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어느 숲지기의 꿈 | 최병암 시집)

나무처럼 (어느 숲지기의 꿈 | 최병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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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병암의 시집 『나무처럼』은 시인이 나무를 통하여 삶의 깊이를 체득하고 발견하는 양상이다. 나무에 대한 그의 애정과 사색은 젊은 시절부터 산림청 공무원으로 살아온 직업의식이 세월과 더불어 철학적 이념으로 심화된 것이다. 시인은 나무를 자신과 동일화의 과정 즉 일체감으로 인식한다. 나무가 곧 시인 자신이며 나무의 생애와 애환이 자신의 그것으로 치환된다. 그런 점에서 그는 나무를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자아를 확장한다고 보겠다.

이 시인은 대체로 세 가지 방향에서 시의 세계에 접근한다. 첫째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국가에 대한 애정과 충성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도덕적 이념적 지향성의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들은 때로는 태초의 창조신화로 거슬러 오르기도 하는 거대담론의 축을 형성한다. 이에 비해서 상당수의 작품들은 일상적 삶에서 자기발견과 성찰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나무를 매개로 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그 외에도 여행지의 감상이나 삶의 사소한 영역도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시인은 감정의 절제 속에서 대상을 이성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관조한다. 그리고 세심한 관찰을 통하여 새로운 진실의 발견이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우주의 재창조라는 시 창작 본래의 영역에 근접하려는 시인의 노력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경향은 인간의 본성적인 순박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시인의 내적 감정이 순수한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일련의 작품들이나 내적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소박한 서정시들이다. 인간본연의 정서나 내재적 욕망은 대체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그대로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들을 염두에 두고 이 시인의 작품 세계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나무’를 통한 정체성 확인과 자아의 확장, 홍성암 문학박사 전 동덕여대 교수).
저자

최병암

1966년인천출생
1989중앙대법학과출신
1993년인하대행정대학원졸업(행정학석사)
2007년영국리즈대환경대학원졸업(생태경제학석사)

2010년『산림문학』신인상(시부문)등단
2016년제3회산림문학상수상(운문부문)
(사)한국산림문학회회원,(사)우리시진흥회회원,(사)한국문인협회회원

1993년산림청사무관임용(제36회행정고시).산림정책과장,산림이용국장,산림보호국장등역임

현재산림청산림복지국장

목차

추천사/임보04
저자서문08

草·木
나무처럼17
마로니에나무앞에서18
덕유산주목21
감나무22
늙은꽃24
당산목처럼26
정이품송28
동공목30
난초31
연꽃32
꽃보라흩날린다34
꽃무릇35
헌화36
준경묘미인송38
어느간벌목의마지막편지40
다만잠잠할따름43
브리슬콘소나무44
순천만갈대46
수국강송곁에피다48

山·林
산을오르며51
곰배령52
백두여!아,천지여!54
푸른초장57
대관령솔숲58
숲의대양으로59
향일암가는길60
산방산61
라다크의태양은빛나고62
그곳엔아직도아름다운숲이64
소광리숲66
청산별곡67
장성숲어느날68
죽은소나무들을위한조시70
림의침묵72
문장대74
사려니숲75
광릉전나무숲76
천리포연가78
시오름연가80
당신의이름은무엇인가요82

自·然
구름을헤치고가는달처럼85
거북,알을낳다86
일몰88
오래바라본다89
새벽닭90
세상이왜이토록아름다운지92
모슬포의아침94
더반의바다96
안동가는길98
그아름다운밤에100
금강이잠들다102
처음내린눈104
바다106
청춘바다107
바지락칼국수108
백경을위한노래109
혜성의노래110
시의창세기111
평화의노래112
햇빛신문114

人·生
저만치있네117
전령에게바치는노래118
목욕탕119
축복120
에밀레종122
그대떠난겨울하늘124
성탄전야125
슬픈한나여!126
배변의잠시128
윤두서를그리며129
도요타130
나무를심은사람132
당신의뒷모습134
심청,부활하다136
크림빵한개137
아욱국138
화장을하며140
사임당의꿈142
아버지의손144
아버지를품에안고146
내친구인도여148
어머니집에가면150
그날151
내죽거든152

최병암의시감상/홍성암154

출판사 서평

이념지향의거대담론
최병암시인의시적담론에는이상적인민족관내지국가관이거대담론으로자리하고있다.이는국가의공복으로서자신의임무를이념화한양상으로도이해하게된다.오늘날대부분의시들이지나치게개인화되어왜소한감상적한풀이식서술로축소되는경향이없지않은데이시인의이러한담론은시의바람직한발전에기여하리라고생각한다.
산림문학회가수여한제3회‘산림문학상’(2017년3월)수상작으로「덕유산주목」이선정된바가있다.이때심사위원들은이작품을주목하면서“시인의꾸준한창작에의열정과특히근래에발표된시들에서보이는왜소한서정에서벗어나자연이지닌웅혼한기개를드러내려는그기상”에주목한다고밝힌바가있다.

이미죽은지족히천년가까운
네잔해를보노니
저는북풍모진겨울바람을견디려
그몸을더욱날카롭게세웠구나.
서릿발보다날선비수같은네몸으로
감히저높은하늘을찔러
이넓은하늘이저리도새파래졌느냐.
-「덕유산주목」의일부-

이작품은덕산德山으로불리는덕유산과‘서릿발보다날선비수’로비유된고사목의대비가즉,‘어머니/아들’의대립항으로부터‘주목/광활한하늘’로확장시키는놀라운발상을보여주고있다.또한작은간난에도일희일비하는보통사람들의하산下山이상징하는사랑의충전이오늘의삶을정화시키는위로로다가오는즐거움을놓칠수없게한다는뛰어난표현력도보여주고있다.이러한거대담론으로서의시편들은다음에서도살피게된다.

태초에하늘열리고
온땅이요동칠때
하늘에서내린
하느님의정수받들려
세상모든산들이일제히일어나다
오직한곳점지받은이곳
아!백두여!
여기서비로소우리땅이시작하고
한반도는오롯이신령한땅이되었구나
-「백두여!아천지여!」의제1연-

저아득한역사의시초에
세상을깨운그때부터너는
분명고귀한직분을가지고있었구나.
그셀수없이많은날
너희족속은
특별히구별된제사장처럼
다른모든족속보다
가장먼저잠을깨어
뭇생명을흔들어일으키는구나.
-「새벽닭」중에서-

앞의시는태초의창조에서시작되어5천년전단군임금에의한개국과2천년전고구려의기상과그이후의역사와민족의수난사를다룬다.그리고오늘날의민족적중흥을조명하면서우리의역사를개관하고민족의이상에대한꿈을펼쳐보인다.한반도에터전을잡은우리민족에대한애정과자긍심이느껴진다.그런조국을앞으로더욱발전시켜후손만대물려주어야할위대한자산으로삼겠다는의지가엿보인다.
뒤의작품은‘새벽닭’을소재로한것이다.새벽닭이우렁찬목소리로태양을경배한후에하늘을비상하려는자세를유지한다.닭은오래된꿈을실현하고자분홍빛여명에물든동쪽하늘을응시하고있다.그런웅혼한기개와의지는곧우리민족의의지며기개다.동시에이시인이추구하고자하는민족적과제다.자손만대에빛나야할민족적과제를“새벽닭”의울음에의탁해본것이다.국가와민족에대한긍지와사명감이동시에느껴지는시인의자세라고하겠다.두작품이지니는소재의차이에도불구하고시인이추구하는이념이지향하는바가동일한양상으로나타난것이다.

일상적삶에서의자기발견과성찰
앞의시들이이념지향적인데비해서상당수의작품들은일상적삶에서자기발견과성찰의과정으로이어진다.대체로나무를매개로하는작품들이많지만,그외에도여행지의감상이나삶의사소한영역도소재로활용하고있다.시인은감정의절제속에서대상을이성적으로또는합리적으로관조한다.그리고세심한관찰을통하여새로운진실의발견이나새로운해석을시도한다.이는우주의재창조라는시창작본래의영역에근접하려는시인의노력이기도하다.
이시집의표제시인『나무처럼』에서시인은나무에대한관찰,나무에대한사색을통해서자신의세계관을드러내고자한다.온갖시련에도말없이기다리다가봄이되면새파란이파리로재생하는나무의삶을다음과같이노래한다.

여름엔비바람겨울엔눈보라
또온갖새들몰려와
품은열매모두쪼아내어도
말없이기다리다봄되면다시
새파란이파리로돋아나는나무처럼
-『나무처럼』의일부-

시인은“나무처럼”살겠다고다짐한다.오직한곳에깊이뿌리를내리고한걸음도움직이지못하면서도하늘높은곳을우러러힘차게가지를뻗는불굴의기상을본받고자한다.온갖시련에도굽히지않고모두를포용하는나무가되고자한다.살생을모르고미물인벌레까지도모두포용하면서오로지태양의은총만을갈구하는그런나무가되고자한다.시인은자연물인나무의본질을관조하고새로운관점으로재해석하고또한자신이추구해야하는이념의지표로삼고자한다.이는나무와자신을동일시한것이며또한나무를통한자신의정체성을확인하는것이기도하다.

참으로합당하다
그성품은선비처럼
꼿꼿하고깨끗하니
그솔바람맞으면
귀밑가서늘해진다.
-「정이품송」중에서-

이시는시인이지향하고자하는품성의양상을직접적으로드러낸경우다.항상반듯하게살고자한다.합당한삶을지향한다.선비처럼꼿꼿하고깨끗하게살고자한다.그런기개를배우고자한다.평생욕심없이한줌햇빛으로만족하는삶.소박하고겸손한삶.그것이시인자신이추구하는삶의지표이기도하다.시인의이런청정무구한심성은곧나무를통해서배우고체득한것이다.산과나무와더불어평생살아온직업이이념화된것이다.시집전반에걸쳐발견되는나무관련시들은대부분비슷한체험의소산이라고하겠다.

이시집에는나무이외에도풀과꽃같은자연물그리고여행지의체험또는사소한삶의일상사사도소재로활용하고있다.그리고그런사물을대하는관조의틀은앞의작품들과별로다르지않다.시인자신의심성에서자연스럽게발로되는심상을진솔하게표현하고있기때문이다.현란한수사를피하고사물의본질로곧바로다가서는우직함때문일것이다.

아무도너를보지못해도
황금빛꽃을피우는구나
아무도너를찾지않아도
천상의향을풍기는구나
-「난초」중에서-

그곳은정녕신이사는땅
죄있는자범접치못할거룩한성전
천국으로향하는새하얀오솔길을
참회하듯숨죽이며삼가오른다
-「곰배령」중에서-

수많은빛의중첩
평생쌓은환희와회한처럼
모두한데어우러진찬란한향연을마치고
그렇게하루가끝나가고
그렇게한인생이저물고있구나
-「일몰」중에서-

일련의시들에서보이는바시인이대상에접근하는방법은직접적이고경험적이다.그리하여시인이체득하는대상에서의진실은곧독자의심정을대변하는것이기도하다.대상을바라보는사색의깊이속에서인간의의식또한성숙되고심화된다.시인과독자의체험적공유는감동의폭을그만큼확장시키는효과를가져온다.이러한삶의성찰에대한진지함은시인자신의인격도야이며동시에세계에대한사색의심화다.그의시들이시인의진지함으로인해서다분히엄숙주의와결부되지만더러는해학적인시편또한없지않다.

참적나라하다
두껍게껴입은체면벗어걸고
힘껏조였던삶의오기끄르고
최후의자존심마저내리고앉아
남에게도저히보여주기부끄러운
욕망의썩은내풀풀날리며
내속에서지난하루내내
부글부글끓어오른증오
고민고민꾹꾹누른회한
부들부들밀려오던긴장
순간순간몸서리친이기
어서빨리나에게서나가라고
온몸에힘을준다
-「배변의잠시」중에서-

이시는용변의철학이라고할까다분히해학적인표현이다.이런표현에서도우리는자연스럽게일상적삶의한단면을사색하게된다.
도덕적이고규범적인시인의삶에서문득보이는이런해학은감정의카다르시스에크게기여하리라고본다.인간은고등한신과하등한동물의사이를유동적으로옮겨다니는존재다.지나친엄숙주의에서오는삶의불균형을이런식의방법으로해소함으로써삶의균형을잡을수있게된다.
이시인의도덕적성품과의욕적인직업의식그리고합리적사고의내면에는이런해학이공존하고있어서삶의여유로움과타인에대한관대함등이가능했을것으로여겨진다.
인생을편협하고각박한현실로가두지않고일말의여유를확보함으로써큰그릇으로성장할수있는기반을갖추게된것이다.

인간본성적감정의자연스런발로
최병암시인은교육받은세대로서고위직공무원에이르기까지자신의감정과이성을잘관리해온슈퍼에고의인물로평가된다.
그러나그내면의심연에는인간본성적인서정이넘치는인물임을시의여러곳에서감지되는데특히서정적인짧은시편들과아버지를회상하는시편들에서잘표출되고있다.

첩첩겹겹
산줄기
타래타래
실개천

몽실몽실
흰구름

거침없는
마파람
-「문장대」의전문-

저어쩔수없이
망연한눈물

태초부터쏟아져
가득한슬픔

아득한수평선에서부터
밀려오고밀려오는

그깊이를알수없는
당신의마음
-「바다」의전문-

서정이넘치는이런시들은울컥쏟아지는눈물처럼감정이솟구치는그대로를표현한것이다.엄격한직장생활의바쁜나날속에서도잠시자신을비우고순수한본연의자신으로돌아갔을때의내밀한의식저심층에서솟아오르는샘물같은서정,정서그것의모습이기도하다.다른부차적인설명이필요없는감정그자체를대상화하여보여준것이다.이런경우시어는서술의매개물이아니고감정을전달하는대상그자체다.
첩첩산,타래타래개천,몽실몽실구름거침없는바람.자연현상을이처럼간결하게제시하는것도쉬운일은아닐것이다.언어를대상화하는그자체만으로도우리는자연을어떤설명적매개없이직접적으로이해하게된다.설명하지않아도모두느낄수있는언어의마술에접할수있게된다.즉감정이입의방법으로우주를들여다보는언어의마술을이시인은상당히터득한것으로보인다.
아버지를회상하는일련의시편에서는간절한혈연적인인간애와더불어헌신적부모의은혜에감격하는모습을살피게된다.근래우리가잃어버린것중의하나가부모의은혜에대한고마움이아닌가싶다.흔히“하늘보다높고바다보다넓은”으로표현되는나를낳아주시고길러주신은혜.인간의가장기초적이고근본적인것에대한인식,그런것들을우리는많이잊고산다.우리자신을존재케하는가장본원적이고중요한가치인부모에대한효도의마음은다음시들을통해서살피게된다.

아버지보이셔요?
현충원가는길이너무나도아름다워요
도로를따라이팝나무들이
줄지어활짝피었어요.
5월의눈부신바람을타고들어온
이하얀꽃향기를들이켜보셔요.
-「아버지를품에안고」의제1연-

이렇게시작된이시는“젊은시절늘아픈저를업고그먼도립병원까지밤길을쉬지않고뛰셨던”아버지에대한추억으로이어진다.누구에게도이와비슷한한두개의기억을갖고있으리라.그러나아버지는우리가효도할때를기다리지않고떠나가셨다.그래서평생갚지못하는후회,안타까움을안고살아가야한다.놓쳐버린지난날이너무도한스러운것이다.

먼옛날초등학교첫등교날
가난한아버지는내가대견하다고
학교교문앞허름한구멍가게에서
크림빵한개사주셨지.
-「크림빵한개」의초반부-

돌아가시기전호스로이유식만삼년
아욱국한번먹고싶다던
야위고늙으셨던아버지…
아욱국훌훌드시던
그옛날젊으신아버지모시고
오늘저녁은
아욱국을먹고싶다.
-「아욱국」의종반부-

앞의시는하얀구름같은크림빵이먹기아까워작은손에쥐고아버지만돌아보는데어떤윗반학생이재빨리그걸채서달아나버린이야기다.교문밖에서어쩔줄모르고내이름만부르시던아버지.그때는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