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묻길래 (전영란 수필집)

사랑을 묻길래 (전영란 수필집)

$14.09
Description
전영란 수필집 『사랑을 묻길래』. 작가 전영란의 수필 작품을 수록한 책이다. 책에 담긴 주옥같은 수필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을 작가의 작품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전영란

저자전영란은
/1955년전남해남출생
/2008년방송대국문과졸업
/2011년《창조문학》시등단
/2015년제15회들소리문학상수상
/2016년광명시문화예술창작기금수혜자로선정
/한국창조문학가협회운영이사.한국기독교문학선교회운영위원
/해남문인협회,강서문인협회,광명문인협회,예원문학,시마을회원
/시집『씨줄과날줄의인연』,『햇살이머문자리,』,『바람소리』상재
/2015년부터강남문화원에서수필공부를하고『사랑을묻길래』상재

목차

■책머리에:갇히다

1부
안양천의냄새
거두는사람
마거릿조
달팽이
디지털시대의유감
바람난계절
국회도서관을다녀와서
파랑새를찾아서
영화보기
말에대하여

2부
사랑을묻길래
아버지의웃음
내마음의선생님
초록바람
기다림의끝
사랑하는당신에게
울음의공식
봄맞이
사랑하는예림아

3부
힘겨루기
세상따라가기
가시고기
어떻게죽을까

뒤꼍
명품논쟁
비폭력대화
갖추기

4부
내영혼깊은곳에
갈증
이별연습
우연과필연사이
하나님의꿈
실롱아이사람들
선한사마리아인의집
네팔엿보기
화(火)의무게

5부
여행
연가
풍경
동행
펜의힘
환갑여행
손자행전
나의도서관

■작품해설:열린영혼,‘사랑’의존재론적가로지르기/한상렬230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안양천의냄새


안양천하면떠오르는건악취다.여름철이면코를들수가없었다.광명과서울을연결하는철산대교를건너려면어느새얼굴이찌그러졌다.버스를타고지날땐서둘러유리문을닫았다.
바로옆에수출기업이몰려있는구로공단이있었다.그곳에서각종폐수를쏟아냈다.안양시를지나오는동안생활하수도만만치않았던것같다.안양천은경기도의왕시백운산자락에서시작되어군포시를지나안양시도심을관통한다.광명시,서울시(금천구,구로구,양천구)를거쳐한강으로흘러들어가는하천이다.
안양천이흐르는광명시로거처를옮긴건1982년3월이었다.1981년7월시흥군소하읍과광명출장소가합해져광명시로승격되었으니,시(市)가된지채1년도되지않은시기였다.손녀를돌본다는명목으로잠깐서울에다녀온외에는줄곧이곳에서살았으니,30년이넘게살고있다.이제광명시는제2의고향이되었고,안양천은내가가장사랑하는벗이되었다.우리가이사할당시안양천은“1980년,김포평야의농토에는안양천의공장폐수가섞인한강물을용수로사용하였다.그결과농토가수은·카드뮴·납으로오염되고농작물도오염되어안양천수의사용이금지되었다.”는신문기사가나올정도였다.
여름장마철이되면연중행사로범람하였다.우리가살던주공아파트앞까지물이넘실거렸다.당시아파트바로앞하안동일대가논이었다.그곳에서농사를지으며살던이들은초등학교로대피해서물이빠지기를기다렸다.온동네가폐수에서풍기는축축한냄새에젖어있었다.어느해는아이들2학기개학을했는데홍수가나서수업을중단하고대피소로사용하기도했다.
물이범람하면어김없이철산대교는통행금지였다.출근하기위해어디선가동원해온나룻배를타고구로공단방향으로건너가는사람들도있었다.도로사정도좋지않아비가오면진창이되었다.그래서우스갯소리로생긴말이“광명시는마누라없이는살아도장화없이는못사는동네”였다.80년대초,먹고사는일이급한시기였으니주거환경을부르짖을처지가되지못했다.그런데다주민대부분이구로공단에직장을둔가난한서민들이었다.불평한마디못하고주어진대로살았다.
나라가부강해지면서삶의질로눈을돌렸다.90년대가되면서환경·생태문제가부각되었다.안양천에서쾌적한냄새가바람결에실려오기시작했다.안양천이시민이걷고싶은산책로로조성되기시작한것은지방자치제가시작되고부터였다.지금의안양천은한강과만나는염창교까지양쪽둑길이잘정비되어있다.한강을바라보고오른쪽둑은차량통행이많은서부간선도로가인접해있어되도록왼쪽둑(광명시쪽)길을걷는다.광명시에서는걷는사람들을위해서둑길은흙길로,둑아래쪽은자전거도로와황톳길로,강변에는오솔길로,아름다운길들을마련했다.축구장,농구장,배드민턴장,야외공연장이있다.풀장과썰매장도있고군데군데화장실,벤치,가벼운운동기구들이마련되었다.이제안양천은향기를풍기는시민들의휴식공간이되었다.
안양천은광명시의자랑이다.광명8경중하나이다.철따라꽃이흐드러져이길을걷는시민들의온갖아픔을다받아준다.봄이면벚꽃이터널을이룬다.해마다4월이면광명시주최벚꽃축제가다양한행사와함께열린다.그기간에는많은행락객이모여들어봄향기에취해걷는다.광명시민노래자랑이열리고,가훈써주기행사도한다.각종악기를들고나와자기의재능을기부하는사람들도있다.손수레에올망졸망펼친각종먹을거리도풍성하다.나무밑에돗자리를깔고삼삼오오모여있는모습도정겹다.
유유히흐르는물결옆에는넓은꽃밭이조성되어있다.지금은봄이노랗게지나간자리에금계국이또한채의집을짓고‘가을이왔노라’적고있다.이른봄부터터뜨리기시작한꽃망울들은개나리,영산홍,철쭉,튤립,장미,민들레,개망초,코스모스등이군락을이룬다.가을이깊어갈때까지피고지기를거듭한다.걷는이들은가슴이들떠셔터를누르며함성을지른다.
나는시간만나면안양천에나간다.빈곤한언어창고를채우려흐르는물길따라걷는다.꽁꽁언겨울같은상황이닥쳐왔을때도걷는다.궂은비,천둥번개지나간후고단한나를끌고터벅터벅걷는다.싱싱한호흡으로반겨주는새들과풀벌레들합창소리가정겹다.나뭇잎도팔랑이며화음을넣는다.어느새소란스러웠던머릿속이잠잠해진다.땅속에누워있는꽃들의이야기도,나무들속에잠들어있는곤충들의이야기도들려온다.

안양천은나라가어려울때온갖악취를다품고흘렀다.이제35km의안양천은시민들의사랑을받고있다.사람을살리는녹색향기를풍기며흐른다.그리고세계로뻗어가는디지털단지로몸집을불리는중이다.비록매연과소음의한가운데에있지만,환경에개의치않고천변에우거진나무들이대견하다.지난봄초롱초롱하던연록의새싹들이진초록터널을지나가고있다.머지않아형형색색단풍으로수놓을것이다.
날마다안양천을걸으며저맑음을내안에끌어들인다.청량한냄새가내마음에가득하길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