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밭 너구리

참깨밭 너구리

$11.46
저자

유승희

저자유승희는어느날,잠자리에누워뒹굴뒹굴하다가문득너구리가방문을똑똑두드리는상상을했습니다.상상속너구리를불러내서말을걸자,주절주절잘도떠들어대는것이었어요.그이야기를열심히들어두었다가글로옮겼더니동화가되었습니다.《참깨밭너구리》는처음으로쓴동화이며,그간에는시골에살면서어린이책에그림을그렸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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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어느밤,달고개마을외딴집에사는
화가아저씨에게수상한손님이찾아왔어요,
눈자위가거무죽죽한게틀림없는너구리인데,
아저씨네참깨밭에서우주의미래가달린
중요한연구를하고있?대요.허락도받지않고말이에요.
제나이가자그마치137억살이라고주장하는,
이뻔뻔하고황당하고사랑스러운
물리학자너구리를어쩌면좋을까요?
어느밤,화가아저씨가잠을청하려는데똑똑똑문두드리는소리가들려옵니다.“계세요?”하는조그만목소리에밖을내다보니,너구리한마리가앞발을공손히가슴에모...
어느밤,달고개마을외딴집에사는
화가아저씨에게수상한손님이찾아왔어요,
눈자위가거무죽죽한게틀림없는너구리인데,
아저씨네참깨밭에서우주의미래가달린
중요한연구를하고있대요.허락도받지않고말이에요.
제나이가자그마치137억살이라고주장하는,
이뻔뻔하고황당하고사랑스러운
물리학자너구리를어쩌면좋을까요?
어느밤,화가아저씨가잠을청하려는데똑똑똑문두드리는소리가들려옵니다.“계세요?”하는조그만목소리에밖을내다보니,너구리한마리가앞발을공손히가슴에모으고서있는것입니다.눈자위가거무죽죽한게틀림없는너구리인데,이게무슨조홧속인지…….
“늦은밤에죄송하지만여쭤볼게있어서요.참깨는언제수확할계획이신지요?”너구리가공손히묻는바람에아저씨는얼떨결에“참깨는아직수확하려면좀더있어야하는데.”하고대답해줍니다.처음엔아저씨도꿈이려니생각했지요.꿈이라믿고싶기도했을거고요.하지만이너구리가두번세번찾아와같은소리를되풀이하는데야당해낼도리가있어야지요.
세번째밤,아저씨는슬슬짜증도나고호기심도일어참깨밭으로나가봅니다.그런데이너구리가참깨밭가운데접시달린나무통을놓고앉아서무언가를적었다생각에잠겼다가하고있지않겠어요.우리우주가언제어떻게종말을맞을지알아내려고우주밀도를관측한다나요.물이라도부으면줄줄새게생긴나무통이밀도계측장치라나뭐라나.아저씨는이너구리가갈수록태산이다싶지만,차마참깨밭에서몰아내지는못합니다.이괴짜너구리의모습에괴짜화가인자신의모습이겹쳐진까닭이지요.
가슴속에빛나는별을품은존재의아름다움
너구리가털북숭이발을불쑥들이민그날부터화가아저씨의고즈넉한시골살이는시장통저리가라싶게시끌시끌해집니다.마을잔치에나타나음식을바리바리싸가질않나,실험도구를구한답시고온마을을휘젓고다니질않나,타임머신을만든답시고아저씨네전기를끌어가30만원이넘는요금을내게만들질않나…….이간큰너구리녀석이하루가멀다하고사고를쳐대는통에아저씨는롤러코스트를탄듯간이오그라드는나날을보냅니다.
그런주제에뻔뻔하기는또어찌나뻔뻔한지요.어쩌다아저씨간식시간을알아낸뒤로아예그시간에딱맞춰나타나서는슬그머니합석(?)을합니다.그러면서자기가아저씨에게착한사람이될기회를만들어준거라나요.아저씨가선심한번크게쓸요량으로생일선물을해주겠다니까,고급레스토랑에데려가달라는황당한요구를하기도합니다.사람들이읽고버린여성지를가져와서사진까지보여주면서말이지요.그뿐인가요.겨울문턱에들어서자제새끼들먹일양식까지당당하게빌려(?)갑니다.내년여름에물고기를잡아서갚겠다나어쨌다나.
그럼에도이너구리가밉지않은것은가슴속에빛나는별하나를품고있는까닭입니다.왜그렇게힘들게연구를하느냐는질문에너구리는오히려화가아저씨에게되묻습니다.“선생님은왜태어나셨어요?무엇때문에사세요?그런의문을품어본적없어요?어쩌다보니사람으로태어나살고있으니까,아무생각없이사는대로살다죽는건가요?나는내가왜생겨났는지궁금하거든요.나는무엇일까,내가사는이세계는어떻게생겨났을까,이우주는끝이있는걸까,궁금한것들이꼬리에꼬리를물고자꾸생기는걸요.”
너구리는그숱한의문을풀기위해제존재의근원인우주를연구합니다.제존재를이루는모든것은137억년전이우주와더불어생겨났기에우주의비밀을풀면제존재의비밀도풀수있으리라믿는것이지요.너구리의짧은수명이다하는날까지연구해도풀지못할줄뻔히알면서도말입니다.
그꿈이높고멀고아득하다해도,그래서끝끝내닿을수없다해도,꿈을좇는존재는아름답습니다.누구앞에서건당당할수있습니다.화가아저씨는그아름다움을알아보고,그당당함을사랑하기에너구리를내칠수없습니다.화가아저씨가저를있는그대로바라봐주고,있는그대로사랑해주는줄알기에너구리또한아저씨앞에서는마음껏어리광을부릴수있는것이지요.
네가슴이하는이야기를들어봐
이책에글을쓰고그림을그린두사람의삶도화가아저씨나너구리의삶과크게다르지않습니다.두사람은강원도산골에살면서글을쓰고,그림을그리고,텃밭농사를짓고,또물리학을공부합니다.대학에서서양화를공부한두사람이전공이나생활과는무관한공부를하는까닭또한너구리와크게다르지않습니다.이우주에존재하는모든것에공통적으로작용하고또적용할수있는원리를찾고싶어서이지요.그과정자체에의미를두고그과정자체에서기쁨을느끼기에끝끝내찾지못한다해도크게상관은없습니다.그속사정이야다알수없지만두사람의삶은무척이나느긋하고충만해보입니다.
그런두사람이이책을쓰고그린건어쩌면고작한줌밖에통과할수없는좁은길로만숨가쁘게달려가는아이들을불러세우고싶어서인지도모르겠습니다.잠시나마숨을고르고눈을들어우주를보라고말입니다.137억년이라는이우주의역사에비하면인간의삶은그야말로찰나에지나지않습니다.그짧은시간을가장충실하게보낼방법은무엇일까요?그답은귀도닫고눈도닫고저마다의가슴에게물어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