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방식으로‘진짜자기’를찾아가는아이들을지지하다!
우리는누구나‘이름’이있다.자기소개를할때빠지지않는것,‘나’라는사람을다른사람과구별짓는기호,태어나서죽을때까지남들에게가장많이불리는나에관한단어……,이것이바로이름이다.하지만너무익숙한나머지,그게특별하다고생각하기란쉽지가않다.그럼에도불구하고누군가의이름을안다는것,소리내어불러준다는것은적지않은관심이필요한일이다.오죽하면‘이름을불러주기전에는하나의몸짓에지나지않았던이가,이름을불러준순간나에게로와서꽃이된다’는시구가있을까?이처럼‘이름’은모음과자음의결합그이상의의미를지닌,우리의존재자체를받아안는글자이다.
《너,서연이알아?》에는‘서연’이라는이름을가진여섯명의아이가등장한다.이름은똑같지만성별도,저마다처한상황이나고민의종류도다른이들은자기만의방식으로매일조금씩,진짜자신을찾아간다.이과정에서아이를지칭하는보통명사같았던‘서연’이라는이름은각각의인물속에스며들어저마다다른색채와질감을가지며돋을새김한것처럼또렷한개별성을띄게된다.
외할머니와단둘이살면서막연히그리워하던엄마가집으로돌아온뒤마음속에돌풍이이는민서연(<돌아라초밥,불어라바람>),벽너머로들려오는아이들의소리에상상과현실을넘나들다가기어이끔찍한진실과맞닥뜨리는이서연(<차가운벽>),시간을되돌려동생의사고를막기위해간절한마음으로거듭주문을외우는김서연(<주문을외워>)등여섯명의서연이들이마주한현실은결코녹록하지않다.
작가는우리주변에서심심찮게일어나지만현실을핑계로애써외면하기바쁜사회적인이슈들,이를테면조손가정,아동학대,참사,도벽등이아이들의삶과마음에어떤방식으로파고드는지를차분하고섬세한필치로그리고있다.그리고이토록다양한소재를생활동화,공포,판타지,SF,풍자등의다채로운형식을빌어짜임새있게그리고있어지루할틈없이읽힌다.
스스로를책임지면서삶의중심을잡아가는아이들의모습을그리다
《너,서연이알아?》는평온하고익숙한일상속으로불쑥찾아오는낯선문제들앞에마주선아이들이스스로를책임지면서삶의중심을잡아가는모습을담백하게그리고있다.<돌아라초밥,불어라바람>의민서연은자기를외할머니에게맡겨두고집을나간지십년만에불쑥돌아온엄마때문에마음이복잡하다.막연한기대와달리엄마가어색하고낯설기만하지만,엄마의진심을마주하고는조심스럽게작은바람하나를품게된다.엄마의오랜부재에원망과미움으로응답하기보다는이해와포용으로조심스럽게다가서는아이들의깊이를알수없는넉넉한마음을뭉클하게그리고있다.
<차가운벽>의이서연은24시분식집에서일하는엄마를기다리며혼자까무룩잠드는나날을보내던중,벽너머에서들리는아이들의소리에귀를기울인다.아이들을자신의상상속으로불러들여외로운시간을채워가던어느날,벽너머에서소름끼치는울음소리가들려오고,이것은결국끔찍한진실을찾는단서가되는데…….우리사회를떠들썩하게만들었던아동학대문제를아이들의눈높이에서풀어낸작품으로,우리가외면할수록그무게와책임은오롯이아이들에게지워진다는서글픈진실의민낯을보여준다.
<어느기억>의최서연은나이에맞지않게마법을진심으로믿는아이로,유일한친구는전학을온승혁이뿐이다.사실승혁이는과거여행으로잃어버린기억을되찾기위해미래에서온소년이다.승혁이는무심코따라나선서연이와의여행에서잃어버린기억을되찾고,서연이의배려덕분에마음의상처가조금씩아물게된다.SF적인설정에인간관계에대한빛나는성찰이자연스럽게녹아든작품으로,자기보다남을더걱정하는인간의따뜻한마음이얼마나기적같은일인지를느끼게해준다.
<주문을외워>의김서연은자신과는성격이정반대라늘답답하고안쓰러웠던쌍둥이남동생서준이를교통사고로잃는다.슬픔에젖어있는와중에책대여점에서온전화를받고서준이가빌린<주문을외워>라는책을발견한다.그러고는동생을구하기위해간절한마음으로주문을외우다가놀라운사실을깨닫게되는데…….참사라는소재를조심스럽고도현실적으로다룬작품으로,불가능을가능으로만들고싶을정도로내면에상처를입은우리들의마음과바람을판타지적인설정을빌어다시금환기시키는이야기이다.
<비교여왕만세>의송서연은‘남들보다나아야한다는신조로사사건건비교만일삼느라나라가망하는줄도몰랐던비교여왕’이야기를맛깔난입담으로전한다.얼핏전래동화나명작동화같은이야기를깔깔웃으며듣다보면,저도모르게등골이오싹해질만큼적나라하게현실을풍자하고있다는것을알게된다.특히비교여왕의눈에들기위해진실을왜곡하고거짓을일삼으며무능력으로소일하는관료들의행태와,그들에게휘둘리는비교여왕의모습은묘하게현실적이다.아이들의눈에비친우리사회의모습이얼마나불합리하고우스꽝스러운지를확인해볼수있는작품이다.
<보았어>의조서연은문방구나편의점에만가면뭔가에홀린듯이물건을훔치는도벽이있다.결국반전체에도소문이날만큼상황이심각해지지만,서연이의친구인찬하만큼은포기하지않고집요하게서연이를따라붙으며진실이무엇인지거듭되묻는다.덕분에서연이는진실을마주할용기를내게된다.서연이의마음과상황을2인칭으로서술하는기법을통해반전의묘미또한누릴수있는작품으로,우리가막다른골목에내몰렸을때손을내밀어주는우정의힘이얼마나대단한것인지생각해보게끔만드는이야기이다.
아이들의이름을힘차게불러주고싶게만드는동화집
《너,서연이알아?》는이름은같아도저마다다른삶을사는여섯명의서연이를통해,사람은모두같으면서도전혀다르다는것,동질성과자기만의개성이공존한다는것을자연스럽게보여주고있어서오래도록이야기를곱씹어보게만든다.
또한‘안다’는것이무엇인지에대한의미있는질문을던지는작품이기도하다.우리가잘알고있다고자신해왔던일혹은사람에대해다시생각해볼수있는기회를줌과동시에,제대로알기위한노력을멈추지않을때비로소의미를찾을수있다는깨달음을전해준다.
무엇보다사회적인이슈와서글픈현실을자극적으로보여주기보다는아이들의눈높이에서도충분히이해하고공감할수있도록담백하게녹여내면서도동화의기본기와미덕을고루갖추고있어더욱미더운작품집이다.
부끄러움을모르는뻔뻔한세상에서,어른들이쉽사리잊는혹은외면하는문제에고스란히노출되어있음에도,의연하게자신의이름을책임지며자라는모든아이들의이름을힘차게불러주고싶은마음이독자들의가슴에출렁이기를바란다.
내용소개
돌아라초밥,불어라바람
외할머니와단둘이살던서연이는십년만에엄마와다시만난다.그동안막연하게엄마와의재회가눈물바람일거라고기대해왔지만,두사람사이에는못보고산세월만큼의어색한거리감만이느껴질뿐이다.그러나서연이는단박에자신의입맛을알아맞히고,외할머니를핑계삼아자신에게초밥을사먹이고싶어하는엄마의진심을눈치채고는마음한편에온기가돌기시작한다.
무슨바람이불었는지모르겠다.엄마가불쑥집에왔다.
‘무슨바람이불었는지모르겠다’는말은할머니가자주쓰는말이다.일주일전에엄마가집에왔을때도할머니는그렇게말했다.
“무슨바람이불어서네가여길다왔냐?”
할머니는오래살고볼일이라는듯이엄마를위아래로훑어보며말했다.
“왜,내가못올데왔나?”
엄마는한마디툭내던지고마루끝에털썩앉았다.
우리집사정을모르는사람이보면할머니와엄마가자주티격태격다투는사이인줄알거다.그러나할머니와엄마는지난십년동안한번도다투지않았다.만난적이없으니까.
엄마는걸음마를겨우뗀나를할머니에게맡겨두고집을나간뒤로십년만에왔다.엄마의딸은엄마를알아보지못했고,엄마의엄마는딸을소닭보듯했다.―8~9쪽에서
차가운벽
서연이는밤샘근무를하는엄마를기다리며혼자까무룩잠이들었다가문득벽너머에서들려오는아이들의목소리에잠이깬다.배고프다는웅얼거림을듣고는두아이를자신의상상속으로불러내어소꿉놀이하듯놀고공부하고이야기를나누기까지한다.그러나얼마지나지않아벽너머에서는소름이오싹돋는울음소리와비명이터져나오고,그날부터서연이의하루는한번도본적이없는옆집아이들에대한생각과걱정으로무거워지는데…….
“배고파.”
벽에등을붙인채까무룩다시잠이들던서연이는깜짝놀라깼다.처음에는자기가잠결에흘린말인줄알았다.자기가한말이라생각하고보니배가고픈것도같았다.학교에서돌아와바로잠드는바람에저녁을먹지않은터였다.일어나서뭘좀먹을까하는데또들렸다.
“누나,배고파.”
그제야서연이는자기가한말이아니라는걸깨달았다.소리는벽에서들려왔다.
“누나,누나,일어나봐.나,배고파.”
서연이는자기에게하는말이아니라는걸알면서도부스스자리에서일어나앉았다.
‘옆집에아이들이사나봐.근데왜여태몰랐지?’
생각해보니이사오고한달이넘도록그쪽벽에그렇게바짝붙어있었던적이없었다.
서연이는아이목소리가다시들리길바라며귀를기울였다.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다.―24~25쪽에서
어느기억
나이와맞지않게아직도마법을진짜로믿는서연이의유일한친구는전학을온승혁이뿐이다.승혁이는사고로잃어버린기억을되찾기위해과거여행을온미래소년으로,친구들사이에서묘하게겉도는서연이에게친근감을느낀다.승혁이는무심코따라나선서연이와의짧은여행에서자신의잃어버린과거의기억이서연이와관계가있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
“승혁아,노력해야해.아니면또다시와야하잖아.”
안내자님이자주하는말이다.그말을들으면머리가지끈거린다.내가왜여기에와있는지생각하게되기때문이다.
나는2166년에서여기로150년가까이거슬러와있다.과거체험여행은그다지인기있는체험학습이아니다.열살이넘으면으레한번씩거치는과정일뿐이다.그런데나는지금두번째과거여행을하고있다.좋아서하는여행이아니라치료를위한거다.
처음과거여행을갔을때사고가있었다고한다.그사고로크게놀란나는그때의일을전혀기억하지못한다.대신걸핏하면외마디소리를지르며잠에서깼다.뭔지모를두려움에가슴이떨려다시잠들기가쉽지않았다.
그때의일을스스로떠올리고견뎌내야한다는데,무슨일이있었는지생각해보려하면머리가터질것처럼아파왔다.그래서기억치료를받기시작했고,그과정의하나로이시간대에온것이다.-47~48쪽에서
주문을외워
서연이는자신과는성격이정반대인쌍둥이남동생서준이가늘답답하다고생각한다.그러던어느날,엄마의등쌀에떠밀려영어캠프로떠난서준이가교통사고를당해서죽자,온가족이충격과슬픔에빠진다.그와중에책대여점에서서준이가빌린책을반납하라는독촉전화가오고,서연이는《주문을외워》라는책을발견하게된다.사고가일어나기전으로시간을돌려동생을살리고싶다는간절한마음을담아주문을외우기시작하는데…….
서준이는말끝을길게끌더니입을다물고코밑만문질렀다.
나는서준이의그런점이마음에안든다.망설이고미적대는모습이싫다.다른때같으면눈을한껏흘겨주었을텐데,어찌된일인지나를바라보는서준이눈빛에가슴이싸해졌다.못마땅했던마음이순식간에수그러들었다.
‘너,캠프가기싫으면엄마한테가기싫다고당당하게말해.하기싫은거억지로하지말고.’
입안에서맴도는말을선뜻건네지못하고있는데,엄마가서준이를불렀다.
“김서준,어디있어?이리와서엄마가가방싸는거봐.”
서준이는대뜸“네.”대답하더니한숨을폭내쉬고어깨를늘어뜨린채밖으로나갔다.
방문이닫히는순간,나는자리에서벌떡일어섰다.내가해야할중요한일이있는것만같았다.그런데그게뭔지도무지생각나지않았다.도로자리에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