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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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 등의 작품을 통해 꾸준히 역사 속 인물과 고전에 관심을 갖고 재조명해 온 설흔 작가가 이번에는 소현 세자의 삶을 통해 오늘을 돌아보는 작품을 펴냈다.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는 두 차례의 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겪은 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다 돌아와서 너무도 이른 죽음을 맞이한 소현 세자의 삶의 궤적과 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소현 세자를 ‘존’이라는 인물을 빌려 현대로 불러낸 뒤 또 다른 화자인 ‘나’와 만나 대화하게 함으로써,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하다가 마침내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는 구성을 띠고 있다. 소현 세자가 ‘오래전 어느 날 함께 살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나’의 정체는 이야기 중간중간 암시되어 있으며, 두 사람의 인연은 결말에 이르러 다소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저자

설흔

저자설흔은서울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심리학과를졸업했다.《멋지기때문에놀러왔지》로제1회창비청소년도서상대상을수상했다.《연암에게글쓰기를배우다》(공저)《소년,아란타로가다》《우정지속의법칙》등을썼다.

목차

작가의말
강변에서시작한공부
놀이공원에서이어간공부
산성에서깨달은공부1
산성에서깨달은공부2
광장에서몸으로느낀공부
강변에서다시시작한공부

출판사 서평

부끄러움을모르는이시대에다시만난소현세자,
그가고백하는삼전도의그날과선양에서의시간!
소현세자가안간힘으로써내려간참회의기록

생각을하지않으면도대체무엇을얻을수있겠습니까?
아무것도하지않으면도대체무엇을이룰수있겠습니까?
한사람이크게어질면온나라가바르게된다는사실을잊지마십시오.

소현세자의삶을통해우리의현실을되돌아보다
《멋지기때문에놀러왔지》,《연암이나를구하러왔다》등의작품을통해꾸준히역사속인물과고전에관심을갖고재조명해온설흔작가가이번에는소현세자의삶을통해오늘을돌아보는작품을펴냈다.《소현세자의진짜공부》는두차례의호란과삼전도의굴욕을겪은후,청나라에볼모로잡혀갔다돌아와서너무도이른죽음을맞이한소현세자의삶의궤적과내면을치밀하게묘사한작품이다.
특히소현세자를‘존’이라는인물을빌려현대로불러낸뒤또다른화자인‘나’와만나대화하게함으로써,현재와과거의이야기가교차하다가마침내새로운의미를도출하는구성을띠고있다.소현세자가‘오래전어느날함께살았다고’믿어의심치않는‘나’의정체는이야기중간중간암시되어있으며,두사람의인연은결말에이르러다소충격적인반전(?)을선사한다.
대의를생각해야하는세자로서의삶과볼모가아닌자유인을갈망하던한개인으로서의삶사이에서매순간분열하고고뇌할수밖에없었던소현세자의모습은‘비운의왕세자’라는전형적인이미지를탈피해보다입체적으로되살아난다.무엇보다자신이공부를게을리하고해야할일을다하지못했기때문에,나라가망하고백성이고통받은것이라며부끄러워하는소현세자의통렬한자기반성은더욱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국민적인트라우마를안기는크나큰사건이일어나도책임지는사람하나없이회피와부도덕이판을치는오늘날우리의현실을떠올리게만들기때문이다.

우리는늘그런식으로치욕의역사를깨끗이잊었습니다.따지고보면뭐그리이상한일도아니지요.실패의역사에서아무것도배우지않는것,그것이우리가반복된슬픔의역사에서배운유일한교훈이니까요.(중략)우리는모두다공부를정말로못하는사람들이니까요.우리는부끄러움을전혀모르는사람들이니까요.문득예전에읽었던신경림시인의시가생각났습니다.‘우리의슬픔을아는것은우리뿐’이라는평범하면서도비범한구절이생각났습니다.-본문214~215쪽중에서

현재와맞닿아있는과거를통해삶의의미를배우다
폭염경보가발령된오후의강변,버드나무의성긴그늘아래앉은내곁에추레한낯선남자가불쑥찾아온다.담담하게기억을잃었노라고고백하는남자에게‘오래된진심’같은친근함을느낀나는,그에게신원불명인을일컫는‘존’이라는이름을붙여준다.존은정이듬뿍담긴초코파이를건넨뒤,이상하고도낯선먼과거의일들을마치어제일인양이야기하기시작한다.
나는존이스스로를‘소현세자’로인식하고있다는것을깨닫고의아해하지만,피하지않고묘한기시감이느껴지는이야기를잠자코듣는다.예기치않은사고로가족을잃은나와자신의무능때문에나라와백성,끝내자기자신마저놓치고말았다고고백하는존사이에‘부끄러움’이라는감정이농밀하게머물렀기때문이다.

존의언어가나를확사로잡기시작한건부끄럽다는그한마디를들을때부터였습니다.요근래나를사로잡고좀처럼놓아주지않는화두가바로‘부끄러움’이었습니다.존이말했듯일을당한처음에는분노와슬픔의감정이다른모든것을압도했습니다.
그러나죽지않고살아있는사람이내내분노하고슬퍼하며지낼수만은없는일이었습니다.생활이랄것도없는생활에몰두하는사이,분노와슬픔은슬며시연합하여손꼭잡고내몸을빠져나갔습니다.정신을차리고보니어느순간부터는후줄근한부끄러움밖에는남지않았습니다.
그랬기에존의그한마디는기묘한방식으로나를위로했습니다.부끄러움을모르는이냉정한도시에부끄러워하는사람이있기는하구나,하는동지애적인감정이돌처럼굳었던내마음을살짝흔들어가루를떨어뜨렸습니다.가슴이답답하면서도뜨듯해졌습니다.-본문30~31쪽중에서

나는존을종이배를띄운강변에서,삼전도비가세워진소공원근처의놀이공원에서,운명의장소라고할수있는남한산성에서,시위자와경찰이대치하는뜨거운광장에서우연인듯필연적으로거듭만난다.그때마다존은과거의일을하나씩꺼내놓으며자신의마음도조심스럽게펼쳐보인다.
삼전도에서새로얻은이국의아버지를향해삼배구고두의예를행한굴욕의순간,삼전도나루에서목격했던지옥같은풍경,선양성으로가는도중에겪은잊지못할사건들,선양에서맞닥뜨려야했던조선백성의고통과숱한죽음,그리고그시간들을감당하며느껴야했던무기력과분노,자책의마음을…….
나는존의이야기를듣는동안마음한편에접어두었던개인적인아픔과상실감을다시금꺼내보며깊이공감한다.그리고‘세상을살다가보면한인간이어떻게할수없는일도일어나는법이니너무자책하지말라’고진심으로위로한다.‘이유없이망하는나라는없는법’이라고단호하게대답한존,아니소현세자는끝끝내모든것은자신의잘못이며,해야할일을다하지못했다는부끄러움은결코사라지지않을것이라고담담하게고백한다.
《소현세자의진짜공부》는조선과청나라사이의가교역할을영리하게해낸성군의재목임에도미스터리한죽음을맞이해비운의왕세자로묘사됐던소현세자의삶을치밀하게복원하되기존의해석에기대지않는다.오히려‘실제의존은그의고백과소설사이어느곳에위치하고있었을것’이라고추측한다.또한비록자의는아니었으나광대하고낯선세계앞에놓인왜소한자가충격으로기존의생각을산산이부서뜨리고새로운가치를내면에품에되는순간을절묘하게묘사해,독자로하여금소현세자를보다입체적인인물로이해할수있게돕고있다.
‘나와존’의이야기가물흐르듯이교차하며마치하나인듯얽혀드는동안,독자는현재와과거가동떨어진것이아니라맞닿아있다는것을느낄수있다.이러한깨달음은역사와현실의중요한순간들을마치우리자신의문제처럼보다깊이있게이해할수있게해주며,무심코지나치지만매순간얼굴을드러내고있는역사를다시금발견하고현재적의미를탐색해보는통찰력과관찰력또한선사한다.

‘우리의슬픔을아는’서로가있다는따뜻한위로
소현세자의이야기를통해짧은여행을하는동안,‘나’는자신이겪은상실의경험을줄곧떠올린다.어떤사건인지구체적으로제시되어있지는않지만,어렴풋하게세월호를비롯해우리가겪어야만했던비극적인사건들을떠올릴수있을것이다.
그와동시에‘고난에처한국민을도울수단을갖고있으면서도정작조처는취하지않고훌륭한국가가다알아서처리할것이니그저조용히있으라고만명령하는’과거의과오를반복하는오늘날의한심한위정자들에대한날카로운비판의식또한되새기게된다.

조선의임금과대한민국의대통령들중에존의아버지를비난할자격을갖춘이가도대체몇명이나되겠습니까?하긴,임금과대통령들만비난할일도아니지요.조선의관원들과공화국체제의공무원들또한마찬가지이니까요.무슨일이생기면허둥거리기나하면서(혹은그러는체하면서)자신의안위만챙길뿐,다른이들의삶과죽음에는아무런관심도없으니까요.-본문89쪽중에서

내가겪은현실또한그와비슷했습니다.내게필요했던것은기적이었으나주어진거라곤호통뿐이었습니다.다알아서할것이니잠잠히있으라고말하는그호통소리는매서웠고,왜나라의권위와능력을믿지못하는것이냐는질책은요란했으나결국기적은아예일어나지도않았습니다.-본문113쪽중에서

그럼에도불구하고현실을조소하고포기해버리기엔아직이르다.작가또한‘어려웠던과거의흔적을돌아보며다가올미래의모습을그려’보길바란다는당부를했다.이책을읽으며고난이이어지는굴욕적인상황속에서도인간으로서의존엄을지키기위해우리가역사에서무엇을배우고실천해야하는지곰곰이생각해보길바란다.무엇보다소현세자에게유일한스승이자친구인‘당신’이있었듯이,‘나’에게‘존’이있었듯이,우리에게는‘우리의슬픔을아는’서로가있음을기억해야할것이다.작고초라한배한척에의지해세상을항해하느라지친독자들에게이작품이건네는따뜻한위로가큰힘이되길바란다.

내용소개

강변에서시작한공부
폭염경보가발령된한낮의강변,버드나무아래그늘속에서쉬고있는내곁으로낯선남자가밀고들어온다.언젠가만난적이있지않느냐묻는남자의말에고개를젓자,대뜸초코파이를건넨다.나는남자에게친근함을느끼고,통성명을하는과정에서남자가기억을잃었다는걸알게된다.내가신원불명인그에게존이라는이름을붙여주자,존은나에게낯설고기이한먼과거의이야기를털어놓기시작한다.존은자신을‘소현세자’라고생각하고있었다.나는의아해하면서도묘한기시감이드는그의이야기에조금씩빠져든다.

무엇보다도지금내가힘주어이야기하려는건아버지에대한비난이아니라내공부의실패에대한가감없는분석과인정이니까요.결과적으로보면스승들의말은하나도빼놓지않고모두다옳았습니다.내게을렀던공부는결국어느스승이예견했던대로천하의혼란과멸망에버금가는끔찍한결과를야기했으니말입니다.
그러고보면황제또한내게을렀던공부의이력을정확하게알고있었던것이분명합니다.대청국황제다운,다이칭구룬의신성한칸다운혜안으로이제는속국이된나라에서온세자의병증을속속들이다파악하고있었으니까요.그랬기에관대하고자애로운황제는특별히나를따로불러너는우리에게패배를했으면서도왜만주어를공부하지않느냐는,네백성을다망하게했으면서도여전히그모양그꼴이냐는,정신을번쩍들게만드는따끔한질책을베푼것이겠지요.-본문42~43쪽중에서

놀이공원에서이어간공부
자신의무능과게으름으로나라가망하고백성이고통을받았다고고백한존을다시만난것은삼전도비가세워진소공원근처의놀이공원에서였다.오랜친구를만난것처럼반가웠던나는자연스럽게존과동행한다.존은얼음보다더차갑고냄새나는삼전도의검은진흙바닥에서이국의새아버지를맞이하며행한삼배구고두의예와이후이어진만주족특유의잔치를비롯해창덕궁어수당,선양성에서경험했던여러잔치이야기를차례차례꺼낸다.

삼배구고두의예를마친아버지와내가황제의허락을받고단위에올라여러친왕들사이에자리를잡자,얼굴이남보다길어때론몹시사색적으로보이기도하는황제는우리를보며만주어로무언가를말했습니다.여러친왕들이박수를치며환호했습니다.
나는그냥있기멋쩍어아주살짝,뭐가좋아서웃느냐는식으로책잡히지않을정도의미묘하고도외교적인미소를부드럽게지었습니다.하지만조선출신역관을통해곧바로전해들은황제의말에,이제는두나라가한집안이되었다는그명쾌한족보정리내지친족결합선언의말에웃지도울지도못하는,쌀밥먹다돌을씹었으나보는눈이많아뱉을수도없는애매한표정만지어야했지요.흘낏본아버지또한나와비슷한표정이었다는것을당신에게꼭말하고싶습니다.물론그렇기에그가내아버지이고내가그의아들이겠지만말입니다.-본문62~63쪽중에서

산성에서깨달은공부2
그다음으로존을만난곳은애증의장소이자운명의장소라고할수있는남한산성인근에서였다.이전보다더야위고추레해진존에게생선구이가곁들여진식사를대접하자,그는황제가하사했던생선‘아지’와그로인해벌어졌던의미심장한사건을,그리고고난이차례로덮쳐옴에도아무것도할수없었던남한산성에서의무력함을떠올린다.

나는그문서가도착했을때곧장황제에게달려가야만했습니다.혹여만류하는이들이있다면다뿌리치고황제에게나아가차가운바닥에납작엎드리고머리세게박으며항복했어야했습니다.그것이내직분에어울리는유일하게정의로운행위였습니다.당신도잘알다시피나는그렇게하지못했습니다.이유는오직하나,내가어리석었기때문입니다.공부도잘못하고안하는아이였던나는머리또한매우우둔했기때문입니다.
(중략)
그러나아버지의자신감은강화도로피난가려다가길이막혀서어쩔수없이발길을돌려남문을통해산성에들어온그순간부터,아니궁궐문앞에서도무지어느쪽으로가야할지몰라허둥지둥하던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