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2 (김완하가 들려주는 61편의 다양한 시세계)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2 (김완하가 들려주는 61편의 다양한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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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저자가 다시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난해에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1권에 이어 이번에 2권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에 수록한 시와 시 읽기의 순서는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1권에 이어 ≪대전일보≫에 수록한 것을 그대로 실었으며 이수익의 절벽을 제외한 나머지는 발표한 순서대로 넣었다.
저자

김완하

저자김완하는
1987년『문학사상』신인상으로등단.
시집『길은마을에닿는다』,『그리움없인저별내가슴에닿지못한다』,『네가밟고가는바다』,『허공이키우는나무』,『절정』
시선집『어둠만이빛을지킨다』
저서『한국현대시의지평과심층』,『한국현대시와시정신』,『신동엽의시와삶』,『김완하의시속의시읽기』외.
공저『현대시의이해』,『한국문학의이해』,『생으로뜨는시』1.2,『시창작이란무엇인가』,『시창작에이르는길』외.시와시학상젊은시인상,대전시문화상등수상.현재한남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계간『시와정신』편집인겸주간.

목차

자서

절벽 이수익
공기의꿈 손종호
날마다시작 염홍철
여름풍경 홍일표
입장들 조말선
두꺼비형 송찬호
허수아비 이정하
그리움 이용악
완벽한신혼일기 한용국
식물의서쪽 박성현
명편 복효근
붉은돔 이명수
늙은느티나무에들다 곽효환
아버지의지게 강웅순
나무 이성선
코딱지 김상배
바닥이나를받아주네 양애경
풀잎 김영석
바닥 문태준
820광년,폴라리스 유봉희
그노인 최태랑
우시장에서 이덕영
이끼 권득용
구절사 이강산
늦은밤편지 임동윤
시인연습詩人演習 박남철
얼굴반찬 이대흠
할머니마음 곽은희
압록강 고은
앵무새를기리는노래 김형영
사과나무에게묻다 김규진
꽃자리 조재도
묵언의날 고진하
등藤꽃아래서 송수권
시인이된다는것 밀란쿤
막차의시간 김소연
플래카드 신미균
나는내릴수없었다 허만하
빛이찍어낸사물 강서완
예를들자면말여 최재경
봄의눈썹 이정오
수박 윤문자
낙타와바늘 최관수
빈집 설동원
꽃이피기까지 이정하
땅파기 셰이머
권태 천수호
가마우지 이건청
햄버거를먹으며 오세영
유적지돌바닥을걷다 이사라
이슬꽃 오영미
물소리요리한접시 김일곤
팽나무 박선희
사발과장미 석성일
첫맛과끝맛 성은주
예술가 이문재
판화 손미
병에게 문효치
새는없다 박송이
손금 정현우
바람의말 마종기

직관의독서와시적지향의명료화

출판사 서평

[책소개]

이책은저자가다시시를사랑하는마음으로지난해에「김완하의시속의시읽기」1권에이어이번에2권을출간하게되었다.우리사회를돌아보면점점더시를읽는일의중요성은증가해가는추세인데우리의아픔을위로하고감싸주는일을감당할수있다는것은시의커다란역할이아닐까한다.
이책에수록한시와시읽기의순서는「김완하의시속의시읽기」1권에이어≪대전일보≫에수록한것을그대로실었으며이수익의절벽을제외한나머지는발표한순서대로넣었다.독자들이시를통해상상력과감수성이살아나우리사회의그늘진삶이조금이나마넉넉해지기를바란다.

[본문발췌]

절벽
이수익(1942~)

직립直立은
화해하지않는다.

고고한그의전신이
타협을거부한채
오롯이
하늘을향하여

날카로운입지立志를세우고있다.
그가주위를버리는것만큼
주위로부터그가버림받는불행을,

그는오히려
즐기고있다.

●해설
이시는절벽이보여주는직립의정신을형상화한다.절벽이환기시켜주는단호함이란수직적자세로하늘을지향한다.절벽은발아래의번잡스러운현실을외면한채이상세계로눈을돌린다.그것은시인자신의세계관을표출한다.시인은자신의정신을지키기위해주변의모든것과화해하지않는다.따라서거기엔어떠한외로움을수반할수밖에없는것.우리가자신의입지를날카롭게세우기위해서는주위와일정한단절을통해서만가능하다.또한주위로부터버림받는불행을기꺼이감수해야만한다.그불행가운데오롯이서있는절벽처럼우리또한오히려그것을즐길수있을때에야자신의의지를끝까지관철시켜나갈수있다.
우리삶이어느하나의입지를세우기위해서는,쓰러져가는정신의푯대를꼿꼿이세우고무기력해져가는의지와삶에대한나태와안일과도싸우지않으면안된다.그뿐만아니라,일상적가치로변질되어가는정신의상투화와대결하지않을수없다.세속적삶이란중용의미덕이라는미명하에얼마나많은것들이뒤얽혀혼돈과무질서를연출하는가.이시는무질서한삶에놓인현대인들에게더욱분명한자세와단호한태도를보여준다.

공기의꿈
손종호(1949~)

빛이여.
가장소중한것에는
왜무게가없는가.
시계소리마저없는가.
나의폐에서나와
그대심장속으로들어가는
저황홀한대기의혼에는
왜발걸음조차없는가.

사랑이여.
가장아름다운것에는
왜꾸밈이없는가.
기침소리마저없는가.
썩은수렁가운데
묵묵히등을밝혀든
저연꽃한송이의얼굴에는
왜욕심의티끌조차없는가.

●해설
공기로도꿈을꾸는시인이있으니.오늘도그의꿈은저허공에까지가닿는다.빛은가장소중한것이니그것에는무게도없고시계소리발걸음도없다.사랑은가장아름다운것이니그것에는또한꾸밈없고기침소리도욕심의티끌도없도다.어느날내옷깃을스치고간공기의꿈이여.내눈가의차양속으로들어와그늘을지우고간빛이여.새벽풀밭에내린별빛을쓸며그대는또잊혀진이들의눈망울을떠올리는가.공기의꿈은나의폐와그대의심장속을무시로드나드는저황홀한대기의혼일지니.사랑은썩은수렁속에서도꽃등을밝혀들며피어나는연꽃한송이의눈부신얼굴.
바람은과거와현재를이어내는대지의숨결.그치지않는공기의꿈.무소불통無所不通이라는말이있다.빛과사랑은그러한법.그지극함은천지간어느곳이라도통하여알게됨을의미한다.그런즉,빛과사랑은이세상에통하지않는곳이없다.이세상에먼저빛이있으라한분누구신가.그빛이가닿는곳마다사랑으로넘치라한분또한누구신가.빛은모든것을이지상에드러내주는모성.사랑은모든만물을잉태하게하는이지상의토양.공기의꿈은높고밝도다.

날마다시작
염홍철(1944~)

지금이순간새로운시작
흘러간냇물에흉터지워지고
꺾인풀잎떠난이슬자국도없다

과거는이미없다
내일은아직없다
오늘도새날
내일도새날
새빛만이큰길로우릴이끈다

새벽힘차게열리고
새로운한주더큰사랑불러온다
새해가부푼가슴으로우릴기다린다

옛일을기억말고
항상새로움향해
새로운날을위하여
작은풀잎마다꽃등을내건다

●해설
시를쓰는시장이있었다.한남자의이야기는이렇게시작된다.그남자늘지금이순간이새로워새벽이면시민들과힘찬발길로대전을열었다.그발길에대전천유등천도갑천도따라와삼천에서하나가되었다.틈틈이시심을가다듬어한주를여는월요일마다시민들에게정다운아침편지를띄웠다.그남자꾹꾹눌러쓴시를모아첫시집『한걸음또한걸음』을냈다.시집발간기념식에선색소폰을불었다.언제나두터운그의미소엔이렇게시와예술이어우러진감성이은은히번져있었다.아이러브대전.함께흘린땀은향기롭다.
시련이와도,고난이닥쳐도오늘도내일도새날.언제라도새빛만우리를큰길로이끈다고믿는남자.어느날자존심과자유를지키기위해어깨의짐을턱하니내려놓은그남자.항상새로움을향해달려가며활기찬날을위하여이세상의작은풀잎마다찾아가꽃등을내건다.「날마다시작」이시는이미오래전에씌어져있었다.그남자의이야기는이렇게끝이난다.그러나2014년7월1일은그남자에게진정으로새로운시작.지금이순간이새로운시작.이렇게한남자의이야기는다시시작되었다.

여름풍경
홍일표(1958~)

달이깨어진다
흩어져날리는
노오란꽃잎들
한순간꽃대만남아
혼자걷는들길
끊일듯끊일듯다시이어져
어느덧강둑에이르러
늙은미루나무위에오르다
요란한매미소리로뜨거워지는저녁노을
텃밭에서는붉은고추가맹렬히익어가고,
불로불을다스리는청동의팔뚝에선
실신한여름이굵은땀방울로떨어진다
다시하루가저물고
깨어진달이한잎한잎
제몸을수습하여부풀어오르는밤
원시의동굴속에선쿵쿵
푸른심장이뛰기시작한다

●해설
달이깨어지는고통없이는여름이아니다.여름은저텃밭에서맹렬히익어가는붉은고추의힘.불로불을다스리는사내의청동팔뚝에서뚝뚝떨어지는굵은땀방울.여름은이렇게강렬한생명의근육질로인해완성된다.어느사이깨어진달이제몸을수습하여한껏부풀어오르는밤.우주의대순환은자연이각자위치에서스스로에게몰두하며조화를이루어상생으로가는풍경.
여름의색상은노오란꽃잎,붉은고추,청동의팔뚝,푸른심장으로시원적생명의색상을연출한다.공간또한들길,강둑,텃밭,원시의동굴로대지의상상력그자체다.여름풍경의중심이미지는언제나달.그것은매달부풀어올랐다흩어지고다시부풀어오르길반복한다.그달의변화가달력을만들고그반복이한해로이어진다.현대문명의도시속에살아가는우리에게여름은원시동굴속에서쿵쿵푸른심장을울리며온다.
사계중여름은자연의원시적생명으로충만하다.여름은문명의갈가리찢긴상처를붉게달아오른녹색망치로두들겨새롭게빚어내는대장간.그힘으로깨어진달도한잎한잎제몸을수습하며팽창한다.드디어지구한복판에푸른심장이쿵쿵쿵쿵지축을흔들며뛰어온다.

입장들
조말선(1965~)

우리사이에유리창이있다
나는당신을들여다본다
당신은나를내다본다
아닐수도있다면
안과밖의문제에부딪혀서
위치를바꾼다
나는부분을본다
당신은전체를본다
유리창의사정에서말한것이라면
입장을바꾸어서
당신이사려깊은태도로안을본다면
나는이제사냥이라도떠나고싶은표정을짓는다
오해를풀기위해서
유리창은열지않는다
고정관념을깨기위해서
유리창은깨지않는다
입장을바꾸어도
내앞에있는당신에게어른어른나는겹쳐져있다
오해하기위해서
당신은손차양을만들어
나에게겹쳐져있는당신을의심한다

●해설
우리를갈라놓은것은서로다른입장.우리사이에는겹겹의유리창이가로놓여있어요.그래요.유리창을사이에두고나와당신은마주보고있지요.나는밖에서안으로당신을들여다보고당신은안에서나를내다보네요.아니면나와당신의안과밖의위치를바꿀수있어요.한순간당신이사려깊은태도로안을들여다보면나는이제싫증난표정으로서있을지몰라요.
그래도우리는오해를풀기위해유리창은열지않아요.고정관념을깨기위해유리창을깨지도않네요.그건바로벗어날수없는벽.우리입장을바꾸어도서로는겹쳐있어요.오해하기위해서당신은당신을의심할뿐.그런나와당신의서로다른입장일뿐.입장바꿔생각하자는건어느집가훈만이아니지요.
하나의유리창을사이에두고동쪽에서걸어온당신은동쪽으로바라보고동쪽으로걸어가네요.남쪽에서달려온당신은남쪽으로사고하고남쪽으로달려갔지요.언제나나에게겹쳐져있는당신.당신에게겹쳐지는나.그러기에나와당신의어긋난길.입장을바꾸어도어느새나는당신에겹쳐져요.그많은입장들.여기도입장,저기도입장.이세상에하고많은입장이줄줄이이어져서입장하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