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리소리 (양장본 Hardcover)

후리소리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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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옛 노동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멸치잡이 노래 ‘후리소리’
부산 다대포를 배경으로 전승되는 부산광역시 시도무형문화재 ‘후리소리’. ‘후리’는 바닷가 근처로 몰려든 물고기를 그물로 휘몰아서 잡는 방식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멸치잡이를 ‘후리질’, 이때 사용했던 그물을 ‘후릿그물’, 멸치를 잡으며 부르던 노래를 ‘후리소리’라고 하지요.
조선시대부터 1960년대까지 다대포 마을 사람들은 후리질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멸치 떼가 몰려오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그물을 내린 다음, 그물의 양끝을 바닷가에서 당겨 멸치를 잡는 방식으로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후리소리’를 부르며 힘든 노동을 이겨내고 흥을 돋운 거지요.

지금은 사라진 어업 방식이고 낯선 가락이지만, 그럼에도 후리소리는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원시적인 노동이 우리가 본래 삶을 일구었던 방식임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 정정아는 한 개인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용기를 내어 다시금 멸치잡이 현장으로 달려나가게 되는 치유의 서사를 전통적인 멸치잡이 과정 속에 잘 녹여냈습니다. 판타지적으로 묘사한 그림이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후리소리 가락에 빠져들게 이끕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삼촌을 기다리는 순지와 전쟁의 상흔을 극복해 나가는 삼촌의 심리가 후리 가락과 어우러져 독자들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초등 교과 연계
3-1 2. 우리가 알아보는 고장 이야기 | 4-1 2. 우리가 알아보는 지역의 역사

선정내역
- 2019년 경기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선정도서
저자

정정아

부산에서글쓰고그림그리면서살고있습니다.원래동화를배웠는데창작공동체A에서그림책을공부하면서쓰고그리는즐거움을알게되었습니다.옛문화와사람들,자연본래의모습에관심이많습니다.앞으로도사라져가는이야기를그림책에담아세상에알리고싶습니다.《그런꽃이고싶다》와《옷이열리는나무》들에그림을그렸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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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전통적인멸치잡이마을이보여주는치유의힘

-순지이야기
순지네마을은오래전부터전통적인방식으로멸치를잡으며살아왔습니다.멸치철인봄,여름,초가을이면마을전체가분주해집니다.그런데예전같으면마을구석구석을다니며아주머니들에게말을걸고뭐라도거들었을순지가어쩐지조용합니다.순지와늘함께였던삼촌이전쟁에나갔기때문입니다.
삼촌이전쟁에나간뒤순지는매일바닷가가한눈에내려다보이는언덕에오릅니다.이언덕에서삼촌은멸치떼가들어오나살피고,멸치떼가들어오면징을쳐서마을사람들에게소식을알리곤했거든요.순지는맨발로바닷가를뛰어다니던삼촌이눈에선합니다.어쩌다발을다쳐도“순지야,발은다칠수록단단해지는거야.”라며빙긋웃던삼촌이그립습니다.삼촌이치던크고우렁찬징소리가귓가에맴돕니다.삼촌이없는멸치철은허전하기만합니다.

-삼촌이야기
전쟁에나간순지의삼촌은하루도고향생각을하지않은날이없습니다.징대신총을들고전장에나가야하는상황이두렵고끔찍하기만했지요.전쟁이끝나고집으로가라는해산명령에다친몸을이끌고돌아온삼촌.하지만반갑게맞아주는마을사람들과가족의품안에서도어쩐지마음이편치않습니다.아직전쟁속에있는것만같습니다.매일밤이면괴로웠던전쟁의기억이반복적으로삼촌을찾아옵니다.한가족처럼지냈던마을사람들의격려에도선뜻방문을열고밖으로나가기가무섭습니다.다친다리는상처가아물어가지만예전으로돌아갈수있을지겁이납니다.
언제나처럼악몽을꾸고잠에서깨어몸서리치던어느날,가을바람이방문틈새로들어옵니다.가을멸치철에불어오는선선한바람에삼촌입에서저도모르게멸치를잡을때부르던‘후리소리’가흘러나옵니다.자기도모르게읊조린가락에,삼촌은그제야진짜집에돌아온것만같아마음이놓입니다.
며칠뒤멸치가들어왔다는소식을알리는징소리가들려옵니다.마침방문너머로순지의그림자가어른거립니다.연이어“삼촌아,기다린데이!”하고외치는순지의목소리에몸을일으켜징손잡이를꽉움켜쥐어봅니다.곧멸치잡이를시작한다는듯이징소리가빠르고높게울려퍼집니다.바로지금나가야할것만같습니다.‘덜컹!’삼촌이힘차게방문을열어젖힙니다.

‘후리소리’가불러일으키는노동공동체의기억

“용왕님의은덕으로/메러치풍년이되었구나/어-넝청가래로다”

순지와삼촌이함께달려간바닷가.마을사람들이후리소리가락에맞춰그물을힘껏당기기시작합니다.제자리를찾은듯삼촌도마을사람들속으로달려가그물을잡습니다.발에닿는차가운바닷물과꽉움켜쥔거친그물의촉감에예전감각이되살아납니다.삼촌을발견한이웃들이기다리고있었다는듯이웃으며삼촌을반깁니다.멸치그물을당기고터는고된노동에몸은온통땀범벅이지만,모두얼굴에웃음을머금고한층더큰목소리로노래를이어부릅니다.후리소리가온바닷가에울려퍼집니다.

그물에서멸치를어느정도턴다음에는팔팔끓는가마솥에멸치를삶을차례입니다.순지엄마를비롯한아주머니들이능숙하게멸치를삶아소쿠리에펴서바닷바람에말립니다.순지도익숙한듯멸치소쿠리를집어들고나릅니다.삼촌이잡은멸치라생각하니순지의발걸음도가볍습니다.이렇게멸치잡이가끝나면마을사람들은준비한음식을먹고서로고생했다며다독이고잡은멸치를나눕니다.밤이깊어가면서마을사람들의눈빛도한결깊어집니다.멸치도달빛을받아한결환하게빛이납니다.
달빛을받으며삼촌이다가와순지옆에앉습니다.누구보다삼촌을걱정했을순지의마음을삼촌도아는거지요.순지가삼촌발을지그시바라보며묻습니다.이제안아프냐고,괜찮으냐고요.삼촌이양말을벗고울퉁불퉁붉어진발을만지며되묻습니다.“이제발이더단단해질것같제?”라고요.순지를바라보는삼촌눈빛이예전처럼반짝입니다.

이책에서삼촌이전쟁의상처를극복하고방밖으로나갈수있게한힘은아마도후리질특유의생명력과마을사람들이하나되는노동의힘이었을것입니다.더편하고더빠르게달라지는세상에서는만나기어려운굳건한공동체의힘.100년넘게이어졌던따뜻한노동공동체의이야기가생생하게,때로는가슴뭉클하게다가오는그림책입니다.

?**창작공동체A는내가살아온지역이야기로그림책을기획·창작하는작가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