을하고있을까?어쩌면호킹은이런종류의질문에화를내면다시물을것이다.“이봐,질문자체가틀렸네.애초에없는곳을어찌갈수있겠나?”라고말이다.호킹의생각이옳다면,그는영원한‘없음’의세계에잠들었을것이다.‘잃어버린천국’은다시살아있는자의몫이다.-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