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여름을보내는펭귄과
부지런히기록하는동물행동학자가
남극에서맞닿은순간들
“올해로5년째,매년겨울이면남극에간다.12월부터이듬해1월까지,따뜻한남반구의여름은동물들이번식하는기간이다.수천쌍의펭귄은좁은육지에빽빽하게들어차둥지를틀고알을낳는다.그기간동안나는둥지앞에서기다리다가부모펭귄을잡아위치기록계를부착하거나새끼가얼마나컸는지무게를재고성장치를측정한다.내게남극의여름은매일같이펭귄에게다가가궁금증을해결하려애쓰는시간이다.”
_본문에서
여름이면북극으로,겨울이면남극으로떠나는동물행동학자이원영.극지연구소선임연구원으로재직중인그는매년한번씩남쪽의끝과북쪽의끝으로날아가그곳에사는동물의행동생태를연구한다.그런그가남극에서부지런히뒤를쫓으며연구하는동물은펭귄이다.
12월부터2월사이는남극에도여름이란계절이찾아오는시기다.기온이영상으로오르는것만으로‘여름’과‘따듯하다’라는말을쓸수있는곳,남극에여름이오면젠투펭귄과턱끈펭귄5천여쌍은킹조지섬의‘나레브스키포인트’라불리는펭귄마을에모여부지런히둥지를만들고알을부화해새끼를키운다.
펭귄들이새끼를키워내느라두달남짓한짧은여름을압축해서사는바로그시기에,이원영은남극의킹조지섬으로날아가세종과학기지에짐을부리고매일같이펭귄마을을찾는다.‘올해번식상황은어떨까?’‘지금쯤젠투펭귄의알은부화했겠지?’남극의여름을“매일같이펭귄에게다가가궁금증을해결하려애쓰는시간”이라말하는저자는본업인연구와함께펭귄들과함께보낸43일의일상을글과그림으로부지런히기록했다.
“그렇게매일펭귄을바라보다가그만,펭귄이너무좋아졌다.”
동물행동학자이원영은‘펭귄박사’로많은사람들에게알려져있다.평소현장에서의과학적발견을사람들과나누는데관심이많아SNS는물론네이버오디오클립‘이원영의남극일기’,팟캐스트‘이원영의새,동물,생태이야기’,한국일보‘이원영의펭귄뉴스’연재등으로극지와펭귄,동물과생태에대한이야기를부지런히전해왔다.
하지만이책에는‘펭귄박사’이전에‘펭귄덕후’인그의면모가더욱짙게담겨있다.“커다란눈,검은등에하얀배,분홍발로뒤뚱거리며눈위를걷는모습을보고있으면연구대상이라는생각보다는그저사랑스러운남극의동물로느껴진다”와같은말들때문일까.남극행을위해칠레공군기에오르는순간부터출남극후다시도시의나무와아스팔트의냄새를맡는순간까지,저자는그사이에보고듣고겪고만나고느끼고생각한대부분의것들을기록으로남겼다.
데이터수집을위해하루종일펭귄의등에위치기록계를붙였다가회수하는일부터한펭귄가족에게이름을지어주고‘마음에든다!’하며기뻐하는일,바다에나갔던펭귄이돌아오지않아걱정하는일,펭귄을잡다가날개에맞아멍이든일,도둑갈매기에게잡아먹힌새끼펭귄을보며연구자의개입을고민하는일,현재연구의기반이된업적을이뤄낸다른과학자들을만나즐거워하거나,데이터를통해펭귄의바닷속이동경로를살펴보다마치길을훤히알고있다는듯이일정한경로에감탄하는일등남극에서의일상이세세히담겼다.
펭귄의성장을처음부터끝까지지켜보고싶어이책을썼다는저자의진심이글과그림으로우리에게고스란히전해진다.동물을향한애정과그들과의공존을고민하는한연구자의기록이아주먼극지의동물을새롭게,그리고아주가까이서바라볼수있게한다.
우리는결국다른존재를사랑하는방법을알게된다
“이책은남극에서지낸하루하루를기록한이야기지만,동시에펭귄이성장해가는과정을담은관찰일기이기도하다.펭귄이알을깨고나와혼자살수있을때까지성장하는모습을처음부터지켜보고싶었다.”
_본문에서
저자는어릴적좋아하는곤충을채집하고재미삼아키워보려했다가며칠을버티지못하고금방죽어나가는모습에자신의애정이잔인함이었음을깨달았다.그후로표현의방식을‘채집’에서‘바라보기’로전환해,‘바라보기’로동물에대한애정을표현하는일을업으로삼는동물행동학자가되었다.
이책은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의생활과펭귄의생물·생태학적특징(수면,잠수깊이와시간,번식과성장,취식지,깃갈이등)을다양하게이야기하지만,결국은한인간이다른존재를사랑하는방법에대한이야기이기도하다.
귀여운생김새때문에너무나쉽게유희의대상으로여겨지는펭귄.그러나펭귄은사실남극생태계의상위포식자로서중요한역할을하고있는동물이다.인류에게언제나신비로운장소인남극과매년여름한곳에모여번식을이어가는5천여쌍의펭귄을관찰하는과학자의이야기는우리에게펭귄과극지에대한지식은물론동물과함께지구에공존하는한생물종으로서의인간을돌아보게한다.동물행동학자이원영의이야기가저멀리남극,펭귄의여름을당신의곁으로불러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