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라서 고마워

토끼라서 고마워

$12.00
저자

박일환

1997년『내일을여는작가』에시추천을받아등단했으며,시집『지는싸움』『등뒤의시간』『귀를접다』와동시집『토끼라서고마워』,청소년시집『만렙을찍을때까지』등을냈다.시창작에머물지않고『진달래꽃에갇힌김소월구하기』『청소년을위한시쓰기공부』『문학시간에영화보기』(1,2)같은책을쓰는한편우리말과국어사전에대한탐구심을바탕으로『국어사전에서캐낸술이야기』...

목차

시인의말

제1부볼빨간사과
제2부달나라토끼의외출
제3부내가사는마을
4부꽃나무

출판사 서평

경쟁보다는서로를발견하고모두가함께하는무대를꿈꾸고
세상을바라보는아이의시선과여러모습을담은동시들

봄이라는무대에오르기위해/나비와/벌과/민들레와/벚꽃과/목련과/진달래까지/한자리에모였어요.//봄나들이나온별이네식구들이/입을모아//모두합격!//돌아오는길에만난냉이꽃/너도합격!
---「오디션」전문

동시「오디션」은봄날의풍경을화려한무대의주인공을뽑는오디션이라는연예프로그램에빗대고있다.
경쟁을강조하는우리사회는거대한오디션장과같다.이번오디션에통과하면다음오디션이기다리고있고,그뒤에더어려운오디션이남아있다.최선을다해보지만오디션을통과하는일은늘어렵기만하다.떨어뜨리기위한오디션이아니라발견하기위한오디션이되면어떨까?크고화려한꽃들만주목받는세상이아니라냉이꽃처럼귀퉁이에숨어있는작은꽃도그자체의아름다움을뽐내며함께무대에오를수있기를바란다.그런멋진봄날이기를소망하는마음이드러나는작품이다.

미세먼지가쳐들어와서/세상을온통점령해버렸어./그래도우리집은안전하니까괜찮아.
/하루종일집밖으로나가지않을거야./미세먼지에게잡아먹히긴싫거든.
---「무서운소문」에서

집에콕/방에콕//언제까지이래야하지?//바깥세상은위험하다니/대문에마스크를씌워줄까?/아니면지구에게마스크를씌워줘야하나?//엉뚱한생각만뭉게뭉게피어오르고
/어른들도풀지못하는/이어려운숙제를누가냈을까?
---「코로나시대」에서

동시「무서운소문」과「코로나시대」는마스크에갇혀버린세상을아이의시선에서보여주고있다.코로나라는질병은인류에게어려운숙제를내주었다.어른들도풀지못하는숙제를아이들도함께감당하며건너왔다.지구전체가질병에갇혀살아가는동안앞으로또다른숙제가주어질지도모른다.코로나라는괴물에게잡아먹힐까봐걱정하는아이는마음놓고집밖으로나가지도못한다.그러면서‘바깥세상은위험하다니/대문에마스크를씌워줄까?/아니면지구에게마스크를씌워줘야하나?’라는고민에다다르도록한다.

밤나무사촌중에/너도밤나무와나도밤나무가있다는데//내친구중에는/너도비만과나도비만이있다.//내가놀리기라도할라치면/나를가운데몰아놓고배치기를한다.
//그러면나는납작포가되어/잘못했다고빈다.//그런다음함께떡볶이를사먹으러간다.
---「너도와나도」에서

그렇다고『토끼라서고마워』동시집이아이들의눈에비친커다란세상만담고있는건아니다.친구들을놀리다양쪽에서공격당하자‘잘못했다고빈’다음‘함께떡볶이를사먹으러’가는(「너도와나도」)아이가있는가하면,‘맹장수술을받고깨어난’다음‘의사나간호사보다/방귀잘뀌는아빠’를부러워하는(「뜻대로안되는일」)아이도등장한다.강풍때문에부러진나무와떨어진간판을안타까운눈으로바라보는(「강풍이불어온날」)아이와복도에서물총놀이하다교무실로끌려가벌을서는(「재채기하는빨래」)아이가있는가하면친구가찾아와전해준비밀때문에근질거리는입을참기힘들어하는(「비밀」)아이도있다.

밤나무사촌중에/너도밤나무와나도밤나무가있다는데//내친구중에는/너도비만과나도비만이있다.//내가놀리기라도할라치면/나를가운데몰아놓고배치기를한다.
//그러면나는납작포가되어/잘못했다고빈다.//그런다음함께떡볶이를사먹으러간다.
---「너도와나도」에서

토끼를내세운연작동시로모두가존중받기를바라는마음을담은동시집

평화란게별거야?/귀가커서귀여운토끼들이/마음껏뛰어다니며풀밭식사를하고
/겁쟁이토끼가겁쟁이새끼를낳아/오순도순어울려살면되는거지.
---「토끼의나라」에서

나는겨우토끼야./곰처럼힘이세지도못하고/원숭이처럼나무에도못올라가고/여우처럼꾀가많지도않고/나는그냥한심한토끼야.//그래도나는토끼라서고마워./깡충깡충뛰어다니고/앞니로홍당무를갉아먹고/두귀를쫑긋세울때/아무도나를무서워하지않으니까.
---「토끼라서고마워」

『토끼라서고마워』는토끼를내세운연작동시가많은것이특징이다.약한토끼를통해강한자들만살아남는세상이아니라토끼처럼약한존재도자신의본모습그대로존중받으며살아가는세상을꿈꾸고있다.
초식동물인토끼는연약하고겁이많다.사나운동물들만모여산다면얼마나삭막하고괴로울까?겁많은토끼도위협당하거나놀림받지않고마음껏뛰어다니며놀수있는세상,그게바로평화로운세상일거라고시인은말한다.
「토끼의나라」에서는‘겁쟁이를떠받드는나라가/하나쯤있는것도나쁘진않’을거라며,‘겁쟁이토끼가겁쟁이새끼를낳아/오순도순어울려살면되는’게바로평화라고말한다.
「토끼라서고마워」에서는비록겁많고한심한토끼지만‘아무도나를무서워하지않’고‘토끼보러가자는말은해도/토끼를피해도망가자는말은안하’는자신을두고토끼라서고맙다고말한다.

이런토끼의마음은숲속에사는다른동물들이펼치는우정과연대의마음으로이어진다.「즐거운이야기」에서토끼가물에빠지자다람쥐와노루는물론늑대와여우까지달려와서로힘을합해토끼를구해주는장면이그렇다.한편으로이작품은세월호참사를은유하며,어린학생들을구해내지못한우리사회를돌아보고반성하도록한다.
동시「궁금해」에서는하얀토끼와잿빛토끼를등장시켜,‘토끼네나라에서도/사람네나라처럼/하얀토끼가잿빛토끼를/흘겨보며무시할까?’라는질문을던진다.
이런질문을통해점차다문화사회로접근하고있는우리사회가고민해야할지점을보여주고있다.

아이들이보여주는모습은단순한듯하면서단순하지않다.일상속에서유쾌한행동을보여주다가어느날은진지한고민에빠지기도하는게아이들이다.그런다양한모습들을통해아이들의마음곁으로한발짝다가서도록이끌어주는시편들을적절히배치했다.이것이『토끼라서고마워』동시집의동시들이세상에대한위로와상처를보듬는따스한손길이되어주며,동시집이다채로운무늬를띨수있게해준다.

시인의말

봄이오고있습니다.언제나그렇듯정직한발걸음으로,약속을어기지않고찾아와주는것들이세상에는많습니다.저도그렇게약속을지키는사람이되고싶습니다.봄처럼세상만물을따스히감싸주는손길은되지못할지라도깜냥껏제몫을다하고싶습니다.동시를쓰는일도그런몫중의하나라는걸잊지않으려합니다.그런마음으로두번째동시집을묶었습니다.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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