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실조 (유형길 에세이)

낭만실조 (유형길 에세이)

$16.80
Description
“우리 중 하나도 날개를 말리지 않고 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방황, 계절, 상실 그리고 긴 고독
어둠을 헤쳐 나오며 발견한 윤슬 같은 장면들
유형길 작가가 신간으로 찾아왔다. 《갈증이 나서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이후 두 번째 책으로 작가가 겪었던 방황의 시간,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 생각과 감정을 풀어냈다.

누구에게든 한 번쯤 시련은 온다. 몸부림칠 만큼 괴롭겠지만, 지나고 돌아보면 아픔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의 고통에 가려 보지 못했을 뿐 그 안에는 삶을 반짝이게 하는 것들도 있었다. 책에 담은 것이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방황, 계절, 상실, 긴 고독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아픔 뒤에 가려 있던 반짝이는 보물을 발견한 과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변함없이 곁을 지켜 준 사람들, 찰나처럼 지나간 기쁨의 순간, 소소해서 깨닫지 못했던 행복들 말이다. 작가는 이것들을 ‘내 곁에서 부족함을 정성 어리게 지켜 준 누군가의 눈빛과 어떤 순간들’이라고 표현한다.

일종의 고백이라 할 수 있는데, 그의 솔직한 이야기는 삶의 시련 속에서 행복을, 기쁨을, 낭만을 잃은(혹은 잊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된다. 또한 잃어버렸던 낭만을 회복하고 삶의 기쁨을 좀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삶에서 종종 찾아오는 어둠의 시간이 곧 떠오를 빛이 잠재된 시간임을 상기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느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

유형길

내가나로서날지못했던건
날갯짓이부족해서거나
영양이부족해서가아니다.
날아오르는과정을
날아다니는나처럼
충분히여기지않아서다.

인스타그램@hyeongkilyoo

목차

프롤로그

1부나는당신에게얼마만큼의해방이었나요
0.7mm/자책의시간을부둥켜안을때/불쌍한고집/내면의훈련/고독의반의어/확신의시작은허둥지둥/조급하게파놓은구렁/그녀의물결과긴흩어짐/괄호/짙은것이란/마음먹기/유한한삶의무한한의미/정리보다는극복/파도라고도그렇다고우주라고하기엔/자발적인흔들림/개성이라는숙제/수오재기/부풀어떵떵거린오만/자신과의인터뷰/마음의잔상/봉고차뒷좌석/타인의언어/경지로부터달아나기/환멸/상실유종/비상구/눈칫밥/자화상/말하는것이배설이라면/극한의존재/빛의냉철함과냉장고의고주파소음/당신의언어로귀결된다/각색된의미/사랑의목격/반대상황에몰두/해방은역행/헐벗은/반영/무언의복선/그래도인간이고싶을때/무음/일렁이는돛을단범선처럼

2부당신이라는이만큼의눈부심을빌려오기까지
고유한관계/그늘진누움/꽃이될수없는꽃다발/어둠이란/기어코살아낸다는것/띄엄띄엄/유려한/빛의결정권/소멸되지않을/좋아함이좋아함으로만남았을때/누군가의송정해변/애써/꽃이지는날/어쩜사랑할수있어서/나의세계를팽창시켜/우리,모두는끊임없는행성이니까/왜한발치꿈은나의고민을하시지/웅성이는여름과저마다의바다/케이크를대하는작은태도/마음이되려는꿈/오늘이너의정점이될테니/귀중하게태어나려는이유가더많은/무가치한눈빛까지/사랑하지않겠다는걸음걸이/매진/그날의묻은성실함/당신이꼭나인것같아그랬습니다/부재/따뜻함과뜨거움사이그모호한불씨/시어터/시절눈물/우리의시선을덮친다/정돈되지않은밤/너의결혼식/단지따뜻함을잊은사람/죽어있는빛깔/쭈뼛거리는몸과주저함/반짝이는것에만연연하고살지않으니까/작은동네/그림자는대단한녀석/조경사/훌훌털어버리는일/안부/청계천무성한여름/여름향기가짙다/벚꽃그물

3부나의시는아무한테서도살아남지않는다
예술가의잔류/맹렬한의미/시인의유일한그때/벙어리세대/그대와나의장벽/엉켜있는순간/갈림길/침묵의눈꺼풀/억단위의관계부터십원짜리를쓰는것까지/영원을품은익숙함/지금의불안함을사랑해야지/허구적인삽질/봄의늦밤/유일한승리/사랑이열심히거름이되어주는데도/복기(復棋)/하나라도맞고틀린것이라는게있을까/‘개인적인’/나를관통하는것/우리는죽는것보다남겨지기를두려워한다/풍요로운해석/우리의가장큰결핍은채워진상태/그릇그대로부으면그릇가에나만큼당신이남는다/아름다움이슬퍼도좋았는데/바글바글한우물/마음이,갈곳을뻔히아는데도/시와의헤어짐/유형길이지만/문학의힘/나자신의몫을정하는것임을/고민의강약/금방이라도떨어지듯말듯한언어를붙잡고/굴복의재정의/기다림자체/나의순간을닦아낼수록/복원을헤매며/공연실황/저마다의나로흩어지게끔/선명하게살려는노력/위로의안팎/그카페/처음부터불안/어떤때는멈춰서,어떤때는달려서,어떤때는마치물구나무서듯이/물기의근원/흔들리기를주저하지않기/더더욱이완벽하게준비되는/겨울이낳은봄/당신의서랍

출판사 서평

잊었던혹은잃었던낭만을찾게하는문장
끝이라여겼던시간에도삶을이어갈행복은늘존재했다
우리가좌절에빠지는순간은늘그렇다.어둠에갇혀다시는빛을볼수없을것같은기분의연속.하지만당장절망감이앞을가려보지못했을뿐.단순히열병과아픔만있던것은아니다.어둠이내려도달빛이비친잔물결이여전히반짝이듯,좌절속에도반짝이는것들은분명함께있었다.그것은버둥거리느라잃어버렸던(혹은잊어버렸던)우리의낭만일지도모른다.그존재를시간이흐르면그제야깨닫는다.어둠을벗어나니거칠었던감정이부드러워지고무거운아픔에눌려있던행복이눈에들어왔기때문이다.그것들은변함없이곁을지켜준사람들,찰나처럼지나간기쁨의순간,소소해서깨닫지못했던행복의장면이었다.작가는이것들을‘내곁에서부족함을정성어리게지켜준누군가의눈빛과어떤순간들’이라고표현한다.이책에는그런이야기가담겼다.방황,계절,상실,긴고독에관한이야기.그리고아픔뒤에묻혀있던반짝이는보물을발견한과정을가감없이드러낸다.
일종의고백이라할수있는데,작가의개인사를드러내기위함이아니라어둠속에도내내피어있던작은행복을모두가깨닫게하고싶은진심어린초대다.누구든생에어두운시간을거쳐가겠지만그시간속에도반짝이는것들은있는거라고.나아가어둠이있어야밝음도알수있는거라고.밝은것들을끌어안기위해더힘차게발버둥칠수있는거라고.어둠을깨칠때우리는성장하고변화할수있다.
설사,현재방황,고독,상실,절망의한가운데있는사람일지라도지금의시간은더높이,더밝은곳으로나아가기위한기다림의시간이니.너무큰절망에빠지지않았으면하는바람이다.

곱씹을수록맛이있는문장
낯섦이주는재미와가치
깊은이해는감정을정화하고더나은삶을만드는데도움이된다
이책은작가가독립출판물로《갈증이나서냉장고를열었습니다》를출간한후1년6개월여만에세상에나온신간이다.짧다면짧고길다면긴시간인데그사이를두고도그의글이가지는한결같은가치는있는것같다.
작가의첫번째책을읽은독자의반응은대체로이랬다.‘단숨에이해하기쉽지않지만곱씹을수록맛이있다’두번째책을먼저읽게된사람으로서공감하는대목이다.책장을대충슥슥넘겨서는이해하기쉽지않다.그러면서도눈에들어오는몇몇대목이있는데그것을제대로이해하고싶어자연스레천천히읽으며머리를굴렸던것같다.
일상적표현이아닌것들도눈에띈다.같은것을보고도이렇게색다르게표현할수있다니.문학시간에‘낯설게하기’기법을한번쯤은들어봤을것이다.‘일상화되어친숙하거나반복되어참신하지않은사물이나관념을특수화하고낯설게하여새로운느낌을갖도록표현’하는문학기법이라고하는데,유형길작가의글이이런느낌을준다.글의주제는2030세대에게매우익숙한일상적인것들이지만,그것을표현하는조합은묘하게낯설다.관념적이거나상투적인표현이사라지니그자리에는새로움이남는다.새로운표현이라한번더생각하게되고생각하면서글을천천히곱씹게된다.그러다보면작가가내고자한글의맛이무엇인지깨닫는다.아,이런의미구나!물론작가의의도인지아닌지는알수없다.의도가아니었다면,그는재능을타고난사람인거겠지.
작가가만든‘낯섦’이더좋은이유는읽는이의시선과생각을잡아두는그이상에있다.낯선조화로부터태어나는재미는읽는이의몰입도를높여더깊은감정을끌어내는역할을한다.이는그가만든‘낯섦’이마구잡이로붙여넣어탄생한게아니라매순간치열하게사유하며탄생한조합이라는근거가된다.사는대로생각한다는말이있다.그의치열한사유는어둠에서벗어나고싶다는개인적인몸부림에서출발했겠지만,이로써그의삶은더높은경지로조금씩조금씩나아가고있으리라짐작해본다.치열한고민이돋보이는문장들이한단계발돋움하는삶과연관되어있음은그가적은프롤로그의한대목에서도엿볼수있다.

“확장과환기의경계에서생각합니다.어쩌면내안에있는말들은완성도있는책을쓰려는욕망보단완성도있는삶을살고싶은,있는그대로의빼곡한근거는아니었을까요.”

완성도있는책을쓰려는욕망보다완성도있는삶을살고싶은마음.이것이그가치열하게사유하는이유일테다.
숏폼콘텐츠가대세인시대다.짧은시간에시선을잡아끌려다보니더자극적이고강렬한소재가남발된다.뇌에강한자극이오니재미있다고느낄수밖에.‘전두엽이살살녹는느낌’이라는웃지못할말이아무렇지않게쓰이는걸보면그만큼생각하기싫어하고,생각하는능력조차잃는사람이많아지는것같다.이런영향은영상뿐만아니라점차다른매체에도퍼져가는중이다.
이런의미에서유형길작가의글은시대에맞지않는글처럼보일수있다.천천히씹어삼켜야겨우소화할수있는글이라니.이얼마나귀찮은일인가.하지만이런작은번거로움은그의글이가지는매력이다.글이가지는장점이시간에상관없이두고볼수있다는점이라면,사실곱씹으며오래오래즐길수있는글이본래의제장점을잘살린글은아닐까.
유형길작가의문장들이삶에서지나쳐버린즐거움은무엇인지,내삶을반짝이게하는건무엇인지생각하는계기가되어주길바란다.작가의문장을꼭꼭씹다보면자연스레깨닫게된다.고통스러워도생각보다꽤빛나는것이많은삶임을.사유하자.그리고조금더사랑하자.오늘을,내일을,삶을.
마음을울린작가의말이있어공유하고싶다.

“우리중하나도날개를말리지않고날수있는사람은없고.이후에말라가는것들을충분히아파하지않고일어선경우도보지못했습니다.급하게나를사랑할수록구겨진채로,가려낸시간을직면하는수고스러운과정을지금날아서도겪을테니.어떻게든언제어디서나끊임없이자신의결핍을자랑할수있는사람이되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