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아테네, 베를린 도쿄 서울 (기억과 건축이 빚어낸 불협화음의 문화사)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 도쿄 서울 (기억과 건축이 빚어낸 불협화음의 문화사)

$32.97
Description
베를린, 도쿄, 서울ㅡ세 도시에 얽힌 독특한 문화사!
근대 독일의 지식인들은 머나먼 고대 그리스를 동경하며 상상 속의 동질성을 모색했다. 특히 당시의 ‘그리스 열풍’을 주도했던 것은 독일 지역의 맹주로 급부상한 군사 강국 프로이센이었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가히 종교적인 동경은 프로이센 왕국의 수도였던 베를린을 상상의 아테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는 동양의 베를린이 되고자 했던 제국 일본의 수도 도쿄에 유사한 형태로 이식되었고,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심장부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하나로 엮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세 도시ㅡ베를린, 도쿄, 서울이 한데 모인 이유이다. 서울, 베를린, 도쿄라는 근대수도의 계보학을 탐사하는 이 책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 도쿄 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를 창조하는 데 있어 특정한 지리적 상상과 결부된 기억 행위가 주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건축적 재현을 통해 규명한다. 저자는 수도 서울의 식민지 도시적 성격에 주목함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모던’하면서 ‘한국적’인 수도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며, 이 책을 통해 수도 서울의 현실을 호도하는 그릇된 담론을 넘어서고자 한다. ‘모더니티’라는 특수한 담론질서가 어떻게 보편적 진리로 관철되고 물질적 현실과 유리되는지를 베를린에서 시작해 도쿄를 거쳐 서울로 횡단해온 건축과 도시경관을 통해 들여다본다.
저자

전진성

저자전진성은부산교대사회교육과교수.고려대사학과및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베를린훔볼트대학에서독일현대사학사를연구하여박사학위를받았다.전공영역은독일현대지성사및문화사,역사이론등이다.역사적시간성,기억과미적재현,트라우마와인권,그리고도시공간의시각적구성문제를탐구하는데주력하고있다.교수신문『편집기획위원』,『역사학보』편집위원,시카고대학교사학과방문학자를지냈다.
2005년부터현재까지10여년의공부를집대성한『상상의아테네,베를린·도쿄·서울』은대륙을횡단하는도시들간의문화적연계,근대동아시아의성격에대한새로운접근으로일본의연구자들의주목을받았다.이책은곧일본에서도출간될예정이다.
지은책으로『역사가기억을말하다』,『박물관의탄생』,『보수혁명:독일지식인들의허무주의적이상』,『서독사회사연구의기원』,『삶은계속되어야한다:원폭2세환우김형률평전』이있고,함께지은책으로『기억과전쟁:미화와추모사이에서』,『유엔기념공원과부산:국제평화도시의환상을넘어서』,옮긴책으로『인권의발명』등이있다.

목차

목차
■지은이의말
■감사의말
■프롤로그‘근대’라는환(등)상
1부프로이센고전주의를찾아서
1.베를린,중부유럽의아테네
슈프레강가의아테네:그리스열풍과독일의민족문화|프로이센과아?테네|프리드리히광장
2.민족과국왕사이에서:프로이센의궁정건축가싱켈
미적혁명으로서의프로이센고전주의|프로이센고전주의의여명,신위병소|왕립극장과구박물관그리고유원지
3.텍토닉과프로이센의국가이념
텍토닉의원리|국가텍토닉|시간의텍토닉,역사|역사주의자싱켈
4.독일제국의역사주의건축
‘문화민족’과역사주의건축|싱켈의계승자고트프리트젬퍼|역사주의건축의본령,네오르네상스양식|제국주의의첨병,네오바로크건축
5.역사주의와도시계획
싱켈과렌네의신고전주의도시건축|호프레히트계획안|현대적도시계획의등장|슈프레아테네에서슈프레시카고로
2부아시아의프로이센을넘어
1.독일역사주의건축의결정판,칭다오
문화제국주의|독일제국의동아시아거점도시칭다오|영국과프랑스의식민지도시들과의차별성|칭다오도시계획과역사주의건축
2.메이지일본과프로이센:이와쿠라사절단의시선
일본의서구화|『실기』의기본노선|서구세계의체험|『실기』에서프로이센의위상
3.국가적텍토닉으로서의제국헌법
‘아시아의프로이센’을꿈꾸며|프로이센식헌법의제정|‘국체國?’의구현으로서제국헌법|서구화와일본화|일본의문화민족주의
4.도쿄의발명
에도에서도쿄로|긴자벽돌거리의등장|‘관청집중계획’과중심의발명|‘도쿄시구개정조례’
5.‘빅토리아’혹은‘빌헬름’?:메이지시대의공공건축
영국인건축가조사이어콘더가끼친영향|일본근대건축의대명사다쓰노긴고|독일파건축가쓰마키요리나카|제국의도구이자도상으로서건축
3부아테나의섬뜩한환등상
1.도시계획과식민주의
제국일본의편집증과분열증|일본식도시계획의탄생|제도부흥계획에서식민지도시계획으로|만주국수도신쿄의과시적모더니티
2.한성에서경성으로
한성부도시개조사업|경성시구개수사업|도시계획의합리성?|‘조선시가지계획령’|도시계획의식민성
3.싱켈에게바치는오마주?:경복궁앞에세운조선총독부청사
“경복궁업셔지네”|경복궁의이념|경복궁의모진운명|조선총독부청사의등장|조선총독부청사의건축적특징과공간성|시공간의식민화
4.경성의역사주의건축물들
탁지부건축소가이식한프로이센고전주의|선은전광장의대두|1920년대의역사주의건축|경성의모더니즘건축|멜랑콜리의도시
5.총독부청사와경복궁사이에서
모더니티와식민성의싸움터,서울|텍토닉의희화:여의도국회의사당|대한민국의문화민족주의|역사바로세우기?
■에필로그기억의터와희망의공간
■주|도판출처|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기억과망각의예술이라할수있는건축과도시계획은그본성상기술적사안이기에앞서담론적이다.고대아테네와그분신인프로이센고전주의에대한기억과망각속에서베를린,도쿄,서울이근대적수도로만들어져가는과정을건축설계와도시계획그리고도시민들의반응등을망라하여다루었다.”
아테네를상상한도시,베를린ㆍ도쿄ㆍ서울
―이책이말하다
《상상의아테네,베를린·도쿄·서울》은하나로엮기에는어울리지않는세도시베를린,도쿄,서울을다룬다.베를린과도쿄는‘위로부터의근대화’를이룩한...
“기억과망각의예술이라할수있는건축과도시계획은그본성상기술적사안이기에앞서담론적이다.고대아테네와그분신인프로이센고전주의에대한기억과망각속에서베를린,도쿄,서울이근대적수도로만들어져가는과정을건축설계와도시계획그리고도시민들의반응등을망라하여다루었다.”
아테네를상상한도시,베를린ㆍ도쿄ㆍ서울
―이책이말하다
《상상의아테네,베를린·도쿄·서울》은하나로엮기에는어울리지않는세도시베를린,도쿄,서울을다룬다.베를린과도쿄는‘위로부터의근대화’를이룩한후발제국의수도라는공통점을지닌데반해,도쿄와서울은오랜역사적인연을지닌동일문화권안의제국-식민지관계였다.별관련이없어보이는서울과베를린이하나로엮일수있는것은제국일본의수도였던도쿄를매개로하나의독특한지리적상상이시간과공간의장벽을뛰어넘어영향력을행사했기때문이다.고대그리스에대한가히종교적인동경이프로이센왕국의수도였던베를린을상상의아테네로만들었고이는지구반대편에위치한일본이신흥제국의수도도쿄를상상하는모델이되었으며,종국에는일제식민지가된조선의수위도시경성에까지지울수없는흔적을남겼다.
중앙청은파르테논신전과는시대적으로나장소적으로그리고무엇보다도그정치적·역사적가치를놓고볼때너무나동떨어져있다.그러나원형의‘모방’이아니라‘희화’라는차원으로본다면이야기는달라진다.근대일본이자신의국가적정체성을수립하는데있어독일프로이센의모델로부터큰영향을받았음은주지의사실이다.일제의프로이센수용은단지법제와군제,과학기술영역만이아니라민족적정체성의가장뿌리깊은핵심에까지걸쳐있었다.그런데정작근대독일은민족적정체성이라는점에서는극히예외적사례에속한다.수많은나라로갈려있던독일어권지역에서공통의민족적뿌리찾기는자연스러운체험에바탕을둔기억의장소가아닌관념적으로설정된외딴공간에서이루어졌다.다름아닌고대그리스!근대독일의지식인들은거리상으로나시대적으로나머나먼그곳을동경하며상상속의동질성을모색했다.당시의‘그리스열풍’을주도했던것은독일지역의맹주로급부상한군사강국프로이센이었다.이른바프로이센고전주의preußischerKlassizismus는이러한흐름의문화예술적결정판으로,중부유럽의아테네로자처하던수도베를린에서활짝꽃피웠다.이는동양의베를린이되고자했던일제의수도도쿄에일부분이나마제법유사한형태로이식되었다.도쿄를상상의아테네로만들어가던일제는스스로의필요에따라쇠잔한식민지조선의심장부에프로이센고전주의의제도적·정치적·공간적·미학적원리를이식했다.―본문28~29쪽
근대적도시공간서울의탄생
―이책에서듣다
서울·베를린·도쿄라는근대수도의계보학을탐사하는《상상의아테네,베를린·도쿄·서울》은수도서울의식민지도시적성격에주목함으로써대한민국이라는국가전체의성격을이해하기위한실마리를제공한다.모더니티와식민성의모순을고스란히떠안은채탄생한대한민국은그태생적모순을일제로부터물려받은문화민족주의의논리와냉전적반공주의의창검으로불식하려해왔다.이가운데문화민족주의는민족의유기체적통일성을강조하는독일적정신세계에서발원하여반혁명적부국강병을모색하던제국일본의사상적본류를형성한것으로,‘문화통치’의전략적온기속에식민지조선에도뿌리를내렸다.근대화를실현할민족의주체적역량을강조하는대한민국의문화민족주의가식민지과거에뿌리를두고있다는사실은뼈아픈역설이다.
《상상의아테네,베를린·도쿄·서울》은수도서울의현실을넘어서려는시도이다.‘모던’하면서‘한국적’인수도란늘공염불이었다.조선총독부청사가그근대적외관덕분에오래도록민주공화국의심장부로군림하다가갑작스레식민지과거의수치스러운유산이라며척결되었다는사실은우리에게이식된근대문명이반민족적내지는식민주의적원죄를지녔음을알려준다.물론이에대한해결책으로서,존재한적도없었던민족의성소를부활시키는방안은그저눈속임에지나지않는다.민족의성소로부활한경복궁은한국인의가슴에사무친추억의장소도,미래한국의이정표도아니며기껏해야낡은문화민족주의를고수하는박제화된공간일뿐이다.우리가희망을걸어야할곳은오히려치열한현실의한복판이다.이곳에서우리는주어진담론적질서에길들여지는동시에그것을은연중에넘어선다.베를린-도쿄-서울을횡단해온건축과도시경관은모더니티라는특수한담론질서가어떻게보편적진리로관철되고또어떻게물질적현실과유리되는지에대한증언이다.
일제강점기의경성도심부는이미1910년대말이면근대적구조와경관을상당히갖추지만1920년대중반에이르러서야비로소계획한바대로제모습을찾게되었다.무엇보다1926년에조선총독부신청사가제기능을시작했고그보다한해전에는경성의전시가지를내려다볼수있는남산중턱에조선신궁이완공되었으며경성의가장핵심적인기간시설로꼽을수있는경성역이그보다며칠앞서현재의서울역자리에문을열었다.광화문통에서남대문통으로이어지는경성의핵심축이완성된것이다.
경성역이자리잡은일대는조선시대에는도성밖이라그다지인구가많지않던곳으로,용산을중심으로형성된일본인거주지가본정지역으로확대되는과정에서교통의거점으로떠올랐다.이곳에는1900년경부선의역사로건립된목조의남대문정차장이있었고1925년9월경성역사가준공되기이전에이미명칭은경성역으로바뀐상태였다.경인선개통과함께건립되기시작한철도역사는여객보다는화물운송용이었고철도운영에직접적으로필요한시설만갖추었던관계로인천역사,남대문정차장,용산역사등모두규모가작고병영식의조야한형태에머물렀다.(…)철도역사가옛도시의성문에해당한다고볼때조선시대도성한양의관문이던숭례문을옆으로밀쳐내고등장한경성역은새로운근대도시의관문에다름아니었다.―본문547~548쪽
기억과건축이빚어낸불협화음의문화사
―이책에서보다
《상상의아테네,베를린·도쿄·서울》은한나라의수도를창조하는데있어특정한지리적상상과결부된기억행위가주요하게작용한다.저자전진성은이점을주로건축적·도시계획적재현을통해규명하고있다.건축과도시계획은공학적기술이기에앞서하나의담론이자정치적테크놀로지이다.흔히‘중앙청’이라는이름으로기억되는옛조선총독부청사는베를린의심장부를수놓았던건축가프리드리히싱켈의장엄하고강직한건축기풍을고스란히투영했다.싱켈이상상했던아테네가국왕과신민이일체화되는프로이센식권위주의국가의이상을내포했던만큼,그러한과도한상상력이식민지조선에까지여파를남긴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대륙을뛰어넘어얽혀진근대수도의계보학은도시간의관계사나영향사를넘어건축적재현을포함하는,도시에대한담론의형성에주목한다는점에서문화사적접근이라할수있다.
《상상의아테네,베를린·도쿄·서울》은상상의아테네라는담론의기저에놓여있던보다근본적인담론을문제삼는다.이른바‘모더니티’내지는‘근대’라는이름으로포괄되는가공할담론은유럽의변방국이던프로이센왕국과극동의메이지일본,그리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