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비웃는거리의아웃사이더
혹은백만장자의트로피가된변절자
뱅크시,그는과연누구인가?
‘거리의무법자’,‘아트테러리스트’,‘얼굴없는화가’,‘익명의혁명가’,‘미술계의반항아’….뱅크시를수식하는표현은다양하다.얼굴도이름도알려지지않은예술가치고꽤화려한명성을누리고있다.경매에나오면수백만달러에팔리고,안젤리나졸리나브래드피트같은헐리우드스타들도뱅크시의그림을소장하고있다.2010년에뱅크시는<타임>지가선정한‘세계에서가장영향력있는100인’에들었으며(이때그는종이봉지를뒤집어쓴사진을공개했다),2019년에는미켈란젤로를제치고‘영국인이가장사랑하는예술가1위’에오르기도했다.과거에는뱅크시의‘불법적인’거리미술을지우기바빴던시당국이,이제는오히려뱅크시가자신의관할도시에와서그림을남겨주길기다리며그의그림을열심히보호한다.뱅크시는사법당국으로부터스스로를보호하기위해익명성이필요하다고주장하지만,이제는상황이뒤바뀐셈이다.이렇듯정체를숨길이유가사라졌다해도이책의목적은뱅크시의‘가면’을벗기는것이아니다.나아가뱅크시의팬과추종자,심지어그의존재를어렴풋이알고있는과거의동료들조차도그의정체를알고싶어하지않는다.사람들은“가난한이들을도우려고부자에게서재물을빼앗(지는않지만아무튼상류층을조롱하)는‘로빈후드’처럼묘사된이남자의미스터리”를좋아하기때문이다.
대신이책은1990년대브리스틀구석에스프레이를칠했던한무법자가영국과미국경매장의캐시카우가된복잡한역사를좇는다.확실히뱅크시는“마지못해,하지만가차없이예술계에바짝끌려온범법자”이다.유수언론에서수석기자및선임편집직을맡았던저자윌엘즈워스-존스는예리하고냉철한시각으로뱅크시의삶과예술을추적한다.저자는2013년에『뱅크시:벽뒤의남자』를처음출간하고그이후조사를거듭하여2021년까지의논쟁점을추가해전면개정판으로이책을내놓았다.그는뱅크시에관한정보를얻을수있는거의모든창구를샅샅이뒤졌다.첫째로는브리스틀,런던,뉴욕,베들레헴등뱅크시가지나온예술적흔적을광범위하고도심도있게조사했다.뱅크시의모든커리어가이책에집약적으로담겨있다.둘째로는뱅크시의‘불법’전시회를개최했던미술관이나갤러리의관계자들,뱅크시의진품목록과그판매가를정리한아카이브,뱅크시라면어디든따라다니는열성추종자등을직접만나서인터뷰하거나조사했다.그중에는뱅크시의인생에서재정적으로가장수익이좋았던6년동안그의에이전트이자매니저였으며4년넘게가까운동료로지냈던스티브라자리데스도있고,뱅크시가이제막그래피티를시작할무렵그를지켜봤던‘원로’존네이션도있다.‘뱅크시가따라한것아니냐’는논란이일었을만큼작품스타일이비슷한블레크르라의일화도무척이나흥미롭다.셋째로는저자가‘디즈멀랜드(뱅크시가만들어낸우울한디즈니랜드)’나‘산타게토(성탄절에열리는신성모독적팝업스토어)’등을직접방문하여현장분위기를생생하게느낀뒤적은객관적인체험수기를더했다.넷째로는뱅크시가지금까지각종신문·잡지·라디오에서진행한인터뷰를비롯해뱅크시의공식인스타그램계정과페스트컨트롤웹사이트에올라오는공식성명을체계적으로수집·정리했다.마지막으로,저자는뱅크시의유명한그림<풍선과소녀>,<몸수색>,<쇼미더모네>,<훌라후프소녀>,<에취!!>는물론,재치넘치고신랄한뱅크시의여러작품과애니매트로닉스(움직이는모형)를생동감넘치는도판약65점으로소개한다.그리고이방대한이야기를총14개장으로나눴다.
1부“침투의기술”―뱅크시가브리스틀에남긴초창기흔적을파헤치고,이후그가전세계미술관을돌아다니며벌인‘기행’을살펴본다.뱅크시는테이트갤러리,런던자연사박물관,브루클린미술관,파리루브르박물관등에잠입해서자신의그림을몰래걸어두고도망치는퍼포먼스를벌였다.
2부“옛날옛적엔”―인정받는그래피티아티스트가되기까지뱅크시가지나온성장의역사를들여다본다.또한그가정체를숨기기전함께일했던동료들을만나인터뷰한다.사실뱅크시의정체는2008년에한매거진에서폭로된바있다.이때그의실명과아내의이름,학창시절사진,심지어는가정사까지수면위로드러났다.2부에서저자는뱅크시의정체가숨겨지고폭로되는과정을좇았다.
3부“그래피티의의미”―뱅크시는어떤방식으로이토록큰그래피티를도시의벽에몰래그릴수있는걸까?3부에서는그래피티의기술적인면을조사하고,그중에서뱅크시의작업방식이어떻게변해왔는지그변천사를살펴본다.
4부“자신의스타일을찾아서”―흔히‘뱅크시스러운그래피티’에는다른그래피티에선볼수없는그만의독특한서명과스타일이있다.뱅크시의작품들을하나씩뜯어보며이특징들을살펴본다.
5부“익명의행복”―뱅크시의‘익명성’을집중탐구한다.유명예술가가익명으로남을때얻을수있는효과는무엇인지,또뱅크시가오래도록익명을유지하는이유는무엇인지살핀다.아마가장궁금한것은그가익명을유지하는비법일것이다.그가정체를숨기는교묘하고도영리한방법을들여다본다.
6부“예술가와기획자”―뱅크시는예술가이면서동시에거리예술가들을위해‘판’을짜는기획자이기도하다.6부에서는뱅크시가동료그래피티아티스트들을위해기획했던이벤트와쇼비즈니스를살펴보고,여기서그의스타성이어떤효과를발휘했는지알아본다.
7부“집으로돌아온무법자”―세계적스타가된뱅크시는2009년돌연자신의고향브리스틀로돌아와전시회를개최했다.뱅크시의그림은여느미술관에서와마찬가지로화이트큐브에얌전히걸려있었다.브리스틀은이를계기로엄청난수익을벌어들였다.한매거진은뱅크시의행위를두고“어떤면에서봐도변절”이라고비판했다.그가무법자로서의과거를버리고기성미술계에합류했다는의미다.저자는뱅크시가비주류에서주류로편입된결정적인사건을되짚고당시전시가열렸던브리스틀미술관관리자를인터뷰하여뱅크시팀이전시를얼마나삼엄하게준비했는지알아본다.
8부“음울한즐거움”―뱅크시가어느퇴락한휴양지에만들어낸디즈멀랜드의앞과뒤를면밀히추적한다.디즈멀랜드는일종의놀이동산으로,5주간개장했으며하루입장객은4,000명에육박했다.저자는디즈멀랜드를직접방문하여,얼굴을잔뜩찌푸린진행요원들과이역사적인순간을함께하고자전국각지에서달려온뱅크시팬들의흥분을생생하게담았다.비록언론에서는“실제로보면얄팍하고케케묵었으며,솔직히꽤지루한곳이다”라며혹평했지만,저자는디즈멀랜드를메운뱅크시의풍자적인작품들을체험하고몸소즐겼다.“뱅크시의미술이그렇게인기가있다는이유만으로그의예술이좋다고할수는없지만,마찬가지로그가인기가있다는이유만으로그의예술이나쁘다고할수도없다.”(본문에서)
9부“홀리데이스냅”―뱅크시는이스라엘베들레헴에‘월드오프호텔(월도프호텔의패러디)’을오픈했다.이호텔은이스라엘이자살폭탄테러를막겠다는명분으로세운분리장벽바로옆에있다.저자는정치적·문화적인관점에서월드오프호텔을취재하고,뱅크시가호텔내부를꾸민방식과외부에서호텔을바라보는다양한시선을분석한다.
10부“뱅크시팀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뱅크시와함께일하는‘뱅크시팀’을추적한다.뱅크시팀은뱅크시만큼이나폐쇄적이고은밀하게움직인다.여기서저자는뱅크시와함께일했거나지금도일하고있는팀원들의면면과그들의일처리방식을살핀다.
11부“저기요,벽화사실분?”―“뱅크시사냥꾼들은세그룹으로나눌수있다.첫번째는팬,두번째는딜러,마지막은그냥도둑이다.”(본문에서)벽화는사고팔수있는작품이아니라고흔히들생각하지만,뱅크시에게이런상식은통하지않는다.어떤사람은뱅크시가벽에그린그림을소장하기위해전문업자를불러벽자체를뜯어내고,건물주와구매자간에심각한법정싸움이벌어지는일도다반사다.저자는불법이합법의영역으로편입되면서발생한갈등상황을추적하고,그중심에놓인뱅크시의그림을하나씩취재했다.
12부“뱅크시의비즈니스”―뱅크시의이름은그자체로어마어마한가치가있다.여기서저자는뱅크시의인지도가금전적인수익으로변화하는과정을살핀다.또한뱅크시의‘이름값’이어떻게형성되었는지를경매장의생태와연관지어분석하고,이제는백만장자가된뱅크시가벌어들인돈을어떻게사회에환원하는지도알아본다.
13부“꼬드기는손을물다”―오늘날뱅크시와미술시장간의관계를분석한다.뱅크시는미술시장을무너뜨리고자했지만실패했고,오히려거래가격을상승시켰다.일각에서는<풍선과소녀>파쇄사건이예술을비웃고조롱하려는의도로기획된것이아니라,일부러그림의절반만파괴해더욱화제가되도록설계한노림수라는해석도있다.뱅크시는정말로자본주의를파괴하려는것일까?
14부“이론없는예술”―뱅크시의과거와현재를모두훑어본저자는이제뱅크시가앞으로걸어가게될미래를조망한다.뱅크시의예술은쉽다.예술에대한해박한지식이없어도그의작품을보는순간무엇을말하는지짐작할수있다.말하자면그의작품을해석하려고‘이론’을가져올필요도,만들어낼필요도없는것이다.그럼에도뱅크시는다른예술가들보다더욱직접적이고강력하게메시지를전달한다.이제우리는뱅크시의그림을보며반전反戰,평화,세계빈곤,사회불평등같은대의적이슈를떠올린다.하지만지금처럼그의그림이경매에서수백억원에거래되는이상그는영원히'거리의반항아'로남을수없을것이다.뱅크시는그의커리어를결정지을중요한기로에서있다.
“뱅크시가익명성을유지해온솜씨는흥미롭다.설령그가스스로정체를밝히거나다른사실이폭로되더라도아마우리는계속궁금해할것이다.왜냐하면궁금한것은흥미롭기때문이다.”_본문에서
벽뒤의남자,뱅크시
그를가장입체적으로이해하는방법
저자가이책을통해보여주는뱅크시는가장모호하면서동시에가장입체적이다.뱅크시를찬양하든,비난하든,이해하든,외면하든,뱅크시에게크고작은영향을받았던수많은사람들의목소리가실려있기때문이다.이로써우리는얼굴없는벽뒤의남자,뱅크시의윤곽을어렴풋하게그려볼수있다.
뱅크시―“나는그래피티를사랑해요.그래피티라는말도좋아요.어떤사람들은그것에집착하지만내생각에는부질없어요.모든그래피티가놀라워요.(…)거리에서작업하기에너무복잡하거나공격적인아이디어가있으면난평범한방식으로그림을그리죠.하지만그래피티작업을그만둔다면나는처참할거예요.제대로된예술가가아니라바구니짜는사람이된것같은기분이겠죠.”
학창시절친구―“매력적인불한당,그거야말로이미지죠.그는공립학교를나왔고대단히지적인사람이에요.”
뱅크시의전동업자,스티브라자리데스―“나는우리가초기에서로를도왔다는점에서쌍방향관계였다고생각해요.뱅크시가없었다면아마도지금의나는없었겠죠.”
그래피티아티스트존네이션―“나는걔가거기있었던걸기억해요.그림을그리던다른애들보다훨씬어렸는데,걔들을따라서태깅을하더라고요.흔히볼수있는,눈에잘띄지않는젊은친구였어요….”
그래피티아티스트텐풋―“뱅크시는변절했어요,물건너팔려갔죠.”
그래피티아티스트블레크르라―“이제야말하는거지만그는내게서좋은아이디어를많이얻었죠.정말로요!나에게는좋은아이디어가많지만이번에는그가돈을내야해요.왜냐면그가끝내주는부자라는걸다들알거든.”
그래피티라이터레복―“그는우리를존중하지않는게분명하다.”
뱅크시의라이벌,로보―“그놈은정말로건방진애송이였어요.”
‘도용하는미디어’웹사이트―“이봐,다들그그림에만관심이있지.왜냐면뱅크시가그렸으니까.뭔가있어보이는어쭙잖은작업을할리우드스타들에게큰돈을받고판뱅크시니까.”
뱅크시의동료,셰퍼드페어리―“뱅크시는예술품판매,그리고사람들이그를어떻게생각하는지아