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혁명 100주년 기념 한국어판
1917년 2월혁명과 10월혁명 사이
가장 뜨겁고 순결했던 레닌의 심장을 기록하다!
“레닌이 위대한 것은 이런 재앙과 같은 상황에서
성공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17년 2월 레닌은 익명의 정치적 이주자로 취리히에 좌초해 있었으며, 러시아와 연락할 수 있는 믿을 만한 통로도 없었다. 러시아 상황도 대부분 스위스 언론을 통해 접했다. 그런데 그는 그해 10월에 세계 역사상 최초로 성공한 사회주의혁명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도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월혁명 직후 레닌은 혁명적 기회를 포착해냈다. 러시아에서 혁명적 사태가 벌어져 부르주아 임시정부가 들어서고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집행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레닌은 ‘곧바로’ 이 책에 실린 첫 글 「멀리서 쓴 편지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독일이 제공한 열차 편으로 러시아에 귀국하여 「4월테제」를 발표했다. 상황은 암울했다. 볼셰비키당의 저명한 지도자들 가운데 레닌의 혁명 전술을 지지한 유력 지도자는 전무했으며, 당의 동료들 대다수도 처음에는 레닌의 제안에 경멸을 드러냈다. 그러나 레닌은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선제 파업을 조직하는 등 혁명을 선도적으로 추동하고 실행해냈다.
“‘혁명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판에 박힌 의례적 표현으로, 관습적인 통칭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다면, 민주주의자라는 것은 소수가 아니라 인민 다수의 이익을 현실적으로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혁명가라는 것은 낡고 해로운 모든 것을 가장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사람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본문에서)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뭔가 배울 것이 있는 레닌이다. 레닌이 위대한 것은 이런 재앙과 같은 상황에서 성공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지젝의 서문에서)
‘독창적인 혁명 전략가 레닌’에서부터
‘상연(上演)된 유토피아의 레닌’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
차르 체제를 무너뜨린 2월혁명부터 민주주의적 체제를 수립한 10월혁명에 이르는 기간에 기록한 레닌의 텍스트보다 이 위대함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없다. 이 책의 첫 글(「멀리서 쓴 편지들」)은 레닌이 독특한 혁명적 기회를 처음으로 파악하는 과정을 드러내며, 마지막 글(「페테르부르크 노동자·병사 대의원 소비에트 회의」)에서는 볼셰비키의 권력 장악이 완결되었음을 선언한다.
레닌이 만일 혁명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다면, 그리고 곧바로 그 기회에 응전하지 않았다면, 혁명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고, 즉 혁명을 반복하자고 완강하게 고집한 사람은 레닌 혼자였다. 이 책에 추려 모은 레닌의 텍스트로부터 우리는 레닌이 자신의 전망을 밀어붙이던, 고집스럽고, 끈기 있고, 종종 좌절감을 안겨주던 혁명적 작업들을 일별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문제는 회피하거나 옆으로 치워둘 수 없다. 권력은 혁명의 발전에서, 그리고 대외 정책과 국내 정책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본문에서)
“‘독창적인 혁명 전략가 레닌’에서부터 ‘상연(上演)된 유토피아의 레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이 글들에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생성 중인 레닌이다. 아직 ‘소비에트 제도 레닌’이 되기 전, 열린 상황에 내던져진 레닌이라는 것이다.”(지젝의 서문에서)
시리즈 『파국과 혁명 사이에서』 소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파국과 혁명 사이에서 1 ? 혁명의 기술에 관하여』에서 1917년 2월혁명과 10월혁명 사이에 쓴 레닌의 텍스트를 추려 모은 뒤, 『파국과 혁명 사이에서 2 ? 레닌의 유산: 진리로 나아갈 권리』에서 21세기 레닌의 사유를 재창조해낸다. 러시아혁명의 가장 긴박한 순간에 쓴 레닌의 텍스트에 기반해 지젝은 자신의 철학적 방법론과 아이디어로 레닌의 기획을 재사유하여, 레닌이 기획했으나 실행하지 못한 것, 사유했으나 실천하지 못한 것, 나아가 레닌이 미처 사유하지 못한 것, 다시 말해 레닌을 ‘파국’과 ‘혁명’ 사이에 놓인 우리 시대의 문제로 호명해낸다.
지젝은 레닌주의의 파산을 선언하는 지적 유행을 거슬러 레닌의 기획과 실천을 다시 사유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레닌을 단순 반복하자는 것이 아니다. “낡은 교조적 확실성을 가리키는, 노스텔지어에 젖은 이름”으로서의 레닌이 아니라, “낡은 좌표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 상황, 재앙에 가까운 그런 새로운 상황에 내던져지는 근본적인 경험을 했던”, “그런 상황에서 다시 마르크스주의를 만들어내야 했던 레닌”을 다시 건져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20세기 초 오랜 진보주의의 시대가 정치·이데올로기적으로 붕괴한 파국적 상황에서 혁명적 기획을 다시 만들어낸 레닌의 기획을, 현재의 세계적인 조건에서 반복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Verso에서 출간한 Revolution at the Gates를 우리말로 옮겼다. Revolution at the Gates는 2002년 처음 출간되었으며, 2011년 The Essential Z?iz?ek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2008년 교양인에서 출간된 『지젝이 만난 레닌』은 2002년판을, 2017년 생각의힘에서 펴낸 『파국과 혁명 사이에서 1 ? 혁명의 기술에 관하여』와 『파국과 혁명 사이에서 2 ? 레닌의 유산: 진리로 나아갈 권리』는 2011년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이 정부는 평화를 줄 수 없다. 이 정부는 전쟁 정부, 제국주의적 학살 정부, 아르메니아, 갈리치아, 터키를 약탈하고, 콘스탄티노플을 합병하고, 폴란드, 쿠를란트, 리투아니아 등을 재정복하러 나선 약탈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영국?프랑스 제국주의 자본에 손발이 묶여 있다. 러시아 자본은 수조 루블을 주무르는 전 세계적인 ‘회사’, ‘영국과 프랑스’라고 부르는 회사의 지사에 불과하다.
이 정부는 빵을 줄 수 없다. 이 정부는 부르주아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기껏해야 독일이 그랬듯이 인민에게 ‘뛰어나게 조직된 기근’만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민은 기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빵이 있으며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자본과 토지 소유의 신성함을 존중하지 않는 방법으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그것도 아마 아주 빨리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정부는 자유를 줄 수 없다. 이 정부는 지주와 자본가의 정부로서 인민을 두려워하며, 이미 로나노프 왕조와 거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_ 1. 멀리서 쓴 편지, 44쪽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평화(나아가서 진정으로 민주적인, 진정으로 명예로운 평화)를 얻으려면, 지주와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와 가장 가난한 농민이 정치권력을 손에 쥐는 것이 필요하다. 지주와 자본가는 주민 가운데 얼마 안 되는 소수를 대표할 뿐이다. 게다가 모두 알다시피 자본가들은 전쟁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다.
노동자와 가장 가난한 농민은 주민의 압도적 다수다. 그들은 전쟁에서 이익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파멸과 기아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은 자본이나 자본가 약탈 집단들 사이의 조약에 묶여 있지 않다. 그들은 전쟁을 끝낼 수 있고 또 진심으로 그것을 바란다.
_ 1. 멀리서 쓴 편지, 88쪽
플레하노프 씨는 그의 신문에서 내 연설을 “헛소리”라고 불렀다. 아주 좋소, 플레하노프 씨! 하지만 당신의 논박이 얼마나 어색하고 서툴고 둔한지 보시오. 만일 내가 두 시간 동안 헛소리를 했다면 수 백 명의 청중이 어떻게 그 “헛소리”를 참고 들었겠소? 나아가서 왜 당신의 신문은 이 “헛소리”를 설명하는 데 칼럼 하나를 통째로 할애하는 거요? 모순이오. 얼마나 모순적이냔 말이오!
물론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71년, 1872년, 1875년에 파리코뮌의 경험에 관하여, 프롤레타리아에게 필요한 종류의 국가에 관하여 말한 것을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기억하는 것보다는 소리치고, 욕하고, 으르렁대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전(前) 마르크스주의자 플레하노프 씨는 분명히 마르크스주의를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1914년 8월 4일 독일사회민주당을 “악취 풍기는 시체”라고 불렀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자 플레하노프, 골덴베르그 일파는 “불쾌해했다”. 누구를 대신해서? 독일 배외주의자들을 대신해서다. 그들을 배외주의자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그들은, 말로는 사회주의자이고 행동은 배외주의자인 이 가련한 러시아 사회배외주의자들은 혼란에 빠져버린 것이다.
_ 2. 당면한 혁명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임무, 104~105쪽
우리는 혁명의 근본적 쟁점이 권력이라고 말했다. 이제 여기에 매 단계마다 실제 권력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문제를 흐리는 방식을 보여주고, 형식적 권력과 실제 권력 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혁명이라고 덧붙여야겠다. 이것이 모든 혁명기의 주된 특징 가운데 하나다. 1917년 3월과 4월에는 진정한 권력이 정부의 손에 있는지 아니면 소비에트의 손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계급의식을 갖추는 노동자들은 혁명의 근본 쟁점, 즉 현재 누가 국가권력을 쥐고 있느냐 하는 쟁점과 침착하게 대면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 말을 행동으로 착각하지 말고, 국가권력의 물질적 표현물을 생각해보라. 그러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_ 3. 슬로건에 관하여, 114~115쪽
“혁명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판에 박힌 의례적 표현으로, 관습적인 통칭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다면, 민주주의자라는 것은 소수가 아니라 인민 다수의 이익을 현실적으로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혁명가라는 것은 낡고 해로운 모든 것을 가장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사람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_ 4. 임박한 파국, 어떻게 그것과 싸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