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3 (김완하가 들려주는 60편의 다양한 시세계)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3 (김완하가 들려주는 60편의 다양한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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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이러한 세기 속에서도 시를 쓰고 또 시를 읽는 것이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시를 쓰고 또 읽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절박함을 향한 몸부림일지 모른다. 어쩌면 이러한 경험을 넘어서야만 진정한 시의 길이 모색될 수 있을 것 같다. 시란 이러한 상황에도 더 적극적으로 가 닿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를 읽고 책을 내는 필자와 이것을 읽게 될 독자들과의 따뜻한 만남의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저자

김완하

저자김완하

/1987년『문학사상』신인상으로등단
/시집『길은마을에닿는다』,『그리움없인저별내가슴에닿지못한다』,『네가밝고가는바다』,『허공이키우는나무』,『절정』
/시선집『어둠만이빛을지킨다』
/저서『한국현대시의지평과심층』,『한국현대시와시정신』,『신동엽의시와삶』,『김완하의시속의시읽기』123외.
/공저『현대시의이해』,『한국문학의이해』,『생으로뜨는시』1.2,『시창작이란무엇인가』,『시창작에이르는길』외.
/시와시학상젊은시인상,대전시문화상등수상
/현재한남대학교문혜창작학과교수,계간「시와정신」편집인겸주간.
/2009년∼2010년,2016∼2017년버클리객원교수

목차

염소와나와의촌수 복효근
칠백만원 박형준
젓갈골목은나를발효시킨다 이가희
창 노향림
고요의결 조창환
계백의달 윤순정
9월 헤르만헤세
아줌마가된소녀를위하여 김기택
투명에대하여 허영자
영동에서 김사인
뺄셈의춤 이성미
풀의증상 최문자
공 안명옥
야간학교 권기만
생각의사이 김광규
로스트볼 최정란
너를기다리는동안 황지우
회전목마 황성주
금강 안홍렬
갑천에서 김명수
한빛에게주는시 도한호
그리운바다성산포 이생진
24시편의점 이은심
나이테 송계헌
봄비 이수복
신발의꿈 강연호
바지를입는법 강기화
식당 프랑시스잠
저녁의정거장 천양희
모래 이형기
봄 밀레이
봄밤 김대성
그속은아무도모른다 김도연
콩 박재현
모든삶이나에게 정공량
늙은황소의눈물 김형태
사랑의빗물환하여나괜찮습니다 김선우
집들의감정 마경덕
어머니 손기섭
당신곁에 타고르
집시세사람 레나우
꽃의일생 유재철
배추꽃 최대규
생각하는관계 이만섭
가끔씩그대마음흔들릴때는 이외수
국경간이역에서 배정웅
수리수리코끼리 백애송
별 권선옥
시간을잃기위하여 김경년
캘리포니아킹사이즈 전희진
내안의노루귀 김광순
슬픔은자랑이될수있다 박준
조국 정완영
아르바이트소녀 박후기
합장 고은
달은추억의반죽덩어리 송찬호
어린것 나희덕
엄숙한시간 라이너마리아릴케
절간이야기 조오현
접는의자 이은봉
(연재순)

*시를전하는따뜻한문을열고

출판사 서평

[본문발췌]

염소와나와의촌수
복효근(1962~)

햇살짱짱한봄날
팔순어머니와나와내딸선혜,인혜와
산모퉁이돌아가며냉이를캔다
저쪽언덕엔
겨우내새끼를낳았나보다
비쩍마른어미염소가새끼를데불고나왔다
염소와사람촌수가이렇게가깝구나
풀과나물이한끗차이듯
초식의유습을공유한
한끗차이도안되는짐승으로
우리는새순을뜯으며
함께햇살을나누고있구나
오늘은전생과내생도한뼘차이로가까워서
어머니는전생의기억을더듬으며
손녀들에게자꾸자꾸풀이름을가르치는데
아무래도나는
저염소에게가서
댁의성씨가어떻게되느냐고물어봐야되겠다

요즈음같은봄날의한풍경일것이다.구질구질한사회의일들일랑은잠시잊어버리고우리동화의나라로들어가볼까.시인에게는복도많은지딸이둘이다.햇살짱짱한봄날산모퉁이에는팔순어머니와시인의두딸이냉이를캐고있다.냉이뿌리에서퍼진향기가골짜기에가득했을것.또저쪽에는겨우내새끼를낳았는지.비쩍마른어미염소가새끼를데리고마실을나와있다.염소새끼의숫자는밝히지않았으되대략세마리가적당할듯싶다.염소는두딸에아들이하나일것.그러므로이시에서인간이나염소모두여성의세계가지배적인듯.봄날은대지의모성이강한것으로풍요와다산의기대감으로한껏부푼다.
봄날은우리에게염소와촌수를따져보게한다.시인의어머니가두딸을데리고냉이를캐고염소도새끼들거느리고풀을뜯느니.오늘은전생과내생도한뼘차이로가까워.시인은이런평온한세상의한나절맞이해저염소에게가댁의성씨가어떻게되느냐고물어봐야되겠다한다.이렇듯사람과동물과풀과나물이하나로통하는시간.그렇게생명의선상은모두평등한것.그러므로봄은염소와사람촌수가깝고풀과나물도한끗차이일뿐이다.

칠백만원
박형준(1966~)

어머니는입버릇처럼식구들몰래내게만
이불속에칠백만원을넣어두셨다하셨지
어머니가돌아가시고난뒤
이불속에꿰매두었다는칠백만원이생각났지
어머니는돈을늘어딘가에꿰매놓았지
대학등록금도속곳에꿰매고
시골에서올라왔지
수명이다한형광등불빛이깜빡거리는자취방에서
어머니는꿰맨속곳의실을풀면서
제대로된자식이없다고우셨지
어머니기일에
이젠내가이불에꿰매놓은칠백만원얘기를
식구들에게하며운다네
어디로갔을까어머니가이불속에꿰매놓은칠백만원
내사십줄의마지막에
장가밑천으로어머니가숨겨놓은내칠백만원
시골집장롱을다뒤져도나오지않는
이불속에서슬프게칙칙해져갈만원짜리칠백장

시인은아직도장가를못간노총각.어머니기일에어머니께서생전에이불속에꿰매놓으셨다는칠백만원이야기를가족들에게하며운다.어머니는내게만칠백만원에대해서이야기를하셨다.그렇게어머니는자식들하나하나에게한가지씩의비밀을심어놓으셨는지모른다.그런데어디로갔을까어머니가이불속에꿰매놓은그칠백만원이.어찌어머니의사랑을칠백만원으로비유할수있겠는가.사실내가찾는것은돈칠백만원이아니라어머니의흔적아니,어머니자체일것이다.이제어머니는이지상어디에서도찾을수없다.
자식이길을떠날때나먼곳에서찾아온친척이돌아갈때면어머니속곳에서는여지없이꼬깃꼬깃접힌종이돈이나왔다.이거가지고가다가배고프면뭐라도사먹으라고,어른을찾아뵐때는절대로빈손으로는가지말라고.손안에꼭꼭쥐어주시던사랑.그돈몇장을쥐고서길을가면그렇게든든하던때가있었다,걷다가뒤를돌아보면거기정자나무아래어머니는손사래치며어서가라고어서가라고서계시곤하셨지.이제시인이각시얻어장가를간다고해도반겨주실어머니안계시는데,이불속에서슬프게칙칙해져갈만원짜리칠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