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열고 괄호 닫고 그리고 - 시인시선 16(양장)

괄호 열고 괄호 닫고 그리고 - 시인시선 16(양장)

$15.00
저자

정용채

저자:정용채
충주가고향인작가는가톨릭대학교에서중어중문학을전공했으며2009년《지구문학》을통해시로등단했으며2023년《경상일보》신춘문예동시부문에당선되면서동시또한쓰기시작했습니다.
저서로는시집『엄지손가락』과『마음로1번길에시가산다』가있으며동시집『물음표를늘이면느낌표가되겠네』와『풀숲에고양이』가있습니다.
제13회자구문학상을수상했으며제2회여수·순천10.19평화문학상을수상했습니다.

E-mail:jychao@hanmail.net
인스타그램:instagram.com/poet.jyc
표지그림캘리:정용채

목차

작가의이야기

제1장그리움은자꾸몸집을늘린다

그리움이출렁인다
꽃눈은아리다
소실점이되어가다
어머니의반짇고리
헤아릴날
어머니의밥솥
소변금지라써놓고
압축파일을열다
아버지와아들
빗살무늬
달항아리
마음의촉수
코끼리귀를닮았다

메아리가먼바다로달려가는시간
눈,눈의혼
대나무숲에들다
고양이가앉았던자리
수평계
이사합니다
1442계단을오르다
윤동주시인의자화상

제2장신발굽이낮아지고있다

날이서다
지하5층남자
꼴을만들다
밥상
소금빵을사들고
가죽끈을묶다
밤고양이
하이힐
오늬의아카이빙
감정가게를오픈합니다
짝발
신발치수
뒷골목엔그늘이깊다
탑골공원
노량진육교
빨간약
마스크
거리두기
유행
이카로스의날개
어떤친구
난간

제3장변하지않는건다만

홑겹

오전11시
ㅋㅋ,ㅎㅎ,ㅊㅎ
망치소리
도시물고기
무지외반증
이명
인공눈물
염도3.5%
‘좋아요’를눌러주세요
KTX
오해의늪
모래톱
물의뼈
잠을깨다
구매하기
귀걸이사

옷은아타카마사막에피라미드를쌓는다
비의합주곡
외발뜨기왜가리

제4장피어난것들의낙하방법

접시꽃
들꽃으로피어
봐도보이지않는것들은듣는다
잡초
가을이별식
여름과가을사이에비가내린다
따개비유랑기
대금소리
고랭지배추밭
늙은농부
아카시아꽃을따먹다
참기름을짜다
꽃대
활엽수
이정표를달다

명품세탁소
마음접기
감나무집
오디익는계절
겨울아이
그리움학개론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리움이출렁인다>

그리움은늘모퉁이나언덕배기또는마을어귀에
우두커니서있는전봇대같은모습을하고있다

눈부신아침도있을진대
언제나해질녘
길게그림자를키우며다가온다
혼탁하고찝찔하고묘한향을머금고는
거부할수없이내앞에떡버티고서있는
저장정결제처럼불쑥,당당하다

아름드리나무정강이에둥근옹이가
파고들던숱한미물들을물리치고가둬둔수액의응고이듯
기다림이곧잘쿨렁거리는건
단단한결정속엔아직여린액체가있음이다

목적도대상도이젠가물거리지만
여전히어지럼증을동반한아득한멀미
그오래된그리움이또출렁인다.

<어머니의반짇고리>

풀린솔기를꿰매려반짇고리를열자
우르르쏟아져나오는어머니의시간,곰삭은숨이격하다
대충접은광고지에둘둘감긴시침실
마치타래를관통이라도할듯,긴바늘이대각선으로꽂혀있다
대못이다
어머니가슴에박힌커다란대못이촘촘한실길에걸쳐있다

빳빳하게풀먹인이불홑청을시칠때어머니볼은아직붉었었다
바늘에찔리면연분홍핏물이봉숭아물인양
투명하게떨어졌을그말간손가락

누레진시침실가닥가닥마다
피를나눠마신듯실과바늘의결의가유별나다
바늘을들어어머니의손등을찔러보고싶다
아직도피가나오려나
비닐같은저손등에도피가도는지늘궁금했다

솔기를감치다바늘에찔렸다
순식간에입으로가져가는손가락
이본능은뭘까
피를먹는다.흡혈귀처럼내가내피를빨아먹는다
실타래를타고어머니의피가다시수혈되고있다.

<달항아리>

하현달을빚을때
상현달은아직태동하지않았다

상현달이다될무렵
갑자기찾아드는조급증
남은것에대한조바심은
채워본자들만의안달일진대

기운다는것이주는공포
다시채울수없을지모른다는
막연한불안감

결국은보름을기다리는건
너무도잔혹한고문이어서

상현과하현을기어이덧붙여
보름으로채우고야마는

덧붙인자리교묘히위장한들
도공이이미그자릴알고있음에

언제든
둘로나눠질빚음에기억들

항아리속으로두달이들어섰다
그를너는보름이라부를텐가

결국,달항아리라부를수밖에.

날이서다날카로운칼날끝에내려앉은먼지는예각일수밖에없다간절함이매정하게팽개쳐질때등골의서늘함도예상했던결과,벗어나지않는촉의끝도분명날카로움이었다저눈빛저심장모서리에박힌무수한예각들둥근끝은어디쯤가야볼수있을까?어쩌면원안에가장날카로운끝을숨기고있을지모른다날카로운예초기에잘린잡초의단면이칼날보다더날이서있는건마지막숨들이허공을찔러대어
그구멍사이로빗줄기가쏟아져내리기때문일것이다촘촘한저바늘구멍들역시둥근모양을하고있지만그시작은역시나예리한날이다더는아침이오지않는이의저녁은날이겹겹이포개진판상절리여서멀리서보면판판하고널찍해지극히평온해보이지만
그모서리모서리마다예리하게날이서있음을안다내쉬는숨들을도형으로그려낸다면분명예리한송곳모습일것이다그절실함그간절함,모든것을내어주고서라도얻고자하는
전과다름없는아침,그날카로운예각의빛번짐이다.

<뒷골목엔그늘이깊다>

짓이긴것들의몸에선수액도아니오,땀도아닌
그렇다고핏물도아닌그런진득진득한액체가나오는법

오지게두들겨맞고는
눈물콧물범벅이된것을엉겁결에목구멍으로삼킨다
그것의가미라는것이오로지울분과모욕감과진저리나는
그어떤......

이럴때부대끼는놈들은죄다도둑놈같고
죄다사기꾼같다가도
작은관심에도모두가친절한사람같아
어리둥절하며애매한표정을짓다이내머쓱해하고

판단력마저도얇은습자지로짜부라들어
그저입김에도쉬이구멍이나고찢기고하는
참지지리도짧고도얇은분노
깊은골목에는분노얕은사람들이살고있다.

<이명>

짝짓기에실패한매미한마리가
내귓속에자리를잡았다
한이깊었나
밤낮으로울어대는통에
이만저만성가신게아닌데
어서어서제짝만나
이비좁은곳을떠나주길고대하지만
몇년째허사다
드디어맞은편귀에도
지난해짝찾기에실패한한마리가입주했다
옳다구나
둘이눈맞아훨훨날아가렴!
얼씨구,해가저물도록울기만하는두놈
저들처지에이상형타령은복에겨운일일진대
에잇!
인제보니두놈다수놈이구먼.

<물의뼈>

요란한굴착기와덤프트럭소리가
물위에서파문을일으킨다
철근이박히고콘크리트를쏟아부며
물의뼈대를세우고있다

다리,
물의다리를이식중이다
달리보면물의척추이기도한
바람의다리일수도있고땅의의족일수도있는
또는난간에빗대어서있는사람의긴다리이기도한
저하천은하나의다리를더가지게되었으니문어발이됐다

물이그다리밑을감돌아흐른다
생소함이란것도잠시일테고,태초부터있던것인양
감도는일쯤은예삿일이될테다

맘이욱신거린다
물의뼈도가끔은욱신거리려나
어쨌거나,물은이제걸을수있게된거지?

<접시꽃>

무심하던그가,
어느날
느닷없이가슴을파고들었다
붉디붉은얼굴을부벼대며

생전서로
설렐것같지않던

덤덤함을너머
무관심으로길들어진사이

그흔한익숙함을앗아간
낯선느낌이라니

설렘은그렇게
낯설게다가와
붉은색치맛자락을팔랑댔다.

<감나무집>

담,너때문에
울안에갇혀산다여겼었다
네발밑으로
슬그머니뿌리내리고
밖으로나가는연습을했다
너보다크면벗어날줄알고
해마다키를키우고
가지뻗기를게을리하지않았다
너만없으면
너만허물면
나는정말자유로울줄알았는데
이제야네가울타리고바람막이고
기댈수있는기둥임을알았다
담이지러지고
감나무쓰러지던날
땡감의떫은액체가
시멘트바닥위에끈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