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말
짐이전에“불법이대·소승으로나뉜것은중생을인도하는쪽에서한일이다.”하고말한적이있으나,사실은소승의걸음걸음이모두대승이요대승의깊은내용이소승을여의지않았다.그러니대승을알지못하면소승은원래완벽한것이아니니저깨끗한허공에구름이가로질러낀것과같고,소승을경험하지않으면또한완벽한대승이아니니밥을말로만해서는결코배고픔을면하지못하는것과같다.
그래서옛고덕은오직한목소리로종지를연창하여진실절대한깨달음의세계[向上事]를바로가리켰으나,敎乘에대해서는혹시학자들이여러가지모양에집착하고혼합하여능히자심을깨닫지못할까봐대부분내버려두고말하지않았다.그러나교승을전공하는자는모양에집착하여얽매이고업을쫓고번뇌에따라제법을실유한것이라여기니,마치머리를보지못하고거울속그림자를오인하고(『능엄경』에나오는연야달다의고사)손가락에집착하여달이라하는것과똑같다.그러므로똑같이불교를배우는무리지만,선을참구하는이와교학을공부하는이는,도가같지않은이와일을같이도모하지못하는것과같다.
선종이비록하나의산대만큼높이벗어났으나만약완벽하지못하면도리어공에떨어진다.대체로相에집착하고性을버리기때문에여러가지雜染을쌓아구박범부나진배없고,상을버리고마음을구하는이도또한偏空에빠져化城중간에서그만두는것을면치못한다.그래서옛종사들이모두敎乘을잎을들고어린애가울음을그치게한것에비유하고,性宗을교밖에특별한뜻이라여겨,이야기들이두토막이되지만짐은그렇게여기지않는다.
영명연수지각선사는고금에제일가는대선지식이다.그리하여그의저작을열람하다그가지은『만선동귀집』에이르니,천백년전에부절을합한듯이짐의생각과같았다.다른선지식도이런말을하였으나짐은회의하고감히깊이믿지않았더니,지금영명스님은지금까지선지식중에더욱빼어난자였다.그의말이이미짐의마음과묵묵히서로계합했으니,짐이본견해가틀리지않았고선과교의과덕이같은이치임을짐은믿을수있었다.
대저달마의心傳은본래한글자도없고영명의『心賦』는수없이많은말이있으니,이는한글자도세우지않으며三藏을갖추어유실함이없고,천명하고해설한것이수없이많은말에이르나한글자도찾을수없다.그러므로(註心賦에)“말이나글귀를빌려眞心을보조하여밝히고,비록글자나언어를사용했으나깊은뜻이여기에있다.”하였다.
이수없이많은말이낱낱이道임을관찰하면『만선동귀집』의모든법이근기에따름을알수있으니,문채가어지럽다고해서맑고아름다운글귀가끝없이이어지는것을어찌방애하겠는가?많이들음(박학다식함)은海藏(장경)보다낫고말이오묘한것은천상의꽃에비교할수있으리니,어찌법의깃발을높이단것이아니겠는가?곧寶印을깊이든것이니어찌털끝만큼의장애인적이있으랴,도리어한없는광명을더한것이다.언어문자로뜻을표현한것(敎·理)도또한그러하니어찌行·果가그렇지않겠는가?
그리하여이책을간행한뒤에이글을부쳐학자들이이를합하여보아마치보주의그물이겹겹으로비추는것과같게하노니,그러므로서문을쓰노라.
추천사
연관스님은일정하게머무는곳없이제방선원에서정진하며인연따라실상사화엄학림학장을역임하기도하였고기본선원교선사를맡기도하면서후학들을가르치고주변의권유로틈틈이경전어록을번역하여책을내기도하였다.
또‘조계종표준금강경’의번역책임을맡기도했던스님은‘금강경오가해’를지은함허득통선사를흠모하여근래함허스님의부도가있는봉암사동암에오래살았으며,중국의법안종을이은영명연수선사의저술을통해서도많은감화를받았다고한다.
영명선사는미륵불의화현이라추앙받던분이었는데고려광종(光宗)은제자의예를올리며그문하에영재36인을보내그의법을이어왔다.당시고려불교는영명선사의종풍이성행하였으며특히보조국사의사상에도깊은영향을끼쳤다.사명(四溟)대사와친하였던허균은청허(淸虛)와사명이영명선사의법통을이었다고기록하였으며,근세중국의고승인허운(虛雲)선사도영명의법안종은몽땅고려로들어가버렸다[法眼宗頓入高麗]고할정도였다.
영명선사의많은저술가운데서도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은불법을원수(圓修)하는귀감이라고금에칭송하였다.연관스님은영명선사의저술들을차근차근모두번역하기로서원하였는데,마침부산관음사지현스님의간절한청으로근세대만(臺灣)의선지식인석성범(釋性梵:1920~1997)스님이강의한‘만선동귀집강의(萬善同歸集講義)’를번역하게되었다.스님은“이강의본을번역하면서금덩이인줄알았더니칠보를얻은기분이었으며이를통해불법에새삼스러운눈을떴다.”고토로하였다.
2022년봄,급작스럽게세연을다한연관스님의마지막유작이된‘만선동귀집강의’는혼탁한우리의업을맑히는수청주(水淸珠)가되리라.
__현봉스님(조계총림방장)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은모든사람들이보리심을일으켜서보살의바라밀인지극한자비선행으로불성의반야지혜를열어주는가장원만한가르침입니다.
영명연수선사는중국이배출한가장수승한선지식일것입니다.선종,교종,율종,정토,진언등모든종파에서당대는물론지금까지도수행자들의사표(師表)가되는분입니다.청나라옹정황제는만선동귀집서문에서연수선사는육조이후최고의선지식이라고극찬합니다.
오래전번역된바있는〈만선동귀집〉은한평생저의수행을이끌어준책이었는데한참전대만성지순례중성범(性梵)스님의〈만선동귀집강의〉를공양받고보배를얻은듯하였습니다.한글번역을발원하여존경하는선배연관(然觀)스님께부탁드렸는데흔쾌히번역을허락하셨습니다.스님은환희심으로번역하시며여러차례감동을받아불교관수행관이새롭게정립되었다고토로하셨습니다.
부처님의바른정신이만선동귀집으로결집되고,만선동귀집은성범선사의강의로꽃이피고,연관스님의번역으로모든이들에게쉽고분명하게이해되니참으로아름다운인연입니다.
연관스님은출판준비중2022년4월상권(上券)의교정을마치고말기암의진단을받고수경스님등친지들의치료권유를거부하고왕생을발원하며부산관음사로오셔서절곡으로세연을거두고정토에왕생하셨습니다.
연관스님의친한도반인조계총림방장큰스님께서인연담과공덕을담아추천서를주셨고,토굴정진중인연관스님의후배육잠스님께서제자(題字)를써주셔서이책이더욱빛나게되었습니다.
이러한승연공덕(勝緣功德)으로번역하신연관스님은정토(淨土)에서승열락(勝悅樂)을누리시고〈만선동귀집강의〉를보거나듣는모든분들은보리심을일으켜서온갖선행으로일심정토(一心淨土)에서환희할것입니다.
__간행연기/부산늘기쁜마을회주지현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