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박물관 기행

북한 박물관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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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물관과 사적관을 통해
북녘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다
남녘 사람들에게 ‘평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어디일까?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 아니면 나훈아의 노래에도 나오는 을밀대? 아마도 많은 사람은 북녘의 명절이나 국가적 기념일마다 TV에 등장하는 ‘김일성 광장’을 떠올릴 것이다.
인민대학습당을 등지고 자리 잡은 김일성 광장 좌우에는 조선중앙역사박물관과 조선미술박물관이 마주 보며 서 있다. ‘좌 역사, 우 미술’이다. 인민대학습당 전망대에서 봤을 때 대동강 쪽 왼쪽 건물이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다. 원래 1945년 12월 개관 당시에는 모란봉에 있다가 1977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박물관은 모두 19개 호실에 10만여 점의 역사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으며 안에 들어가면 원시사회로부터 근대에 이르는 기간의 유적과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은 각 도에 있는 지방 역사박물관들을 학술적으로 지도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역사박물관과도 교류하고 있다.
북한은 나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 박물관과 사적관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평양만 해도 수십 개의 박물관이 있고,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 학교 등에도 사적관을 조성해 놓고 산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전국의 박물관, 사적관이 생활문화 교양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생활 속에 박물관이 있고, 박물관이 곧 생활인 나라가 북한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사회주의 조선’에는 사립박물관이 없다. 북한의 박물관·전시관은 총 300여 곳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각 도에 소재한 역사박물관은 현재 계획 중인 혜산박물관을 포함해 총 14곳으로 조사돼 있다.
박물관은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나 여행지를 방문했을 때 그곳 박물관을 찾는 이유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박물관을 “자연과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물질적 자료를 수집, 보존하고 조사 연구하며 전시, 교육하는 과학문화기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각이한 유형의 박물관들이 수없이 많다”고 설명한다.
자연과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물질적 자료를 수집, 보존, 조사연구, 전시, 교육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박물관도 기능 면에서 남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북한의 정치적 이념이 남쪽과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차이가 발견된다. 북한에서 ‘사회주의적 박물관’의 기본사명은 인민에게 ‘혁명적 수령관’을 심어주고 자주적인 사상과 창조력을 가진 공산주의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국가의 과학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남쪽 사람들에게 다소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 분단 이후 75년 넘게 서로 다른 체제와 제도가 운영되다보니 박물관의 전시물에도 ‘다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박물관은 취급하는 자료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종합박물관과 부문별 전문박물관 또는 계통별 박물관으로 분류된다. 북한에 설립·운영되고 있는 ‘혁명사적관’은 혁명박물관에 포함되는 역사 계통 박물관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전람관은 산업 및 기술 공학 부문 박물관과 기타 박물관으로 분류된다.
북한의 박물관은 공산주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문화 교양 기관이라는 사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입지 조건이 상당히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조선미술박물관이 평양시의 중심부인 김일성 광장에 세워진 것에서 잘 드러난다.
북한의 박물관은 인민대중에 대한 교양교육이라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일찍부터 교육 기능이 발달돼 있었다. 이를 위해 북한의 모든 박물관과 사적관에는 해설 강사나 해설원이 배치돼 있다. 해설 강사들의 친절한 안내와 해설은 교양을 중시하는 북한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박물관에서는 유물 자체를 음미하는 것보다는 관람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 자료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필요한 유물이 없거나 국보급 유물의 경우 유물을 복제하거나 다양한 시각적인 보조 자료를 제작해 전시하고 있다.
앞으로 통일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남북 박물관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녘의 박물관 현황과 운영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순서라고 생각된다.
북녘의 여러 박물관과 사적관, 전시관을 둘러보고 소개한 이 글이 남북 박물관 교류, 더 나아가 사회문화교류에 조금이나마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

정용일,정창현

1964년대구출생
대구대학교사회학과중퇴.대구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정책차장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통일문제를연구했고,월간『민족21』취재부장과편집국장으로활동하며여러차례방북취재를했다.

(사)평화의길대외협력위원장,(사)평화철도정책위원장등으로활동하다2022년9월6일별세했다.공저로『북한다름을만나다』등이있다.

목차


고(故)정용일『민족21』편집국장을추억하며

책을펴내며
박물관과사적관을통해북녘의역사와문화를만나다

1.북녘박물관과사적관의탄생
해방과함께평양에첫박물관건립

2.조선중앙역사박물관
우리민족의100만년역사를품은타임캡슐

3.조선미술박물관
국보급작품이수두룩한예술작품의보고

4.조선민속박물관
우리민족의생활문화의원형이집대성된곳

5.조선혁명박물관
혁명전통교양의중심

6.지방역사박물관
중앙역사박물관의축소판

7.개성고려박물관
고려500년문화와유물의보물고

8.묘향산역사박물관
불교문화유산의총본산

9.함흥본궁박물관
태조이성계거처를역사박물관으로활용

10.보천보혁명박물관
대표적인지방혁명박물관

11.신천박물관
반미교양의거점

12.당창건사적관
북한을움직이는조선노동당이탄생한곳

13.국제친선전람관과국가선물관
최고지도자가받은선물종합전시관

14.만경대혁명사적관
김일성주석일가의사적을모아놓은곳

15.청산리혁명사적관
청산리정신,청산리방법이탄생한곳

16.금수산기념궁전
남쪽방문객들에게는금기의영역

17.문화성사적관
문화예술사적이모아져있는곳

18.김일성종합대학사적관
북한최고의대학이걸어온길

19.김정은시대에새로건립된박물관들
청년운동사적관,조선우표박물관,자연박물관,락랑박물관

20.남북박물관의교류를꿈꾸다
평화와통일로가는초석

출판사 서평

평화와통일로가는초석,
남북박물관의교류를꿈꾸다

박물관은나라의역사와문화를한눈에보여주는얼굴이다.방문한나라의구석구석을가보지못하더라도박물관기행을통해그나라의역사와전통을직관적으로느낄수있다.우리가다른나라를방문했을때시간을내박물관을방문하는이유일것이다.남과북도마찬가지다.서로의박물관을둘러봄으로써75년넘게갈라져자본주의와사회주의체제에서살아오면서달라지거나유지된다름과같음을확인할수있다.그런측면에서박물관교류는다름을확인하고같음을지향하는통로가될수있다.

2006년6월분단이후처음으로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소장된북녘의국보급역사유물이남쪽에선보였다.국립중앙박물관과조선중앙역사박물관의합의로특별전‘북녘의문화유산-평양에서온국보들’'이서울과대구에서전시된것이다.당시선보인역사유물은고고역사분야유물65점,회화작품25점등이었다.

이특별전은남의국립중앙박물관과북의조선중앙력사박물관사이에이루어진첫번째교류사업이라는점에서의미가컸다.우리민족의전역사시대를포괄하는유물들이대거선보임으로써남북문화재교류의새로운지평을여는전기로평가되기도했다.실제로‘상원검은모루출토구석기’,‘왕건청동상’,‘관음사관음보살좌상’,심사정의화조도,김홍도의신선도,신윤복의소나무,정선의옹천파도도등남쪽에도중요한역사적의미를갖는역사유물을직접본것은색다른경험이었다.

2000년첫남북정상회담이후지속적으로남북문화협력을모색했기때문에이러한특별전이가능했다.2004년세계유산위원회총회에서남북은북한고구려고분의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등재를위해힘을모았고,그해금강산에서고구려고분의세계문화유산등재를축하하는남북공동전시회가열렸다.2006년초에는일본야스쿠니신사한구석에방치되어있다가100년만에돌아온북관대첩비가남북의협력으로북한으로돌아갔다.이러한남북의교류와협력사업이하나씩쌓이면서남북사이에상호신뢰가형성되었고,북의중앙역사박물관소장유물의서울나들이가가능해졌다.

그러나아쉽게도특별전은일회성으로끝났다.남과북은특별전의정례화함께민족문화재의전시·조사·연구·보존등각분야에걸친남북박물관의교류협력을확대해나가지못했다.남북관계가단절되어갈등이심화되었고,금강산관광과개성공단마저중단돼버렸다.북의박물관에소장된유물이다시남녘에선을보이고,남의박물관에소장된유물들도평양에가서전시되어야한다.북의고구려·발해·고조선유물,남의신라·백제·가야등남북의문화재들을상호전시·연구한다면우리역사를더욱풍요롭게할수있을것이다.남북박물관간협력과유물교류는남북의화해·협력을위한동질성회복의지름길이다.

100여년전대한제국시대와일제강점기지식인들의글을읽노라면한가지부러움을느낀다.이들은기차를타고평양,신의주혹은평양,청진,블라디보스토크등을거쳐만주와시베리아를넘어멀리유럽에까지자유롭게여행했다.
남북이정치논리,안보논리에만매몰되지않고남북사이의문화교류에는열린자세를가지고폭을넓혀가려는노력이절실하다.그것이75년넘게갈라져산남북이서로를이해할수있는기반이자남북갈등을완화하는힘으로작용할것이다.

북에김정은체제가출범한뒤김정은국무위원장은2014년10월24일노동당중앙위원회책임일꾼들과나눈담화「민족유산보호사업은우리민족의역사와전통을빛내는애국사업이다」에서“북과남,해외의온겨레는하나의핏줄을이어받은단군의후손들”이라며“온겨레가민족중시의역사문제에대한공통된인식을가지며민족문화유산과관련한학술교류도많이해단군조선의역사를빛내는데이바지해야할것”이라고밝혔다.

특히그는이담화에서“민족유산보호지도국에서국제기구와다른나라들과교류사업도벌여나가야한다”며“대표단을다른나라들에보내견문을넓히도록하고다른나라역사학자들과유산부문인사들과의공동연구,학술토론회도조직하며대표단을초청해우리나라의역사유적과명승지들에대한참관도시켜야한다”고독려했다.

민족문화의계승·발전이라는전통적인정책기조를재확인하면서도민족문화유산보호와대외홍보를위한남북,국제교류의중요성을강조한것이다.김정은시대북한의정책방향이계승을표방하면서도다른한편변화를추구하고있다는점에서문화유산정책에서도대외교류측면에강조점을두고있다고평가할수있다.

물론유엔안보리의대북제재가지속되고한반도비핵화를논의하는국제회담이중단된조건에서북한의남북,해외문화유산교류는제한성을가질수밖에없는상황이다.다만문화유산교류는비정치적영역에속하기때문에비핵화문제와남북교류가분리돼두갈래로추진될경우언제든지활성화될가능성이크다.

남쪽에서도남북관계의단절에도문화교류에는열린태도를보여왔다.남북교류가막혀있던2011년에도현존하는북한의59개사찰과6개폐사지에대한상세한사진자료가남쪽에서출간되고,개성만월대발굴사업이이어지고있는사례처럼남북문화유산교류와공동조사,공동발굴을위한준비작업은정세와관계없이이뤄져야할것이다.
특히문화유산관련분야의교류는남북의오랜분단의이질감을극복하고민족의동질성을회복하는데도기여할것이다.남북의다름을이해하고소통하는데역사문화유산은가장좋은분야인동시에의미있는성과를도출할수있는영역이기도하다.

박물관교류는단순히남과북의유적과유물을둘러보거나서로교류전시회를여는것에거치지않는다.남북역사학자,박물관학관계자들이만나다양한경험을교류하는만남의장이기도하다.남북이역사문화유산을매개로박물관교류를통해서로의부족한분야를메우는날이오기를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