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짜 넣는 노동

생명을 짜 넣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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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본’은 어떻게 ‘노동’을 빨아들이는가

피를 빨려야 사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피를 빨아야 살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뜻이지요.
살아 있는 것은 죽고 죽은 것이 삽니다.
영원한 죽음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존재, 마르크스는 이것을 ‘자본’이라고 부릅니다.
이 점에서 『자본』은 ‘생명의 정치경제학’, 좀 더 직접적으로는 ‘죽음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

고병권

서울대에서화학을공부했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사회학을공부했다.책읽기를좋아하고사회사상과사회운동에늘관심을기울이며살아왔다.오랫동안연구공동체‘수유너머’에서생활했고지금은노들장애학궁리소회원이다.그동안『화폐,마법의사중주』,『언더그라운드니체』,『다이너마이트니체』,『생각한다는것』,『점거,새로운거번먼트』등여러권의책을썼다.그는마르크스의『자본』을1991년에처음우리말번역본으로읽었다.그시절한국은민주주의열망이불붙던시기다.어느덧30여년이지나많은것이달라졌다.그러나아직달라지지않은것이있으며,‘그달라지지않은것’을사유하고자다시『자본』을읽어야하는시대라믿는다.

목차

저자의말-노동자매혈기

1인간과꿀벌-합목적적노동
→우리는거의소가되어야한다→노동은합목적적활동→건축가가꿀벌보다나은가

2죽은것들을살려내다-살아있는노동
→생산수단?노동대상(원료)과노동수단→생산수단에깃든과거의목소리→노동의마법과사물의환생

3자본가의통제아래서-소외된노동
→노동과정은노동과정이다,그런데……→자신의통제vs.자본가의통제→노동자는어떻게에일리언이되는가→노동자는왜동물로돌아갔을때행복한가→‘소외’는『자본』에서도중요한주제

4요술의성공,마침내탄생한괴물
-가치를늘리는노동
→자본가의관심은인류복지가아니다→투입물과생산물의가치분석→살아있는노동의또다른마법→시제를통합하면→생명을짜서가치를더한다
→막간극?노동의선물→“그는이미알고있었다”→‘노동과정’·‘가치형성과정’·‘가치증식과정’이라는용어→인간임을확인하려는노동자의저항→단순노동과고급노동

5죽어있는것과살아있는것-불변자본과가변자본
→다음단계로가기위한개념적준비물→가치형성과가치이전의차이→생산과정에머무는것과사라지는것→노동자가자본가에게건네는선물→가변자본과불변자본

6동일한것의다른이름?‘잉여가치율’과‘착취도’
→‘가치생산물’과‘생산물의가치’→이윤율과잉여가치율→개념의탄생은눈의탄생이다→필요노동과잉여노동→무로부터는아무것도생겨나지않는다→야곱과이스라엘처럼연습문제를풀어보자!→맨체스터의어느공장주→계산이유발하는환상→최후의‘한시간’→학문너머에있는것→왜시니어인가→목소리vs.목소리

부록노트
→I정신의왕국과자본의왕국
→II고정자본과유동자본의구분
→III사이보그노동자의에일리언되기

출판사 서평

천년의상상출판사는철학자고병권이‘독자들과함께’마르크스의『자본』을읽어나가는프로젝트를기획했습니다.그간‘난공불락의텍스트’로여겨지며수많은독자들을중도포기하게만든,그래서늘미련이남는책마르크스의『자본』(제1권)을철학자고병권의오프라인강의와더불어제대로읽어나가려는기획입니다.2018년8월부터2년간격월간으로『자본』을더깊이해석한단행본이먼저출간되고,책출간다음달에는오프라인강의가진행됩니다(이강의는온라인으로도제공됩니다).자세한출간일정은책속의‘일러두기’에있습니다.

1.‘자본’의실체는‘노동자의매혈(賣血)’
―자본주의정치경제학,그‘죽음의정치경제학’에대한비판

철학자고병권과함께마르크스의『자본』을공부하는프로젝트[북클럽『자본』]시리즈의다섯번째책『생명을짜넣는노동』이출간되었다.이번책에서는마르크스의『자본』제3편‘절대적잉여가치의생산’의일부(제5~7장)를꼼꼼히분석한다.흥미롭게도고병권은이책을위화의소설『허삼관매혈기』로연다.

피를팔아살아간다는건미친짓임에틀림없습니다.이는생명을팔아생명을사는것처럼괴상한이야기입니다.그런데위화의소설『허삼관매혈기』는이괴상한이야기가우리들의평범한이야기라는걸깨닫게합니다.책장을덮었을때이런생각이들었습니다.이것은자본주의노동자의일대기다.그러고보니이소설은‘허삼관은노동자’라고말하며시작합니다.……피를빨려야살아갈수있다.참으로그로테스크하고아이러니한문장입니다.그런데‘자본주의에서노동자의삶’을이보다더명징하게요약한문장이있을까요.-[저자의말]에서

청년노동자로피를팔기시작한허삼관,그‘매혈’의삶은위화의소설속에서60세에이르러끝이난다.노동자의생애란취업부터퇴직까지,곧위화의소설로치환해말하자면,‘피를팔수있는나이’에시작해‘피를팔수없는나이’까지다.물론아무나피를팔수있는것은아니다.계속해서피를팔수있도록건강한삶,자기관리가된삶을유지해야한다.

시리즈의지난4권은마르크스가상품가치의실체는노동이라말한것을살폈다.노동자가‘노동력을지출’하는만큼상품에는‘가치’가담긴다.그런데이제『자본』제5장으로접어들면서마르크스는‘노동력의지출’은‘생명력의지출’과같다고한다.이를테면‘1노동시간’이라는가치는1시간동안노동자의생명력이지출되었다는뜻이라는것이다.‘자본주의’라는생산양식아래서노동자는자신의노동력을‘판매해야’살수있다.그런데노동력을판매한노동자의노동이란결국허삼관처럼자신의생명력을지출하는일이다(자신의‘생명력’을소진하지않고노동을해낼방법은없다).그러므로‘노동자’란살기위해죽어가는아이러니한존재다.

그런데누군가가피를빨려야산다는것은누군가는그피를빨아들여야산다는이야기가된다.피를빨려야만그런대로삶을유지할수있는노동자가한편에있다.그럼피를빨아야만살아갈수있는존재는무엇인가.마르크스와고병권에따르면,그것은바로‘자본’혹은‘잉여가치’다.

2.노동자의‘노동’이갖는특수한자질
―노동의‘합목적성’이‘노동의상품화’를가능케했다

이번책에서다루는『자본』제3편제5장(영어판은제7장)의제목은‘노동과정과가치증식과정’이다.제목만보면마치두개의과정을이야기하는듯하지만실은그렇지않다.하나의생산과정(노동과정이곧가치증식과정)을마르크스가두개의다른‘제목’으로쓴것이다.이는마르크스의의도적‘서술순서’에따른것으로,이번에도그는동일한과정에대해해석을두번한다.한번은‘현물’[사용가치]을생산하는노동과정으로,다른한번은‘가치’를생산하는가치증식과정으로.

‘노동’이란인간이어떤수단을가지고대상에작용을가해그것을자신의목적과필요에맞게변형하는일이다.이에따라노동과정은세요소로분해해살펴볼수있다.즉노동과정은노동이라는활동,노동수단,노동대상으로이루어져있다.그런데여기서말한‘활동’은아무행동이나가리키는것은아니고,목적과필요에맞게대상을변형할때의활동이다.그리고‘노동수단’이란노동자가가하는작용을대상에전달해주는매개체다.‘노동대상’은인간이가한작용을받아변형되는사물이다.

먼저우리가‘노동’이라고부르는활동을볼까요.인간은노동을통해자연소재를목적과필요에맞게변형한다고했는데요.마르크스는이를‘합목적적(zweckm?ßig)’이라는말로표현합니다.목적에부합한다는뜻입니다.그런데대상을목적에맞게변형하려면노동자는자신의신체기관들을거기에맞게움직여야합니다.그뿐이아닙니다.정신또한활동의목적을의식하고있어야합니다.주의를기울여야하지요.이것이합목적적활동이라는말이의미하는바입니다.-본문25쪽,[1장.인간과꿀벌-합목적적노동]

마르크스는노동활동의주요한특성으로서‘합목적성’을말한다.고병권에따르면,마르크스는‘합목적성’이인간의노동과본능에따른동물의노동을구분해준다고여겼다.그는인간노동에만‘합목적적’이라는말을붙였다.즉마르크스가쓴‘합목적적’이라는말에는설정된목적을위해자신의충동이나본능을제어한다는뜻이담겨있다.다시말해인간은동물과달리자신의본능과거리를두는노동이가능하다는예리한통찰이다.

그렇다면,왜마르크스에게는이점을지적하는게유독중요한문제였는가.앞으로이책『생명을짜넣는노동』에서다루게될노동형태는“노동자가자기노동력의판매자로서상품시장에나타나는”경우다.노동의일반적특성가운데‘합목적성’이야말로바로노동력의상품화를가능케했던요인이라고마르크스는생각했다.

3.노동자가팔아넘긴노동의힘,그것은‘기적의소생술’
―죽은것들을되살리는‘살아있는노동’

앞서언급했듯노동과정은인간의활동과더불어노동대상과노동수단에의해완성되는과정이다.이를테면노동자인방적공이‘면사’(생산물)를만들기위해사용하는방추가노동수단(=생산수단)이며노동을대상화하는‘면화’가노동대상인것이다.이때노동자는생산수단을자신의손길을기다리는대상으로만바라본다.이를테면‘면화’는농부에게는생산물이지만방적공에게는실을뽑기위한원료에지나지않으며,방추는그것을납품한제작자에게는생산물이지만방적공에게는실을뽑기위한도구에지나지않는다.즉생산수단은죽어있는사물로노동자앞에있다.막들어온새것이라도‘원료’와노동수단은죽은것이다.그리고죽은것들은언제나그게무엇이든금세부패한다.“쇠는녹슬고목재는썩는다.”

그런데여기서마르크스는노동자가노동이라는활동을할때발휘하는중요한능력을주지시킨다.이른바,죽어있는사물을되살리는‘기적의소생술’이다.마르크스는생산수단앞에선노동자의노동을‘살아있는노동’이라부르고,그것을생산수단안에대상화된과거의노동,즉‘죽은노동’과대비한다.마르크스에따르면,노동자의생체에서‘살아있는노동’은자기생명력을사용해죽은것들을‘살려내는노동’이기도하다.살아있는노동은썩거나녹슬어가는사물을잡아“죽음에서소생”시킨다.단지죽은사물을살려내는정도가아니라그것이품고있던가능성,단지“가능성으로만머물러있던사용가치”를“현실적이고효과적인사용가치로전화”한다.예컨대밀가루를그대로두면상해서먹을수없게되지만제빵노동자의손길이닿으면빵으로살아난다.이때제빵노동자의‘노동’은단지부패를막고그것을보존하는정도에그치지않는다.‘환생’이라표현할수있을정도로새롭게태어나게하는것이다.

이로써우리는노동자의활동이단지‘노동’이어서가아니라‘살아있는노동’이기때문에가능한두가지일을알게되었습니다.살아있는노동은한편으로죽어있는사물(노동수단과노동대상)을‘살려내는’노동이며,다른한편가능성으로만존재했던사용가치를‘현실화’하는노동,다시말해새로운사용가치를‘낳는’노동입니다.그렇습니다.이것이노동과정으로서생산과정을이해했을때,즉사용가치생산이라는점에서생산과정을바라보았을때노동자의‘살아있는노동’이갖는힘입니다.……노동자는자본가에게이토록놀라운재능을사용할권리를팔아넘긴겁니다.-본문50쪽,[2장.죽은것들을살려내다-살아있는노동]

4.노동자가자본가에게건넨무상의선물,‘잉여노동’
―불변자본과가변자본,필요노동과잉여노동,그리고‘잉여가치율’대‘착취도’

노동자의‘노동과정’은곧특정생산물을생산하는과정이기도하며,만약이것을자본가의관점에서말한다면‘노동력’이라는상품을소비하는과정이라할수있다.다시말해자본가가이미값을치른상품인‘노동력’을사용하는과정인것이다.그리고그과정에바로자본가의이익이달려있다.당연히자본가는노동과정에서,혹은생산과정에서노동자의능력이최대한발휘되도록강제할것이다.노동력을최대한짜낼것이다.죽은것을살려내는능력으로서든잠재적사용가치를현실화하는능력으로서든,노동의합목적성이최대한의효과를내도록할것이다.

마르크스는『자본』제6장으로접어들면서이러한노동과정을더면밀히,한번더살펴본다.그분석에따르면,노동과정곧‘생산과정’에서노동자들은원료와노동수단의가치를생산물속으로‘이전’(죽은노동살려내기)하고거기에새로운가치를더한다(생산물산출).그런데가치의생산과정에서생산수단에투자된부분은생산과정에서가치가변하지않는다.노동자의노동덕분에가치가‘이전’될뿐이다.바로여기서마르크스는자신만의개념을만들어낸다.

마르크스는생산수단으로전화된자본부분에대해서는‘변하지않는자본부분’(불변자본)이라부른다.반면노동력으로전환된자본부분은가치가변한다.자신의가치(=노동력의가치)를생산한후에도가치를추가로생산해내는것이다.바로이부분이잉여가치가되며,마르크스는이를‘변화하는자본부분’(가변자본)이라부른다.노동자의‘노동’(방추를사용해면화를면사로바꾸는노동활동)을거치면서‘가치의이전과증식’이한꺼번에이뤄지는데,그중‘가치의증식’은가변자본곧노동력의전화에의해서만가능하다는이야기다.

마르크스는‘새로운가치를더하면서과거의가치를보존하는’노동자의이놀라운능력을‘천부적자질’이라고표현한다.가치를더하는일(가치증식)을했을뿐인데그것이가치를보존하는일(가치이전)도되었다는의미다.그런데노동자는자연이자신에게준선물인이‘천부적자질’을아무런대가없이자본가에게건넨다.그덕분에자본가는자신이원하는것을얻는다.

자본가가원하는것은물건이아니라이윤이다.그가마음을쓰는것은인류복지가아니라잉여가치다.생산물의가치에서‘생산수단’의가치를제외하면남는것은가치생산물,즉노동력(가변자본)의가치와잉여가치뿐이다.노동을시작하고어느시점에이르면노동자는자신이지급받은가치(노동력의가치)를모두재생산한다.방적공의예로이야기해보자면,그는하루12시간을노동해,처음6시간동안은자신의하루노동력만큼의가치(하루동안자신에게필요한생활수단의가치)를다생산해내고,그다음6시간동안은자본가가열망하는잉여가치를생산해낸다.결국‘잉여가치’란‘노동력의가치’이상으로노동을연장했을때발생하는결과물인것이다.따라서‘잉여가치’란곧‘잉여노동’이다.

마르크스는잉여가치율을“자본에의한노동력착취도혹은자본가에의한노동자의착취도의정확한표현”이라고했습니다.물론착취의정도를정확히표현한다고해서착취의절대적크기까지정확히표현하는것은아닙니다.마르크스가주석에서말한것처럼,하루10시간노동중5시간이필요노동이고5시간이잉여노동인경우와하루12시간노동중6시간이필요노동이고6시간이잉여노동인경우를비교하면,잉여가치율은똑같이100퍼센트이지만착취의크기는5시간에서6시간으로20퍼센트증가하니까요.-본문161쪽,[6장.동일한것의다른이름?‘잉여가치율’과‘착취도’]

노동과정에관한이야기를담은이책『생명을짜넣는노동』을마무리하면서저자고병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