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의 루소

에밀의 루소

$16.00
Description
낙오자들의 유쾌한 반격,
도전에 나선 내면의 목소리들!
2004년 『파라PARA 21』로 등단한 작가 김조을해의 두번째 소설집 『에밀의 루소』가 출간되었다. 표제작 「에밀의 루소」를 포함해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폐기될 위기에 처한 로봇에서 이상한 숙제를 받아든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창조해내면서 끊임없이 낙인을 찍어내는 세상과 그에 맞선 낙오자들의 유쾌한 반격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비밀에 휩싸인 삶의 숨결을 내면의 목소리로 아름답게 엮어내는 한편, 폭력과 전쟁이 난무하는 세계 속에서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는 신화적 여성주의를 시도하고 있다.
저자

김조을해

저자:김조을해
플랫폼,하면인적없는간이역을떠올린다.
토큰,하면예전에버스탈때요금함에
던져넣던동전을생각한다.
종이신문과종이잡지를말그대로‘구독’한다.
장롱면허소지자다.
읽고쓰기를제일좋아한다.
그밖에나머지는대충하는편이다.
총체적으로,뒤처지는중이다.
2004년봄,『파라Para21』신인공모에
단편「야곱의강」으로등단했다.
장편소설『힐』과
소설집『마시멜로언덕』을펴냈다.

목차


한나의숙제
에밀의루소
숭의동
불빛을보며걷는다
보름동안의사랑
옛노래4-성년식
옛노래2-이교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반격의낙오자들과사랑의가능성

이소설집은크게세파트로나눌수있다.먼저참신한소재속에묵직한주제를담고있는「한나의숙제」와「에밀의루소」가맨앞에자리한다.

표제작「에밀의루소」는구형취급을받는교육로봇‘루소’와그친구이자제자인‘수’(일명에밀)가겪는하루를통통튀는대사와줄거리로이끌어간SF소설이다.철학자루소와그의저서속제자‘에밀’의관계를절묘하게뒤틀어,때로티격태격다투지만서로의생각과행동을학습하면서성향이비슷해진로봇(루소)과인간(수-에밀)을등장시킨점이흥미롭다.수에게어느날갑작스런방문객체시메가찾아와생산노동(출산)에참여해지원금을타내자는제의를하면서이야기는갈등에빠진다.코믹한로봇소설의외양을한이소설에서아이를낳지않고혼자사는여성‘수’와구형로봇‘루소’는사회에기여하지못하는낙오자로낙인찍힌다.이런낙인에맞서는루소와수의모습을통해소설은진정새로운것이아니라끊임없이출시되는신형에잠식된사회,그리고생명의가치를돌보는대신인구의재생산에만몰두하는디스토피아를비판적으로그려내고있다.

「한나의숙제」는낙인찍힌존재들을만들어내는구조를초등학생한나가겪는힘겨운일상에서섬세하게다듬어낸작품이다.어느날수학문제를풀다가참지못하고머리를긁는한나에게담임선생님은머리를자르고오라는숙제를내준다.단지머리가가렵다는이유로머릿니가있는전염병환자취급을받는한나,그리고장애를가졌다는이유로친구들에게왕따를당하는친구영우의모습은사회전반에만연해있는낙인찍기의구조를암시한다.그러나한나는씩씩한아이다.어른들이만들어놓은‘숙제’를한나스스로해결해가는뜻밖의과정은통쾌함을넘어코끝이시큰해지는감동을준다.

첫소설집『마시멜로언덕』부터김조을해작가가붙들어온주제중하나는과연사랑은가능하며,가능하다면어떤모습일까라는질문이다.이번소설집의두번째파트를이루는세작품「숭의동」「불빛을보며걷는다」「보름동안의사랑」은모두사랑의가능성을되묻는작품이라할수있다.

등단작을평하면서소설가최윤이언급했듯이작가는대단한서사없이도“잔잔한사건들을통해한인물의내적성숙의과정을담백하게그려내는”데능숙하다.「숭의동」은초로에병이들고만엄마가나이마흔에박사과정을수료한딸에게자전거타는법을가르쳐주는장면으로시작된다.사범학교에가고싶었던엄마는가난한동네숭의동에서조개장수를할수밖에없었고똑같이가난한남편을만나신산한삶을이어왔다.주인공은고난과신산을다겪어내고도여전히엄마의마음속에반짝이는무엇이있다는사실을깨닫고깊은전율에휩싸인다.

「불빛을보며걷는다」역시뚜렷한서사가아니라나그네와친구,엄마와동생들,그리고죽음을앞둔아버지에대한묘사로이어진다.그묘사는한번에알아채기힘들지만듣는이를묘하게설득시키는힘을발휘한다.가령불빛을보며걷는이유에대해작가는“인생은비밀투성이라고,어떤날은불빛이말해준다.그것을깨달은사람들눈에는저공기끄트머리의바람이보인다.한번이라도이기류를느껴본사람들발걸음은대부분느리다.”고묘사한다.이처럼작가는비밀에휩싸인개인의삶을내면에서반짝이는불빛과바람을따라거니는듯한아름다운문장으로한땀한땀엮어낸다.

「보름동안의사랑」은사랑을시작한A와B가나누는어설픈몸짓,간절한대화,내면의소망을세밀하게관찰한변화의기록이다.작가는인물들의사소한습관이나지나치듯스쳐가는대화,심지어숨소리하나도놓치지않고그안에숨어있는삶의숨결을드러내면서사랑이란자신들의존재를포기하지않고투명하게서로에게내보일수있는용기라는주제를선명하게빚어낸다.

신화적여성주의의실험

이소설집의마지막파트를이루는두작품「옛노래4―성년식」과「옛노래2―이교도」는신화적이야기속에여성주의적세계관을담아낸매우독특한작품들이다.

「옛노래4―성년식」은성년식이라는통과의례에담긴폭력적인질서와이에맞서는자연친화적이고공동체적인질서가극명하게대비된다는점에서신화적여성주의의성격을강하게보여주는작품이다.주인공미누옥은성년식축제에서새용사가되기위해자기가키우던새끼염소루루를죽인다.하지만이런야만적의례를겪으면서미누옥은폭력과전쟁이난무하는세계,지나치게가부장적인남성적세계를끝내려면무언가큰도전이필요하다는절실한깨달음을얻는다.미누옥은결국큰용사명산을죽이고“성년식제가”를벗어나“잠잠하고고운노래”가있는세계로의탈출을감행한다.소설의마지막에구출된노예아이와미누옥이함께산맥을넘는장면에서독자들은도덕적환희에가까운카타르시스를만끽할수있을것이다.

마지막작품「옛노래2―이교도」는재생산(출산)을위해총단으로떠나게된주인공슐라가모든강요를뿌리치고참된종교의자유를향해나아간다는이야기를담고있다.이작품에서의충격적인결말은인간의욕망에의해제멋대로신성시된결과오히려인간을억압하게된전능자가아니라,참된생명을주관하는존재로서의신의신비를암시하고있다.

‘작가의말’에서김조을해는AI가결코하지않을‘미련한’일에도전하고싶다고밝혔다.번거롭고비효율적인것을마다하지않는작가의사유와유머,통찰이기술시대에더외로워진많은이들에게따듯한위로를전해줄것이다.

저자의말

내가이루고싶은꿈을하나소개하겠다.비현실적이고불가능한도전일수도있겠는데,나는미소지으며잠자는인간이되고싶다.

깊이있는문해력과참신한상상력을장착한인간소설가가되어AI가하지못할일,엄밀히말하자면,AI가절대하지않을‘미련한’일에도전하고싶다.그래서돈으로환산할수없는가치를탐닉하겠다.정보처리만으로생산할수없는빛나는문장과통렬한사유로세상과소통하겠다.이번생은덜떨어진채살기로한나만의환희와승리감을부끄러워하지않겠다.비효율적이고번거로운삶을계속고집하겠다.

지면에발표했던두작품,「한나의숙제」(『악스트』2020.09/10)와「불빛을보며걷는다」(『웹진문장』에2008년4월)에다다섯편을더해,로봇을다룬나의첫소설「에밀의루소」를표제작으로정해펴냈다.나도모르게자꾸붙들고늘어지는‘옛노래’시리즈(「이교도」,「성년식」)를이번에도두편넣었고,‘사랑’이라는필터로세상을바라보며썼던작품두편(「숭의동」,「보름동안의사랑」)도첨가했다.

폐가되지않는다면그리고써진다면앞으로도읽고쓰겠다.지금처럼,아껴가며소중히쓰겠다.아마도그런내모습이가장열심히사는나의모습일것이고,나다움이뭔지아직도모르겠지만아마가장나다운모습에근접한모습일것이다.그래서한분의독자님에게라도위로와공감과유머를줄수있다면만족한다.‘나다움’을찾아떠나는한분의독자님에게라도소박한등불이되어줄수있다면소설가로서바랄게없겠다.

지금이글을읽어주시는모든분들에게마음깊이,두손모아사랑의인사를전하는나의텐션을글로옮기기힘들어참으로안타까울뿐이다.

모두모두완전,진짜고맙습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