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언덕 (김조을해 소설)

마시멜로 언덕 (김조을해 소설)

$12.50
Description
평범함을 가장하면서도
은근히 빛나는 기이한 소설들! _최윤

『파라PARA 21』(2004년 봄호)로 등단한 작가 김조을해의 소설집 『마시멜로 언덕』이 출간되었다. 등단작 「야곱의 강」을 포함해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모호함이란 틀에 갇힌 젊음을 변호하면서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으며, 권위의 파괴로 상징되는 예술의 생명력을 강렬한 캐릭터와 참신한 대화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순수한 영혼을 향해 참회할 줄 아는 자로서의 모성, 절대자와 인간 사이의 끈질긴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원숙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가 최윤은 “고유한 언어에 대한 고심과 평범한 듯한 주제를 이끌어가는 남다른 발상이 돋보인다”며 작가의 소설을 높게 평한 바 있다.
저자

김조을해

1969년서울에서태어나아주대학교행정학과와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경기도일산에서남편,열일곱살아들과함께반경4킬로미터를거의벗어나지않는단조로운삶을살고있다.읽고쓰기를좋아한다.원고를검토하며책을펴내는일도재밌어한다.그밖의다른일들은대충하는편이다.
2004년『파라PARA21』신인공모에단편「야곱의강」이당선되어등단했다.2015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아장편『힐』을펴냈다.2018년경기문화재단창작집출간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

목차

연금술사에게
마시멜로언덕
아디오스탱고
옛노래3-비교감상학시간
옛노래1-겨울순서
누군가
야곱의강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젊음,그모호한공포와사회의부조리함

이소설집은크게두가지주제를다루고있다.하나는사회와마주하고있는청춘의초상이며다른하나는예술과신(神)이라는형이상학적문제에대한인간의대응이다.
「연금술사에게」는환상과현실이뒤섞인독특한서사속에모호한젊음의공포가기이하게스며든작품이다.소설의앞부분에서우리는인사동의한한복집앞에서셔터안에갇힐뻔하다극적으로탈출하는주인공을만난다.그런데장면이바뀌면서이주인공은남다를것없는취업준비생으로남자친구와함께카페에서자기소개서를쓰고있다.소설은마지막장면에서다시한번셔터안으로갇힐뻔하는주인공을남자친구가구해주면서끝을맺는다.이소설에서의공포는대체로모호하다.주인공은낙원상가에서기이한악기상을만난후“아무근거없이순식간에극도의공포감”을느끼며인사동으로도망쳤다가한복집앞에서“이유없이나를모욕하는것들”에맞서게된다.얼핏보면이런밑도끝도없는공포가자소서를쓰는취준생과무슨상관이있을까의아해지지만조금더들여다보면그모호한공포가바로우리사회의부조리함과묘하게조응하고있음을느낄수있다.흔히젊음은모호하다는이유로비난받는다.그런데저자는역으로이모호함은다름아닌사회의또다른모호함(부정확함)에서기인함을역설적으로항변한다.그래서셔터안에갇히는비일상적인정황은주인공들의‘포기로점철된이십대’가빠진함정과절묘하게상응하는것이다.
이처럼어느덧주변으로밀려난청춘의초상은「마시멜로언덕」으로상징되는노동세계로옮겨온다.언덕이주는목가적인어감과달리이소설에서주인공이서있는자리는아이스크림을제조하는공장라인의맨위칸이다.공무원시험을준비한다고거짓말을해놓고공장에서일하고있는‘나’는이‘언덕’에서아래쪽라인으로포장박스를던지는일을한다.이공장에는미색블라우스에촌스런진주모양단추를단라인장도있고자꾸제품을라인에서놓치는신참여자도있으며늘오른쪽눈두덩이멍들어있는화곡동아줌마도있다.그리고이여성노동자들은엉덩이나허벅지를이마로문대는주반장의성폭력에노출돼있다.라인장은‘나’를좀더따듯한자리로옮겨주고나역시신참여자를도와주려하지만이여성들의작은연대는공장이내지르는기계의소음에묻혀버리고그때문에온몸이땡땡하게붓는일은피할수없다.그래서‘춥지않고포근한바람이불어오는(진짜)언덕에서의다정한인사’는이소외된노동세계에서는여전히하나의상상으로밖에그려지지않는다.
겉으로보기에「아디오스탱고」는쓸쓸한실연의보고서처럼보인다.물론그렇게보더라도이작품은누구나통과해야만했던슬픈의례에대한공감때문인지몇번을다시읽어도똑같이눈물짓게하는묘한매력이있다.그러나이소설을더욱감동적으로만드는비밀은사랑이라는영역이점점현실의영역으로편입될때느껴지는외로움을실연의시간곳곳에숨겨두었기때문이다.결국실연이란사랑이현실로변화되는과정이아니었을까?그것은불가능의영역(사랑)을가능의영역(현실)으로옮겨오는지난한과정가운데겪은침묵과외로움이었다는작가의성찰은그래서더욱아름답게빛난다.

싱싱한예술세계와신과인간사이의끈질긴기다림

「옛노래3?비교감상학시간」은다소느리게,그리고사색에잠겨진행되는앞의작품들과달리청춘의싱싱한생명력이스피드하게전개되는매우경쾌한스타일의소설이다.이작품은하나의단막극처럼처음부터끝까지로드센이라는예술학교의강의실에서벌어지는학생들간의,그리고학생과교수와의대화로이루어진독특한구성의작품이다.특히이작품은작가의특기,즉다양한캐릭터를인물하나하나의미세한행동으로잡아내는관찰력과마치인물이눈앞에서말하는듯생생하게다가오는대화처리가돋보이는소설이다.‘베토벤연주’를두고벌이는로드센예술학교에서의토론수업은권위의파괴,개성의확신이라는점에서생명을관리하고연장하여노동세계에정착시키는것이아니라자연으로서의생명력이그대로꽃피고자라나게하는수업을상징한다.이는전체주의와몰개성으로특징지어지는우리학교의현실에서잠시나마예술적상상력이맘껏발휘되는유토피아적공간을꿈꾸게한다.
「옛노래1?겨울순서」는모성의세계를다뤘다는점에서앞의작품들과구별되지만아이들의영혼을담고있다는점에서또하나의참신한예술세계를보여주는작품이다.이작품은한아이를잃고,또그자신도죽음을앞둔한어머니의참회록이다.이소설에서모성이란‘참회할줄아는자’로서의어머니를상징한다.누구든후회없이아이를잘키웠다고말할자신이있을까?겉으론비겁하게상황탓을하겠지만우리내면에는용서받고싶은마음이더간절할것이다.이소설에서‘동화’는어른들이쓴것,그래서기법과속임수를동원해아이들을통제하고위협할가능성이큰기제로그려진다.그러나아이들은동화를순수한영혼으로받아들이고자기의방식대로해석한다.작가는이소설이‘신발이닳도록뛰어노는아이’를보살피며쓴육아일기에서비롯되었다고고백한다(「저자의말」).그러니까이소설은우리가애써거부한아이들의영혼에대한참회록이자그들에게내미는사과의손길같은것이다.
둘다절대자(신)의문제를다루고있다는점에서「누군가」와「야곱의강」은같이읽어도좋을작품들이다.흥미롭게도「누군가」에서의절대자는구체적인사람의모습을하고등장한다.그러나절대자는어떤한‘거룩한인간’의모습이아니라,중학생에서할머니까지우리주변여러인간존재의모습이한명의몸안에서구현되는‘친근한존재’로상상된다.또한그절대자가하는일은특별한것이아니다.이소설에서‘누군가’는그저같이라면을먹어주고이야기를들어주고고장난수도꼭지같은것을고쳐줄뿐이다.중요한것은우리가위기에처해있을때조차포기하지않는절대자의끈기있는기다림이다.그것은마치인간의내면속에이미존재하는어떤선한가치들처럼그려지는데,이소설에서그가치들은현실에서모습을바꾸며친근하게다가오는절대자의모습으로형상화된다.
절대자와인간사이의끈질긴기다림이란주제의식은「야곱의강」에서도반복되고있다.폴란드의거장키에슬로프스키의영화「사랑에관한짧은필름」의스토리를액자처럼품은이소설은이미찾아온사랑앞에서끊임없이망설이며헷갈려하는주인공의내면을그려내고있다.사랑은완벽한상태가아니라어딘가결여된상태에서시작된다는점에서이소설은다른연애소설과다를것이없다.그러나그사랑을절대자의사랑과미묘하게연결시켰다는데서이소설의특징이있다.인생에서‘끝’이란게그저인간의판단이라면,그래서절대자는오히려그‘끝’은아직멀었다고말하면서끈질긴기다림을제안하는자라면사랑역시삶을고통의나락으로빠트리는그순간이후를기다릴줄아는사람에게찾아오는것이아니냐고저자는되묻는듯하다.저자는이과정을아름다운문장으로요약한다.

“사랑에는우리삶의모습을관찰하는눈이있다고생각해.재미있지?사랑은우리를관찰해.더이상잃을게없는사람옆으로사랑은다가와주는것같아.(…)그러니토멕이잃은것과그녀가얻은것을합하면0이되는거야.사랑은공평해.”(242면)

소설가최윤은이소설에대해“잔잔한사건아닌사건들을통해주인공의내적독백과주변인물들과의관계만으로도한인물의내적성숙의과정을담백하고그려내고있다”고평한바있다.어떤강렬한서사에의존하기보다는평범한일상에대응하는여러캐릭터의독특함과그것을뒷받침하는참신하고강렬한대화,무엇보다현실사회의부조리와날카롭게대립하는인간이라는주제의식은이작품집을더욱단단하게만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