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연구자이자숲해설가로도시와자연을함께살펴온지은이가인천외곽의한동네에서14년을살면서보고,느끼고,생각하고,발견한것을깊고촘촘하게담아낸본격동네탐구서!
“35년동안열일곱번의이사를했다.한집에2년정도산셈이다.그만큼이사의이유가많았다.…동네살이초기에는2년이지나면떠날마음의준비를했던것같다.”(27쪽)
우리에게동네는무엇인가?한국인은10년에약3.6회,일생에걸쳐평균10회이상,수도권거주자중한동네에거주하는기간은평균6년,그중41퍼센트는2년이내에이사한다고한다(162쪽).직장,재개발,집값,교육등다양한이유로이사하는우리에게동네는어쩌면잠시머무르다떠나야하는곳이되었다.과연우리에게동네는어떤의미일까?
아파트와빌라가있고,어딜가나비슷비슷한가게가있으며,아침이면직장이있는도심지로가서하루대부분의시간을보내고저녁이면돌아와잠을자는곳,여가는다른지역에서소비는온라인으로해결하고,교육과직장을위해늘다른동네를꿈꾸는사람들이사는곳.우리시대동네의자화상이다.
열일곱번의이사끝에인천의한외곽동네에서14년의시간을보내면서동네에대해서생각하고관찰하고기록한것들을토대로쓴이책은동네라는공간에서사람들이일상적으로그려내는무늬뿐만아니라가게,산책로,광장,텃밭,가로수,공터,벤치그리고늘우리곁에있으면서도주목받지못했던나무와풀,꽃,동물과곤충등동네에서함께살아가는거의모든존재들의삶과시간을입체적으로그려낸다.오랜시간관찰하고기록한내용,동네관련연구자료,역사자료,통계,회의록,신문기사,일화등다양한자료를통해동네의과거와현재를되돌아보고,사회와자연의변화가동네에어떻게영향을주는지조망하면서우리삶의가장밑바탕이되는동네살이의의미에대해생각한다.책은사람과사물그리고자연까지동네이야기를구성하는다양한성원들의이야기를때로는아주깊게,때로는아주촘촘하게기술한다.
동네의사회,문화,역사그리고사람들의삶을다룬인류학적동네보고서이자폭넓은시선과예리한관찰력으로동네에서함께살아가는다양한자연의구성원들의삶을들여다본새로운개념의동네탐구생활
이지구가인간만거주하는곳이아니듯동네의주인공은사람만이아니다.사회,문화,역사를오가며동네의과거와현재그리고우리시대동네의자화상을기술하는이책은폭넓은시선과예리한관찰력으로동네에서함께살아가는다양한자연의구성원들의이야기역시교차해서풀어놓는다.여기서해마다오월이면하얀꽃을피우는이팝나무가로수와지난여름동네빌라필로티에서새끼를길러함께제주에서필리핀,인도네시아를거쳐호주까지가서겨울을나고동네로돌아오는제비,아파트베란다실외기에집을짓고사는집비둘기,오월이면산란철을맞아한강을거슬러좁은농수로를가득채우는잉어도이야기의주인공이된다.길가옆공터의버드나무와버려진주차장물웅덩이의소금쟁이와모내기철이면산에서내려와밤새울어대는청개구리,인간의손길을피해씨앗을틔우고자라나는버스정류장옆공터의버드나무그리고가을아침이면피워내는안개와하늘을낮게나는기러기의울음소리도동네이야기를만드는한가닥실이다.이들은우리가알지못하는사이에동네의풍경과인상과냄새와기억을만든다.동네의시간의이들존재로인해한층더깊어지고풍성해진다.
기억,연결그리고발견
“코로나19로동네를재발견한것은아이들만은아니었다.동네에서잠만자던어른들의눈에도동네가들어왔다.‘우리동네에벚꽃이이렇게많이있었나?’”(405쪽)
동네의삶에서평소라면잘드러나지않는진실,즉우리의일상을지탱하는힘은문제가발생하고,위기가찾아오면눈앞에서모습을드러낸다.팬데믹으로이동이제한되고,거리두기가실행되자사람들은동네를다시보고다시발견하기시작했다.비대면과온라인거래가대세를이루는와중에도동네에서의소비가늘고동네를오가며그전에는보지못했던것을새로운눈으로다시들여다본것이다.녹물이섞인수돗물사태는우리가마시는물이수십킬로미터를거쳐서집안에들어온다는사실을,중국의비닐쓰레기수입금지조치는우리가버리는쓰레기가어디로가는지,지구는어떻게연결되어있는지,이시스템이하나만삐끗해도얼마나큰파국이일어나는지알게한다.신도시건축을위한계양들녘공사가큰기러기와알락도요의기착지를뒤바꿔놓듯,3ㆍ1만세운동기념관전시실개축공사는동네참새를뿔뿔이흩어지게하며,필로티를허가한건축법개정은동네제비의둥지짓기에영향을준다.어느것하나홀로인것은없고모든것은연결되어있다.그누구도다른사람을의지하지않고는살수없다.동네는수많은사람들의집합적인기억을담은그릇이며,우리가다른사람들그리고자연의구성원들과지구와연결되어있음을보여주는장소이다.
동네는우리삶의공간과가장가까운곳에서다시발견되기를기다리는하나의우주.
이제다시동네를들여다볼시간
갈수록동네의의미가축소되고,획일화되고,서열화되고있다.이웃관계는사라지고,잠자는곳이상의의미를찾기어렵다.그렇다고책은마을공동체의복원이나이제는잊히고사라진과거의동네풍경에대한향수같은것을이야기하지는않는다.지금이시대동네의자화상을그려낼뿐이다.친하게지내면서두터운관계를쌓았던이웃은이사를가면관계가끊어지고,목례와눈인사를나누고때로동네사람들을연결하는장이되었던가게는폐업과함께사라진다.이시대동네에서의관계는짧고일시적이며,연결은느슨하고연약하며,동네와의정서적유대감은늘미끄러져버린다.그럼에도해마다오월이되면새하얀꽃을피워내는이팝나무가로수가편안하고화사한분위기를동네에뿜어내듯늘자리를지키며소소하지만일상을채우면서동네를동네답게만드는것들이있다.아이들을알아보고이름을부르는어른과거리에서만나잠시인사를나누는이웃과물건을사면서잠깐이야기를나누는가게점원과눈이오면가게앞을쓸어내는가게주인과전깃줄에앉은박새가동네의시간을더깊고풍요롭게한다.가게에서점원과의시답지않은짧은대화가사람들에게심어주는작은행복감은지극히소소하지만어쩌면우리삶의고립과단절을메워주는접착제같은것이다.(69쪽)동네는우리가의식하고알지못하는사이에우리의삶의가장근본이되는것들을지탱하고채워주는곳이다.짧은인사와대화가동네에사는동식물에대한작은관심이동네를더깊게하고넓게하며두텁게한다.책은말한다.이제다시동네를들여다볼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