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알고있는기차여행이있었다!
독일어교재에실렸을뿐인소설이,그것도미출간상태에서이처럼문화계에지속적으로영향을끼친이유는무엇일까?이소설은한번읽으면도저히잊을수없는강렬한스토리,아름답고이국적인풍경묘사,극적인캐릭터등으로빛나는소설임에분명하다.그러나그무엇보다빛나는이소설만의장점은우리인생에던지는날카로운질문과성찰일것이다.
<곰스크로가는기차>는간단한줄거리를가진소설이다.이제막결혼한신혼부부가기차를타고여행길에오른다.목적지는곰스크.이도시는사내가어릴적부터아버지에게들어온꿈의장소로,평생에꼭한번가야할운명적인도시이기도하다.그러나여행중우연히내리게된작은마을에정착하면서이곳을떠나지않으려는아내와의갈등끝에결국사내는곰스크로의꿈을접고만다.
이소설에서곰스크로의여행은누구에게나있는인생의진정한목적지,곧유토피아를찾아가는여행이라고볼수있다.그러나우리가알고있듯유토피아의의미는세상에는‘없는땅’(U-Topia)이라는뜻이다.여기에바로이소설의강렬한역설이있다.유토피아를추구하면할수록실제인생은그곳에서더욱멀어질수도있다는것이다.바로주인공의삶이그러하다.작은마을에서정원이딸린집을얻고자신의능력에어울리는선생직을물려받았음에도그의마음은여전히곰스크로의열망으로가득하다.그러나그와비슷한인생을살아온마을의늙은선생님은말한다.“당신은이미당신이원한삶을살았다”고.어쩌면이장면에서작가가말하고싶은유토피아의진정한의미가밝혀지는지도모른다.곰스크는현실에서갈수없는유토피아가아니라,바로지금까지일궈온당신의영역(You-Topia)이라는진실이.
펄떡이는생의편에서추구된사랑
<곰스크로가는기차>에서유토피아의참의미가성찰됐다면,「배는북서쪽으로」는이목적지에가닿는것을방해하는세상의탐욕을짚어낸소설이다.이소설에서목적지를잃고유령선처럼바다를떠도는배는“돈”이라는자신의항로를따라가는이세계를함축한다.그러나주인공의외침처럼,사람에게는돈말고도저마다의진정성이있고목적이있다.그외침은세상이아무리돈과권력을향해질주하더라도인간만큼은그길을강요받을수없음을항변한다.
오르트만의소설에서돈과권력의반대편에는항상살아있는인간의사랑이빛을발한다."철학자와일곱곡의모차르트변주곡"에서생의의미를옹호하는화가,"양귀비"에서어머니를향한사랑을평생부끄럽게간직하는아들의모습은이작가가얼마나펄떡이는생의편에서있는지를알수있게한다."럼주차"와"붉은부표저편에""그가돌아왔다"역시살아움직이는생의한단면을프리슬란트(독일북해지역)지역의풍광과더불어강렬하게각인시키는아름다운작품들이다.
이작품집의가장큰매력은여러가지해석과상상을가능케하는열린구조에있다.처음대학가에서자발적으로소개된이후20여년이넘는세월동안꾸준히입소문을타고있는이유도아마이작품집이우리인생에던지는지속적인질문덕분일것이다.
특히이번작품집은<대한민국원주민>의작가최규석이삽화와표지그림을더해작품의품격과아름다움을한층높여주고있다.그의탁월한해석이녹아든그림은인생의참된의미를고민하는독자들에게좋은선물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