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맛대로 살아라 (틀에 박힌 레시피를 던져버린 재야 셰프 전호용의 맛있는 인생잡설)

네 맛대로 살아라 (틀에 박힌 레시피를 던져버린 재야 셰프 전호용의 맛있는 인생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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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네 맛대로 살아라』에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저자 본인의 체험도 여기저기 녹아들어 있다. 지난 2014년 저자는 야생에서 오직 자기 손으로 거둔 것으로 1년간 연명한 적이 있다. 어느 셰프도 감행해보지 못한 이 전대미문의 시도에서 저자는 자연이 전하는 말에 귀기울이는 소중한 지혜를 터득했다고 한다. 처음엔 밥을 구하지 못해 20kg 이상 살이 빠지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엔 계절과 날씨, 밤과 낮의 변화에 적응하는 자신의 몸을 발견했다. 육체는 겉으론 쇠락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우면 서늘해지고 추우면 혈액 속에 지방을 축척해가며 다시 먹을 것을 찾아나서는 놀라운 에너지 재생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저자

전호용

저자전호용은학창시절가출해요리에손을댄후‘숙식제공’이가능한레스토랑에서본격적으로요리를배웠다.공사판막일꾼,인쇄소직공,화물트럭운전사로일하며틈틈이조리사자격증을땄고술집주방,분식집,보쌈집,일식집등을거치면서거의모든요리를섭렵했다.몇차례식당개업후지금은전주에서심야식당을운영하며글을쓰고있다.아톰(Athom)이란필명으로『딴지일보』에「알고나먹자」「야만인을기다리며」를,『한겨레21』에「어정밥상건들잡설」을연재했다.저서로『알고나먹자』가있다.

『네맛대로살아라』는『한겨레21』에연재한「어정밥상건들잡설」에살을붙여펴낸책이다.이책에서나는못나고볼품없는존재들에대해밥을빌려이야기했다.세상은못난것들의밥을빌려존재하고유지된다.밥이넘쳐나는시대라도많은이들에게밥은여전히기복의대상이다.이책에서빌고또빌었다.밥이라도맘편히자시라고.윤달들어5월이유난히길고긴2017년늦은장마무렵에이책을낸다.

목차

책머리에

1부네맛대로먹어라

미나리연연(戀戀)
여럿의무심함을먹고자라는콩나물
솜이불
네맛대로먹어라
통증
닭의모가지를비틀던새벽
용숙이
사람의냄새
파는밥에담은진심함량
고래의도약
은하의가난한물고기들
개구리곰탕
밝은미래

2부맛의스펙트럼

마음쓰인다,이못난것들
바다에서
아버지들이여식사하시라
안수정등(岸樹井藤)?달(甘)다
세상의모든외로운영혼들이여
김치의맛
미역국의기적
부끄러움을가르칩니다
그리고기다릴것이다
맛의스펙트럼
행복하십니까
일잘하는사내

3부어정칠월건들팔월

서울발지방통신
단무지
개떡
스스로살아가기마련이다
위야오늘은좀쉬자
합리
오!똥이여,향기로운순환이여
향기로운노년의꿈
빤쓰벗고덤벼라
빈부빈부(貧夫貧富)
대한민국원주민의여름
마당쇠
어정칠월건들팔월

출판사 서평

레시피를던져버린‘재야셰프’전호용의신간에세이『네맛대로살아라』가출간되었다.이른바떠들썩한먹방과셰프의시대에맛이란화려한레시피에달린것이아니라,사람들과나누는관계에좌우되는것임을그려낸이책에서저자는밥주변을서성이는‘B급인생’들을통해우리가점점잃어가는맛의참된의미를하나하나짚어내고있다.저자전호용은학창시절가출하여‘숙식제공’이가능한레스토랑에서처음요리를배운후막노동판을전전하며조리사자격증을땄으며술집주방,일식집,분식집등에서세상의온갖요리를섭렵한독특한이력의셰프다.서른일곱의나이에온갖식재료에담긴비밀을밝힌『알고나먹자』(2015)를펴내음식계를깜짝놀라게했으며,지난2014년에는1년동안야생에서자기손으로거둬들인음식만먹고사는과감한실험을감행하기도했다.

맛이중허냐,먹는사람이중허냐?

세상에넘쳐나는것이맛집이요,TV만켜면나오는게먹방에다유명셰프인시대에우리는살고있다.하지만이풍요로운맛의시대에우리는뭔가아쉬움을느낀다.어느실직한가장이아내를기다리며끓여낸소박한김치찌개는과연그런먹방의어느한자리에끼어들수있을까?혹시지금들끓는요리열풍에는정작중요한맛의맥락이끊어진것은아닐까?전호용의신간『네맛대로살아라』는바로이런문제의식에서비롯되었다.맛이란것역시공동체내에서사회적연결고리를가지고있다는것,그런맥락을되찾지못하면요리란그저맛있고보기좋은음식에머물고말것이라는진단에서이책은시작한다.
음식의맛이특별한이유는그안에담긴‘맥락’덕분이다.아욱국같은음식이그리특별할것없는한끼식사용이라는생각은가당치않다.‘그녀’에게한끼밥을먹이기위해한줄기한줄기부드럽게다듬고쌀뜨물을받아아욱의숨이죽기를기다리며끓이는그시간은감히5분이라고딱자를수없는의미를갖는다(「네맛대로먹어라」).떠들썩한‘와일드푸드축제’에서인파에치여구워먹는옥수수나감자보다는동네편의점에서친구들과웃고떠들며맛보는컵라면같은것이진정한‘와일드푸드’에가까운것도맛에는맥락이란것이존재하기때문이다(「밝은미래」).
저자의말을곱씹어보면밥은남과함께먹는다는의미에서‘사회적인것’이다.이책에는음식주변으로모여들어서성거리는여러존재들이등장한다.식당전단지를돌려먹고사는용숙이,오십줄에접어든육식마니아배달원에그조,채식주의자주방보조아저씨,몸을녹여농사를짓는홀로된어미,그리고인디음악을즐겨듣는명견마당쇠에이르기까지이들은버려지는낙과(落果)처럼못난존재들이지만,엄연히‘밥’을둘러싸고생명을이어가는존재인것이다.그리하여이들과마주앉아밥을나누는것은바로‘내가너의호구가되어주는’것이다(「용숙이」).밥을나눠먹으며타인을챙기고,보잘것없는어느한생명이라도보듬는행위는그자체가하나의기적이라고감히칭할수있을것이다.
이처럼저자에게맛보다더중요한것은맛주변을에워싼사람들이다.그런데어느시점에선가맛은물신화되어그인간적인맥락을잃어버렸다.단칸방에석유풍로와연탄불로밥을지어먹던시절,매캐한석유냄새와함께식탁에오르던마법같이황홀한음식들이있었다.석유풍로에서국이끓고달걀물바른소시지가부쳐지는사이연탄불에선들기름바른김이구워지고가까운바다에서잡아올린숭어가올라오며밥솥안에는달걀찜이며호박잎등이쪄진다.그런데아파트가들어서고방이넓어지고식구들이뿔뿔이일터로흩어지면서그풍요롭던식탁에는각종패스트푸드와배달음식이채워졌고,식구들이함께나누던밥의온기마저식어버렸다(「빈부빈부」).결국공동체의상실이맛의상실을낳았으며우리는이풍요의시대에역설적으로매우초라한밥상을마주하게된것이다.

레시피를던져버리고맛을상상하라!

그러므로세상에떠들썩하게넘쳐나는레시피란것에대해저자는깊은유감을표한다.혹자는무슨시크릿레시피가있어서그것을따라하면‘정답’요리가나올것처럼말하지만,음식에그런정답은없다(「네맛대로먹어라」).레시피는그저방향을제시할뿐,정답을요구하지않는다.파가없으면양파로,꿀이없다면설탕으로,각재료의특성을이용해당신만의음식을만들면그만이다.오히려한가지맛을내려고집하기보다는단맛을신맛과연결해주는‘쓴맛’을찾아내는것,다시말해설탕과식초사이에‘겨자’를첨가하는그런실험이야말로맛의풍부한변주를즐기는일이다(「맛의스펙트럼」).달을쳐다보며빵을떠올리는것처럼,요리는상상에서비롯되고완성된다.그점에서맛이란멋과닮았다.누구의눈치를봐서는멋이탄생할수없는것처럼,자기만의이야기가스며들지않고는맛이나올수없는것이다.‘네맛대로살아라’는저자의조언은이런의미를담고있다.
그처럼숭배되는레시피대신저자가강조하는바는무수한시간과정성과기다림이다.예부터콩나물시루를요강옆에둔것은온가족이요기를해소할때마다물한바가지를끼얹어야제대로자라기때문이었다(「여럿의무심함을먹고자라는콩나물」).어디그뿐인가.미나리한줌을얻기위해서는춥디추운날가슴까지차오르는물속에들어가서거둬들이는수고가요구된다(「미나리연연」).토란대는말린것을삶아사나흘물에담가둬야하며고사리는말리고물에불려삶아맑은물로씻어내야하며무청은한겨울바람맞혀말린후물에불리고삶은것이라야제맛이난다(「그리고기다릴것이다」).어쩌면한국음식은세계최고의슬로푸드이며우리민족은기다림의민족이라할만하다.그런데그렇게정성들여키우고기다린대가는어이가없을정도로민망하다.미나리한박스에7천원,콩나물한줌값이천원이되지못하는시대는처절하게빛나는노동의가치가무참하게훼손되는이시대의논리를닮았다.

파는밥에담긴진심함량25%

이책에는주변인들의이야기뿐아니라저자본인의체험도여기저기녹아들어있다.지난2014년저자는야생에서오직자기손으로거둔것으로1년간연명한적이있다.어느셰프도감행해보지못한이전대미문의시도에서저자는자연이전하는말에귀기울이는소중한지혜를터득했다고한다.처음엔밥을구하지못해20kg이상살이빠지기도했지만,중반이후엔계절과날씨,밤과낮의변화에적응하는자신의몸을발견했다(「안수정등?달다」).육체는겉으론쇠락의길을가는것처럼보이지만더우면서늘해지고추우면혈액속에지방을축척해가며다시먹을것을찾아나서는놀라운에너지재생능력을보여주었다고저자는회고한다.
이1년간의실험을끝낸후저자는식당을차려자영업의세계로나아간다.지금도전주에서심야식당을운영하는저자의고백에서우리는밥을팔아밥을벌어먹고사는사람으로서의고통을느낄수있다.저자는돈을받고내주는밥은치사하며,아무리맛있고저렴한음식이라도‘파는밥에담긴진심함량’은25%에불과하다고단언한다.그나머지75%는계산과구라인데의아한것은그렇게구라를쳐서팔아봐야남는것이없다는점이다.각종세금과임대료,재료비까지…도대체이사회의부는어디로가는가?저자는되묻지않을수없거니와이는아마밥을팔아생계를이어가는이들의동병상련일것이다(「파는밥에담긴진심함량」).
또하나저자의내밀한고백은각자의밥을버느라멀리떨어져있지만,끊임없이함께미래를꿈꾸고속삭이는‘그녀’와의이야기다.계속빚만늘어가는식당이지만이들에겐적은돈을모아시골에정착하여땅에서나는것으로먹고살겠다는꿈이있다.그들의예쁜꿈을맘속으로응원하며이들의‘연애요리법’을몰래훔쳐보는재미역시이책의별미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