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김조을해 장편소설)

힐 (김조을해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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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문학이 기다려온 하나의 수확!
2004년 《파라 21》로 등단한 작가 김조을해의 첫 장편소설 『힐』. 리조트처럼 꾸며진 가상의 수용소 ‘힐’을 배경으로, 인간 정신을 박탈하려는 세력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남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미래의 판타지 형식을 취하는 이 소설은 사실 한국사회의 역사와 현실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6·25 때 살 길을 찾아 남으로 피난온 실향민들의 삶이 중요한 단서가 되어 쓰여진 소설로 피난민 2세대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냉전의 상처와 근원적 귀소본능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역작이다.

가상의 수용소 ‘힐’. 이미 풍요가 이뤄질 대로 이뤄진 제국에서 힐은 수용소가 아니라 마치 리조트와 같은 외양을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건물과 산책로, 체력단련실에 스파까지 갖춘 힐은 인간이 디자인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되고 이상적인 교화기관이다. 힐의 이념은 구속과 감시를 통한 교화가 아니라, 스스로 쉬면서 삶을 정돈하고 결국은 정신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반사회적 인물들이 수용되는 이곳 힐에 주인공 마기가 입소하면서 소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본국인(本國人) 아버지와 속국인(屬國人)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마기. 그의 어머니는 원시부족에 가까운 속국 출신의 작가로서 국제적인 명망을 얻지만 제국의 감시 속에 일찍 숨을 거두고 만다. 마기가 힐에 수용된 이유도 그가 어머니의 유작을 소수부족 방언으로 번역하려 한다는 혐의 때문이다. 스스로 싸움을 포기하도록 점잖게 기다리는 ‘힐’에 맞서 마기는 시종일관 자신의 정신을 꺾지 않는데…….

힐을 벗어나 ‘남으로’ 향하고 싶어 하는 마기와 욘데, 세벡,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 이들이 가고자 하는 ‘남’(南)은 물리적 남쪽이 아니라, 제국의 간섭을 받기 이전, 그래서 분단도 전쟁도 없었던 원초적 고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피난민 2세대의 내면 깊이 새겨진 냉전의 상흔, 그리고 그들의 무의식 깊이 자리 잡은 근원적 귀소본능을 확인할 수 있다.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저자가 남다른 발상과 참신한 관찰력, 고유한 언어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펼쳐 보이는 현란하지 않은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저자

김조을해

저자김조을해는1969년서울에서태어났고아주대행정학과와서울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2004년봄『파라21』신인공모에단편「야곱의강」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문예중앙』,웹진『문장』등에작품을발표했다.장편소설『힐』로2013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

목차

프롤로그

1
힐공동체동관803호
‘친절하다’와‘좋아하다’
싸우는사람들
판타지1
판타지2
개인필수면담1

2
예언자와의통화
필수강연-열정에대한고찰
신호등,호루라기
사가어요어
개인필수면담2

3
판타지3-동서남북이야기
제동생을아세요?
공범자들
남으로
복도에숨기
개인필수면담3

4
들어가도될까요?
초록방수복
사내다운,혹은사내답지않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지금여기힐만한
판타지공간이또어디있겠어요?


작가김조을해의첫장편소설『힐』은가상의수용소‘힐’을배경으로한다.이미풍요가이뤄질대로이뤄진제국에서힐은수용소가아니라마치리조트와같은외양을갖추고있다.아름다운건물과산책로,체력단련실에스파까지갖춘힐은인간이디자인할수있는가장세련되고이상적인교화기관이다.힐의이념은구속과감시를통한교화가아니라,“스스로쉬면서삶을정돈하고결국은정신을포기하게끔만드는”것이다.
반사회적인물들이수용되는이곳힐에주인공마기가입소하면서소설은본격적으로시작된다.마기는본국인(本國人)아버지와속국인(屬國人)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혼혈아다.그의어머니는원시부족에가까운속국출신의작가로서국제적인명망을얻지만제국의감시속에일찍숨을거두고만다.마기가힐에수용된이유도그가어머니의유작을소수부족방언으로번역하려한다는혐의때문이다.“스스로싸움을포기하도록점잖게기다리는힐”에맞서마기는시종일관자신의정신을꺾지않는다.

“길을벗어나시간을뛰어넘었다떠들지마십시오.시간을단축했다면언젠가그만큼의고통과부작용이꼭나타납니다.”(240면)

이소설은주인공마기의판타지와힐의판타지가충돌하는장면이큰축을이룬다.힐의판타지는시민의정신을제국의통치권에묶어두는것이다.힐은그런판타지를위해설립된휴양지이자병원이며훈련소이기때문이다.반면마기의판타지는어머니의고향을회복하는것이다.비록고향은제국에의해파괴되었지만,마기의판타지는아름답게그곳을되살려내고있다.

“강가에서는기쁜일들을이야기했고아기들을씻겼습니다.그렇게하면강물의힘이세져바닷물에섞여도혼돈의바다를이길거라믿었습니다.”(177면)

이렇듯이소설의가장아름다운문장들은고향에대한마기의판타지에녹아들어있다.마기에게남은가족은이제늙고병든아버지와행방을알수없는동생욘데뿐이다.사건은동생욘데가먼저힐을거쳐갔다는사실이밝혀지고마기를상담하던힐의직원에보스가누군가에게피습당하면서점점더긴박하게흘러간다.

정신과가슴에새겨넣은걸
제도가어떻게빼앗겠어요?


장편『힐』에서가장매력적인캐릭터를꼽으라면단연욘데가될것이다.주인공마기의여동생이자입양아인욘데는어머니리간의작품을부족방언으로번역해아이들이따라부르게한다.그저따라부르게만했으므로그것은흔적을남기지않고제국을혼란에빠뜨리는기막힌방법이었다.“욘데는굳이제국을상대하지않는다.아이들을상대한다.”
또한그녀는천부적인총명함과빛나는상상력으로부족방언의변천사를해와달과별과같은그림으로정리해아이들에게가르친다.제국은이런욘데의천재성을이용하고싶어힐로불러들였던것이다.그러나욘데는아무도모르게힐에서종적을감추고만다.그녀의운명은과연어떻게될것인가?
그실마리하나를암시하는인물이바로에보스다.열정에대한강연으로청중을감동시키는솜씨로볼때에보스역시욘데와마찬가지로원래명민한사람이었을것이다.그러나에보스는결국제국에굴복한정신이다.힐의용어를빌리자면,그는머리를다친사람이며머리에붕대를감은사람으로,제국의순화교육에의식모두를빼앗긴사람이다.그러니욘데역시에보스처럼될위험에처해있을것이다.그러나소설은욘데의행방에관해서는끝까지함구한다.다만그녀가‘남으로’갈것이라는암시를남길뿐이다.

나도함께가도될까요?

일견미래의판타지형식을취하는이소설은사실한국사회의역사와현실에깊이뿌리박고있다.그뿌리를타고내려가다보면우리는분단된나라에서의‘난민의정체성’이라는무거운주제의식과마주치게된다.피난민2세로서의작가의정체성은이번소설을구상하는데큰역할을했다.'작가의말'에서드러나듯,이소설은6·25때살길을찾아남으로피난온실향민들의삶이중요한단서가되어씌어졌다.
힐을벗어나‘남으로’향하고싶어하는욘데와마기,세벡,그리고그들의친구들에게서독자들은그러한단서를엿볼수있다.물론여기서‘남’(南)이란물리적남쪽이아니라,제국의간섭을받기이전,그래서분단도전쟁도없었던원초적고향을상징한다고보는쪽이옳을것이다.또한그것이무엇이됐든,이른바피난민2세대의내면깊이새겨진냉전의상흔,그리고그들의무의식깊이자리잡은근원적귀소본능을확인하는것만으로도충분히뜻깊은일이될것이다.
중요한것은소설가최윤이지적하듯이작가의현란하지않은주제의식이그저범상한형식으로전개되는것이아니라,남다른발상과참신한관찰력,고유한언어의든든한지원을받고있는점이다.그점에서『힐』은우리문학이기다려온하나의수확이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