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침투한곳곳의깊숙한면면을
섬세하고뾰족하게들여다보는시도
어쩔수없이2020년을바이러스와살아왔다.새삼스러운일은아니었다.2003년사스,2009년신종플루,2014년에볼라,2015년메르스등당장21세기들어서만도우리삶에쓰라린흉터를남긴여러바이러스가있었다.이재갑한림대감염내과교수와강양구과학전문기자는그때마다현장에서,각자의영역에서바이러스와치열하게맞섰다.모든바이러스는혹독하고뼈아팠지만,그안에서도우리사회를위한분석과모색을건져내야만했다.신종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속속등장하는맥락을살피고나니,두사람은마음이급해졌다.지구가열이초래하는기후위기,소와돼지,닭,오리등을대량사육하는축산업그리고끊임없는생태계파괴등이바이러스유행과무관하지않음을알게된까닭이었다.그리고2019년12월31일,신종바이러스의전지구적대유행이시작되었다.“원인불명의집단폐렴이발생했다”고중국정부가세계보건기구에보고한것이다.
여기,코로나19에관해쏟아지는무수한담론속에서정확하고정직한정보와날카롭고도살뜰한논의를힘껏붙잡는책이출간되었다.바이러스가침투한곳곳의깊숙한면면을섬세하고뾰족하게들여다보는《우리는바이러스와살아간다》다.2015년메르스가유행한당시,머리를맞대고신종바이러스의정보를공유하고토론하며때로는함께분노하고성찰했던이재갑교수와강양구기자가다시금의기투합했다.이재갑교수는이번정국에서질병관리본부와함께코로나방역의최전선에서분투하며때로는눈물젖은호소로,때로는강하고단호한의견제시로지치고힘든국민들을다독이며길잡이로서의역할을충실히해내고있다.강양구기자는특유의뾰족하고집요한취재로대중에게분명하고명료한정보를제시하며,과학전문기자로서안갯속에서불안함을걷어내는일에집중하고있다.두저자는지금도계속되고있는감염병의한복판에서코로나19를둘러싼일련의상황을분석하고,진단하며,우리사회는대관절어디를향해야하는지전망한다.이어서코로나19가바꾼일상가운데똑바로직시하고구축해야할모든장소와의식에관한정교하고도귀중한논의를주고받는다.코로나19이후,세상은어떻게달라져야하는가?바이러스와인간,자연과사회,정치와연대를넘나들며이땅의건강과안녕을모색하는《우리는바이러스와살아간다》다.
코로나100일,숨가빴던시간들
한국사회의생생한순간을복기하다
이재갑교수는1부에서정책자문에힘쓰며전국의치료현장을누볐던100일간의숨가빴던기록을들려준다.때로는‘전문가’로,때로는‘자문역’으로밤낮없이동분서주하며움직였던나날과한국사회의생생한순간을한톨도놓치지않고끌어모았다.2019년12월마지막날,이재갑교수는중국정부의소식을듣자마자2015년한국에서유행했던메르스를떠올린다.‘또신종바이러스인가?’불안한예감은틀리지않았다.1월7일질병관리본부는이재갑교수에게전화를걸어“우한에다녀왔고”,“폐렴증세를보이는”환자에대한자문을구한다.그리고1월9일중국에서코로나19로인한첫번째사망자가발생한다.이때부터이재갑교수의시간은긴박하게흐르기시작한다.
전치형카이스트과학기술정책대학원교수가“훗날한국의코로나19대응을복기할때반드시등장하게될몇몇회의”가운데하나라고표현하기도했던,1월10일서울모처에서열린‘민간감염병전문가자문회의’부터1월27일서울역회의실에서탄생한대량검사시스템,1월말부터터져나온‘중국인입국금지’논쟁,2월18일대구에서발생한31번환자,새벽녘단체채팅방에서만들어진드라이브스루선별진료소아이디어,2월말청도대남병원사태,3월초구로구콜센터집단감염등초기100일간있었던중요한많은대목을고스란히지면에옮겼다.이재갑교수가틈이날때마다페이스북등에짤막한메모를남겨둔것이지난시간을더듬는과정에서긴요하게쓰였다.
“바쁜와중에도시간을내서한문장한문장엄지손가락으로꾹꾹눌러적어마음속의이야기를쏟아내고나면,이상하게도위안이되고실낱같은희망이솟았다.”
_39쪽,1부‘코로나19,100일의기록’에서(이재갑)
안타깝게도2차대유행조짐을보이는현시점(8월말기준)에서지난100일간의기록은우리에게어떤의미를지닐까?두저자는코로나19발생초기의다급했던순간부터바로얼마전에이르기까지TV,라디오,신문,SNS등다양한창구를통해“더는버티기힘든상황이언제건올수있음”을꾸준히알려왔다.그러나다행히확진자수가줄어드는것과동시에,긴장의끈이서서히느슨해지면서그들의목소리는사회속에서흩어지고,문제제기는휘발되었다.두저자가스스로를가리키는표현이‘양치기소년’혹은‘카산드라’인것도바로이러한까닭에서다.다시한번각자의자리에서버텨내야하는지금,의학과과학과행정이만나절박하게움직였던그때그현장을뜨겁고도담담하게풀어낸책의1부는우리에게무겁고도유효하게다가온다.
감염내과의사와과학전문기자가쏟아내는
특별하고또절실한말과말
2부와3부에서는총8장에걸쳐두저자의심도있는대담이이어진다.바이러스와의접촉을시작으로,신천지,요양시설,콜센터등우리사회에숨겨져있는그늘부터혐오와편견에관한지점까지바이러스가똬리를튼곳곳을긴호흡으로차분히되짚어본다.나아가질병관리본부와공공의료를둘러싼방역체계를점검및진단하고,뉴노멀시대를맞아한국사회가그동안외면하고있었지만한번은꼭짚고넘어가야할이야기를치밀하게톺아본다.각각의키워드를따라가다보면새로운일상속연결과밀도에관한고민과사유가독자안에서도움트고확장될것이다.
각자이런저런일로바쁜중에도시간을내서만나면우리의이야기는끝을모르고이어졌다.방송이나지면은정해진한계가있기에늘못다한말이있었는데이번작업에서는그런아쉬움없이,그야말로원없이이야기할수있었다.
_9쪽,프롤로그‘할이야기가넘쳐난다’에서(이재갑)
1장‘바이러스’에서는바이러스유행의환경적인맥락에서부터,바이러스에날개를달아준‘진짜사정’을살펴본다.2장‘질병관리본부’에서는우리나라관료주의의특성이방역행정을어떻게망치고있는지,질병관리청승격과관련한이야기를다룬다.이어서3장‘공공의료’에서는‘공공’과‘민간’이라는이분법이가진한계와이후공공의료체계가나아가야할방향을논한다.방역의최전선에있지만숫자도시스템도모두부족한‘역학조사관’과관련된주제는4장에서다룬다.
5장‘숨겨진그늘’에서는바이러스가휩쓸고지나가며드러낸,우리사회가안고있던약한고리에관해이야기한다.신천지,노인요양시설,콜센터와택배물류센터등한국사회의가장약한고리가바이러스에게도취약한곳이었음을역설한다.6장에서는‘혐오’가인간이가진자연스러운감정이라는이론을소개하며,그럼에도“바이러스만큼이나,아니더위험하다”(203쪽)고목소리높인다.7장‘방역과정치’에서는대한민국은그리고다른나라는어떠하였는지돌아보고,바이러스와민주주의에관해논한다.8장‘뉴노멀과언택트’에서는한국사회에서빼놓을수없는교육이야기를시작으로,이번한번으로끝나지않을감염병유행에대비해취약한구조와의진지한대면을제안한다.두저자는뉴노멀에맞게끔사회구조를바꾸면지금우리사회에서문제점으로여겨지던여러요소도고칠수있다는사실을반복해서강조한다.또한대담중간중간에는코로나19를둘러싼숱한이슈와논란과관련하여,이재갑교수와강양구기자가합의한‘진실과거짓’을Q&A형식으로다루어독자의이해를돕는다.
새로운사회를향한이야기가
공허해지지않기위해서는
오랜시간자신의자리에서각각부단한연구와취재를통해정확한정보를대중에게전달해온두저자인만큼,이들이발신하는메시지는하나의거대한담론에그치는것이아니라우리살갗에아플만치생생하게와닿는다.이재갑교수는2015년1월에볼라가확산한서아프리카에바이러스병대응긴급구호대팀장으로파견되어‘에볼라파이터’로서치료현장을지킨바있고,같은해5월에는국내에유행한메르스에맞서대한의사협회신종감염병대응태스크포스팀위원장으로활동했다.강양구기자는2003년,2009년,2015년그리고지금에이르기까지감염병유행사태를끈질기게취재해왔다.
코로나19에관해쏟아지는온갖정보와전망들로혼란스러울때면,언제나이재갑교수와강양구기자의글부터찾아읽곤했다.그들을신뢰하는이유-정확한정보를바탕으로한날카로운진단과시야를넓혀주는분석,무엇보다‘확진자’와그숫자를단지코로나의심각성을진단하는단서로서코드화하지않고고통받는개인으로서,막지못해참담한사건으로서대하는태도-가그대로깃든이책역시코로나를둘러싼가장유효한쟁점들을세밀하게다룬다.그세밀한시선은이제전세계적으로유명해진명제인“우리는코로나이전의과거로돌아갈수없다”를넘어서‘돌아가서는안되는과거’가무엇인지에까지가닿아있고,그중심엔그동안외면하고방치해왔지만바이러스가적나라하게드러낸사회의취약한고리들이있다.
_김혼비(《우아하고호쾌한여자축구》저자)
우리는코로나19이후,숱한예측과분석속에잠겨있다.소위뉴노멀과언택트로대표되는새로운일상에관한전망은분야를막론하고곳곳에서하나의아포리즘처럼우리삶을포장하는용도로쓰인다.책은바로그부분에대한경계를잊지않는다.
이재갑:바이러스가취약한곳을골라서일부러침범하는것은아닙니다.사실바이러스는그사회전체를공격합니다.그런데상대적으로여건이나은곳은바이러스를막아내는반면,취약한곳은막아내기는커녕그것이똬리를틀고번식할기회를제공하죠.답답한일입니다.
강양구:결국그런약한고리를어떻게강하게만들수있느냐에따라서비대면이른바언택트사회를둘러싼이야기가공허해지지않겠죠.그런데정작그런부분보다는“언택트,언택트”하면서유행만좇는것같아서답답합니다.5월6일부터시작한생활방역을둘러싼논의도마찬가지고요.
_178쪽,3부‘바이러스와사회’에서
책은소위‘K-방역’이란무엇이었는지에관해서도다룬다.두저자는그것이“임기응변과피와땀”이었다고말한다.“그때그때의임기응변과그것을뒷받침하는의료진을비롯한다수의노력그리고그과정에서어쩔수없이생긴희생들”(171쪽)이라는것이다.그리고이번일을계기로,이제는정말로달라져야한다고덧붙인다.전세계가동경하던유럽과미국사회는갑작스러운바이러스의공격에어처구니없을정도로쉽게무너졌다.각각의사회공동체가안고있던여러문제는그민낯을적나라하게드러냈다.현대과학기술의한계또한또렷했다.이것이코로나19와마주한2020년우리의모습이다.
이재갑교수와강양구기자가어쩔수없이바이러스와살아왔고,앞으로도살아갈당신과함께지금우리가선자리를점검해보려한다.두저자의뜨겁고도치열한고민과사유를이책에꾹꾹눌러담아,우리사회와나의일상이코로나19로어떻게바뀌었고또어떻게바뀌어야하는지그단서를찾기원하는모든독자에게건넨다.
바이러스와살아가는이경험을어떻게성찰하고또새로운변화의동력으로삼느냐에따라서미래는크게달라질수있다.이재갑교수와함께작업한이책이그다른미래를상상하고만드는데낮은목소리의발제역할을할수있다면좋겠다.이제당신이목소리를들려줄차례다.
_250쪽,에필로그‘어떻게바이러스와살아갈까?’에서(강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