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 (〈빅이슈〉를 팔며 거리에서 보낸 52통의 편지)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 (〈빅이슈〉를 팔며 거리에서 보낸 52통의 편지)

$15.00
Description
잡지의 뒷면에서 시작된 한 사람의 목소리!
우리가 흔히 노숙인이라는 말로 한정 지어 시야의 폭을 좁히기도 하는 홈리스, 임상철.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잇고 고시원, 쪽방, 길거리, 피시방 등을 전전하던 그는 더 이상 삶을 지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어느 날,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를 찾아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정가가 5,000원의 잡지 한 권을 판매하면 2,500원이 판매원의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로, 합법적인 일자리를 통해 홈리스에게 자활의 계기를 제공하는 《빅이슈》 판매원이 된 그는 잡지를 팔며 그 뒷면에 자신의 이야기를 끼워 넣기 시작했다.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은 그런 그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18년여의 홈리스 생활까지, 그가 직접 써내려간 인생과 그가 목격한 동시대인의 삶의 다양성이 담겨 있다. 보고 듣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러한 시선을 누군가와 나누고자 하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자꾸만 가장자리로 몰아넣는 이 사회에서 절망하지 않고 머물 수 있는 자리와 방법을 찾아 고민하는 한 사람의 생동한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 그의 이야기는 사회적 의제로서의 홈리스, 장애인이 아니라 집이 없는 한 사람,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의 서사로 그 의제를 뒤집어 보여 주며 편견을 깨고, ‘사람답게 산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 고민하게 하고, 나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

임상철

보육원에서자란어린시절부터만화가나화가,조각가를꿈꾸었다.중학교졸업후사회로나가조형물제작공장에다니며실력을키울무렵외환위기가닥쳤다.그때부터약18년을일용직노동자이자홈리스로지냈다.몸과마음이지쳐갈즈음〈빅이슈〉란잡지를알게되어판매원생활을시작했고,1년이안되어임대주택에입주했다.〈빅이슈〉뒷면에끼워넣던글과그림을모아이책을출간했으며,이제다시어린시절꿈꾸었던시각예술가로돌아가려고한다.

목차

추천의글
_노명우(사회학자,아주대학교사회학과교수)

들어가며

차가운겨울
정말로살고싶습니다
들개
상실
하룻밤이라도
민달팽이
오토바이훼손범
양주와랍스터
과자종합선물세트

노숙인무료급식
짧은동거
첫판매
조소과
화이트크리스마스
기적같은하루
저는하루살이일뿐입니다
우울한설
사람이사람을
가족1
고양이와동거중
아버지의집
‘세차원모집복지카드소지자우대’
이십오만원
장례식장의웃음소리
강아지
배형
첫번째독자
흑과백
추석
세친구
고급아파트
형편없는삶
피시방동거
1998년
거칠지만따듯한
오백원의한끼
아버지와의짧은재회
팔각정빨래방
노숙인쉼터
가족2
구빅판
주거침입
오산

가족3
르네상스공방
구치소
럭키
빅판과의동행
가방속그림
작은행복,또는축복

감사의말
이책을후원해주신분들

출판사 서평

‘홈리스’‘장애인’이란명명으로뭉뚱그려지던삶이
불현듯‘한사람’의목소리로들려온다

일용직노동으로생계를잇고고시원,쪽방,길거리,피시방등을전전하며살았던사람.이책의저자임상철은우리가흔히‘노숙인’이라는말로한정지어시야의폭을좁히기도하는홈리스다.더이상삶을지탱하기힘들다고판단한어느날,그는홈리스의자활을돕는잡지〈빅이슈〉를찾아사무실문을두드린다.그렇게빅이슈판매원이된그는잡지를팔며그뒷면에자신의이야기를끼워넣기시작한다.그의편지들에는‘홈리스’나‘장애인’이라는명명으로뭉뚱그릴수없는,‘한사람’의인생이그대로담겨있다.또한그가목격한동시대인의삶의다양성이담겨있다.

“시청역과광화문역부근에서수없이마주쳤던빅판을기억하려해도빅판이흔드는〈빅이슈〉만기억날뿐인간의모습이떠오르지않았다.나는언제나그사람을인간이아닌빅판이라는기능범주로만인식했기때문이다.
그런나에게임상철은‘기능인’이아니라‘인간’의목소리로자신의삶을말해준다.나는그의이야기를통해기능을수행하는소리가아니라한인간의목소리를듣는다.그는세상에보내는편지들로타인에의해마음대로대상화될수없는자신의삶을표현한다.”
_노명우(사회학자,아주대학교사회학과교수),추천의글에서

오늘,내일,모레정도의삶에골몰한이가
거리에서보낸편지들

이른아침부터인력사무소로출근해전화기를붙든사무소소장의입술을바라보며하루잠자리를가늠하는일상.그런일상을사는이에게는오늘,내일,모레정도의삶도쉬이예측할수없는미래다.
빈곤,아버지의폭력,돌에맞아실명한오른쪽눈,일찍돌아가신어머니,보육원에서의성장…중학교를졸업하고밀려나듯사회로나온사람이선택할수있는것은많지않다.일용직노동으로생계를잇고고시원,쪽방,길거리,피시방등을전전하는생활속에서기어이생존마저여의치않다고느꼈을때,저자는홈리스의자활을돕는사회적기업빅이슈의문을두드렸다.
잡지〈빅이슈〉는재능기부로만들어져고시원,쪽방,거리등에서주거를해결하는주거취약계층에게만판매권한을주어비즈니스모델을통해빈곤문제를해결하고자하는데목적이있다.정가가5,000원인잡지한권을판매하면2,500원이판매원의수익으로돌아가는구조로,합법적인일자리를통해홈리스에게자활의계기를제공한다.
〈빅이슈〉판매원이된저자는잡지를판매하다가이내잡지만파는건무언가부족하다는고민에이른다.〈빅이슈〉는표지모델만큼이나이잡지를판매하는‘빅판’이주인공이되어야한다는생각때문이었다.저자는그고민을자신의목소리로해결하기로마음먹고는어린시절부터18년여의홈리스생활까지,자신의삶에담긴이야기를적고그려잡지뒷면에끼워넣었다.이책은그잡지뒷면에서출발했다.

‘홈리스’‘장애인’이란명명으로뭉뚱그려지던삶이
불현듯‘한사람’의목소리로들려온다

‘장애인’과‘홈리스’는많은사람들이‘사회적약자’를떠올릴때가장먼저떠올리는모습이지만,우리는이들의삶을동정하거나연민하며쉽게타자화하는방식으로,또는굳이그런어둡고우울한삶까지알고싶지않다는뻔뻔한당당함으로환대하기를거부하거나포기하기도한다.그렇게이름과자리를잃은사람들은한개인이아니라‘장애인’과‘홈리스’라는집단으로명명되어뭉뚱그려진다.이들의삶은‘한사람’의삶이아니라‘장애인’또는‘홈리스’의삶으로,추상적이고거리가먼흐릿한이미지로납작해진다.
이책은그흐릿한실루엣이뼈와살과목소리를가지고무대한가운데에서서말하고소통한기록그자체다.‘홈리스’나‘장애인’이라불리는사람의이러한행위는(당연하게도)그가보고듣고말할수있으며,그러한시선을누군가와나누고자하고,자신과같은사람들을자꾸만가장자리로몰아넣는이사회에서절망하지않고머물수있는자리와방법을찾아고민하는‘한사람’의생동한삶을그대로드러낸다.그러므로이편지들은임상철과비슷한조건을가진수많은이들의삶에라벨을붙여단하나의이름으로명명하곤,개인이아닌라벨이붙은집단의삶으로아주쉽게구분지었던우리의안이한태도를되돌아보게한다.임상철의이야기는사회적의제로서의‘홈리스’‘장애인’이아니라집이없는‘한사람’,장애를가진‘한사람’의서사로그의제를뒤집어보여주며편견을깨고,‘사람답게산다’는말의의미를곱씹어고민하지않을수없게만든다.


“안녕하세요.홍대입구역3번출구빅이슈판매원입니다.
잘지내셨는지요?”

책에서는반복을피하기위해덜어냈으나,그가A4용지3~4장분량으로적어〈빅이슈〉에끼워넣었던편지는늘독자의안부를묻는말로시작한다.임상철은자신의이야기를시작하기전,마치목소리를가다듬듯편지를읽는이의안부를먼저물은뒤,오늘은자신의삶에서어떤장면이무슨이유로떠올랐는지를간단히설명하고이야기를시작한다.
이야기가시작되면우리는순식간에저자의삶속으로들어간다.저자는마치타임머신을운전하듯자신의삶에서특정사건이일어난과거의순간들로옮겨다닌다.그가운전하는타임머신에착석한,저자의삶에무지할수밖에없는우리는그가데려가는곳들에서수없이생경한장면들을마주한다.처음으로무료급식소를찾았다가모여든인파에놀라는순간,1998년의서울역에서술판에끼어들었다가싸움판까지마주하고는그것이자신의미래인것만같아좌절하는순간,등짐으로벽돌을나르다비계에서추락하며‘이대로는죽고싶지않습니다’라고기도하는순간,회사에서만나생애처음으로마음을나눈이가뇌전증이라는이유로해고를당한뒤마주앉은호프집에서속내를터놓는순간,오랜만의술자리에서다투는친구들에게‘우린다들형편없다’며식당안이다울리도록큰소리를내버린순간등을목도하게되는것이다.
“잘지내셨는지요?”하고묻는그의안부는‘나의삶이이토록안녕하지못했다’는자기연민의촉발을위한것이아니다.그의편지에서는자신을연민하거나동정의대상으로만들려는어떤의도도읽히지않기때문이다.그러므로‘나는이런이야기들을만들어왔다’는담담한고백이담긴편지가묻는안부는‘그동안당신의이야기는어떻게만들어졌느냐’는질문에가까울것이다.저자의편지가자꾸만‘나’를돌아보게하는이유다.

‘생존’과‘생’사이에서사는우리는같은사람이다

인력사무소에서매일다른일을받고,하루또는한달노임으로그날,그달의잠자리를해결하며18년여를살아온이의일상은언뜻생각하기에생존에대한고민만이이어지리라짐작하기쉽다.그러나저자의이야기를읽다보면이또한우리의편견이란사실을금세깨달을수있다.임상철은누구나그렇듯‘생존(살아남음)’과‘생(사는일)’사이에서끊임없이고민하며살아왔다.
저자가‘생존’을위해찾은곳이빅이슈라면,‘생’을위해찾은것은미술이었다.어린시절부터품어왔던화가,조각가라는작은불씨는거리를떠도는삶으로인해스러질뻔했으나〈빅이슈〉를팔며임대주택에입주하게되면서다시살아났다.
이는거리에서맺은인연들덕분이기도했다.저자가세상에보내는신호를포착하고기꺼이응답한사람들.그들은저마다의우연으로잡지를구매했다가팬이자단골을자처하거나,팔순을기념하는개인적인회고록의표지그림을저자에게부탁하거나,일일판매도우미로나서저자의판매지에활기를부여하기도하고,28번째생일을맞아친구들에게선물하고싶다며한번에28권의잡지를구매해가기도했다.
바쁘게돌아가는도시에서자신의일상을살아가면서도불현듯들려오는한사람의목소리를흘려듣지않은사람들.그들이거리에서발견했던것은자신이‘도와야’할누군가가아니라‘들어야’할한사람의목소리였을것이다.저자는말한다.“사람들은길거나짧은인생의여정에서누구나자신만의이야기를만들면서살아갑니다.저도저만의이야기를갖고있고지금도만들어가고있습니다.”그는불운으로얼룩진자신의이야기를동정이나연민이아닌환대의권리를주장하는데썼다.우리가타인의삶을앞에두고해야할일은비평이아니라경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