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인간,인간과인간사이의부서진관계를복원하는생물학자의대서사시
2023년퓰리처상논픽션부문최종후보작
『숲에서우주를보다』와『나무의노래』로많은독자의사랑을받은미국최고의자연작가데이비드조지해스컬의신작이다.45억년지구의역사에서‘소리’의진화는생물진화사에서가장극적인장면이자경이로움이었다고말하는지은이는생물의생존과번식에서소리가어떤의미가있는지,인간이만들어낸소음으로뒤덮인이지구가왜개인을고립시키고,공동체를분열하게하며,생명의생태적회복력과진화적창의성을약하게하는지를설파한다.소리의진화에서부터생명진화의창조성그리고자연과공동체의치유와회복으로이어지는지은이의신선한논리가시적이고아름다운문장그리고과학적통찰력과어우러져빛을발한다.
책은크게세부분으로나뉜다.먼저35억년의침묵을깬생명의‘소리’가이지구상에서어떻게출현했는지를다룬다.세포막에생긴작은털(이섬모로지구상에존재하는모든동물은소리를들을수있다)의진화에서부터최초의소리를냈을것으로추정되는고대귀뚜라미화석,‘육지혁명’으로불리는백악기꽃식물진화와곤충다양성의폭발그리고날개의진화,포유류인간에게음성을선사한목뿔뼈의진화등이지구가온갖다양한생명의소리로가득하게된굵직한진화적사건들을다룬다.그뿐만아니라동물의소리와성적신호,번식과시가어떻게미적경험과결합하는지생물학적시각에서파헤친다.다음으로책은인간의언어와음악이과연다른동물종의소리와다른것인지의문을던진다.구석기시대의뼈피리에서부터현대의악기와음악연주회장에이르기까지인간의음악에관한심도있는이야기를통해인간의음악이생물종의소리와다르지않다고말한다.마지막으로인간이라는단일종이내는소음에의해잠식당한지구의소리경관이다.숲과바다와도시를지배하는인간의소음으로침묵당하는생물종의현실그리고인간과자연,인간과인간사이의고립과단절을어떻게극복할것인지에대해이야기한다.
생명의소리는경이이자,창조이며,치유이다.
물과돌과바람소리밖에없었던지구에서소리를내는생물종의출현은생명진화의역사에서가장극적인장면이다.생물종은소리로소통하고,포식자를피해생존을도모하며,번식을위해짝에구애한다.개구리의울음은공기의진동을일으키며퍼져나가,이것을듣는다른개구리관객의유전자와몸과신경계에새겨진지식을깨운다.그리고그개구리는이소리를듣고이해한다.이일련의과정은생명진화의거대한수레바퀴를굴리는원동력이바로성적과시와미적경험의공진화였음을보여준다.번식기의암컷개구리가수컷의구애노래를듣고성적선호를표현하고번식으로이어지는것은우리가언어로소통하고음악에서아름다움을느끼는것과다르지않다.새의지저귐,개구리의개굴소리,곤충의날갯소리와우는소리,심해터널로수천킬로미터떨어진곳까지음성과노래를전달하는고래의노래,소통을위한인간의언어와음악은본질적으로같다.“음악은다른존재와의연결을통해아름다움을경험하는우리내면의능력을일깨우거나키운다.이것은수억년간동물계에서소리가맡은역할이었으며,지금은인류라는종이자신과타인의몸,감정,생각에대해가질수있는가장강력한경험중하나로서표현된다.”(381쪽)소리라는생생한감각경험이성적선호와번식,진화와생존,아름다움의경험그리고인간과자연의연결그리고다른존재와의관계성으로이어지는생물학적논리가강렬하고신선하다.
단절과고립,개인주의와윤리적허무주의그리고감각적소외의시대
코로나19봉쇄로사람들의이동이줄어들고산업활동이느려지자지질학자의지진파장비에는일찍이본적없는것이발견되었다.바로전례없는‘지구적고요’였다.(478쪽)이거대한재앙은인간이라는단일종이만들어낸소음이얼마나지배적인지또다른수많은생물종의음성이침묵당하고있는지알게했다.인간의문명은다른생물종으로부터높이쌓은벽에다름아니었다.인간이만든문명과도시안에서누리는풍요는파괴와빈곤의다른면이다.“이제많은사람들은다른사람,다른종,우리를지탱하는땅으로부터감각적으로거의완전히고립된채살아간다.”(426쪽)소나무농장에서온종이펄프나보르네오숲에서온목재를쓰는우리소비자는자기가쓰는제품이어디서왔는지거의알지못한다.심지어먹고마시고쓰는것마저도그렇다.“내가소유한모든것의유래는내몸이나감각과아무관계도없다.”(427쪽)클릭한번에배달되는인터넷쇼핑은심지어상인이나가게점원과의접촉으로부터도우리를분리한다.우리현관문앞에배달된택배상자는식민주의적교역의절정이요,사람이나땅과맺은살아있는관계의흔적이모조리깎여나간상품이다.이러한무지와고립은세계화된교역의산물일뿐만아니라감각적소외의원천이기도하다.우리는윤리의뿌리가되고방향을알려주는정보와감각으로부터감각이단절된채떠다닌다.
이제는우리와함께사는다른생명의목소리에귀를기울여야할때
다른생명과의감각적연결은호기심,책임감,애정을일깨워고립되고단절된관계를복원하고치유한다.
“생물학을공부하면서도(다윈이우리의혈족이라고가르친)이존재들의‘소리’를들어보라거나대화해보라는말은한번도듣지못했다.”(531쪽)이것은도전이자반성이다.대상으로서다른생물종을해부하고,수치와그래프로나타내며,주변에서식하는수천종의소리에는무관심한인간중심적태도에대한반성이다.돌이킬수없는기후변화와고립과단절로치닫는위기의지구를치유할실마리는어디에있을까?지은이는다른생물종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것’이라고말한다.
책은지은이의실천으로가득하다.에콰도르의아마존우림,지구역사상최초의소리를냈던것으로알려진고대귀뚜라미의화석이발견된프랑스의시골마을,구석기시대의동굴,현대의음악연주회장,수많은생명들의목소리가가득한보르네오열대림,수생생물의목소리를들을수있는강과바다,온대림,전세계인구의55퍼센트가몰려사는대도시…지구의생명의소리를들을수있는곳이라면어디서든마이크를들이대고그들의목소리에귀기울인다.
지구의바다를뒤덮으며오가는선박에의해,석유를탐사하기위해바닷속에터트리는에어건에의해물속에서끊임없이소음에시달리는수생동물들의고단함,화재와개간으로사라져가는열대우림에서살곳을잃어가는동물의슬픔,땅속1킬로미터까지침투하는도시의낮은소음과인종과계급과성적차별이녹아있는온갖소음에의해침범당하는도시인의불쾌감은서로다르지않다.지구역사상오늘만큼생명의소리가풍요롭고다양한적이없으며,그다양성이이토록위협받은적도일찍이없었다.(12쪽)이위기의지구를구할수있을까?
우리곁에사는생물종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것은우리가다른존재와연결되어있음을깨우치게한다.다른생명과의감각적연결은호기심,책임감,애정을일깨워고립되고끊어진관계를복원하고치유의길로이어진다.지은이의야생의소리에대한탐구는고립과단절,개인주의와윤리적허무주의를넘어서고감각적소외를극복할수있는길을마련한다.
45억년지구의역사에서생물종은다른존재와의관계속에서,‘나’를넘어‘너’와의연결을통해서진화의창조성을발휘하고생존해왔다.돌이킬수없는위기에처한지구에서비관주의와윤리적허무주의에서벗어나공동체로돌아갈수있게하는힘은바로다른존재에귀기울이고,서로감각적으로생생하게연결되는데있음을지은이는역설한다.“소리가가치있는이유는생성하기때문이다.옛플라스마의파동,귀뚜라미와고래의노래,새끼멧새와아기의옹알이,매머드상아에불어넣은인간숨결의음.이것들은모두창조행위이다.”(5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