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면 뜰수록 나는 내가 되어 갔다 : 실을 엮듯 써 내려간 마음의 조각들

뜨면 뜰수록 나는 내가 되어 갔다 : 실을 엮듯 써 내려간 마음의 조각들

$20.00
저자

미쿠니마리코

저자:미쿠니마리코
1971년니가타에서태어나세살때할머니에게서뜨개를처음배웠고,와세다대학불문학과에다니던시절부터는서양서적을탐독하며니트기술과디자인연구를심화하고창작에몰두해왔다.<게센누마니팅>과의디자이너로활동중이며,저서로는《손뜨개옷장》,《기쁨의스웨터》,《미쿠니츠대형편·소형편》등다수가있다.이책은저자의첫에세이집이다.

역자:홍미화
일본고베대학교대학원에서이중언어교육석사과정을마치고일본어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번역한책으로는《나가에의심야상담소》,《여기는아미코》,《이슬픔이슬픈채로끝나지않기를》,《나를잡아먹는사람들》등이있다.

목차

시작하며

미쿠니씨
손목시계
손뜨개소품
붕어빵
아빠
엄마
히로시삼촌
마법사놀이
다케할머니
낮잠
인형놀이
장롱면허
다케할아버지
사토군
조퇴습관
우사로씨
캠핑
동생과긴자
요소할아버지
스물셋
민달팽이
감기와닌텐도
딸기
소꿉놀이
뜨개작가
버섯캐기

불행의편지
작은스웨터뜨개이야기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뜨개도안은나의언어였다.악보를연주하듯,시를낭독하듯,사람들이내도안으로뜨개를하며내가체감한행복과전율과고난을간접적으로체험하게될것이다.세상과제대로연결되지못했던긴시간이지나고,나는책이라는형태로나를세상속에내놓았다.(p.33)

나는점점평범해져갔다.동료가있었고산이있었고일을했고때로는혼자서놀러나갈수도있었다.「얼렁뚱땅반쪽이네」에나오는반쪽이아빠가말하는“이대로좋아”와같은행복이었다.
그런데도왜나는5개월만에산을떠나왔을까.
한마디로말하면내가사는곳이그리워서였다.
북적이는거리가그리웠다.그곳이파리가아니어도좋았다.프랑스행은어찌되도좋다고생각하게되었다.모은돈은목표치를달성하지못했지만,도쿄에서다시생활해도될만큼충분했다.
이제되었다고생각했다.제멋대로라는생각은했다.건강을되찾은만큼마음에도여유가생겼다.도쿄로돌아가자고결심했다.모르는사람과만나고싶었다.(p.190)

봄이왔고딸기는여전히맛이있었지만,나의마음은계속아파서세상의좋은것을그대로받아들이지못했다.
‘나이가들면좀더둔감해져서사는게쉬워질까.하지만그러면살아있다고할수있을까.그렇게둔감해지면서까지산다는것은의미가있을까.’
그날의일기에적었다.
그질문에답을할때가되었다고생각한다.
둔감해졌냐고묻는다면‘그렇다’고말하고싶다.
살아가기편해졌냐는질문에도마찬가지다.
그리고감사하게도,그래도산다는것은의미가있느냐는질문에나는‘네’라는답을할수있다.이유는한마디로설명할수없다.
삶은살아보지않으면알수없는것투성이였고,모르던것을깨달으며강해졌다.그것을둔감해진것이라고말한다면그것도맞는말이다.
하지만덕분에지금은타인과의견고한관계를원하게되었고,힘들어도나의힘으로주변의상황을조금씩바꿔갈수있게되었다.그러므로나는앞으로도계속살아갈것이고,세상에속하길원한다고말할수있다.(p.220-221)

처음으로물건을팔아번돈은2만몇천엔정도였던것으로기억한다.
몇장씩의행주와냄비집게,앞치마였는데,동생이근무하는레스토랑의계산대앞에진열해둔것이었다.감사하게도2,3일안에순조롭게팔려나갔지만,내가손님을만날기회가되지않아물건을사준사람들의얼굴은보지못했다.대신손님을맞았던동생이매일저녁이되면전화를해서‘이런사람들이이런말을하면서사갔다’라는식으로보고해주었다.
나는한마디도놓치지않으려고수화기를귀에바짝대고들었다.기쁨에뱃속이따뜻해지는것같은기분이들었다.(p.232)

전시판매를시작한지10년이지나자이일을일단락지어야한다는생각이들었다.다른일을해보고싶었다.전시마지막날밤,갤러리의주인이그해의판매액을계산한후에나에게물었다.
“자,송금이좋아?아니면현금이좋아?”
나의대답은언제나같았다.
“현금으로부탁합니다.”
주인은끄덕이면서돈을가지고와두번세어보더니명세서와함께흰봉투에넣어건네주었다.
“밤도늦었으니조심해.”
나는손바닥에놓인봉투를가만히내려다보았다.내가살아서무언가를계획하고,만들고,사람들로부터인정받은증거가두툼하고묵직하게숨을쉬고있었다.나는봉투를가방에넣고감사하다고말했다.헤어지기전에서로새해인사를나누고보니오늘이25일이었다는생각에“메리크리스마스”도덧붙였다.(p.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