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자본』]이란?
천년의상상출판사는철학자고병권이‘독자들과함께’마르크스의『자본』을읽어나가는프로젝트를기획했습니다.그간‘난공불락의텍스트’로여겨지며수많은독자들을중도포기하게만든,그래서늘미련이남는책마르크스의『자본』(제1권)을철학자고병권의오프라인강의와더불어제대로읽어나가려는기획입니다.2018년8월부터2년간격월간으로『자본』을더깊이해석한단행본이먼저출간되고,책출간다음달에는오프라인강의가진행됩니다(이강의는온라인으로도제공됩니다).자세한출간일정은책속의‘일러두기’에있습니다.
1.‘노동일투쟁’,끝나지않는싸움이시작됐다
―‘노동일의길이’를둘러싸고벌이는‘노동자’대‘자본가’의전쟁
철학자고병권과함께카를마르크스의『자본』을공부하자는취지로지난해여름(2018년8월)시작한프로젝트[북클럽『자본』]시리즈가그여섯번째책『공포의집』을출간하며대장정의절반을마무리한다(시리즈완간은2020년8월).신간『공포의집』에서는마르크스의『자본』제3편‘절대적잉여가치의생산’가운데‘노동일’부분(제8~9장)을함께읽고분석한다.
시리즈의지난5권(『생명을짜넣는노동』)에서저자고병권은자본에의한역사의전유를언급한바있다.‘자본’이생산수단을전유함으로써‘역사’까지전유한다는것이다.‘자본을만들어낸이야기’가마치‘자본이만들어낸이야기’인듯보이는까닭이그것이다.이는‘가치’의생산과증식이‘노동’이아닌‘자본’의운동인것처럼나타나게만들며,마르크스의『자본』은바로그지점,왜우리눈에그렇게‘보이는가’를해명한책이라는것이[북클럽『자본』]시리즈의저자고병권이거듭강조하는바다.가치의실체가‘자본’이아니라노동자한사람한사람의생명을짜넣는‘노동’에있음을확인한데서한발더나아가,이번6권『공포의집』은우리를더비참한현실속으로데려간다.그끔찍한공포의집,즉공장과일터에서노동자들은장시간과로에시달리며죽어가고있다.
“노동일은불변적크기가아니라가변적크기”라고마르크스는말한다.노동일의길이가‘가변적’이라는것은‘노동일’이필요노동과잉여노동의합계이지만,결국잉여노동에의해얼마든지연장될수있다는의미다.그렇다면대체‘노동일’이란무엇인가.지난책에서살펴본『자본』제7장에서는가치를구성하는요소를분석함으로써‘노동일’이란게무엇인지살폈다.노동자의하루노동시간에는노동력을재생산하는데필요한노동시간말고순전히자본가의몫을위해일하는잉여노동시간이들어있다는것이그렇게해명되었다.
이번책에서는『자본』제8장을꼼꼼히살피며‘노동일’의길이가역사속에서어떻게결정되어왔는지를본다.노동일은왜‘8시간’이거나‘10시간’이거나‘12시간’인가.이시간의눈금은누구에의해,어떻게결정되는가.이결정방식을알면우리는‘노동일의정체’에대해또다른무언가를알수있을지도모른다.이책『공포의집』은그무언가를향한탐색이다.
필요노동시간을6시간,잉여노동시간을각각2시간,4시간,6시간이라고가정해보겠습니다.그러면각각의노동일은8시간,10시간,12시간이되겠네요.그럼잉여가치율을계산해볼까요.각각2/6,4/6,6/6,즉어림잡아33퍼센트,66퍼센트,100퍼센트입니다.그럼이들중어느것이올바른값일까요.정답은없습니다.아니,앞서말했듯누가말하느냐에따라답이달라집니다.굳이골라야한다면노동자는8시간을,자본가는12시간을고르겠지요.노동자는더줄일수있다면줄이려할것이고,자본가는더늘릴수있다면늘리려할겁니다.입장에따라답변이다릅니다.-본문23쪽,[1장.권리대권리]
자본가는‘노동일’을늘릴수있는한최대한늘리고싶다.반면노동자는‘노동일’을가급적최소한으로줄이고싶다.결국자본가와노동자는‘노동일의길이’를놓고끝나지않을싸움을벌인다.저자고병권은이를두고“양쪽으로팽팽한전하(電荷)가걸려있는가운데바늘이어디서멈출지”는아무도알수없는상황이라고말한다.
2.노동자는왜싸우는가,왜싸울수밖에없는가
―이것은노동자의‘생명’이달린문제
자본가는왜‘노동일의길이’를무한정늘리고싶어하는가?자본가는본래악랄한존재라서?그렇지않다.『자본』에서마르크스는자본가를‘인간의탈을쓴자본’으로다룬다.즉자본가는“인격화된자본”이다.따라서‘잉여가치’를향한자본가의욕망과충동은자본의가치증식운동이인격적형태로나타난것뿐이지,결코자본가의악랄함에서기인하는것이아니다.
다만,그럼에도여기서중요한것은그들의충동에,즉‘자본’의충동에내적한계가없다는점이다.우리가이미시리즈의이전책들에서살펴보았듯‘자본’의증식운동에는내적제어원리가없다.잉여노동에대한자본가의탐욕에는내적한계가없기때문에노동자를하루사용할수있다고할때만약그권리를24시간내내쓸수만있다면자본가는정말로그렇게하고싶어한다.혹25시간도가능하다면그러려고들지모른다.한마디로말해,그어떤외적제약이작용하지않는한자본가스스로잉여가치에대한충동을제어하는일은일어나지않는다는것이다.
『자본』제8장에서마르크스는자본가와노동자의주장을대립시킨다.그런데마르크스가재현한자본가의주장과노동자의주장은표현양식이다르다.자본가의주장은간접인용방식으로처리한반면에노동자의주장,아니노동자의‘말’은직접인용방식으로따옴표를쳐서소개하는것이다.마르크스가자본가의‘말’을논리즉로고스(logos)로취급했다면노동자의‘말’은목소리즉포네(ph?n?)로취급한것이라고고병권은덧붙인다.
마르크스는노동자의경우논리에특별히‘음성’을입힌겁니다.마르크스가노동자의주장을소개하기전에쓴문장을다시한번꼼꼼하게읽어볼필요가있습니다.“갑자기생산과정의질풍노도속에서침묵하고있던노동자의목소리가들려온다.”마르크스는노동자의목소리가‘생산과정속에서’는‘침묵’하고있었다고했습니다.생산과정에서노동자는자본가에게목소리를,그것도대등한목소리를낼수있는존재가아닙니다.생산과정이란자본가가상품으로서노동력을소비하는과정입니다.여기서노동력은하나의상품입니다.노동자는노동력을담지한생체라는의미만갖습니다.탈인격화되는거죠.생산과정에서는자본가가노동력과생산수단의소유자이자사용자입니다.그래서생산물도자본가의소유물인겁니다.-본문31~32쪽,[1장.권리대권리]
여기서‘갑자기’노동자의목소리가들려왔다는것은노동자가생산과정을중단했다는의미다.자본의관점에서보자면,노동자의목소리가들려왔을때‘자본의가치증식운동’도중단된다.자본가의말이통하지않게되는순간,즉‘파업’이라는사건이일어난순간이다.고병권에따르면,이사건은생산과정에선사라졌었던노동자의인격적지위를복원한다.단지노동력을담은생체에지나지않던노동자를자기목소리를가진주체로다시세우는것이다.
이제‘목소리’를갖게된그들은투쟁에나선다.그들은왜투쟁에나설수밖에없는가.자본가의관심은잉여가치를늘리는데있고노동자의관심은생명력을지키는것인데,이것이서로별개의사항이아니어서다.결국자본가의잉여가치란노동자의추가지출된생명력에다름아니며잉여가치율을높인다는말과착취도가올라간다는말은같은말이기에,각자의권리를부르짖기위해서는투쟁에나설수밖에없다.
‘노동일(=노동시간)’은얼마나길어야하는가,혹은얼마나짧아야하는가?고병권에따르면,이문제에관한마르크스는답변은단호하다.“동등한권리와권리의사이에서는힘이사태를결정한다.”16시간,14시간,12시간,10시간,8시간.노동일의역사적표준화(Normierung)는과학과논리를통해도출된게아니라“총자본가즉자본가계급과총노동자즉노동자계급사이의투쟁”의결과물이다.
3.살인자가된피살자이야기
―19세기의참혹한노동지옥에대한고발
현재우리나라의근로기준법제50조는“휴게시간을제하고1일에8시간1주일에40시간”으로법정근로시간기준을정해놓고있으며이법제51조에따르면“노사간의합의에따라특정일의근로시간은12시간,특정주의근로시간은52시간”의한도내에서만초과근무를할수있도록규정하고있다.비록‘노동일’문제가여전히첨예한논쟁적이슈이기는해도이러한노동일기준은마르크스가『자본』을쓴19세기와비교하면매우짧아진것이다.하지만이는저절로이루어진일이아니다.그렇게되기까지‘권리대권리’의길고질긴싸움이있었으며,그이전에는너무나도혹독한노동지옥이있었다.
마르크스의『자본』제8장은19세기의참혹한노동지옥을보여준다.거기서무슨일이벌어졌는가.마르크스는새벽6시부터오후4시반까지밥도못먹고일한노동자,16시간내내기계옆에붙어있어야하는일곱살의어린노동자,매일밤상처난발을껴안고울던열세살어린노동자등의증언을보고한다.마르크스는많은지면을할애해서,그리고자신의문학적역량을총동원해서노동자들이겪은일을옮겨적는다.레이스,도자기,성냥,벽지,제빵등산업부문은각기다르지만법적제약을받지않는모든작업장이노동지옥이라는것이마르크스의진단이었다.
마르크스는법적제약을받지않는산업부문들의노동실태를일별하면서이렇게말합니다.“만일단테가이공장들을보았더라면그가상상한참혹하기짝이없는지옥의광경도여기에는미치지못한다고생각했을것이다.”법
적규제가미치지못하면언제어디서든이런지옥들이생겨납니다.노동일의무제한적연장은자본의기본충동이니까요.그렇게하지말아야할내적이유가없습니다.양심이아니라이윤을기준으로본다면말이지요.
-본문71~72쪽,[3장.돈을아끼고생명은낭비하다]
그가운데마르크스가『자본』제8장제3절끄트머리에서소개하는이야기는특히눈길을끈다고고병권은강조한다.이것은말하자면‘살인자가된피살자’의이야기로,당시런던에서대형철도사고를낸기관사가그주인공이다.사고가나자세명의철도노동자를살인혐의로기소할지를두고재판이열렸다.마르크스는당시의신문기사를바탕으로이재판이야기를검사와피고,증인,배심원들로이루어진법정드라마처럼썼다.마르크스의법정드라마는이책『공포의집』에서[살인자를위한변론]이라는노래극형식으로되살아난다.마르크스의법정드라마를고병권이독자의이해를돕고자재구성한것이다.
코러스:그럼누가죽였을까.그럼누가죽었을까.그럼누가죽였을까.그럼누가죽었을까.
기관사:(고개를사방으로돌리며)누구요?(그의말이점차노래로바뀌면서)난,죽이지않았어요.그때죽은사람은나였어요.운전대앞에는이미죽은사람이있었지요.그는무전소리를듣지못했어요.죽은사람은아무것도듣지못해요.난이미죽어있었어요.-본문94쪽,[3장.돈을아끼고생명은낭비하다]
4.공포의집을박차고나온노동자들,그‘연대’의역사
―표준노동일제정과공장법의역사
고병권에따르면,모든노동은‘생명력의소비’라는점에서살인적속성을갖고있다.따라서어느한계이상으로일을시켜서는안되며,노동후에는반드시생명력을복원할자원과시간을충분히제공해야한다.그렇게하지않는모든노동은‘살인적노동’이되는것이다.그래서‘노동일’문제는중요하다.
『자본』제8장제5절에서마르크스는앞서제1절에서던졌던질문을또다시던진다.‘노동일이란무엇인가.’마르크스는노동일의성격을독자들에게환기한뒤이어지는제5절과제6절에서‘표준노동일의역사’를펼쳐보인다.표준노동일이어떤사건을실제로겪으며제정되었고어떤양상으로변해왔는지보면노동일의길이는결국‘힘’이결정한다는말의의미를제대로이해할수있게되기때문이다.
산업화초기,공장노동이익숙지않았던노동자들은당연히노동에강한거부감이있었다.먹고살기위해어쩔수없이일을했으나피할수만있다면피하려했다.이를테면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