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래?
사는게지겹고재미없는거!
분위기에휩쓸려마트에서물건을훔친뒤부풀려진소문에괴로워하는형규,
친구를사고로잃은후죄책감과그리움에몸서리치는남중과동네친구들,
완벽하고반듯한가족안에서구멍으로낙인찍힌게억울하기만한우현.
허점투성이열여섯살소년들의참을수없는존재감!
세상의모든구멍들에게보내는공감과위로의메시지
청소년들의현실과항변을담아내다!
신조어에는우리사회의고민이고스란히투영되기마련이다.이젠낯설지않은단어들,이를테면헬조선,흙수저,이생망(이번생은망했어),인구론(인문계구할이논다)등에서는자력만으로는안정된삶의기반을확보하거나사회의중심부로진입하기힘든현실에처한청춘들의자조와비관의심리를읽을수있다.돌파구를찾기힘든세상,자유롭게실패하거나남과다른선택을시도할용기조차내기힘든세상에서,청소년들은시작도하기전에매일지는것같은막막한날들을보내고있다.그러니사는게즐거울리만무하다.
《#구멍》은이렇게포기에익숙하고자기비하에능숙한요즘아이들의구멍난일상,그것도모자라스스로구멍이되고만현실과그에대한항변을담아낸단편소설집이다.단어에해시태그(#)를달아서검색하면그와관련된정보가모두딸려나오듯이,세편의이야기는‘구멍’이라는키워드로한데묶을수있다.분위기에휩쓸려마트에서물건을훔친뒤친구들의배신과부풀려진소문속에서괴로워하는형규(《그여름의소문》),친구를사고로잃은후죄책감에몸서리치는남중과동네친구들(《서툰배웅》),매사에반듯하고완벽한가족안에서홀로구제불능구멍으로사는일의고단함을토로하는우현(《#구멍》)의이야기에는열여섯살소년들의다양한고민과복잡다단한심리가섬세하게녹아들어있다.
성장의변곡점을지나는열여섯살소년들의숨가쁜오늘
<그여름의소문>은장난삼아한도둑질때문에평판에흠집이난형규이야기이다.친구들과의의리(?)때문에저지른못된장난이CCTV에잡히는바람에혼자잘못을뒤집어쓴형규에게는‘상습범’이라는,출처를알수없는소문까지따라붙는다.친구들은억울한심정을알아주기는커녕자기들에게불똥이튈까봐모른척하며거리를두고,가족들조차도불신에차서질책만한다.외출금지처분을받고집앞복도와계단을서성이던형규는가정폭력에학대받는아이라는소문이짜한아랫집꼬맹이훈이와엮이게된다.소문만믿고훈이를안쓰럽게생각하던형규는,어느날소문의실체를확인하고당혹감과혼란을느낀다.소문의주인공으로위기를겪으면서도,타인에대한소문은진위를따져보지도않고덥석믿는형규의모습을통해,소문을대하는우리의이중적이고도무책임한태도를되돌아보게하는작품이다.멀고어려운진실보다는가깝고손쉬운추측과편견으로타인을판단하는일의부당함을,경쾌하고유머러스하게풀어냈다.
<서툰배웅>은친구의죽음이라는충격적인사건으로인해남은이들이겪는감정의진폭을세밀하게형상화했다.친구를지키지못했다는죄책감에시달리던남중이는전국에어종을달리한낚시터를갖고싶다는꿈조차버리고병규의죽음을떠올리게만드는고향으로부터도망칠궁리만한다.친구의죽음앞에서도남에게들을원망과미움을덜기위해솔직하지못했던자신을용서할수가없기때문이다.그러나병규가죽은자리를기를쓰고찾아가려하는미스터리한인물유나를만나고뒤를쫓으면서,남중이와친구들은오랫동안미루고피했던장소에가서병규를배웅하고마침내용서를구한다.이해하기힘든불행앞에서그원인을자신에게묻고무거운죄책감을짊어지는아이들의모습이짠하고애달프다.
<#구멍>은완벽하고반듯한가족들과는달리허술한구멍으로낙인찍힌늦둥이우현이가보낸아주특별한방학을보여준다.우현이는자신에게있다는구멍을어떻게든혼자힘으로메워서가족들에게인정을받으려고애를쓰지만,그럴수록일은꼬이고엉망진창이된다.자괴감에위축된우현은이사와입학을앞둔어수선한시간을자기마음대로허비하는동안,완벽주의의현신인것같았던아버지의삶과가족들의미래를집어삼키는거대한구멍의존재를알게된다.우현이는방학이끝날무렵,과보호만받던응석쟁이에서벗어나이제는다른가족들의빈틈을메우고넌지시돕는어엿한구성원으로한뼘더성장한다.
서로의부족함을채우고메우는타인과의연대를조명하다
《#구멍》에등장하는열여섯살소년들의이야기는계절의흐름에따라여름에서가을을지나해를넘겨늦겨울로이어진다.저마다다른방식으로성장의변곡점을지나고있지만자세히살펴보면공통점이있다.아이들은자신과전혀관계가없는타인과의만남을통해(형규는훈이를,남중이는유나를,우현이는푸드트럭아줌마를)자신의문제를살피고해결하는계기를마련하게되는것이다.이를통해자신의솔직한마음은물론이고,가까이있었지만그다지주의를기울이지않았던이웃을,친구를,가족을재발견하고보다깊이이해하면서내면이한층웅숭깊어진다.
이와동시에우리는모두어딘가구멍이난허점투성이존재이지만,그것은잘못된것도돌이키지못할정도의실패도아니며,타인과의연대로얼마든지메우고채울수있는것이라는깨달음또한얻을수있을것이다.이러한메시지가독자로하여금바닥난자존감을채우고,자신과타인을존중하고배려하는방법을생각해보는계기가되길.또한이책이구멍때문에고민하는모든이들을불러놓아허심탄회하게이야기를나누게되는작은시작점이될수있기를기대한다.
내용소개
그여름의소문
무료함에동네를배회하던형규는우연히만난친구들과함께마트에서장난삼아과자를훔친다.그러나형규혼자만마트CCTV에찍혀관리자가학교에찾아와으름장을놓으면서문제는걷잡을수없이심각해진다.나몰라라하는친구들의배신도기가막힐노릇인데,어느틈에학교에는자신이상습범이라는소문이돌기시작한것이다.마침방학이라소문을바로잡을기회를놓친데다,가족들조차자신에게의심을눈초리를보내는통에억울해서미칠지경이다.외출금지를당해집에만틀어박혀있던형규는자신과는달리짠한소문을달고다니는아랫집꼬맹이훈이와엮이게된다.그리고어느날,훈이에게따라붙은소문이사실이아니라는사실을알게되면서,‘소문’그자체에깊은의구심을품게된다.
나는가방을챙기러교실로갔다.가방을들고복도로나오는데화장실에서세현이가불렀다.내가상담실로불려간걸알고기다린것이었다.나는세현이가너무반가워서팔을덥석잡았다.
“나만걸렸어.왜,왜,왜나만CCTV에찍혔냐고?”
“우리랑같이있었다는거안불었지?”
“안불었다니까.그래서더억울하다고.”
세현이가내어깨를툭툭쳤다.
“넌입이무거울줄알았어.계속비밀지켜.셋이혼날필요없잖아.다같이혼나도달라질게없어.”
그말뿐이었다.세현이는어른들앞에서망신을당한내기분을위로해주지도않았고,혼자죄를뒤집어쓴내심정을알아주지도않았다.녀석은따닥따닥슬리퍼소리를내며계단을미끄러지듯내려갔다.자신이마트일에걸려들지않은게마냥즐거운것같았다.내가지킨건비밀이아니라의리였다.
“야,난이제어떡해?”
세현이는이미계단참을돌아가서보이지않았지만,불쑥목소리가올라왔다.
“너,빌라앞에있는푸른문방구알지?거기출입금지라며?거기에서도걸렸냐?”
“갑자기문방구가왜나와?거긴전혀아니야.”
푸른문방구에출입금지라니,사실이아니다.확실한증거도있다.
“배형규,이제그만해.그러다가개망신당한다.”―15~16쪽에서
서툰배웅
지난여름장마로불어난윗못물에사고로친한친구병규를잃은남중이는죽음의그림자가어른거리는아랫못낚시터인자기집에서지내는것이힘겨워고등학교진학을다른지역으로할계획을세운다.그날의기억은가족과친구들,그리고동네사람들의마음에보이지않는벽을만들었고,저마다누구에게도말하지못하는죄책감을짊어진채침묵하게했다.그러던어느날,낚시터를찾은미스터리한소녀유나의행동을오해하는바람에남중이와친구들은마음의준비를할새도없이병규의마지막숨결이남아있는윗못에오르게된다.그제야아이들은숨겨놓았던마음을고백하면서병규를배웅한다.
낚시터일이아르바이트였다면진작그만두었을거다.한때는친구들과노는것보다낚시터일이더좋았다.일요일이면좌대를오가며아빠대신떡밥을비벼주고,배달심부름을하는틈틈이낚시를했다.지난6월까지만해도나는지역별로특색을갖춘낚시터를갖는게꿈이었다.전국을돌며수질과지형에따라어종을달리해서낚시터를운영하고싶었다.
그러나이젠낚시도,저수지도싫다.맘같아서는윗못에서내려오는물길을막고저수지에있는물도다빼버리고싶다.나는오늘도손님들이찔끔찔끔손맛만타다가허탕치고돌아가길바란다.
“치킨은됐고,점심은오리볶음탕으로해주세요.매운거에약하니까안맵게해주세요.”
여자애가메뉴에도없는오리볶음탕을시킨다.단골은아니어도우리집에다녀갔던적이있는것만은틀림없다.엄마는주문이있는날만오리농장에서생오리를배달시킨다.라면을퍼담는아줌마는뭐가못마땅한지한숨만푹푹쉬어댔다.
나는자전거에오르며후회했다.좀더오빠답게말할걸,숙성된얼굴반만큼이라도무게를잡을걸.그제야자전거를하우집에두고온게생각났다.자전거가밤새내린비로푹젖어있을걸생각하니짜증이올라왔다.짐바리자전거는도저히안되겠다.살짝만힘을빼도핸들이멋대로틀어졌다.
아빠자전거를가게앞에세워두고하우네집으로갔다.젖어버린건자전거만이아니었다.어젯밤내마음도푹젖었다.나는바짝마를만큼이불속에오래있지못했다.
지난밤,하우에게소리를질렀다.그런걸술주정이라고하나?쪽팔리게시리.―80~82쪽에서
툰광이누구에게랄것도없이물었다.
“그일있고나서여기온적있어?”
모두고개를저었다.
성태는안장에서일어나엉덩이를좌우로흔들며천천히페달을밟았다.
“오성태,힘드냐?”
“별로.”
병규도이길로자전거를끌고갔다.우리는병규가마지막인지도모르고걸었을길을가고있다.아무도병규가과수원너머에있는숲으로들어가는걸보지못했다.그것만알았어도병규를더빨리찾았을것이다.병규는덥고습한날씨에길도안좋은오르막을자전거까지가지고서왜올랐을까?사고가난후그이유가가장궁금했다.아무리생각해도모를일이었다.
그동안나는윗못이있는과수원쪽은쳐다보지도않았다.이길은내겐두려움이다.감당하지못할감정들이밀어닥칠까봐겁이났다.병규가허우적거리며땅을디디려고안간힘을쓸때나는선풍기앞에누워뒹굴었다.그사실만으로도견디기힘들었다.
“병규가축구를많이해서다리힘이좋잖아.이정도오르막이면식은죽먹기였을거야.”
툰광이코를킁킁거렸다.다들내눈치를보고있었다.
과수원이끝나고숲이이어졌다.굽은산길을돌아가면윗못으로가는오솔길이나온다.성태는과수원끝자락에자전거를세웠다.
얼굴은감각이없을정도로얼었는데겁보와씨름하느라몸에서는땀이났다.
“어뜨케,프레시향은왜하필윗못이야?으스스하다.”
“뭐가으스스하냐?친구가있던곳인데.무조건병규가우릴지켜준다.”
성태가구호를외치듯주먹을불끈쥐었다.
성태말이맞다.병규옷자락에쓸리던풀들이고,병규가밟고간흙길이었다.그러나나는하우와는또다른이유로이길이내키지않았다.-129~130쪽에서
#구멍
과보호를받으며귀한막둥이로자란우현은가출을감행했다가실패한이후부터형에게서구제불능구멍취급을받기시작한다.나이차이가많이나서자신을살갑게돌보아주었던다정하고듬직한형과의사이는어찌해볼도리없이점점벌어지기만하고,완벽하고반듯한가족들과어울리는구성원이되고자애를써도결과는엉망진창이라우현의마음은한껏쪼그라든다.부모님의연수와이사를앞두고잠깐허락된방학동안의자유시간을마음껏허비하던우현은몇가지사건을통해가족들과아버지가감추고있던어마어마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