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 | 반양장)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 | 반양장)

$18.25
Description
“검정은 색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색의 지위에서 추방한 검정이
권력자의 전유물이자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되기까지,
미술사에서 건져 올린 검정의 인문학
검정은 인류의 태동부터 함께했다. ‘동굴벽화의 시스티나 성당’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에는 구석기시대 인류가 남긴 수십여 종의 동물 벽화가 있다. 무척 정교하고 아름다운 이 그림들에는 당시의 기술로는 만들기도 힘들고 희귀했던 색, 검정이 빠지지 않았다. 동굴을 보면 검정 수소가, 하늘을 보면 까만 우주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이후 인류가 종교와 제의를 만들어 가면서 검정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고, 점차 눈으로 보이지 않고 귀로 들리지 않는 무형의 것(죽음, 불행, 꿈, 권력, 관능)이 검정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검정은 격동하는 사회상에 따라 추방과 추대를 반복해 겪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든 색은 검정과 하양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 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검정은 색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색상 체계에서 검정은 항상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다. 검정이 지니는 상징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는 ‘금욕적인’ 검정이 최고의 대우를 받았고 19세기 산업사회에서는 ‘우아한’ 검정과 ‘황폐한’ 검정이 각각 귀족과 노동자계급을 상징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검정은 누구의, 누구를 위한 색일까. 당신의 검정은 어떤 색인가? 너무나 많이, 혹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가? 하지만 당신에겐 분명 고유의 검정이 있다. 〈검정〉은 검은색이 미술사에서 겪은 우여곡절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 시대가 흘러 온 문화사를 한데 엮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만의 검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검정은 색의 여왕입니다.” - 오귀스트 르누아르
예술가를 매혹한 검정, 명화에 숨은 인간의 삶과 욕망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작품은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 X〉로, 귀족 부인이 취하고 있는 당당한 자세가 인상적인 그림이다. 지금은 그녀의 오른쪽 어깨 위로 드레스 끈이 단정히 올라가 있지만, 사실 맨 처음 그려졌을 땐 끈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려 와 있었다. 이를 본 대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전트가 곧바로 그림을 수정했음에도 끝내 도망치듯 파리를 떠나야만 했다. 그러고도 그림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약 7년 후 다른 화가가 그린 작품은 아무런 논란도 일으키지 않았다. 인물과 자세 모두 똑같았고, 드레스 끈도 여전히 흘러내렸다. 다른 점은 딱 하나, 부인이 검정 드레스가 아니라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드레스를 입었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마담 X〉의 검정에 담긴 도발과 관능, 유혹의 뉘앙스가 귀족의 지위를 훼손한다고 여겨 퇴폐적인 그림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17세기에 그려진 렘브란트의 〈여인의 초상〉은 어떠한가? 그림 속 여인은 보수적이었던 네덜란드 도시의 시장 부인으로 지위가 높았다. 이때 검정은 금욕, 소박, 근엄을 상징했으며 검은 옷을 입는다는 건 곧 그 사람이 검소하고 엄격한 정신의 소유자라는 것을 의미했다. 귀족들은 검은 옷을 입음으로써 권위를 유지하는 한편 값비싼 검정을 온몸에 둘러 부를 과시했다.

현대화가 리처드 세라의 〈회로〉와 애니시 커푸어의 〈림보로의 하강〉은 검정의 또 다른 면을 강조한다. 바로 끝없는 공포와 혼란, 미지의 세계다. 세라는 새카만 강철판 네 개로 미로를 만들어 폐쇄의 공포를, 커푸어는 바닥에 뚫린 구멍을 세상에서 가장 검정에 가까운 안료 ‘반타블랙’으로 칠해 추락과 착시의 공포를 관객에게 선사했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담아 낸 검정은 이토록 다양하며 때로는 양극단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검정〉은 ‘꼭 봐야 할 작품들’과 ‘의외의 작품들’로 목차를 나눠 총 40점의 명작을 다루고, 각 그림에서 검정의 의미와 역할, 그림 뒤에 숨은 배경을 미학·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검정’ 중심의 감상법을 제안한다.
저자

헤일리에드워즈뒤자르댕

헤일리에드워즈뒤자르댕HayleyEdwards-Dujardin
서양미술사와복식사전문가다.프랑스에콜뒤루브르?coleduLouvre와런던패션학교LondonCollegeofFashion에서공부했다.‘패션과제1차세계대전’이라는주제로열린국제학술대회의성과를『Fashion,Society,andtheFirstWorldWar』로공동출간했고,현재패션의문화와사회사를강의하고있다.저서로는『앙리마티스』,『프랜시스베이컨』,『블루』등이있다.

목차

예술에서의검정
지도로알아보는검정
검정의과학
완벽한검정찾기

꼭봐야할작품들
-〈라스코동굴벽화〉
-〈선량공필리프3세의초상〉로히어르판데르베이던
-〈쾌락의정원〉히에로니무스보스
-〈나르키소스〉카라바조
-〈여인의초상〉렘브란트
-〈갓난아이〉조르주드라투르
-〈밤의마녀〉요한하인리히퓌슬리
-〈1808년5월3일〉프란시스코고야
-〈메두사호의뗏목〉테오도르제리코
-〈회색과검정의배열-화가의어머니〉제임스애벗맥닐휘슬러
-〈제비꽃장식을한베르트모리조〉에두아르마네
-〈마담X-피에르고트로부인〉존싱어사전트
-〈검은십자가〉카지미르말레비치
-〈게르니카〉파블로피카소
-〈넘버26A,흑과백〉잭슨폴록
-〈무제〉피에르술라주
-〈나는전쟁을기다린다〉뱅자맹보티에
-〈림보로의하강〉애니시커푸어

의외의작품들
-〈적회식큰잔〉
-〈아그리파포스투무스빌라의검은방〉
-〈코뿔소〉알브레히트뒤러
-〈현세의덧없음-바니타스〉티치아노
-〈가을의징팅산〉석도
-〈카네이션〉앙리판탱라투르
-〈빅토르위고의초상〉레옹보나
-〈쿠르브부아:달빛아래공장들〉조르주쇠라
-〈고독〉페르낭크노프
-〈적막〉토머스알렉산더해리슨
-〈멕시코가면〉
-〈파란눈의여인〉아메데오모딜리아니
-〈흑과백〉만레이
-〈리듬속에〉파울클레
-〈귀걸이〉알렉산더콜더
-〈피에타〉베르나르뷔페
-〈회로〉리처드세라
-〈디테일드로잉〉키스해링
-〈여인들의꿈〉로니참피친파

색인|도판크레딧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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