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기억 (반양장)

딸의 기억 (반양장)

$14.29
Description
엄마가 나의 슬픔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억지로 묻어 둔 감정,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
갑작스러운 엄마의 암 선고 앞에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의 암 선고 앞에 외면했던 기억들을 직면하게 되면서,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이야기. 가족 때문에 아팠고 흔들리는 청춘을 보냈던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할 내용이다.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는 직업을 가졌다. 앞으로 삼십 년쯤 먹고살 걱정이 없어졌고, 오늘만 살아내던 삶에 내일이 생긴 벅찬 성취였다. 그런데 이제 좀 살 만해진 시점에 갑자기 비보가 날아들었다. 엄마의 암 선고.
왜 몸을 돌보지 않았나 화가 났지만, 곧 그보다 큰 연민이 덮쳐 와 입을 다물었다. 억지로 묻어 두었던 기억이 밀물처럼 차올랐다. 기억 속 엄마의 역할은 처음부터 끝까지 늘 하나였다. 가엾지만 그런 스스로를 모르는 사람. 작가를 가장 괴롭힌 건, 엄마와의 지난 시간에 대한 부질없는 생각과 후회였다. 그리고 그 생각의 고리를 끊기 위해 쓴 글이 바로 이 책에 담겼다.
이제야 직면하게 된 엄마와의 기억들은 가난, 청춘,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며 자신을 만나는 과정으로 귀결된다. 작가는 모든 감정을 토해내고 외면했던 기억을 마주한 뒤, 이제야 딸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자신이 과거를 꺼내 보며 미리 운 만큼, 엄마는 눈물 없이 지금을 견뎌내기를 바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함께 행복해지는 것. 작가의 바람은 이제 이것뿐이다.
저자

류주연

고향인경남고성에서연필끝의자음과모음만을갖고놀며자랐다.‘주연이의꿈길’이라는제목으로카메라앞에선적이있다.곁에있어준사람들에게선물하고싶어시집《시를쓸때비로소서러웠다》를만들었다.

책을사랑하여경상남도교육청사서가되었고가족을사랑하여딸이되기위해노력중이다.슬픔과연민을지닌채살아가는사람들을위한글을쓰고싶다.

목차

이제좀살만해졌는데,엄마가암에걸렸다

01괜찮다는음절의사이
그삼십분,아마도나는엄마를죽였다
수풀을헤치고생의이유를따왔소
이번엔홍시가없는데어떡하나
괜찮다는음절의사이
별것아닌향수(鄕愁)
재생버튼속만남
혜정씨
막내딸이지만애교가없어서

02투병의역설
마늘장아찌학사학위를따다
망치질
엄마,남녀공용샤워실의고시원을알아?
죄인들의전쟁
아픔의발견
용건없는전화
뱉지못하는질문
투병의역설
내가엄마라는상상

03함부로하는동정
천천히자라도되는줄알았더라면
함부로하는동정
그날들은욕을씹어삼켜버렸다
그가방이뭐라고남자들을울렸나
이별인줄알았던생존
순종의트라우마
일상이눈물겨울때
연약함을들키는일
술의맛
안녕,가여운나의시절

04개화와직면한다는것
간신히건져올린위로
내꿈이아빠를잡아먹은날
나를살게한어른들
그런데도어째서행복한가
퇴근길엔다들외롭지않나요
가난의객관화
개화와직면한다는것

형편없는유서를쓰게되더라도

출판사 서평

모든청춘이다빛나는건아니더라
억지로묻어둔감정,외면하고싶었던기억
주거비절약을위해택한남녀공용샤워실이있던고시원,생활비를벌기위한각종아르바이트,두세시간의수면으로버틸수밖에없었던매일….작가의대학시절을대표하는기억이란다.누군가는가난해도빛나는게청춘이라고한다.청춘은청춘이라그저아름다운거라며.하지만꿈마저잊을정도로서러운나날이라면,빛나는청춘의한가운데있다고느낄수있을까?게다가이서러움의근원에가족이있다고생각하면마냥해맑게웃을수있을까?
가족이란양가감정이들게하는존재다.세상든든한내편이다싶으면서도때로는갑갑하게목을조여온다.소속감을원하지만,독립성도유지하고싶은인간의본성탓일까?그보다는의지와상관없이소속되며세상에서처음으로맺는인간관계란특성탓이더큰듯하다.거처를분리해도그늘을완전히벗어나기어렵고가족과어떤관계를맺느냐에따라사회에서의관계가이리저리흔들리기도한다.
작가에게도가족이란그랬다.삶에지속적인영향을미치는근원,정말사랑하지만그만큼아픔을주기도하는존재.특히작가의청춘을고단하게했던건가난이었다.함께살때는인지하지못했는데사회에나오니잘보이는건무슨연유인지.생계를위해삶과치열한다툼을벌이느라꿈꾸지못하는청춘이되어버린건,오늘을살기에도빠듯한집안형편때문인것만같았다.이생각은원망이되어‘가족’에게,특히‘엄마’에게로향했다.엄마에게비수를꽂았지만,당시에는눈치채지못했다.어쩌면일부러외면했는지도모른다.아프고힘든건자신이라며엄마의아픔을보지않았다.엄마가언제나곁에있을거라고생각했으니까.어쩌면이는많은자식들이범하는과오일지도모르겠다.알면서도반복하고,내뱉고난뒤엔늘미안함에사로잡히는행위들이다.

불행이라생각했던그것들은
마음의가장약한부분을파고들어괴롭게했다
서러운시절을살아낸끝에작가는안정적인직장을갖게되었다.시절이지나면그때의기억은잊기마련이다.아니,떠올리고싶지않다.낭만이라는이름으로대충덮을수없을정도였다면더욱그렇다.그래서먹고사는일에특별할것이없어지자그때의기억은꼭꼭묻어버렸다.서로에게남긴상처역시굳이들여다보지않았다.
그런데,엄마에게암이찾아왔다.겨우숨통이트인이시점에말이다.시간의유한함이성큼와닿자,대상을잃은분노와황망함,짓이겨지는아픔이다발적으로일어났다.무엇보다작가를괴롭힌건지난시간에대한부질없는생각과후회였다.왜한결같이착한딸이지못했나,더잘나서가난으로부터엄마를일찍해방시켜줄순없었나하는회한부터마주하고싶지않은그시절자신의모습까지.그렇게도외면하고싶었던그것들이가슴속에밀물처럼차오름을느꼈다.떠오르는생각을막을수도피할수도없었다.그것들은마음의가장약한부분을집요하게파고들었다.끝없이밀려오는기억에허우적거리던작가는결심했다.용기내어과거를직면하기로,외면했던그시절을꺼내어완전히소화하기로.그래야만과거를딛고앞으로나아갈수있을테니까.
그렇게직면한기억들은과거어느지점,어느사람의곁을맴돌다가다시오늘날자신을만나는과정으로귀결되었다.작가는‘눈물짓게한것은다른무엇도아닌나였노라고받아들이기가무섭게일상이변했다’고말한다.과거를직면하고나니,가족때문에불행하기만한삶은아니었다고느낀것이다.그리고이제는불행이라생각했던것들,지나치게노력했던어떤것들,남아있는미련들을버리기로했다.무엇보다자신을불쌍히여기지않기로했다.물론아직도고통은존재한다.엄마는여전히투병중이고삶에불쑥튀어나올크고작은슬픔은예측할수없다.하지만과거를직면하고일어선지금은조금더버틸힘이생겼다.이제야정말딸이되어가는것같다는작가는웃을일많은일상을꿈꾸고있다.적어도과거보다눈물짓는날이적으리라굳게믿는다.앞으로는혼자가아닌가족과함께다.

힘들었던기억을직면하고스스로를발견하는일은
상처에새살이오르기위해꼭필요한과정
소화하지못한과거는,자꾸만현재를발목잡는다.도저히앞으로나아갈수없게한다.하지만힘든기억은되돌아보고싶지않은게보통이다.그럼에도작가는용기를내어그것을직면하고글로풀어냈다.이로써자신의상처를치유하고한발짝씩앞으로나아가고있다.
이책은아주솔직한문장으로적혔다.‘지난삶을돌아보는과정의연속’이었다고표현한작가의말그대로,어쩌면누군가에게말하기어려웠을이야기까지모두담아냈다.읽을맛을내는건전문작가의유려한글이지만,사실그보다마음이이끌리는건진솔한글쪽이다.맞닥뜨린상황은다를지라도꼭내마음을표현한듯한문장에,나와글사이의경계가와르르무너짐을느꼈다.출발점의나는분명‘독자’였지만,어느샌가‘주연’이되어울거나웃고있었다.이책을읽는다른분들에게도공감과위로를전하리라생각한다.특히방황하는청춘이라면문장마다꼭꼭눌러담은작가의솔직한심정에크게동요될지도모르겠다.
‘힘내’라는말조차실례가될수있다지만,글을읽다보면조용히응원을보내고싶어진다.글속의‘주연’에게작가인‘주연’에게,그리고‘주연’에게이입한나에게.잘해왔고잘하고있다고.그리고많이울었던만큼앞으로는웃을일이훨씬더많을거라고.부디과거를품은현재의시간이미래에는행복한기억으로남기를바라며책장을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